하지만 곧 성수기가 절정에 달했다. 매일 새로운 사람들이 도착했고, 『천일야화』를 읽던 즐거운 시간을 대신해 갑자기 늘어난 나의 산책에는, 모든 즐거움을 앗아가는 불쾌한 이유가 있었다. 해변은 이제 젊은 아가씨들로 붐볐고, 코타르가 내게 불어넣은 생각은 내게 새로운 의심을 불러일으켰다기보다 그 방면에 예민하고 나약하게 만들었으며, 내 안에 의심이 싹트지 않도록 경계하게 만들었기에, 젊은 여성이 발베크에 도착하기만 해도 나는 마음이 불편해졌다. 나는 알베르틴에게 가장 먼 곳으로 소풍을 가자고 제안했는데, 그녀가 새로 온 사람들을 알게 되지 못하게 하거나, 가능하면 그들을 만나지도 않게 하려는 속셈이었다. 나는 평판이 나쁘거나 행실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이들을 자연히 더 경계했다. 나는 알베르틴에게 그런 나쁜 평판은 근거가 없는 중상모략이라고 설득하려 애썼는데, 어쩌면 그녀가 타락한 여자들과 어울리려 하거나 나 때문에 그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할까 봐, 혹은 사례가 많아지면 그런 흔한 악덕은 비난받을 것이 아니라고 그녀가 믿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아직은 무의식적인 공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각각의 범죄자들에 대해 그 사실을 부정함으로써 나는 결국 사피즘(여성 동성애)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알베르틴은 이런저런 사람들의 악덕에 대한 나의 회의적인 태도를 받아들였다. "아니, 난 그저 자기에게 그런 분위기를 풍기려고 애쓰는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분위기를 잡으려는 거죠." 하지만 그러고 나면 나는 무죄를 주장했던 것을 거의 후회했다. 한때 그토록 엄격했던 알베르틴이, 그런 취향이 없는 여성이라도 굳이 그런 분위기를 내려고 했을 만큼 그 '분위기'라는 것이 제법 우쭐하고 유리한 것이라고 믿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어떤 여성도 다시는 발베크에 오지 않기를 바랐다. 나는 퓌트뷔스 부인이 베르뒤랭 가에 도착할 때가 거의 다 되었기에, 생 루가 숨기지 않았던 취향을 가진 그녀의 하녀가 해변까지 놀러 와서, 내가 알베르틴 곁에 없는 날이면 그녀를 타락시키려 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을 떨었다. 나는 코타르가 베르뒤랭 부부가 나를 무척 아낀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던 점, 그리고 그들이 스스로 말했듯 나를 쫓아다니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아 하면서도 내가 자기네 집에 와준다면 무엇이든 아끼지 않겠다고 했던 점을 떠올리며, 베르뒤랭 부인에게 파리의 모든 게르망트 가문을 자기네 집으로 데려다주겠다는 약속을 빌미로 무슨 핑계를 대서든 퓌트뷔스 부인에게 그녀를 집에 계속 머물게 할 수 없다고 알리고 최대한 빨리 돌려보내 달라고 부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이르렀다. 그런 생각들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내 마음을 어지럽힌 것은 앙드레의 존재였지만 알베르틴의 말이 가져다준 안도감은 여전히 조금 남아 있었다. 게다가 사람들의 도착과 거의 때를 맞춰 앙드레가 로즈몽드, 지젤과 함께 떠나게 되어 알베르틴 곁에 몇 주밖에 더 머물지 않을 것이었기에 곧 그녀가 덜 필요해질 것임을 알고 있었다. 사실 그 몇 주 동안 알베르틴은 내게 남은 의심을 없애거나 새로 의심이 생겨나지 않게 하려는 의도로 행동하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앙드레와 결코 단둘이 있지 않으려 애썼고, 우리가 돌아올 때는 내가 그녀의 문 앞까지 바래다주기를 고집했으며, 외출할 때면 내가 그곳으로 데리러 오기를 바랐다. 하지만 앙드레 역시 마찬가지로 알베르틴을 만나지 않으려는 듯 보였다. 그들 사이의 이런 명백한 협력 관계는 알베르틴이 자기 친구에게 우리의 대화를 알리고 내 터무니없는 의심을 가라앉혀 달라는 친절을 부탁했으리라는 유일한 지표는 아니었다.
그 무렵 발베크의 그랑 호텔에서는 내 고통의 흐름을 바꾸어 놓지는 못할지언정 그 못지않은 추문이 하나 발생했다. 블로크의 여동생은 얼마 전부터 은퇴한 한 여배우와 비밀스러운 관계를 맺어왔는데, 곧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되었다. 남들의 시선을 받는 것이 자신들의 쾌락에 일종의 도착증을 더해준다고 여겼던 그들은, 자신들의 위험한 유희를 모두의 눈앞에서 펼쳐 보이길 원했다. 처음에는 바카라 테이블 주변의 게임 룸에서, 그저 친구끼리의 친밀한 행동으로 치부할 수도 있을 정도의 애무로 시작되었다. 그러다 그들은 점점 대담해졌다. 마침내 어느 날 저녁, 넓은 무도회장의 어둡지도 않은 구석에 있는 소파 위에서 그들은 마치 침실에라도 있는 것처럼 아무런 거리낌 없이 행동했다. 그 근처에 아내들과 함께 있던 두 장교가 지배인에게 항의했다. 그들의 항의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잠시 생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불리한 점이 있었는데, 그들은 자신들이 거주하던 네트홀름에서 발베크로 하룻밤 머물러 온 터라 지배인에게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는 처지였던 것이다. 반면, 본인은 눈치채지 못했을지라도 지배인이 어떤 주의를 주든 간에 블로크 양에게는 니심 베르나르 씨의 비호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 이유를 말해야겠다. 니심 베르나르 씨는 가족의 미덕을 누구보다 철저히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매년 조카를 위해 발베크에 훌륭한 별장을 빌려주었으며, 그 어떤 초대도 그를 저녁 식사 시간에 자신의 집, 즉 사실상 그들의 집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것을 방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집에서 점심을 먹지 않았다. 매일 정오면 그는 그랑 호텔에 있었다. 그는 다른 이들처럼 오페라 무용수이자 '점원' 한 명을 두고 있었는데, 앞서 우리가 언급했던, 『에스테르』와 『아탈리』에 나오는 어린 이스라엘 사람들을 떠올리게 했던 그 사환들과 꽤나 닮은 아이였다. 사실 니심 베르나르 씨와 그 어린 점원 사이의 40년이라는 세월은 그 소년이 유쾌하지 않은 접촉을 피하도록 보호해주었어야 했다. 하지만 라신이 같은 합창곡 속에서 그토록 현명하게 말했듯이:
신이여, 싹트는 미덕이여,
수많은 위험 속에서 불안한 발걸음을 옮기는구나!
당신을 찾고 결백하고자 하는 영혼이,
그 뜻을 이루는 데 온갖 장애물을 만나는구나.
그 어린 점원은 발베크의 템플 팰리스에서 '세상과 동떨어져' 지냈을지언정, 요아스의 충고를 따르지는 않았던 것이다:
부와 금에 결코 의지하지 마라.
어쩌면 그는 '죄인들이 온 땅을 덮고 있구나'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납득시켰는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니심 베르나르 씨는 그렇게 짧은 시간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으나 첫날부터,
겁이 나서였는지 아니면 그를 어루만지려 했는지,
그는 순진한 팔로 자신을 감싸 안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튿날부터 니심 베르나르 씨가 그 점원을 데리고 산책을 나서자, "전염성 짙은 접근이 그의 순수함을 더럽혔다". 그때부터 어린아이의 삶은 달라졌다. 그가 상급자의 명령대로 빵과 소금을 나르려 애썼지만, 그의 얼굴 전체는 이렇게 노래하고 있었다:
꽃에서 꽃으로, 즐거움에서 즐거움으로
우리의 욕망을 거닐게 하자.
흘러가는 우리의 세월 그 길이는 알 수 없으니
오늘 서둘러 삶을 즐기자!
……명예와 관직은
눈먼 비굴한 복종의 대가일 뿐.
슬픈 순수함을 위해
누가 감히 목소리를 높이려 하겠는가!"
그날 이후로 니심 베르나르 씨는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점심 식사 시간에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마치 오페라에서 단역 배우를 후원하는 사람이 ― 아직 자신의 드가를 기다리는, 아주 독특한 유형의 단역 배우 ― 공연을 보러 오듯 말이다). 니심 베르나르 씨는 식당 안에서, 그리고 야자수 아래 계산원이 위엄 있게 앉아 있는 저 멀리 식당 풍경 속에서까지, 손님들에게 음식을 서빙하느라 분주히 움직이는 그 어린 소년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았다. 소년은 모든 손님에게는 정성스러웠지만, 니심 베르나르 씨가 그를 후원하기 시작한 뒤로는 오히려 그에게는 덜 친절했다. 그 어린 성가대 소년은 자신이 이미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고 믿기에 그에게 굳이 같은 친절을 베풀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거나, 아니면 그 사랑이 오히려 귀찮았거나, 혹은 그 관계가 들통나면 다른 기회들을 놓치게 될까 봐 두려웠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니심 베르나르 씨는 그 차가움 속에 숨겨진 모든 것 때문에 오히려 그 태도를 즐겼다. 히브리인의 유전적 본능 때문이든 기독교적 감정을 모독하는 행위 때문이든, 그는 그 상대가 유대인이든 가톨릭 신자이든 상관없이 라신적인 의식 그 자체를 각별히 즐겼다. 만약 그것이 『에스테르』나 『아탈리』의 실제 공연이었다면, 베르나르 씨는 저자 장 라신을 알지 못해 자신의 피후원자에게 더 비중 있는 역할을 맡기지 못한 시기적 차이를 아쉬워했을 것이다. 하지만 점심 식사의 의식은 어떤 작가에게서 비롯된 것도 아니었기에, 그는 지배인이나 에메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그 '어린 이스라엘 사람'이 부주방장이나 주방장 같은 원하는 직책으로 승진하게끔 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소믈리에 직책이 그 소년에게 제안되기도 했지만, 베르나르 씨는 그가 그것을 거절하게 만들었다. 그랬다가는 매일 식당으로 와서 그 아이가 녹색 식당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며 그에게 타인처럼 서빙받는 즐거움을 더는 누릴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즐거움이 워낙 컸기에 베르나르 씨는 매년 발베크로 돌아와 집이 아닌 곳에서 점심을 먹곤 했다. 블로크 씨는 첫 번째 습관에서는 다른 어떤 해안보다 이곳의 아름다운 빛과 일몰을 사랑하는 시적 취향을, 두 번째 습관에서는 노총각의 고질적인 버릇을 보았을 뿐이다.
사실 니심 베르나르 씨의 부모가 그가 매년 발베크로 돌아오는 진짜 이유나, 그 잘난 체하는 블로크 부인이 '주방에서의 외박'이라 불렀던 일 따위를 눈치채지 못했던 것은, 어찌 보면 더 깊고 본질적인 차원의 진실을 보여주는 착각이었다. 니심 베르나르 씨 본인조차 발베크 해변과 식당에서 바다를 내다보는 경치에 대한 애정, 그리고 강박적인 습관들이, 마치 드가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또 다른 유형의 오페라 무용수처럼 자기 밑에서 일하는 어린 사환들을 후원하고자 하는 그의 취향에 얼마나 녹아 있는지 깨닫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러니 니심 베르나르 씨는 발베크 호텔이라는 이 극장의 지배인, 그리고 이 모든 일에서 그 역할이 결코 투명하지만은 않았던 무대 감독이자 지배인 에메와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는 중요한 역할, 어쩌면 지배인 자리를 얻기 위해 뒷공작이라도 벌일 태세였다. 그사이 니심 베르나르 씨의 즐거움은, 아무리 시적이고 조용히 관조적인 것이라 해도, 예전의 스완처럼 사교계에 나가면 연인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알고 있던 여성 편력가들의 심리와 닮아 있었다. 니심 베르나르 씨가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그는 쟁반에 과일이나 시가를 들고 무대 위로 걸어 나오는 자신의 소망의 대상을 보게 될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매일 아침 조카와 입을 맞추고, 내 친구 블로크의 연구에 대해 관심을 표하고, 쫙 펴진 손바닥에 올린 각설탕을 말들에게 먹이고 나면, 그랑 호텔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열띤 마음으로 서둘러 길을 나서곤 했다. 집에 불이 나거나 조카가 발작을 일으키더라도 그는 아마 그대로 떠났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 때문에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할지 모를 감기를 전염병처럼 두려워했다. 건강염려증이 있었던 그는 감기에라도 걸리면 에메에게 간식을 먹기 전 자기 젊은 친구를 집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닥뜨릴까 봐 겁이 났던 것이다.
게다가 그는 발베크 호텔의 미로 같은 복도와 비밀 공간, 응접실, 탈의실, 식료품 저장실, 회랑을 모두 좋아했다. 동양인으로서의 유전적 본능 탓에 그는 하렘을 즐겼고, 밤에 외출할 때면 남몰래 그 구석구석을 탐험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하실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내려가면서도, 어떻게든 눈에 띄지 않고 스캔들을 피하려 애쓰며 어린 레위인들을 찾아 헤매는 니심 베르나르 씨의 모습은 오페라 『유대 여인』의 이 구절들을 떠올리게 했다.
오 우리 조상의 신이여,
우리 사이에 강림하소서,
우리의 비밀을 숨겨주소서
악인들의 눈에!
손님이 하녀들의 방에 가기가, 혹은 그 반대의 경우가 쉽지 않았음에도, 나는 마리 지네스트 양과 셀레스트 알바레 부인이라는 이 두 젊은 여성과 매우 각별하면서도 무척 순수한 우정을 빠르게 쌓았다. 프랑스 중부의 높은 산자락, 개울과 급류가 흐르는 곳에서 태어난(그들의 본가 아래로는 물이 흘러 물레방아가 돌았고, 홍수로 여러 번 폐허가 되기도 했다) 그들은 그곳의 자연을 그대로 닮은 듯했다. 마리 지네스트는 더 일정하게 빠르고 단호한 편이었고, 셀레스트 알바레는 호수처럼 펼쳐져 더 부드럽고 나른했으나, 때때로 끓어오르는 격노는 모든 것을 휩쓸고 파괴하는 홍수나 소용돌이의 위험을 떠올리게 했다. 그들은 내가 아직 누워 있을 때면 아침마다 자주 나를 찾아오곤 했다. 나는 학교에서 배운 것이 거의 전무한, 그토록 자발적으로 무지한 사람들을 본 적이 없는데, 그럼에도 그들의 언어에는 너무나 문학적인 구석이 있어서 그 말투에 깃든 야생적인 자연스러움이 없었다면 그들의 말을 가식적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내가 다듬지 않은 친근함으로, (나를 칭찬하려는 것이 아니라 셀레스트의 기묘한 천재성을 찬양하기 위해 쓴) 칭찬과, 그만큼이나 거짓이지만 매우 진심 어린 비판이 섞인 말들을 내가 우유에 크루아상을 적시는 동안 셀레스트는 이렇게 내뱉곤 했다. "오! 까마귀처럼 검은 머리의 작은 악마 같으니, 오 심오한 심술쟁이여! 도대체 당신 어머니는 당신을 낳을 때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모르겠어요. 영락없는 새라니까요. 마리, 좀 봐요. 자기 깃털을 다듬는 것 같지 않나요? 목도 얼마나 유연하게 돌리는지, 아주 가벼워 보여요. 이제 막 나는 법을 배우는 중인 것 같다고요. 아! 당신을 만든 이들이 당신을 부유한 집안에 태어나게 한 건 정말 행운이에요. 안 그랬으면 당신 같은 낭비벽에 어떻게 됐겠어요. 보세요, 침대에 닿았다고 크루아상을 던져버리잖아요. 세상에, 우유까지 쏟다니. 이리 줘봐요, 냅킨 좀 둘러줄 테니. 당신은 정말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한다니까요. 당신처럼 멍청하고 서툰 사람은 정말 처음 봐요." 그러면 우리는 마리 지네스트의 더 규칙적인 급류 같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화가 난 그녀는 동생을 꾸짖곤 했다. "자, 셀레스트, 그만두지 못해? 주인님께 그런 식으로 말하다니 제정신이야?" 셀레스트는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내가 냅킨을 매는 것을 몹시 싫어하자 그녀가 말했다. "아니야, 마리, 저 애를 봐, 빙, 방금 뱀처럼 똑바로 일어섰잖아. 진짜 뱀이라니까." 게다가 그녀는 동물에 비유하는 말을 아끼지 않았는데, 그녀 말에 따르면 내가 언제 자는지도 모를 정도로 밤새 나비처럼 날아다녔고, 낮에는 다람쥐처럼 빨랐다. "마리, 너도 알잖아, 우리 고향에서 보는 다람쥐들, 어찌나 민첩한지 눈으로 쫓을 수조차 없지." "하지만 셀레스트, 쟤가 밥 먹을 때 냅킨 하는 거 싫어하는 거 알잖아." "그게 싫어서가 아니라, 쟤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걸 말하려는 거야. 쟤는 귀족이라 귀족다운 면을 보이고 싶은 거거든. 시트를 열 번이라도 갈아야 한다면 갈겠지만 쟤는 절대 굴하지 않을 거야. 어제 시트도 다 썼는데 오늘 막 새로 깔아놓은 걸 벌써 갈아야 한다니. 아! 쟤는 가난하게 태어날 사람이 아니라고 했던 내 말이 맞았어. 봐, 쟤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거. 화가 나면 새 깃털처럼 부풀어 오른다니까. 가엾은 우리 깃털 꼬마!" 이 지점에서는 마리뿐 아니라 나도 항의했다. 나는 전혀 귀족이라 느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셀레스트는 내 겸손함의 진심을 절대 믿지 않으며 내 말을 끊었다. "아! 이 요망한 녀석, 아! 부드러움, 아! 교활함! 교활함 중에서도 가장 교활한 자, 악당 중의 악당! 아! 몰리에르!" (그녀가 아는 유일한 작가 이름이었지만, 그녀는 나에게 이 이름을 붙이며 희곡을 쓰고 연기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썼다.) "셀레스트!" 마리가 위엄 있게 소리쳤다. 몰리에르라는 이름을 모르는 마리는 혹시 그것이 새로운 욕설일까 봐 걱정했던 것이다. 셀레스트는 다시 웃음을 지었다. "너 서랍 속에 있는 쟤 어릴 때 사진 못 봤어? 쟤는 늘 아주 검소하게 옷을 입었다고 우리를 믿게 하고 싶어 했지만, 저기 작은 지팡이를 짚고 있는 모습 좀 봐, 왕자도 가져본 적 없는 모피와 레이스로 가득하잖아. 하지만 그건 쟤의 거대한 위엄과 더 깊은 마음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그러니까," 마리가 급류처럼 투덜댔다. "너 지금 쟤 서랍을 뒤진 거야?" 마리의 걱정을 달래려고 나는 니심 베르나르 씨가 하는 짓에 대해 그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아! 주인님, 그런 일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 거라곤 믿을 수 없었어요. 이곳에 와봐야만 알 수 있는 일이죠." 그리고 이번에는 더 심오한 말로 셀레스트를 눌러버리며 마리가 덧붙였다. "아! 보시다시피, 주인님, 인생에 어떤 일이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법이죠." 화제를 돌리려고 나는 밤낮으로 일하시는 아버지의 삶에 관해 그녀에게 말했다. "아! 주인님, 그런 삶은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단 1분도, 즐거움도 없이, 모든 것이, 오직 모든 것이 타인을 위한 희생인 삶, 말 그대로 바쳐진 삶이지요." "저것 봐, 셀레스트, 이불 위에 손을 얹고 크루아상을 집는 것만 봐도 어쩜 저리 우아한지! 아주 사소한 행동을 할 때도, 피레네산맥까지 이르는 프랑스의 모든 귀족이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깃들어 있는 것 같아."
이렇게 사실과 거리가 먼 묘사에 나는 기가 죽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셀레스트는 그것을 새로운 교활함으로 보았다. "아! 그렇게 순수해 보이면서 많은 것을 감추고 있는 이마여, 아몬드 속처럼 다정하고 싱싱한 뺨이여, 보드라운 새틴 같은 작은 손, 발톱 같은 손톱." 등등. "어머, 마리, 저 애가 우유 마시는 모습 좀 봐. 나까지 기도하게 만드는 경건함이 서려 있어. 어쩜 저리 진지할까! 지금 저 모습을 화폭에 담아야 해. 영락없는 어린아이잖아. 우유를 마셔서 그렇게 맑은 안색을 유지하는 걸까? 아! 젊음이여! 아! 예쁜 피부여! 당신은 절대 늙지 않을 거예요. 당신은 정말 행운아예요. 눈빛만으로도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으니 남에게 손을 올릴 필요도 없겠죠. 그런데 보세요, 이제 화가 났네요. 저렇게 명확하게, 꼿꼿이 서 있는 것 좀 봐요."
프랑수아즈는 그녀가 이른바 '두 꾀쟁이'라 부르는 그들이 이처럼 나를 찾아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 종업원들을 시켜 호텔의 모든 동태를 감시하던 지배인은 심지어 내게 손님으로서 하녀들과 대화하는 것은 품위가 없는 짓이라며 엄중하게 주의를 주었다. 나는 그 '꾀쟁이들'이 호텔의 그 어떤 여성 고객보다도 훨씬 훌륭하다고 생각했기에, 지배인이 내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리라 확신하며 그저 면전에 대고 웃음을 터뜨리는 것으로 대꾸했다. 그리고 두 자매는 다시 찾아왔다. "마리, 저 애의 섬세한 이목구비 좀 봐. 오, 완벽한 세밀화 같아. 유리 진열장 밑의 그 어떤 귀한 보석보다 아름다워. 움직임 하나하나, 그리고 밤낮으로 들어도 질리지 않을 저 말솜씨를 좀 보라고."
외국인 부인이 그들을 데려갈 수 있었다는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은 역사나 지리에는 문외한이었지만, 영국인, 독일인, 러시아인, 이탈리아인 같은 외국인들을 '해충'이라 여기며 덮어놓고 싫어했고,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오직 프랑스인만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얼굴은 고향 강의 말랑말랑한 찰흙의 습기를 너무나 간직하고 있어서, 호텔에 묵는 외국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셀레스트와 마리는 그 외국인이 했던 말을 재연하며 그들의 얼굴 위에 그의 얼굴을 덧씌우곤 했다. 그들의 입은 그의 입이 되었고, 눈은 그의 눈이 되었는데, 그런 놀라운 연극적 가면을 계속 보고 싶을 정도였다. 심지어 셀레스트는 지배인이나 내 친구 중 누군가가 했던 말을 전하는 척하면서도, 그 작은 이야기 속에 블로크나 대법원장 등의 모든 단점을 악의 없이―혹은 악의가 드러나지 않게―교묘하게 묘사해 넣곤 했다. 그녀가 친절하게 자원한 사소한 심부름의 결과 보고를 가장한, 그야말로 흉내 낼 수 없는 초상화였다. 그들은 신문 한 장조차 전혀 읽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그들은 내 침대 위에서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생레제 레제의 훌륭하지만 난해한 시집이었다. 셀레스트는 몇 페이지를 읽더니 내게 말했다. "그런데 이게 정말 시가 맞나요? 차라리 수수께끼가 아닌가요?" 어린 시절 '이 땅의 모든 라일락은 지고'라는 시 한 편만 배웠던 사람에게는 당연히 문맥의 비약이 느껴졌을 것이다. 나는 그들이 무언가를 배우기를 그토록 고집했던 이유가 그들의 건강하지 못한 고향 때문이기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은 시인만큼이나 재능이 있었고, 보통 시인들이 가진 것보다 더 큰 겸손함을 지니고 있었다. 왜냐하면 셀레스트가 무언가 놀라운 말을 했을 때 내가 잘 기억나지 않아 다시 말해달라고 부탁하면, 그녀는 잊어버렸다고 잡아뗐기 때문이다. 그들은 결코 책을 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책을 쓰지도 않을 것이다.
프랑수아즈는 그토록 소박한 두 여인의 형제들이 각각 투르 대주교의 조카딸과 로데즈 주교의 친척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꽤 깊은 인상을 받았다. 지배인에게는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을 테지만 말이다. 셀레스트는 때때로 남편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나무랐고, 나는 그녀가 어떻게 그런 아내를 견딜 수 있는지 놀라웠다. 그녀는 어떤 순간에는 부르르 떨며 미친 듯이 날뛰고 모든 것을 파괴할 만큼 끔찍했기 때문이다. 우리 피라는 짠 액체가 원시 해양의 요소가 내면에 잔재한 것이라고들 한다. 나는 셀레스트 역시 분노할 때뿐만 아니라 우울해하는 시간에도 고향 개울의 리듬을 간직하고 있었다고 믿는다. 그녀가 지쳤을 때는 정말이지 개울이 마른 것처럼 탈진해 있었고, 그 상태의 그녀를 소생시킬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크고 아름다우며 날렵한 몸 안에서 혈액 순환이 다시 시작되곤 했다. 푸르스름한 피부의 유백색 투명함 속으로 물이 흘렀다. 그녀는 햇살을 향해 미소 지으며 더욱 푸르게 변해갔다. 그런 순간만큼은 그녀는 정말이지 하늘의 존재(céleste) 같았다. 블로크의 가족은 삼촌이 집에서 점심을 먹지 않는 이유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아마도 어떤 여배우와의 불륜 때문에 생긴 노총각의 버릇이려니 하고 처음부터 받아들였지만, 니심 베르나르 씨와 관련된 모든 것은 발베크 호텔 지배인에게 '금기'였다. 이것이 바로 그가 삼촌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결국 조카딸을 나무라지 못하고, 다만 신중을 기하라고 당부만 했던 이유였다. 며칠 동안 카지노와 그랑 호텔에서 쫓겨났다고 생각했던 그 소녀와 친구는 모든 일이 잘 해결되는 것을 보자, 자신들을 멀리하던 가장들에게 자신들이 무엇을 하든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게 되어 기뻐했다. 물론 모두를 경악하게 했던 그 공개적인 소동을 다시 벌이지는 않았지만, 서서히 그들의 태도는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불이 반쯤 꺼진 카지노에서 알베르틴, 그리고 우연히 만난 블로크와 함께 나오는데, 그들이 서로 껴안고 끊임없이 입을 맞추며 우리 곁을 지나갔다. 우리 높이까지 다가왔을 때 그들은 킥킥거리며 웃고 외설적인 비명을 질렀다. 블로크는 자기 여동생을 알아보지 못한 척하려고 눈을 내리깔았고, 나는 그 기이하고 끔찍한 언사가 혹시 알베르틴을 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괴로웠다.
블로크의 가족은 삼촌이 집에서 점심을 먹지 않는 이유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아마도 어떤 여배우와의 불륜 때문에 생긴 노총각의 버릇이려니 하고 처음부터 받아들였지만, 니심 베르나르 씨와 관련된 모든 것은 '금기'였다 발베크 호텔 지배인에게. 이것이 바로 그가 삼촌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결국 조카딸을 나무라지 못하고, 다만 신중을 기하라고 당부만 했던 이유였다. 며칠 동안 카지노와 그랑 호텔에서 쫓겨났다고 생각했던 그 소녀와 친구는 모든 일이 잘 해결되는 것을 보자, 자신들을 멀리하던 가장들에게 자신들이 무엇을 하든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게 되어 기뻐했다. 물론 모두를 경악하게 했던 그 공개적인 소동을 다시 벌이지는 않았지만, 서서히 그들의 태도는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불이 반쯤 꺼진 카지노에서 알베르틴, 그리고 우연히 만난 블로크와 함께 나오는데, 그들이 서로 껴안고 끊임없이 입을 맞추며 우리 곁을 지나갔다. 우리 높이까지 다가왔을 때 그들은 킥킥거리며 웃고 외설적인 비명을 질렀다. 블로크는 자기 여동생을 알아보지 못한 척하려고 눈을 내리깔았고, 나는 그 기이하고 끔찍한 언사가 혹시 알베르틴을 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괴로웠다.
또 하나의 사건이 내 관심을 더욱 고모라 쪽으로 쏠리게 했다. 해변에서 나는 길쭉하고 창백한 아름다운 젊은 여성을 보았는데, 그녀의 눈은 중심부 주위로 기하학적인 빛을 뿜어내어 그 눈빛을 마주하면 마치 별자리를 떠올리게 했다. 나는 이 젊은 여성이 알베르틴보다 얼마나 더 아름다운지, 그리고 다른 사람을 포기하는 것이 얼마나 현명한 일인지 생각했다. 기껏해야 이 아름다운 젊은 여성의 얼굴은 저속한 삶의 방식과 비천한 편법을 끊임없이 받아들인 탓에 보이지 않는 대패질을 당한 듯 보였고, 그래서 얼굴의 다른 부분보다 고귀한 그녀의 눈은 오직 식욕과 욕망만을 내뿜는 듯했다. 그런데 다음 날 카지노에서 우리와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던 이 젊은 여성이 알베르틴에게 쉼 없이 자신의 시선을 교차하며 회전하는 불빛처럼 쏘아 보내는 것이 보였다. 마치 등대를 이용해 신호를 보내는 것만 같았다. 내 친구가 그토록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고통스러웠고, 나는 끊임없이 켜지는 그 시선들이 다음 날의 사랑을 약속하는 관습적인 의미를 담고 있을까 봐 두려웠다. 누가 알겠는가? 이 만남이 어쩌면 처음이 아닐지도 모른다. 빛나는 눈을 가진 그 젊은 여성은 다른 해에 발베크에 왔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알베르틴이 이미 그녀나 그녀 친구의 욕망에 굴복한 적이 있었기에 그녀가 그런 빛나는 신호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때 그 신호들은 단순히 현재를 위한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을 넘어, 과거의 즐거웠던 시간들을 근거로 삼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만남은 처음이 아니라 다른 해에 함께 즐겼던 유희의 연장일 터였다. 사실 그 시선은 "원하니?"라고 묻는 것이 아니었다. 그 젊은 여성은 알베르틴을 보자마자 고개를 완전히 돌려 내 친구가 기억하지 못할까 봐 겁을 먹고 놀라는 듯한, 기억으로 가득 찬 시선을 그녀에게 비추었다. 알베르틴은 그녀를 아주 잘 보았음에도 냉담하게 미동도 하지 않았고, 그 덕분에 상대방은 마치 옛 연인이 다른 애인과 함께 있는 것을 본 남자가 보여주는 것과 같은 종류의 신중함으로 그녀를 쳐다보는 것을 멈췄고 마치 그녀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녀에게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 후, 나는 그 젊은 여성의 취향과 그녀가 과거에 알베르틴을 알았을 가능성에 대한 증거를 얻었다. 종종 카지노 홀에서 두 소녀가 서로를 원할 때면, 마치 빛나는 현상처럼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뻗어 나가는 인광 자국 같은 것이 생겨나곤 했다. 덧붙여 말하자면, 비록 측정할 수 없는 것일지라도 그러한 물질화와 대기 전체를 불태우는 별들의 징표를 통해, 흩어진 고모라는 모든 도시와 마을에서 떨어져 나간 지체들을 결합하여 성경 속의 도시를 재건하려 애쓰며, 소돔에서 온 향수 어린 자들, 위선자들, 그리고 때로는 용감한 망명자들에 의해 어디서나 그와 같은 노력이 간헐적인 재건을 위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한번은 알베르틴이 못 알아본 척했던 그 낯선 여인을 본 적이 있는데, 마침 블로크의 사촌이 지나가던 순간이었다. 그 젊은 여성의 눈이 별처럼 반짝였지만, 그녀가 그 유대인 아가씨를 알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녀는 그 아가씨를 처음 보았고 욕망을 느꼈지만, 알베르틴에 대해 가졌던 그 확실한 확신과는 전혀 달랐다. 알베르틴의 우정에 너무나 기대를 걸었던 탓에, 그녀의 냉담함 앞에서 그녀가 느꼈을 당혹감은 파리에 익숙하지만 정작 그곳에 살지는 않는 이방인이 몇 주 만에 돌아와 매일 즐거운 저녁을 보내던 작은 극장 자리에 은행이 들어선 것을 보고 느끼는 그런 놀라움과 같았을 것이다.
블로크의 사촌은 테이블로 가서 잡지를 보았다. 곧 그 젊은 여성이 멍한 표정으로 그녀 옆에 와서 앉았다. 하지만 테이블 아래에서 우리는 그들의 발이 움직이고, 곧이어 다리와 손이 엉키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대화가 이어졌고 이야기가 시작되었는데, 아내를 찾아 헤매던 그 젊은 여인의 순진한 남편은 아내가 알지도 못하는 소녀와 그날 저녁 계획을 세우는 것을 보고 놀랐다. 아내는 블로크의 사촌을 알아들을 수 없는 이름으로 어린 시절 친구라고 남편에게 소개했는데, 정작 그녀의 이름을 묻는 것을 잊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남편의 존재는 그들의 친밀함을 한 걸음 더 진전시켰는데, 수녀원에서 알게 된 사이라며 말을 놓았고, 나중에 그들은 속아 넘어간 남편을 비웃으며 새로운 애정의 기회가 된 즐거움 속에서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알베르틴의 경우, 카지노에서든 해변에서든 그 어디에서도 그녀가 어떤 소녀와 지나치게 자유분방하게 행동했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오히려 그녀가 보여주는 지나칠 정도의 냉담함과 무심함에서 단순한 예의범절을 넘어선, 의심을 피하기 위한 교묘한 술책을 읽어내곤 했다. 어떤 소녀에게 그녀는 매우 빠르고 차갑고 점잖은 말투로 큰 소리로 대답하곤 했다. "그래, 다섯 시쯤 테니스장에 갈게. 내일 아침 여덟 시쯤 수영하러 갈 거야." 그리고는 방금 그렇게 말한 상대방을 즉시 떠나버리곤 했는데, 그 모습은 어떻게든 남의 눈을 속이려는 듯한, 혹은 이미 나지막이 약속을 잡은 뒤에 "눈에 띄지 않으려고" 사실상 아무 의미 없는 문장을 큰 소리로 내뱉는 듯한 끔찍한 인상을 풍겼다. 그리고 나중에 그녀가 자전거를 타고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볼 때면, 나는 그녀가 방금 거의 말도 섞지 않았던 그 상대를 만나러 가는 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기껏해야 어떤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 해변 모퉁이에서 자동차에서 내릴 때면, 알베르틴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곤 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변명했다. "목욕장 앞에 새로 달아놓은 깃발을 보고 있었어. 좀 더 좋은 걸로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지난번 것도 꽤 낡았었거든. 그런데 이번 건 정말 더 볼품이 없네."
한번은 알베르틴이 냉담한 태도를 취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고, 나는 그 때문에 더욱 불행해졌다. 그녀는 내가 가끔 그녀의 이모 친구를 만나는 것을 못마땅해한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그 친구는 '나쁜 취향'을 가진 여자로 가끔 봉탕 부인 댁에서 이삼 일씩 묵고 가곤 했다. 알베르틴은 내게 다정하게 이제 그 여자에게 아는 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그 여자가 앵카르빌에 올 때면 알베르틴은 마치 나에게 그 여자를 몰래 만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는 듯이 말했다. "그건 그렇고, 그 여자가 여기 왔다는 거 아세요? 누가 당신한테 말해주던가요?" 어느 날 그녀가 그렇게 말하면서 덧붙였다. "네, 해변에서 그 여자를 만났는데, 일부러, 아주 무례하게, 지나가면서 거의 몸을 스치듯, 툭 치고 지나갔어요." 알베르틴이 내게 그 말을 했을 때, 나는 잊고 있었던 봉탕 부인의 한마디가 떠올랐다. 그녀가 내 앞에서 스완 부인에게 조카 알베르틴이 얼마나 당돌한지, 마치 그것이 장점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했던 것, 그리고 또 어떤 공무원 부인에게 그 여자의 아버지가 주방 보조였다고 쏘아붙였던 그 기억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의 말은 오랫동안 순수하게 보존되지 못한다. 그 말은 시들고, 썩어버린다. 하루 이틀 뒤, 나는 알베르틴의 말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그러자 그것은 이제 그녀가 자랑스러워했던―그리고 나를 미소 짓게 했을 뿐인―몰상식한 태도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알베르틴은 별다른 의도가 없었을지라도, 그 여인의 감각을 자극하거나 과거에 받아들였을지도 모를 옛 제안을 악의적으로 상기시키기 위해 빠르게 곁을 스쳐 지나갔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공공연한 장소였기에, 어쩌면 내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그녀가 불리한 해석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했던 것일 수 있었다.
어쨌든, 알베르틴이 어쩌면 사랑했을지도 모르는 여인들로 인한 나의 질투는 갑자기 끝날 참이었다.
알베르틴과 나는 작은 지방 열차 발베크 역 앞에 있었다. 궂은 날씨 때문에 호텔 버스를 타고 이동한 터였다. 우리와 멀지 않은 곳에는 눈이 멍든 니심 베르나르 씨가 있었다. 그는 얼마 전부터 오페라 『아탈리』의 성가대 소년 대신 근처에 꽤 장사가 잘되는 「오 스리지에」 농장의 청년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붉은 얼굴에 험상궂은 이목구비를 가진 그 청년은 머리가 영락없는 토마토 같았다. 그와 똑같은 토마토가 쌍둥이 형제의 머리이기도 했다. 무심한 관찰자에게는 이처럼 두 쌍둥이가 완벽하게 닮은 점이 자연이 잠시 공장처럼 변해 똑같은 제품을 찍어내는 듯하여 꽤 흥미롭게 보일 법도 했다. 불행히도 니심 베르나르 씨의 관점은 달랐고, 그 닮음은 외견상에 불과했다. 2번 토마토는 열정적으로 여자들의 즐거움이 되기를 즐겼고, 1번 토마토는 몇몇 신사들의 취향에 기꺼이 응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1번 토마토와 함께 보낸 즐거운 시간의 기억에 반사적으로 휘둘릴 때마다 베르나르 씨가 「오 스리지에」에 나타나면, 근시였던(사실 그들을 혼동하는 데는 근시일 필요도 없었다) 이 늙은 이스라엘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암피트리온 연극을 하듯 쌍둥이 형제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하곤 했다. "오늘 저녁에 만날 약속을 해줄 수 있겠나?" 그는 즉시 거칠게 '한 대' 얻어맞았다. 심지어 같은 식사 자리에서 첫 번째 청년과 시작한 대화를 두 번째 청년과 이어가다가 다시 얻어맞는 일도 있었다. 결국 그는 생각의 연관성 때문에 식용 토마토조차 혐오하게 되었고, 그랑 호텔 옆자리에서 여행객이 토마토를 주문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에게 속삭이곤 했다. "실례합니다, 선생님. 모르고 말을 걸어 죄송합니다만, 토마토를 주문하시는 걸 들었습니다. 오늘 건 썩었습니다. 제게는 상관없는 일이고 평소 토마토를 먹지도 않으니 선생님을 생각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외국인은 이 박애주의적이고 사심 없는 이웃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종업원을 다시 불러 태도를 바꾸는 척했다. "아니, 역시 토마토는 안 되겠어." 이 광경을 아는 에메는 혼자 웃으며 생각했다. '베르나르 씨는 정말 능구렁이 같은 노인이야, 또다시 주문을 바꾸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냈군.' 베르나르 씨는 연착된 열차를 기다리며, 멍든 눈 때문에 알베르틴과 나에게 아는 체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와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없었다. 하지만 그때 전속력으로 우리를 향해 자전거 한 대가 돌진해 오지 않았더라면 대화는 거의 불가피했을 것이다. 자전거에서 내린 승강기 조작원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베르뒤랭 부인이 우리가 떠난 직후 전화를 걸어 모레 저녁 식사에 나를 초대했는데, 그 이유는 곧 밝혀질 것이다. 통화 내용을 상세히 전해준 후 승강기 조작원은 우리 곁을 떠났는데, 부르주아를 상대로 독립적인 척하면서도 자기들끼리는 권위주의를 고수하는 저 '민주적' 직원들이 으레 그렇듯, 늦으면 관리인이나 차고지 관리자가 불쾌해할 것이라며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상사들 때문에 이만 가봐야겠어요."
알베르틴의 친구들은 잠시 떠나 있었다. 나는 그녀의 기분을 달래주고 싶었다. 알베르틴이 발베크에서 오후 내내 나와 단둘이 보내는 것에서 행복을 느꼈을지라도, 나는 행복이라는 것은 결코 완전히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알베르틴은 아직 (어떤 이들은 평생 넘어서지 못하는) 행복의 불완전함이 행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느끼는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나이였기에, 자신의 실망감을 내 탓으로 돌릴지도 몰랐다. 나는 그녀가 실망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는 대신 내가 꾸며낸 상황 탓으로 돌리기를 바랐다. 그렇게 하면 우리가 단둘이 있기 어렵게 만드는 동시에 그녀가 나 없이 카지노나 방파제에 머무는 것도 막을 수 있을 터였다. 그래서 나는 그날 그녀에게 생루를 만나러 가는 동시에르에 함께 가자고 했다. 그녀를 바쁘게 만들려는 같은 목적으로, 나는 그녀에게 예전에 배웠던 그림을 다시 시작해보라고 권했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자신이 행복한지 불행한지 생각할 겨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녀를 때때로 베르뒤랭 부인이나 캉브르메르 부인네 저녁 식사에 데려가고 싶기도 했다. 그들 모두 내가 소개하는 친구라면 기꺼이 맞아주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퓌트뷔스 부인이 아직 라스펠리에에 와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했다. 현장에 가지 않고는 알기 어려운 일이었기에, 나는 알베르틴이 이틀 뒤 이모와 함께 근교로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그 기회를 틈타 베르뒤랭 부인에게 수요일에 방문해도 될지 전보를 보냈다. 만약 퓌트뷔스 부인이 와 있다면 그녀의 하녀를 만나 그녀가 발베크에 올 위험이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언제인지 확인하여 그날 알베르틴을 멀리 데려갈 생각이었다. 내가 할머니와 함께 탔을 때는 없던 순환 노선이 생긴 지방 철도는 이제 덩요, 파리에서 생루를 보러 올 때 탔던 급행열차를 포함한 주요 열차들이 출발하는 대형 역인 동시에르 라 구필을 통과하고 있었다. 그리고 궂은 날씨 때문에, 그랑 호텔의 버스는 알베르틴과 나를 발베크 해변의 작은 트램 정류장으로 데려다주었다.
작은 기차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기차가 길에 남겨두고 온 연기 깃털이 한가하고 느릿하게, 이제는 움직임이 거의 없는 구름이라는 본연의 상태로 돌아가 크리크토 절벽의 푸른 비탈을 천천히 기어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마침내 수직 방향을 잡기 위해 기차보다 먼저 지나갔던 작은 트램이 느릿느릿 제 모습을 드러냈다. 기차를 타려던 승객들은 자리를 비켜주기 위해 물러섰지만, 서두르지는 않았다. 그들은 기차가 아주 온순하고 거의 사람 같은 보행자를 상대하는 것임을, 초보자의 자전거처럼 역장의 관대한 신호에 인도받고 기관사의 든든한 보호를 받으며, 그 누구도 치일 위험 없이 원하기만 하면 어디서든 멈춰 설 준비가 된 존재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보낸 전보는 베르뒤랭 부부의 전화 내용을 설명해주었는데, 마침 그 수요일(이틀 뒤가 수요일이었다)이 파리에서와 마찬가지로 라스펠리에에서도 베르뒤랭 부인이 성대한 만찬을 여는 날이었기에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나는 그 사실을 몰랐었다. 베르뒤랭 부인은 '만찬'을 여는 것이 아니라 '수요일 모임'을 가졌다. 이 수요일 모임들은 그야말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 베르뒤랭 부인은 그 모임들이 어디에도 비할 데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사이사이마다 미묘한 차이를 두었다. "지난번 수요일은 그전만 못했어요."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다음번 모임은 내가 주최했던 것 중 가장 성공적인 모임 중 하나가 될 거라고 믿어요." 때때로 그녀는 솔직하게 인정하기도 했다. "이번 수요일은 다른 모임들에 비해 수준이 낮았어요. 하지만 다음 모임에는 아주 큰 놀라움을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하세요." 파리에서의 시즌 마지막 몇 주, 시골로 떠나기 전에 여주인은 수요일 모임의 끝을 알리곤 했다. 그것은 단골들을 자극할 기회였다. "이제 수요일 모임이 세 번밖에 안 남았어요, 아니, 두 번밖에 안 남았네요." 그녀는 마치 세상이 끝날 것처럼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다음 주 수요일 폐막 모임을 빼먹지는 않겠죠?" 하지만 그 폐막은 사실 형식에 불과했다. 그녀는 미리 귀띔해주었기 때문이다. "이제 공식적으로는 수요일 모임은 끝이에요. 올해의 마지막 모임이었죠. 하지만 수요일에는 어쨌든 그 자리에 있을 거예요. 우리끼리 소박하게 수요일을 즐겨보죠. 누가 알아요? 이런 아담하고 친밀한 수요일 모임이 어쩌면 가장 즐거운 시간이 될지." 라스펠리에에서의 수요일 모임은 필연적으로 인원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고, 길을 가다 친구를 만나면 그날저녁 초대하곤 했기에 거의 매일이 수요일이나 다름없었다. "초대받은 분들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카망베르 후작 부인께서 오시는 건 알아요." 승강기 조작원이 내게 말했었다. 캉브르메르 가문에 관해 우리가 설명했던 기억은, 그 어려운 이름 때문에 당황할 때면 익숙하고 의미가 분명한 옛 단어가 젊은 직원에게 도움을 주었기에 완전히 사라지지 못했다. 그 단어는 게으름이나 뿌리 깊은 옛 습관 때문이 아니라 논리와 명확함에 대한 그의 욕구를 충족시켰기 때문에 즉시 선호되었고 다시 채택되었다.
우리는 가는 길 내내 알베르틴과 입을 맞출 수 있도록 빈 객차를 찾으려 서둘렀다. 빈자리를 찾지 못한 우리는 이미 거대하고 추하며 늙은 얼굴을 한, 남성적인 인상에 잔뜩 멋을 부린 한 부인이 『레뷔 데 되 몽드』를 읽고 있는 객실에 올라탔다. 천박함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취향은 젠체하는 구석이 있었는데, 나는 그녀가 어떤 사회 계층에 속할지 궁금해하며 즐거워했다. 나는 즉시 그녀가 대규모 사창가의 여주인, 즉 여행 중인 포주임이 분명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녀의 얼굴과 행동이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다만 지금까지 그네들이 『레뷔 데 되 몽드』를 읽는다는 사실을 몰랐을 뿐이었다. 알베르틴은 내게 눈짓하며 미소 짓는 것을 잊지 않고 그 부인을 가리켰다. 그 부인은 매우 위엄 있어 보였다. 하지만 나는 내일 작은 철도 노선의 종착역에 있는 유명한 베르뒤랭 부인 댁에 초대받았고, 중간 정거장에서는 로베르 드 생루가 나를 기다리고 있으며, 조금 더 가면 페테른에 머물기로 하여 캉브르메르 부인을 기쁘게 해줄 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세련된 옷차림과 모자의 깃털, 『레뷔 데 되 몽드』 덕분에 자신이 나보다 훨씬 대단한 인물이라고 믿는 듯한 이 중요한 부인을 바라보는 내 눈에는 냉소가 번뜩였다. 나는 그 부인이 니심 베르나르 씨보다는 오래 머물지 않고 적어도 투탱빌에서 내리기를 바랐지만, 그렇지 않았다. 열차가 에브르빌에 섰을 때도 그녀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몽마르탱쉬르메르, 파르빌라뱅가르, 앵카르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절망한 나는 열차가 동시에르 전 마지막 역인 생프리슈를 떠나자, 그 부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알베르틴을 끌어안기 시작했다. 동시에르에 도착하자 생루가 역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이모 댁에 머무느라 내 전보를 방금 막 받았기에 미리 시간을 조절할 수 없어 한 시간밖에 내주지 못한다며, 그마저도 오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아, 그 한 시간은 내게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객차에서 내리자마자 알베르틴은 오직 생루에게만 관심을 쏟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나와 대화하지 않았고, 내가 말을 걸어도 거의 대꾸조차 하지 않았으며, 내가 다가가자 나를 밀쳐내기까지 했다. 그 대신 로베르와 함께 있을 때면 그녀는 유혹적인 웃음을 터뜨렸고, 청산유수로 말을 건네고, 그가 데려온 개와 장난을 치면서도 개를 놀리는 척하며 일부러 주인의 몸을 스치곤 했다. 알베르틴이 처음으로 내게 입맞춤을 허락했던 그날, 그녀 안에 그토록 깊은 변화를 이끌어내어 내 과업을 그토록 단순하게 만들어준 이름 모를 유혹자에게 내가 감사한 미소를 지었던 사실이 떠올랐다. 나는 이제 그를 끔찍한 마음으로 생각했다. 로베르는 알베르틴이 내게 무관심하지 않다는 것을 눈치챘음이 분명했다. 그는 그녀의 유혹에 대꾸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그녀는 나에 대해 기분이 상했다. 그러고는 그가 마치 나 혼자 있는 것처럼 말을 걸어왔는데, 그녀가 그것을 눈치채자 나에 대한 그녀의 평가는 다시 올라갔다. 로베르는 내가 동시에르에 머물 때 매일 저녁 그와 함께 식사했던 친구들 중 여전히 그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찾아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그 자신도 그가 혐오하던 짜증스러운 허세의 종류를 내비치며 이렇게 말했다. "그들을 다시 만날 생각도 없으면서 왜 그렇게 끈기 있게 그들에게 매력을 발산하려고 애썼던 거야?" 나는 그의 제안을 거절했는데, 알베르틴 곁에서 멀어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들에게서 마음이 떠났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들, 즉 나 자신에게서 말이다. 우리는 우리가 지금과 똑같은 모습으로 존재할 다른 삶이 있기를 열망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다른 삶을 기다릴 것도 없이, 이 삶 속에서도 몇 년만 지나면 우리가 한때 원했던 영원히 머물고 싶었던 모습에 불충실해진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는다. 죽음이 삶을 살아가는 동안 일어나는 그 변화들보다 우리를 더 크게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더라도, 만약 우리가 그 다른 삶에서 우리가 한때였던 그 '나'를 만난다면, 우리는 오래전 인연을 맺었지만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들―예를 들어 매일 저녁 '황금 꿩'에서 다시 만나는 것이 그토록 즐거웠으나 이제는 내게 성가시고 불편한 존재가 되어버린 생루의 친구들처럼―을 대하듯 우리 자신으로부터 고개를 돌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곳에서 내가 좋아했던 것을 다시 찾으러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동시에르를 산책하는 것은 낙원에 이르는 길을 예견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다. 우리는 낙원을, 혹은 더 정확히 말해 수많은 연속적인 낙원을 꿈꾸지만, 그 모든 것은 죽기 훨씬 전부터 이미 잃어버린 낙원이며, 우리는 그곳에서 길을 잃은 기분을 느낄 것이다.
그는 우리를 역에 남겨두고 떠났다. "하지만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거의 한 시간은 될 거야." 그가 내게 말했다. "여기서 기다리면 곧 파리로 가는 기차를 탈 우리 삼촌 샤를뤼스 남작을 볼 수 있을 거야. 네 기차보다 십 분 먼저 출발하지. 나는 삼촌 기차 시간 전에 돌아가야 해서 이미 작별 인사를 나눴어. 네 전보를 아직 받지 못해서 삼촌께 네 얘기를 할 수 없었지." 생루가 떠난 후 내가 알베르틴을 비난하자, 그녀는 그가 기차가 멈췄을 때 내가 그녀에게 기대어 팔로 허리를 감싸고 있는 모습을 보았을지도 모르기에, 그런 생각을 혹시나 지우고자 내게 차갑게 대했던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정말로 그 자세를 눈여겨보았다(나는 그를 보지 못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알베르틴 옆에 좀 더 올바르게 앉았을 것이다). 그리고는 내 귀에 대고 이렇게 말할 틈이 있었다. "네가 말했던, 스테르마리아 양이 품행이 좋지 않다며 어울리려 하지 않던 그 건방진 아가씨들이 바로 이 사람들이야?" 사실 내가 파리에서 동시에르로 그를 보러 가서 발베크에 대해 다시 얘기할 때, 알베르틴에게는 아무것도 기대할 게 없으며 그녀야말로 정숙함 그 자체라고 로베르에게 아주 진심으로 말한 적이 있었다. 이제 그것이 거짓임을 나 자신이 오래전부터 알게 되었음에도, 나는 로베르가 여전히 그것을 진실이라 믿기를 더더욱 바랐다. 그에게 내가 알베르틴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친구가 겪게 될 고통을 자기 일처럼 느끼고, 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즐거움을 포기할 줄 아는 부류의 사람이었다. "그래, 그녀는 아주 아이 같아. 하지만 그녀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 내가 걱정스럽게 덧붙였다. "아무것도 몰라. 그저 너희가 마치 연인처럼 앉아 있는 걸 봤을 뿐이지."
"당신의 태도는 아무것도 지워주지 못했어요." 생루가 떠난 후 나는 알베르틴에게 말했다. "맞아요, 제가 서툴렀어요. 당신을 마음 아프게 했고, 저도 당신보다 훨씬 더 불행해요. 앞으론 절대로 그러지 않을 거라는 걸 당신도 알게 될 거예요. 용서해주세요." 그녀가 슬픈 표정으로 내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바로 그 순간, 우리가 앉아 있던 대기실 안쪽에서 짐을 든 직원을 멀찍이 뒤에 두고 천천히 지나가는 샤를뤼스 남작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