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말씀하시며 소매로 얼굴을 가리시는 모습을 보고는 대장도 연신 눈물이 흘러 눈앞이 흐려졌는데, 억지로 눈을 뜨고 유해를 바라보았으나 오히려 슬픔만 더해갈 뿐이라 정신을 잃지나 않을까 유기리는 스스로 걱정했다. 옆으로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머리카락은 풍성하고 맑았으며, 조금의 엉킴도 없이 윤기가 흘러 아름다웠다. 밝은 등불 아래 얼굴색은 희고 빛나는 듯하여, 살아 있는 미인이 남에게 보이지 않으려 끊임없이 마음을 쓰던 모습보다도, 자신을 걱정할 것도 남을 의심할 것도 없이 순수한 모습으로 잠든 미녀의 매력이 더 컸다. 조금의 결점이 있었더라도 유기리의 마음은 황홀했겠지만, 볼수록 고인의 미모가 완벽함을 인식할 뿐이었기에, 이 자신을 떠나버릴 것만 같은 심정이 유해에 그대로 머물러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기묘한 생각마저 유기리는 했다.
오랫동안 모셔온 여관들 중에 제정신을 차리고 있는 자가 없는 상태였기에, 원께서는 몹시 슬픈 마음을 억지로 가라앉히고 시신 수습 등을 직접 돌보셨다. 예전에도 애인이나 아내의 죽음을 겪은 경험은 있으셨으나, 아직 이런 일까지 손수 보살피신 적은 없었기에, 스스로에게는 공전절후의 슬픔으로 여기고 계셨다. 무라사키 뇨오의 시신은 그날 중으로 입관되었다. 아무리 사랑한다 한들 시신은 시신으로서 장송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인생의 슬픈 법칙이었다.
아득히 넓은 들판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조문객이 모인 엄숙한 장례식이었으나, 배웅받은 이는 덧없는 연기가 되어 곧바로 피어올라 버렸다. 당연한 일이나 사람들은 이를 슬퍼했다. 마치 허공을 걷는 듯한 기분으로 다른 이에게 기대어 발걸음을 옮기시는 원을 보고는, 그 고귀하신 신분이라 하찮은 신분의 사람조차 동정하여 울지 않는 이가 없었다. 시신을 모시고 온 여관들은 더욱더 꿈속을 헤매는 듯한 기분이었고, 수레에서 떨어질 듯 위태로운 모습을 하인들은 어찌할 줄 몰라 했다. 예전 대장의 어머니인 아오이 부인의 장례식 새벽을 원께서는 떠올리셨는데, 그때는 그래도 달의 형태가 또렷하게 보였던 기억이 있었다. 지금은 마음도 눈도 어둠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신 원이셨다. 뇨오는 14일에 훙거하셨으니, 이는 15일 새벽의 일이다.
화려한 해가 떠올라 들판 가득히 맺힌 이슬이 구석구석 반짝이는 곳을 지나시며, 원께서는 이때 더욱 인생이라는 것을 덧없고 슬프게 여기시어, 남은 자신의 목숨이라 해도 이제 오래 지탱할 수 없을 것이기에, 이런 괴로움을 겪을 때면 예전부터 바라던 출가라도 이루고 싶다고 간절히 생각하셨으나, 마음 약한 모습을 역사에 남길까 염려되어 당분간은 이대로 참는 수밖에 없다고 결심하시면서도, 여전히 가슴속 슬픔은 치밀어 올랐다.
유기리 또한 무라사키 부인의 기중 동안 니조인에 머물기로 하고, 잠시라도 외출하는 일 없이 밤낮으로 원의 곁을 지키며, 차마 보기 힘든 슬픔에 잠기신 모습을 당연한 일이라 여기며 동정하면서, 이런저런 위로의 말을 다하였다.
바람이 노와키처럼 부는 저녁에, 대장은 옛일을 떠올리며 그저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었던 사람이었는데 하며 지나간 가을 저녁이 그리워짐과 동시에, 또한 미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꿈만 같았던 일을 남몰래 떠올리니 몹시 슬퍼져서, 남의 눈에 의심받지 않으려는 방편으로 아미타불, 아미타불을 읊으며 염주 알을 굴렸다. 눈물 방울도 섞어가면서 말이다.
옛秋의 저녁이 그리워지는데, 이제는 끝이라 보였던 새벽녘의 꿈이여.
이 꿈의 취한 기분은 영원한 슬픔의 앙금을 대장의 가슴에 남긴 듯하다. 훌륭한 승려들을 모아 기중 염불을 시키는 것은 보통이나, 그 외에도 법화경을 원께서 읽게 하시는 것 또한 양면의 비애를 부르는 소리처럼 들렸다.
자나 깨나 눈물 마를 새 없이 눈은 언제나 안개에 덮인 듯한 기분으로 원께서는 하루하루를 보내셨다. 일생을 회고해 보시니, 거울에 비치는 용모를 비롯하여 축복받은 인물로 세상에 등장한 것은 확실하나, 어린 시절부터 이미 인생의 무상을 깨닫게 하는 일들이 잇달아 주위에 일어나, 이로써 불도에 들라며 부처가 재촉하는 것을 억지로 모르는 척하며 세상에서 이탈하지 못했기 때문에, 과거에도 미래에도 이런 일이 있으리라 생각지 못할 큰 슬픔을 체험하게 되었다. 이토록 슬픔을 가라앉히기 어려운 마음을 가진 동안은 불도에 드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라 스스로 염려하시는 원께서는, 이 심경을 조금이라도 풀어보고자 아미타불을 염송하셨다.
기중의 원을 문안하는 이들은 궁중을 비롯하여 모두 형식적이지 않게 거듭 사자를 보내오고 있었다. 불도에서 말하자면 모든 것은 원의 염두에서 지워져야 마땅하겠으나, 슬픔에 넋이 나간 듯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는 않았고, 이 생애의 끝에 아내를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해 입도했다는 이름이 남는 것만은 꺼리셨기에, 보이지 않는 구속을 받아 자유롭게 출가하지 못하시는 것 또한 요즘의 슬픔에 더해진 하나의 슬픔이 되었다.
다이조다이진은 남의 불행을 방관하지 못하는 성품이었기에, 무라사키 부인과 같은 불세출의 미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을 애석하게 여겨, 원께 동정하며 거듭 위로의 편지를 보내왔다. 예전 대장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가을 이맘때였음을 떠올리며 대신은 당시의 슬픔 또한 마음속에 솟구쳐 올랐으나, 그때 여동생의 죽음을 슬퍼했던 이들도 이미 다수 고인이 되었으니, 먼저 떠나는 것이나 뒤에 남겨지는 것이나 별다를 것 없는 시간의 흐름이 아니겠는가 하고 생각하며, 만사가 처연하게 느껴지는 저녁에 정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들인 구로도 쇼쇼를 사자로 삼아 로쿠조인으로 편지를 보냈다. 인생의 슬픔을 이런저런 말로 읊어, 오랜 친구를 위로하는 긴 글이 적힌 끝자락에,
옛 가을의 저녁조차 지금처럼 느껴지니, 젖어버린 소매에 이슬이 더욱 맺히는구려.
라는 노래도 있었다. 마침 원께서도 과거가 된 여러 일들을 떠올리고 계시던 때라, 대신이 말한 예전의 가을도, 일찍 사별한 아내의 일도 모두 한 가지 그리움이 되어 흐르는 눈물 속에서 답장을 쓰시는 것이었다.
이슬 젖음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으니, 대체로 가을의 세상이란 괴로운 것이구려.
슬픈 일만 적어 보내면 너무 나약하다고 비난할 것임을 잘 알고 계신 원께서는 스스로 주의하시어, 대신으로부터 거듭 정성 어린 위로를 받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기쁨을 표하는 말 등도 잊지 않고 덧붙이셨다.
옅은 먹색 옷을 입으니 아오이 부인이 죽었을 때 입었던 그 상복보다도 이번에는 조금 더 진한 색을 입어 슬픔을 나타내었다.
아무리 큰 행운을 누리더라도 이유 없는 세상의 질투를 받기도 하고, 또 스스로 교만한 마음이 생겨 그로 인해 남을 괴롭히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라사키 뇨오라는 분은 신기할 정도로 인기가 있어 매사에 우러름을 받고 칭송받는, 유일하게 흠 없는 구슬 같은 존재이자 선량한 귀부인이었기에, 별다른 관계가 없는 일반 사람들조차 이번 가을에는 벌레 소리에도, 바람 소리에도 얻기 힘든 이 세상의 보물을 잃은 슬픔에 이끌려 눈물 흘리지 않는 이가 없었다. 하물며 어렴풋하게나마 뇨오를 본 적이 있는 이들에게 뇨오를 잃은 슬픔은 도저히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뇨오를 가까이서 모시던 여관들 중에는, 설령 잠시라도 부인보다 뒤처져 살아남은 목숨을 원망하며 비구니가 되는 이도 있었다. 비구니가 되고도 만족하지 못해 아예 세상과 동떨어진 시골로 거처를 옮기려는 이도 있었다.
레이제이인 황후의 궁도 동정 어린 편지를 끊임없이 보내왔다. 고인을 그리워하는 글을 적은 편지 끝에,
"시들게 한 들판을 괴롭다 여겼음인가, 죽은 이의 가을에 마음을 두지 않았었네."
비로소 알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라고 적힌 것을, 원께서는 슬픔 속에서도 거듭 읽어보시며 오랫동안 바라보고 계셨다. 취미가 세련된 분이라, 생각하는 바를 글로 주고받을 수 있는 분은 아직 이분밖에 없다고 생각하시며, 원께서는 조금이나마 근심이 잊히는 듯한 느낌을 받으셨으나 계속 흐르는 눈물 때문에 붓을 들기가 어려웠다.
구름 위로 올라갔을지라도 되돌아보아 주오, 덧없는 세상이라 이리도 질리지 않는 나를.
답장을 다 쓰신 뒤에도 여전히 원께서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응시하고 계셨다.
마음을 굳게 먹지 못하고 슬픔에 넋이 나간 면이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시는 원께서는 예전 부인의 거처에만 머무셨다. 불상을 모신 앞에 소수의 여관만 시중들게 하고, 느긋하게 불공을 드리는 원이셨다. 천 년이라도 함께하고 싶었던 최애의 부인마저 죽음에게 빼앗겨야 했던 것이 가련하기 짝이 없다. 이제 이 세상에는 그 어떤 집착도 남지 않았음을 자각하시고, 은둔자가 될 준비만 하고 계시는 원이셨으나, 남의 시선 때문에 여전히 주저하고 계시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부인의 법사조차 순서대로 사람들에게 명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슬픔에 지친 원을 대신하여 대장이 모든 것을 지시하고 있었다. 자신의 목숨도 오늘이 끝일까 생각하는 날이 많았으나, 결국 사십구재가 끝나는 날까지 보게 된 것인가 하고 원께서는 꿈결처럼 생각하셨다. 중궁 또한 무라사키 부인을 잊을 틈 없이 그리워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