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지모노가타리 · 무라사키 여왕은 내친왕인 남편의 또 다른 아내에게 찾아가게 된 자신의 처지를 가련하게 여겼다. 20년간 동거한 자신보다 신분이 높은 부인은 로쿠조인에 있어서는 안 될 존재였으나, 소녀 시절부터 길러졌기에 자신은 가볍게 여겨도 되는 존재로 취급받고, 남편은 고귀한 새 신부를 맞이한 것이라 생각하니 쓸쓸했다. 글씨 연습을 할 때도 버림받은 여인의 노래나 규원가가 자주 붓에 오르는 것을 보며, 자신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던가 하고 스스로 놀라는 여왕이었다. 인께서는 자실로 돌아가셨다. 그곳에서 온나산노미야와 기리쓰보노가타 등을 보며 각기 다른 미모에 눈을 즐겁게 하신 뒤였으므로, 늘 보아온 부인의 미모에서 받는 자극은 약할 터였고, 그에 비해 특별히 눈에 띄는 느낌을 받기도 어려우리라 생각되었으나, 역시 첫 번째가는 고운 미인은 이 사람이라고 인께서는 이때 감탄하셨다. 고귀함과 귀족다운 풍모가 충분히 갖춰진 데다 화사하고 밝은 애교가 있어 요염한 자태가 절정에 달한 듯 보였다. 작년보다 올해가 더 아름답고 어제보다 오늘이 더욱 새롭게 느껴져, 싫증을 내거나 질리는 법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어찌 이토록 결점 없이 태어난 사람일까 하고 인께서는 생각하셨다. 부인이 글씨 연습한 종이를 벼루 아래에 숨긴 것을 인께서 발견하시고 꺼내어 읽으셨다. 글씨는 전문가처럼 능숙한 것이 아니라 귀족다운 아름다움을 많이 담고 있었다. | TRANSREA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