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오
겐지가 로쿠조에 연인을 두고 있을 무렵, 궁에서 거기로 가는 도중에 병이 깊어져 비구니가 된 다이니의 유모를 찾아가려 고조 근처의 그 집으로 왔다. 차를 탄 채 들어갈 수 있는 대문이 닫혀 있어서, 하인을 시켜 부른 유모의 아들 고레미쓰가 올 때까지 겐지는 볼품없는 그 주변 마을을 차 안에서 내다보고 있었다. 고레미쓰의 집 옆에 새 히가키 울타리를 두르고, 건물 앞쪽은 아게코시를 네다섯 간이나 활짝 올린 고창식으로 되어 있는 집이 있었는데, 새로 하얀 발을 드리우고 그 사이로 젊고 예뻐 보이는 이마를 나란히 한 여인 몇 명이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높은 창에 얼굴이 닿아 있는 그 사람들은 무척이나 키가 큰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어떤 신분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일까. 기묘한 집이라고 겐지는 생각했다. 오늘은 차도 수수한 것으로 골라 눈에 띄지 않게 준비했고, 앞길을 터주는 사람들에게도 호령을 삼가게 했으므로 겐지는 자신이 누구인지 마을 사람들도 눈치채지 못하리라 여겨 편안한 마음으로 그 집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 했다. 시토미풍의 문도 올려져 있어 문 아래로 집 안이 훤히 보일 정도로 간소한 구조였다. 가엾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잠시 머무는 세상의 모습이라 궁궐이나 오두막이나 마찬가지라는 노래가 떠올라, 우리의 거처도 한가지라 여겨졌다. 처마 끝을 가리는 듯한 물건에 푸른 덩굴풀이 기세 좋게 뻗어 있었고, 그 하얀 꽃들만이 그곳에서 보는 무엇보다도 기쁜 듯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저기에 하얗게 피어 있는 것은 무슨 꽃일까 하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자니, 중장인 겐지를 수행하던 고노에의 수행원이 차 앞에 무릎을 굽히고 말했다.
"저 하얀 꽃을 유가오라고 합니다. 사람 이름 같은 이름이라, 이런 비천한 집 울타리에 피는 꽃이옵니다."
그 말대로 빈티 나는 작은 집들이 줄지어 있는 이 거리 이곳저곳에, 어떤 것은 쓰러질 듯한 집 처마 밑에도 이 꽃이 피어 있었다.
"가엾은 운명의 꽃이구나. 한 가지 꺾어오너라."
겐지가 이렇게 말하자 수행원은 시토미풍의 문이 있는 안으로 들어가 꽃을 꺾었다. 꽤 멋스럽게 지어진 옆문 입구에 노란 스즈시 하카마를 길게 끌며 입은 사랑스러운 소녀가 나와 수행원을 부르더니, 흰 부채에 향이 배도록 훈향을 입힌 것을 건네주었다.
"여기에 올려서 가져가세요. 손으로 들고 가기에는 볼품없는 꽃이니까요."
수행원은 유가오 꽃을 마침 이때 문을 열고 나오던 고레미쓰의 손을 거쳐 겐지에게 전해 올렸다.
"열쇠 둔 곳을 몰라서 대단히 실례를 범했습니다. 좋은지 나쁜지도 분간 못 하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이기는 하나, 볼품없는 길거리에서 기다리게 해 드려서…."
라고 고레미쓰는 황송해했다. 수레를 들여놓게 하고 겐지의 유모 집으로 내려갔다. 고레미쓰의 형인 아자리, 유모의 사위인 미카와노카미, 딸 등이 모두 요즘은 이곳에 와 있었고, 이렇게 겐지가 직접 문병을 와준 것을 지극히 고맙게 여겼다. 비구니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 있었다.
"저는 이제 죽어도 괜찮을 사람이 되었으나, 이 세상에 조금 미련을 두었던 것은 이렇게 나리님을 뵙는 일이 저세상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비구니가 된 공덕으로 병세가 가벼워져서 이렇게 나리님을 뵙게 되었으니, 이제는 아미다 부처님의 영접도 기쁘게 기다릴 수 있겠나이다."
하고 말하며 힘없이 울었다.
"오랫동안 낫지 않는 병을 걱정하는 사이에 이렇게 비구니가 되어버리다니 안타깝소. 오래오래 살아서 내가 출세하는 모습을 지켜봐 주시오. 그 뒤에 죽더라도 구품연대의 가장 높은 곳에 태어날 수 있을 것이오.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미련을 남겨두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하니."
겐지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결점이 있는 사람이라도 유모라는 관계로 그를 사랑하는 이에게는 그 사람이 더없이 훌륭하고 완전해 보이는 법인데, 하물며 모시는 분이 세상 누구보다 뛰어난 히카루 겐지이니, 그녀는 자신까지도 평범한 사람이 아닌 듯한 긍지를 느끼고 있었기에 겐지의 말을 듣고 그저 기쁨의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아들과 딸은 어머니의 태도가 못마땅하고 안타까워, 비구니가 되고서도 이 세상에 미련을 보이는 꼴이라거나 세속의 인연이 있던 분께 애처롭게 우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하며 팔꿈치를 찌르거나 눈짓을 주고받으며 남매끼리 마음을 나눴다. 겐지는 유모를 가엾게 여겼다.
"어머니와 할머니를 일찍 여읜 나를 위해 돌봐주는 관리는 많아도, 내가 가장 친근하게 생각했던 사람은 바로 당신이었소. 어른이 되고 나서는 어린 시절처럼 항상 곁에 있을 수도 없고, 생각이 날 때 곧바로 찾아오는 일도 쉽지 않지만, 지금도 당신을 오래 못 뵙고 있으면 마음이 불안해질 정도이니 죽음이라는 것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옛사람의 말에 나 또한 공감하게 되오."
애틋하게 이야기하며 소매로 눈물을 닦는 아름다운 겐지를 보니, 이분의 유모가 될 수 있었던 어머니야말로 전생에 좋은 인연을 맺은 사람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어, 아까부터 비난 어린 눈초리를 보내던 형제들도 어머니에게 숙연한 동정심을 갖게 되었다. 겐지가 뒷일을 맡기고 더 정성껏 기도를 올리도록 명한 뒤 돌아가려 할 때, 고레미쓰에게 촛불을 켜게 하여 아까 유가오 꽃이 얹혀 있던 부채를 보았다. 손때가 잘 묻어 있고 좋은 향이 배어 있는 그 부채에는 아름다운 필체로 시가 적혀 있었다.
"짐작건대 그 꽃이련가, 흰 이슬에 빛을 더한 유가오 꽃이여."
흩어 쓴 글씨체가 우아해 보였다. 조금 뜻밖이라 여긴 겐지는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여인에게 호감을 느꼈다. 고레미쓰에게,
"이 옆집에는 누가 사는지, 들어본 적 있느냐?"
라고 말하자, 고레미쓰는 주인의 평소 호색 버릇이 또 도졌다고 생각했다.
"요 닷새나 엿새 동안 어머니 댁에 머물며 병간호를 하고 있어서, 옆집 사정은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고레미쓰가 냉담하게 대답하자 겐지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달갑지가 않군. 하지만 이 부채가 내 흥미를 끄는구나. 이 근방 사정에 밝은 사람을 불러서 알아보도록 해라."
라고 말했다. 안으로 들어가 옆집 번인과 만나고 온 고레미쓰는,
"지방 관청의 '스케'라는 이름만 올리고 있는 사람의 집이었습니다. 주인은 시골에 내려가 있고, 젊고 풍류를 좋아하는 부인이 있는데 그 부인의 자매인 시녀들이 자주 드나든다고 하더군요. 자세한 내막은 하인이라 잘 모르는 모양입니다."
라고 보고했다. 그렇다면 그 시중을 드는 여자들이겠거니 하고 겐지는 짐작했다. 신이 나서 물정 밝은 솜씨로 희롱을 걸어왔구나 싶어, 비록 신분은 낮을지언정 자신을 히카루 겐지로 알아보고 시를 보내온 마당에 무어라도 대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인에게는 마음이 약해지기 쉬운 성격 탓이었다. 회지에 평소와는 다른 필체로 글을 적었다.
가까이 다가가야 그 꽃인지 알 수 있겠지, 황혼녘에 희미하게 보았던 유가오 꽃이여.
꽃을 꺾으러 갔던 수행원 편에 보내주었다. 유가오 꽃을 둔 집 사람들은 겐지를 몰랐지만, 옆집 주인 격인 귀인이 겐지임을 짐작하고 보낸 시에 답장이 없어 민망해하던 차에 일부러 심부름꾼을 통해 답가를 보내왔기에, 또 이에 대해 무어라 답을 해야 할지 다들 옥신각신했으리라. 하지만 분수도 모르는 처신이라며 반감을 품었던 수행원은 건네줄 것만 건네주고는 바로 돌아왔다.
길을 트는 자가 말 위에서 든 횃불이 희미하게 비칠 뿐, 겐지의 차는 지나갔다. 고창은 이미 덧문이 내려져 있었다. 그 틈새로 반딧불이보다 더 가느다란 등불 빛이 새어 나왔다.
겐지의 연인인 로쿠조 귀녀의 저택은 컸다. 넓고 아름다운 정원이 있고 집 안은 기품 있게 잘 꾸며져 있었다. 아직 온전히 겐지의 사람이라 생각지 않는, 마음을 열지 않는 귀녀를 대하는 데 마음을 빼앗겨 겐지는 이제 유가오 꽃을 떠올릴 여유조차 없었다. 이른 새벽 돌아가는 길이 조금 늦어져 해가 솟아오를 무렵 길을 나서는 겐지의 모습에는 세상이 떠들썩할 만큼의 아름다움이 충분히 깃들어 있었다.
오늘 아침에도 고조의 시토미풍 문 앞을 지났다. 예전부터 다니던 길이었으나 그 사소한 일에 흥미를 느낀 뒤로는 오갈 때마다 그 집이 겐지의 눈에 들어왔다. 며칠 뒤 고레미쓰가 나왔다.
"병자가 여전히 몹시 쇠약한 상태라 도저히 손을 뗄 수가 없어서 실례를 범했습니다."
이런 인사를 건넨 뒤 고레미쓰 아손은 겐지의 군 곁으로 조금 무릎을 내밀며 말했다.
"말씀하신 뒤로 옆집 사정에 훤한 자를 불러 알아봤는데 입을 굳게 닫고 잘 말하지 않더군요. 올 오월경부터 몰래 와서 동거하는 사람이 있는 듯한데, 누구인지 집 안 사람들에게도 알리지 않으려 한다고 합니다. 가끔 저희 집과의 울타리 사이로 엿보곤 하는데, 과연 그 집에는 젊은 여인들이 있는 듯한 그림자가 발 너머로 보입니다. 주인이 없으면 입지 않는 모를 구실 삼아 여자들이 입고 있는 것을 보니, 주인인 여자가 한 명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어제 저녁 해가 집 안까지 깊숙이 들이비쳤을 때, 앉아서 편지를 쓰고 있는 여자의 얼굴이 무척 예뻤습니다. 고민이 있는 듯하더군요. 시녀들 중에는 울고 있는 사람도 확실히 있었습니다."
겐지는 미소 짓고 있었으나 더 자세히 알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스스로 삼가야 할 신분은 신분이라 하더라도 이토록 젊고 아름다운 분이 연애에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면 제3자가 보기에도 아쉬운 일이다. 연애할 자격조차 없다고 여겨지는 우리들조차 여자 일이라면 호기심이 동하거늘, 하고 고레미쓰는 주인을 바라보았다.
"그런 이유로 옆집 내막을 전혀 모를 리는 없겠다 싶어, 기회를 틈타 옆집 여자에게 편지를 보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금세 글씨가 능숙한 답장이 왔는데, 꽤나 괜찮은 젊은 시녀도 있는 모양입니다."
"자네는 계속해서 연애 편지를 보내보게. 그것이 좋겠어. 그 사람의 정체를 모르면 왠지 안심이 되질 않거든."
겐지가 말했다. 신분 낮은 계층이라 남들이 깎아내릴 만한 곳이라 해도, 그런 곳에서 의외로 운치 있는 여인을 찾아낼 수 있다면 분명 기쁠 것이라고 겐지는 생각하고 있었다.
겐지는 우쓰세미의 극단적인 냉담함을 이 세상 여인의 마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고 여겼다. 그녀가 만약 말하는 대로 따르는 여인이었다면, 안타까운 과오를 저지르게 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과거 속에 묻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강경한 태도를 계속 취하기에, 지고 싶지 않다는 반항심이 솟구치는 것이라 생각하며 그 사람을 잊을 때가 거의 없었다. 지금까지 우쓰세미와 같은 계급의 여인이 겐지의 마음을 사로잡은 적은 없었으나, 비 오는 밤의 품평을 들은 이후로 호기심은 모든 것에 향했다. 아무런 의심 없이 하룻밤의 인연을 생각하는 또 다른 여인을 가엾게 여기지 않는 것은 아니나, 냉정한 우쓰세미에게 그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더는 가망이 없음을 깨닫는 날까지만이라도 생각하며 그대로 두었던 것인데, 그곳에 이요노스케가 상경해 왔다. 그리고 가장 먼저 겐지의 처소로 시중을 들러 왔다. 긴 여행을 거친 탓에 피부가 검게 그을리고 수척해진 이요의 장관은 체면 같은 것은 차릴 여력도 없었다. 그러나 집안도 훌륭했고, 얼굴 생김새 등에는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단정한 구석이 있어, 어딘가 품위가 있는 지방관으로는 보였다. 부임지의 이야기 등을 꺼내기에 유노 고오리의 온천 이야기도 듣고 싶었으나, 왠지 모르게 이 사람을 보면 민망해져서 겐지의 마음속에는 숱한 죄의 추억이 떠올랐다. 진지하고 고지식한 사내를 대하면서 떳떳하지 못한 어두운 마음을 품는다는 것은 당치도 않은 일이다. 유부녀를 연모하여 삼각관계를 만드는 남자의 어리석음을 사마노카미가 말한 것이 진리라고 생각하니, 겐지는 자기에게 냉담한 우쓰세미는 원망스러우나 이 남편을 위해서는 존경할 만한 태도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요노스케가 딸을 시집보내고 이번에는 아내를 동반해서 간다는 소문은 두 가지 모두 겐지가 무관심하게 들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연인이 먼 나라로 끌려간다는 말을 듣고서는 재회를 느긋하게 기다릴 수 없게 되어, 단 한 번이라도 더 만날 수 없을까 하고 고기미를 자기편으로 삼아 우쓰세미에게 접근할 계책을 세웠으나, 그런 기회를 만드는 것은 상대 여인도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을 때조차 어려운 일인데, 우쓰세미 쪽에서는 겐지와 연애를 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나칠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 이상 죄를 겹치려 하지 않아 도무지 겐지의 생각대로는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쓰세미는 자신이 겐지에게 완전히 잊히는 것 또한 매우 슬픈 일이라 생각하여 가끔 편지 답장 등에 상냥한 마음을 내비쳤다. 아무렇지도 않게 쓴 간단한 글자 속에 가련한 마음이 섞여 있거나 예술적인 문장을 쓰기도 하여 겐지의 마음을 끄는 구석이 있었기에, 냉담하고 원망스러운 사람이면서도 잊을 수 없는 여인이 되어 있었다. 또 한 명의 여인은 다른 사람과 결혼을 했어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여인이라 생각했기에 여러 소문을 들어도 겐지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가을이 되었다. 요즘의 겐지는 한 단계 발전한 첫사랑의 그 뒤를 잇는 고뇌 속에 있어 자연스레 사다이진 가문으로 발걸음하는 일도 뜸해져 원망을 듣고 있었다. 로쿠조 귀녀와의 관계 또한 그 사랑을 얻기 이전만큼의 열정을 다시 가질 수 없는 고민이 있었다. 자신의 태도로 여인의 명예가 상처 입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꿈결에라도 그토록 그리웠던 마음과 지금의 마음은 다소 거리가 있었다. 로쿠조 귀녀는 지나치게 깊이 생각하는 성격이었다. 겐지보다 여덟 살 위인 스물다섯이었기에, 어울리지 않는 상대와 사랑에 빠져 곧바로 또 사랑받지 못하는 고민에 잠기는 운명인가 싶어 밤을 지새우는 날에는 번민하는 일이 많았다.
안개가 자욱하게 내린 아침, 돌아가라는 재촉을 받고 졸린 듯한 기색으로 한숨을 내쉬며 겐지가 나가는 것을, 귀녀의 시녀인 주조가 격자를 한 칸만 올리고 여주인이 배웅할 수 있도록 기초를 옆으로 당겨 치워버렸다. 그래서 귀녀는 고개를 들어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여러 가지로 피어난 화단의 꽃에 마음이 끌리는 듯 멈춰 서듯 겐지는 걸어간다. 무척 아름답다. 복도 쪽으로 향하는데 주조가 시중을 들며 따라갔다. 이 계절에 어울리는 연보랏빛 얇은 비단 치마를 정갈하게 묶은 주조의 허리매무새가 요염했다. 겐지는 뒤를 돌아보며 모퉁이 난간 쪽으로 잠시 주조를 앉혔다. 여전히 주종의 예의를 저버리지 않는 태도도 이마 머리카락이 걸린 모습의 산뜻함도 빼어나게 우아한 주조였다.
"꽃으로 옮겨가는 이름은 삼가고 있으나, 꺾지 못하고 지나가는 오늘 아침의 아사가오여."
어찌하면 좋겠소?"
이렇게 말하며 겐지는 여인의 손을 잡았다. 익숙한 솜씨로 곧장,
"아침 안개 걷힐 틈도 기다리지 않는 기색이니, 꽃에 마음을 두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구려."
라고 대답했다. 겐지의 의도와는 어긋난, 주인을 모시는 시종으로서의 대답이었다. 아름다운 동자 시종 차림을 한 아이가 지누키 하카마를 이슬에 적시며 꽃밭으로 들어가 나팔꽃을 가져오는 등, 이 가을 정원은 그림으로 남기고 싶을 만큼 정취가 있었다. 겐지를 멀리서나마 아는 사람치고 그 아름다움을 존경하고 사랑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정취를 모르는 산골 사내라도 쉴 자리를 고를 때는 벚나무 그늘을 택하는 격으로, 저마다 자기 신분에 맞게 사랑하는 딸을 겐지의 시녀로 들여보내고 싶어 하거나, 제법 괜찮은 여동생을 둔 오빠들은 어떻게든 겐지가 드나드는 집의 하인으로 삼으려 다들 애를 썼다. 하물며 어떤 경우에는 겐지에게 다정한 말을 듣는 시녀, 이 주조와 같은 여인은 이 행복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연인이 되리라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고, 여주인이 계신 곳에 매일 행차해 주신다면 얼마나 기쁠까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다음으로, 저 고레미쓰가 맡은 고조 집 여인의 정체를 캐는 일에 관해서 고레미쓰는 여러 가지 정보를 얻어왔다.
"아직 누구인지 저도 모르는 분입니다. 숨어 있다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 무척 애쓰는 눈치더군요. 한가해서 남쪽 높은 창이 있는 건물 쪽으로 가서 차 소리가 나면 젊은 시녀들이 밖을 내다보곤 하는데, 그 주인인 듯한 분도 때때로 그곳에 가곤 합니다. 그분은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꽤 미인인 듯하더군요. 얼마 전 길을 트는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차가 있어서, 꼬마 시녀 하나가 그걸 내다보고는 뒤쪽 건물로 와서 "우콘 님, 빨리 내다보세요. 주조 님이 지나가십니다"라고 하니, 제법 어른스러운 시녀가 나와서 "쉿, 조용히 하렴"이라며 손으로 입을 막으며 "어떻게 알았니? 내가 한번 볼게"라며 앞집 쪽으로 가더군요. 좁은 널판지 다리가 통로라 급하게 가는 사람들은 옷자락을 밟고 넘어지기도 하고, 다리 밑으로 떨어질 뻔해서 "어머, 웬일이니!" 하며 한바탕 소란을 피우느라 더는 내다볼 마음도 없어지게 만들더군요. 차에 탄 사람은 노시 차림이었고 수행원들도 있었습니다. 이름을 일일이 꼽아보니 도노 주조의 수행원이나 소년 시종들의 이름이더군요."
하고 말했다.
"과연 그 차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