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예요."
"다른 한 분은 누구시냐?"
하고 말한 노파가 다시금,
"민부상인가 보군요. 엄청나게 키가 큰 사람이네."
라고 말한다. 동료인 키 큰 여인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늙은 여종은 고기미와 민부가 함께 가는 줄로 알고 있었다.
"조만간 너도 그만큼 키가 커질 거야."
라고 말하며 겐지 일행이 나간 문으로 늙은 여종도 밖으로 나왔다. 곤란해하면서도 늙은 여종을 문가로 밀쳐낼 수도 없어 맞은편 복도 입구를 따라 서 있자, 겐지 곁으로 늙은 여종이 다가왔다.
"당신, 오늘 밤은 안방에 가 있었나요? 나는 배탈이 나서 방에서 쉬고 있었는데 말이죠. 위험하니까 오라고 호출당해서 나온 거예요. 정말이지 괴로워서 참을 수가 없군요."
라고 불평하며 들려주는 것이다.
"아프구나, 아아 아파. 나중에 다시 오마."
라고 말하고는 가버렸다. 겨우 겐지는 그곳을 떠날 수 있었다. 모험은 할 것이 못 된다고 겐지는 단단히 마음먹었다.
고기미를 수레 뒤에 태우고 겐지는 니조인으로 돌아왔다. 그 사람에게 도망쳐버린 오늘 밤의 경위를 겐지는 이야기하며, 너는 아이라 역시 안 되겠구나 하고는 그 누나의 태도를 끝까지 원망스럽게 이야기했다. 가엾은 마음에 고기미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누님은 나를 꽤나 싫어하는 모양이니, 그렇게 미움받는 내가 싫어지는구나. 그렇지 않으냐? 적어도 대화 정도는 해줄 수 있을 법한데 말이다. 나는 이요노스케보다도 못한 남자인 게 틀림없어."
원망스러운 마음에서 이런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가져온 얇은 옷을 잠자리 속에 넣고 잠들었다. 고기미를 바로 앞에 눕히고는 원망스러운 마음과 그리운 심정을 토로했다.
"너는 귀엽지만, 원망스러운 사람의 동생이니 내 마음이 언제까지 너를 아낄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진지하게 말하는 겐지의 말을 듣고 고기미는 기가 죽었다. 잠시 눈을 감고 있었으나 겐지는 잠들지 못했다. 깨어나자마자 곧바로 벼루를 가져오게 하여 편지랄 것도 없이 낙서처럼 글을 적었다.
매미 허물처럼 덧없는 몸이 되어버린 나무 아래서, 여전히 사람의 정취가 그리워지는구나.
"아파라, 아, 아파. 나중에 봐."
그 얇은 옷은 고우치기였다. 그리운 향기가 짙게 배어 있는 것을 겐지는 곁에서 떼어놓으려 하지 않았다.
고기미가 누나에게로 갔다. 우쓰세미는 기다렸다는 듯이 엄한 꾸지람을 늘어놓았다.
"정말로 깜짝 놀랐구나. 나는 숨어버렸지만, 남들이 무슨 상상을 할지 누가 알겠니? 경솔한 짓만 일삼는 너를 저쪽에서 도리어 멸시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구나."
겐지와 누나 사이에 끼어 어느 쪽에서도 꾸지람만 듣는 처지를 고기미는 괴로워하며 전해 받은 시를 내밀었다. 과연 우쓰세미는 겉봉을 열어보았다. 허물로 남겨져 겐지에게 빼앗긴 고우치기가 볼품없이 낡지는 않았을까 생각하면서도 그 사람의 애정이 가슴에 사무쳤다. 우쓰세미가 겪고 있는 번민은 복잡미묘했다.
서쪽 가옥의 사람도 오늘 아침은 부끄러운 마음으로 돌아갔다. 시녀 한 명도 눈치채지 못한 사건이었기에 홀로 상념에 잠겨 있었다. 고기미가 집 안을 오가는 그림자만 보아도 가슴이 두근거릴 때가 많았음에도 편지는 오지 않았다. 이를 남자의 냉담함 탓이라 아직 생각할 수는 없었으나, 덤덤한 마음속에도 근심이 서리는 날이 있었을 것이다.
라고 말하고 가버렸다. 비로소 겐지는 그곳을 떠날 수 있었다. 모험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겐지는 뼈저리게 느꼈다.
매미 날개에 맺힌 이슬처럼 나무 그늘에 숨어, 남몰래 소매만 적시고 있구려.
이런 노래를 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