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神人)인가?"
"인신(人神), 그게 차이야."
"혹시 램프를 켜는 것도 자네인가?"
"그래, 내가 켰어."
"믿게 됐나?"
"노파가 램프 켜는 걸 좋아해서…… 근데 오늘은 시간이 없군." 키릴로프가 중얼거렸다.
"자네는 아직 기도하지 않나?"
"난 모든 것에 기도해. 저기 벽을 기어가는 거미를 봐. 난 그걸 보면서 기어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지."
키릴로프의 눈이 다시 빛났다. 그는 스타브로긴을 똑바로 응시했고, 그 눈빛은 단호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스타브로긴은 미간을 찌푸린 채 역겨운 기색으로 그를 지켜보았지만, 그의 눈에 조롱은 없었다.
"내가 다시 올 때쯤이면 자네도 하느님을 믿게 되리라는 데 내기를 걸겠어." 그가 모자를 집어 들고 일어나며 말했다.
"왜지?" 키릴로프도 몸을 일으켰다.
"자네가 하느님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자네는 믿었을 거야. 하지만 아직 하느님을 믿고 있다는 걸 모르니까 믿지 않는 거지." 니콜라이 프세볼로도비치가 빙그레 웃었다.
"그건 아니야." 키릴로프가 생각하며 말했다. "말장난이지. 세속적인 농담이야. 내 인생에서 자네가 어떤 의미였는지 기억해, 스타브로긴."
"잘 있게, 키릴로프."
"밤에 와. 언제?"
"참, 혹시 내일 일은 잊지 않았겠지?"
"아, 잊지 않았어. 안심해, 늦잠 같은 건 안 자니까. 9시야. 난 원할 때 일어나는 법을 알거든. 잠들면서 '7시에 일어나야지' 하면 7시에 깨어나고, '10시에 일어나야지' 하면 10시에 깨어난단 말이지."
"놀라운 재주군." 니콜라이 프세볼로도비치가 그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문 열어 줄게."
"신경 쓰지 마. 샤토프가 열어 줄 거야."
"아, 샤토프군. 알겠어, 잘 가."
VI
샤토프가 세 들어 살던 빈 집의 현관은 잠겨 있지 않았다. 하지만 현관에 들어선 스타브로긴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갇히고 말았고, 손으로 더듬거리며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찾아야 했다. 갑자기 위층에서 문이 열리며 불빛이 새어 나왔다. 샤토프는 밖으로 나오지는 않고 문만 열어 둔 상태였다. 니콜라이 프세볼로도비치가 방 문턱에 섰을 때, 그는 구석 테이블 옆에 서서 기다리고 있던 샤토프를 발견했다.
"용건이 있어서 왔는데, 받아주겠나?" 그가 문턱에서 물었다.
"들어와서 앉게. 문은 잠그고…… 잠깐, 내가 하지." 샤토프가 대답했다.
그는 문을 열쇠로 잠그고는 테이블로 돌아와 니콜라이 프세볼로도비치 맞은편에 앉았다. 일주일 사이 그는 수척해져 있었고, 지금은 마치 열병이라도 앓는 것처럼 보였다.
"나를 너무 힘들게 했어." 그가 고개를 숙인 채 낮게 읊조리듯 말했다. "왜 오지 않았던 건가?"
"내가 오리라고 확신했나?"
"그래, 잠깐만, 헛소리를 했군…… 어쩌면 지금도 헛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어…… 잠깐만."
그는 몸을 일으켜 책이 꽂힌 세 개의 선반 중 맨 위쪽 가장자리에서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그것은 리볼버 권총이었다.
"어느 날 밤, 당신이 나를 죽이러 올 거라는 환상을 보았지. 그래서 다음 날 아침 일찍 건달 럄신에게 가서 가진 돈을 털어 이 권총을 샀어. 당신에게 당하고 싶지 않았거든. 그러다 제정신이 들었지…… 화약도 탄환도 없어. 그 뒤로 계속 선반 위에 놓여 있었어. 잠깐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창문을 열려고 했다.
"내던지지 말게, 왜 그러는가?" 니콜라이 프세볼로도비치가 그를 제지하며 말했다. "돈 주고 산 물건인데, 내일이면 사람들이 샤토프 창문 아래 권총이 나뒹군다고 떠들 거야. 도로 내려놓게. 그래, 됐어. 앉게. 말해 보게. 왜 나를 죽이러 올 거라는 생각에 대해 내게 고해성사하듯 말하는 거지? 난 지금 화해하려고 온 게 아니라 꼭 해야 할 말이 있어서 온 거야. 우선 이것부터 밝히지. 자네가 나를 때린 건 내 아내와 자네 부인이 관계가 있어서가 아니었나?"
"당신도 알잖아, 아니라는 걸." 샤토프가 다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다리야 파블로브나에 대한 그 어리석은 소문을 믿어서도 아니고?"
"아니, 아냐, 당연히 아니지! 말도 안 되는 소리! 누이가 처음부터 다 말해 줬……." 샤토프가 발을 살짝 구르며 성급하고 날카롭게 내뱉었다.
"그렇다면 나도 맞혔고 자네도 맞힌 셈이군." 스타브로긴이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자네 말이 맞아. 마리야 티모페예브나 레뱌트키나는 내 합법적인 아내야. 4년 반 전쯤 페테르부르크에서 혼례를 올렸지. 자네, 결국 그녀 때문에 나를 때린 거로군?"
샤토프는 완전히 얼어붙은 채 그 말을 듣고만 있었다.
"짐작은 했지만, 믿을 수 없었어." 그가 마침내 스타브로긴을 기이하게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때렸단 말이지?"
샤토프의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거의 횡설수설하듯 중얼거렸다.
"당신의 타락…… 그리고 그 거짓말 때문이야. 당신을 벌주려고 다가간 게 아니었어. 다가갈 때만 해도 내가 당신을 칠 줄은 몰랐거든…… 내 인생에서 당신이 차지했던 큰 의미 때문이었어…… 나는……."
"알겠네, 알겠어. 말은 아껴 두게나. 열이 있는 것 같은데 안됐군. 난 아주 중요한 용건이 있어서 왔네."
"난 당신을 너무 오래 기다렸어." 샤토프는 온몸을 거의 떨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용건을 말하게. 나도 할 말이 있으니까…… 나중에……."
그는 자리에 앉았다.
"이번 일은 그런 부류의 문제가 아니야." 니콜라이 프세볼로도비치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몇 가지 사정으로 인해 오늘 바로 이 시간에 자네를 찾아와 경고해야겠다고 생각했네. 아마도 자네가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야."
샤토프는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한테 위험이 닥칠 수도 있다는 건 알고 있어." 그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그런데 당신, 당신은 대체 어떻게 그걸 알고 있는 건가?"
"나도 자네처럼 그들과 한패이며, 자네와 똑같은 조직원이기 때문이지."
"당신…… 당신이 조직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