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곧바로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슬픔에 잠겨 도라 곁을 떠날 수가 없었다.
"지금 이대로가 더 낫다고 말했잖아!" 도라가 나를 두 팔로 안으며 속삭였다. "오, 도디, 세월이 더 흘렀더라면 당신은 아내이자 아이인 나를 지금보다 더 사랑할 수는 없었을 거야. 그리고 세월이 더 흘렀더라면 나는 당신을 힘들게 하고 실망시켜서, 당신이 지금의 절반만큼도 나를 사랑할 수 없었을지도 몰라! 난 내가 너무 어리고 어리석었다는 걸 알아. 지금 이대로가 훨씬 나아!"
내가 응접실로 내려갔을 때 애그니스가 아래층에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도라의 말을 전했다. 애그니스는 사라졌고, 나는 집과 단둘이 남겨졌다.
집의 중국식 집은 난로 옆에 놓여 있었다. 녀석은 그 안의 플란넬 침대에 누워 투덜거리며 잠을 청하고 있었다. 밝은 달이 높고 맑게 떠 있었다. 밤하늘을 내다보자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고, 내 다스리지 못한 마음은 뼈저리게, 아주 뼈저리게 단련되고 있었다.
나는 난로가에 앉아 결혼 이후 내가 품어왔던 모든 비밀스러운 감정을 눈먼 후회와 함께 떠올렸다. 나와 도라 사이의 아주 사소한 일들을 하나하나 생각하며, 사소한 것들이야말로 인생의 전부를 이룬다는 진실을 실감했다. 기억의 바다에서는 내가 처음 만났던 사랑스러운 아이의 모습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나의 어린 사랑과 도라 자신의 사랑으로 가득했던, 그 모든 사랑이 지닌 매혹으로 빛나던 그 모습 말이다. 정말로 우리가 소년 소녀로서 서로를 사랑하다가 잊어버렸더라면 더 좋았을까? 다스리지 못한 내 마음아, 대답해다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른 채 앉아 있다가, 아내이자 아이였던 도라의 오랜 친구가 나를 불렀다. 평소보다 더 안절부절못하는 녀석은 집에서 기어 나와 나를 쳐다보더니, 문으로 다가가 낑낑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게 해달라고 졸랐다.
"오늘 밤은 안 돼, 집! 오늘은 안 돼!"
녀석은 아주 천천히 내게 돌아와 내 손을 핥더니, 흐릿해진 눈으로 내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오, 집! 어쩌면, 이제 다시는 그러지 못할지도 몰라!"
녀석은 내 발치에 누워 잠을 자려는 듯 몸을 쭉 뻗더니, 구슬픈 울음소리를 내고는 죽고 말았다.
'오, 애그니스! 봐, 이리 와서 봐!' 연민과 슬픔으로 가득 찬 저 얼굴, 쏟아지는 눈물, 나를 향한 저 참혹하고도 무언의 호소, 하늘을 향해 엄숙하게 쳐든 저 손!
'애그니스?'
끝났다. 눈앞이 캄캄해졌고, 한동안 모든 기억이 지워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