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메넬라오스와 메리오네스는 온 힘을 다해 시신을 안아 높이 들어 올렸다. 아카이아인들이 시신을 옮겨가는 것을 본 트로이군은 뒤에서 함성을 지르며, 마치 젊은 사냥꾼 무리의 부름을 받고 부상당한 멧돼지를 공격하는 사냥개들처럼 그들을 뒤쫓았다. 사냥개들은 한동안 그를 갈기갈기 찢을 듯이 달려들었으나, 멧돼지가 분노하며 돌아서면 겁을 먹고 사방으로 흩어지곤 했다. 이처럼 트로이인들도 한동안은 떼를 지어 달려들어 칼과 양날 창으로 공격했으나, 두 아이아스가 그들을 마주 보고 버티자 창백해졌고 그 누구도 감히 시신 주위에서 더 싸우려 들지 않았다.
이처럼 두 영웅은 시신을 전장에서 함선으로 옮기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그들 주위에서 벌어진 전투는 마치 한번 불이 붙으면 도시 전체로 번져 집들이 불길 속에 무너져 내리는 맹렬한 불꽃처럼 사나웠다. 파트로클로스의 시신을 옮기는 그들을 뒤쫓는 사람들과 말들의 함성과 발소리도 그와 같았다. 혹은 거친 산길을 따라 배의 거대한 기둥이나 목재를 끌어내리려 온 힘을 다하는 노새들이 숨을 헐떡이며 땀을 흘리는 것처럼, 메넬라오스와 메리오네스도 파트로클로스의 시신을 옮기며 숨을 헐떡이고 땀을 흘렸다. 그들 뒤에서는 두 아이아스가 굳건히 버텼다. 평원 전체를 가로지르는 울창한 산줄기가 물길을 돌려 거대한 강물조차 막아내고 그 어떤 급류도 뚫고 지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처럼, 두 아이아스는 트로이인들을 마주하며 그들의 공세를 막아냈으나, 적들은 끊임없이 몰려들었고 그 선두에는 안키세스의 아들 에네아스와 용맹한 헥토르가 있었다. 작은 새들의 적이자 하늘을 나는 매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떼를 지어 짖고 지저귀는 갈가마귀나 찌르레기 떼처럼, 아카이아 청년들도 에네아스와 헥토르 앞에서 도망치며 이전의 용맹함은 잊은 채 소란스러운 함성을 내질렀다. 다나오스인들이 패주하는 와중에 참호 주변에는 훌륭한 갑옷들이 많이 떨어졌고, 싸움은 끝날 줄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