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더 멀리." 다른 목소리가 속삭인다.
"어디로?"
"신을 찾자."
에르도사인이 눈을 반쯤 뜬다.신.무한.신.
그는 눈을 감는다.신.짙은 어둠이 그의 눈꺼풀에서 흘러나온다.그것이 장막처럼 내려앉는다.그것은 그를 고립시키고 세상 속에 홀로 세워둔다.원통형의 검은 감옥이 팽이처럼 어지럽게 회전할지라도 소용없다.그는 크게 뜬 눈으로 지평선 너머에 투영된 자성(磁性)의 점을 언제나 응시하고 있을 것이다.
"도시 너머." 목소리가 비명을 지른다."종탑이 있는 도시 너머로.절망하지 마." 에르도사인이 대꾸한다.
"너머로." 목소리가 울부짖는다.
"어디로……? 제발 어디로인지 말해 봐!……"
목소리가 움츠러들며 잦아든다.에르도사인은 그 목소리가 공포로부터 몸을 숨길 곳을 찾아 자신의 살점 속 구석진 곳을 파고드는 것을 느낀다.목소리는 마치 배를 터뜨려 버릴 듯이 그의 뱃속을 가득 채운다.에르도사인의 몸은 마치 과부하가 걸린 엔진 위에 놓여 있는 것처럼 떨린다.
"이 '일곱 번째 고독'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난 주변을 둘러보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어. 믿어 줘, 보고 있어. 사방을 둘러보고 있다고."
신음하는 목소리의 한숨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멀리, 더 멀리…… 도시와 강굽이, 공장 굴뚝들 너머로."
"나는 길을 잃었어." 에르도사인이 생각한다.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낫겠어. 내 영혼을 위해 그 정도는 해줘야지.'
"넌 묻히게 될 텐데 관 속에 있고 싶지는 않을 거야. 네 몸은 분명 원하지 않을 테니까."
에르도사인이 곁눈질로 방구석을 바라본다.
하지만 지상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무한을 향해 머리부터 뛰어들 수 있는 도약대 같은 건 없다.그렇다면, 몸을 내던질 것.하지만 누구에게? 보잘것없는 살점 사이로 돋아난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고 쓰다듬어 줄 누군가에게? 오, 아니! 그렇다면 누구? 신에게? 하지만 신조차 영안실 흰 대리석 위에서 처참하게 죽어간 마지막 인간보다 못한 존재인데.
"신은 고문해야 해." 에르도사인이 생각한다. '그렇다면 비굴하게 누구에게 자신을 바친단 말인가?'
그가 고개를 젓는다."불 속으로 뛰어들어 산 채로 타 죽는 것. 산으로 가는 것. 도시의 슬픈 영혼을 껴안는 것. 자살하는 것. 병든 짐승을 정성껏 돌보는 것. 울음을 터뜨리는 것. 그것이 위대한 도약이지만, 어떻게 도약해야 할까? 어떤 방향으로? 내 영혼은 길을 잃었어. 유일한 끈마저 끊어진 걸까……? 하지만 난 여전히 누군가를 사랑해야만 해, 필사적으로 누군가에게 나를 바쳐야 해."
불 속으로 뛰어들어 산 채로 타 죽는 것. 산으로 가는 것. 도시의 슬픈 영혼을 껴안는 것. 자살하는 것. 병든 짐승을 정성껏 돌보는 것. 울음을 터뜨리는 것. 그것이 위대한 도약이지만, 어떻게 도약해야 할까? 어떤 방향으로? 내 영혼은 길을 잃었어. 유일한 끈마저 끊어진 걸까……? 하지만 난 여전히 누군가를 사랑해야만 해, 필사적으로 누군가에게 나를 바쳐야 해.
"넌 묻히게 될 텐데 관 속에 있고 싶지는 않을 거야. 네 몸은 분명 원하지 않을 테니까."
에르도사인이 자리에서 일어난다.의심 하나가 마음속에서 피어난다.
"난 죽었어, 그런데도 살고 싶어. 그게 진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