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에르게타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점성가가 그런 말을 했다니 다행이군.점성가는 진리에 대한 직관을 지녔어.아직 제대로 된 길로 들어선 건 아니지만, 감은 잡고 있지.때가 왔지만, 삼베 옷 이야기는 필시 예레미야서에서 따왔을 거야.물론이지…….예레미야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지. '너희는 굵은 베를 두르고 애곡하라, 여호와의 맹렬한 노가 아직 너희에게서 돌이키지 아니하였음이라.'그러니 점성가가 그런 말을 했다는 거군."
"그래. 그는 그런 행동으로 내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더군.그건 터무니없는 소리야.내 고통은 남들과 똑같다는 데서 오는 거니까.아니면 당신은 내가 이 세상을 떠도는 유일한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나?아니야, 이 사람아.이 도시에는 나 같은 광대나 질투심 많은 코미디언이 수천 명은 있어.세계의 다른 도시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와 비슷할지는 모르겠군.난 내가 아는 것에 대해서만 말하는 거야.가령 내가 파울리스타 카페 구석에 무릎 꿇고 앉았다고 쳐보자고.어떻게 되겠어?감옥에 처넣겠지."
"아니면 나처럼 정신병원에 처넣겠지." 에르게타가 투덜거렸다.
바르수트가 말을 이었다.
"내 행동을 보고 여자들이 감동할 거라는 걸 알기만 한다면야!하지만 뭐, 여자들이라고?겉치레지, 겉치레.움직이는 옷가지들일 뿐이야.그럼 난 뭘 해야 하지?여자에게 몸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지.그런 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어떤 길을 가야 할까?뭘 더 할 수 있을까?북미로 떠나는 거야.영화계에 발을 들이는 거지.내 목소리는 음색이 좋아서 유성 영화라면 분명 성공할 거야.사실 내가 내 환상을 남들에게 이야기하는 건 그들을 고통스럽게 하려는 의도도 있지.이웃에게서 성공 가능성을 발견하면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있거든.터무니없는 꿈을 꾸는 것조차 용납하지 못할 만큼 질투심 많은 인간들도 있고 말이야."
"내 친구들 중엔 영화 이야기를 하면 얼굴이 창백해지는 녀석들이 있었어.난 그들에게 유성 드라마가 내게 딱 맞을 거라고 말했지.제목은 '베니스의 뱃사공'으로 하고.난 팔을 드러내고 꽃을 쓴 채 곤돌라를 타고 운하를 노 저어 가는 거야.은빛 달이 운하의 검은 물 위를 오렌지색 반짝임으로 뒤덮겠지.탄식의 다리 아래 발코니에서 뱃노래를 부르는 거야.물론 그걸 위해 노래 공부도 할 거고.다리 밑에서 노래를 부르면 창문이 열리고, 한 귀족 여인이 내 곤돌라로 뛰어내려 내 가슴을 덮은 장미를 낚아채고는 내 심장에 단검을 꽂는 거지."
"내가 그 꿈을 들려준 날, 잠잘 의욕조차 잃어버린 녀석이 하나 있었지.에르게타, 인간의 사악함이 얼마나 깊은지 알겠나?인간은 불행한 자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는 몽상조차 혐오하지.만약 그 꿈들이 현실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모르겠어.아마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면 죽여버리겠지.이렇게 살 수 있겠어?솔직히 말해 봐. 정말 그런 식으로 살 수 있을까?그건 불가능해."
"자 봐, 에르게타. 당신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모르겠군.당신은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지만, 본질은 사내야.사내라면 어디서든 제 몫을 해내지.하지만 당신은 내가 아는 사람들, 카페에 모여든 사악하고 악마 같은 인간들을 모르잖아.보라고. 점성가가 내 돈을 앗아갔을 때, 난 엄청난 희열을 느꼈어.왜 그런지 아나?이제 빈털터리가 되었구나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이제 성공하려면 일해야만 해.짐승처럼 싸울 테고, 반드시 내 뜻을 이룰 거야.모든 여자가 출산 전에는 배가 불러 흉해 보이듯, 성공을 앞둔 사람들도 미친 사람과 다를 바 없지.지금 문제는 내 위대한 꿈이 기쁨을 주지 않는다는 거야.나는 슬픈 천재거든.가끔 나는 마치 피부가 유리로 된 사람의 뱃속을 들여다보듯, 내 지루함을 아주 세밀하게 관찰하곤 해."
에르게타는 높은 곳에서 금빛 수선화처럼 빛나는 굵은 별 하나를 응시했다.
"성경에 쓰여 있네. '악인의 길은 어둠 같아서 그들이 무엇에 걸려 넘어지는지도 알지 못하느니라.'또 이렇게 쓰여 있지. '너희에게 재앙이 닥칠 때 내가 비웃을 것이며 너희가 두려워하는 것이 올 때 내가 조롱할 것이다.'하느님을 찾아야 하네, 바르수트 친구.이건 자네에게 말하는 거라네……."
자신의 생각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바르수트가 말을 이었다.
"만약 다른 이들이 우리보다 나은 사람들이라면 어떨까?그럼 문제는 쉽게 해결될 거야.누군가 나보고 결혼하라고 하더군.그래, 결혼할 생각이야. 하지만 그레타 가르보와 할 거야.난 그 여자가 좋아.그러려면 미국에 가서 성공해야겠지…….보라고, 계산도 다 끝냈어.성공하는 데 1년, 그녀를 정복하는 데 1년.2년 뒤면 말이야, 에르게타. 당신은 삼베 옷을 입고 손에 깡통을 든 채 길모퉁이에서 예언을 하고 있을 거야.사람들은 당신 주변에 모여들어 당신이 읊는 성경 구절에 입을 벌리고 있겠지. 그때 내가 롤스로이스를 타고 멈춰 서면 하인이 문을 열고, 내 팔짱을 낀 그레타 가르보가 내릴 거야.그러고는 내가 그녀에게 말하겠지. '보이지? 저 사람이 내 친구 에르게타야. 납치당했을 때 하룻밤 대화를 나눴던 사람이지.'그러고는 당신을 미국으로 데려가는 거지."
쉰 목소리가 그를 불렀다.
"바르수트."
길을 따라 그림자 하나가 다가왔다.땅에서 푹신한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바르수트가 점성가를 알아보고는 두려움에 떨며 에르게타의 팔을 잡고 말했다.
"제발, 그와는 절대 말 섞지 마."
달빛을 받아 회색빛으로 물든 수풀 속에서 점성가의 거대한 실루엣이 드러났다.점성가는 에르게타를 알아보고는 어둠 속에서 인사를 건넸다.
"좋은 밤입니다, 에르게타.방해해서 미안하군요.바르수트 친구를 잠시 빌려도 되겠습니까?"
"절 찾으십니까?"
"그래요, 바르수트. 이리 와요.좋은 소식을 전해줘야겠소."
에르게타는 무화과나무 아래 다시 홀로 남겨졌다.그는 나무들 사이로 사라지는 두 남자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주님, 당신의 말씀에 얼마나 큰 진리가 담겨 있는지요. '사악한 인간의 길은 비뚤어지고 기이하다'고 하셨지요. 비뚤어지고 기이하다니…… 주님, 당신께서는 세월의 어둠 속에서 영혼의 모든 움직임을 내다보신 것 같습니다!"
에르게타는 풀밭에 무릎을 꿇었다.그는 가슴 위로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달빛이 은빛 막대처럼 굽은 그의 등 위로 쏟아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