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아빠, 전 제 말이 진심이라고밖엔 말씀드릴 게 없어요. 사랑 같은 소리 하세요!" 벨라가 경멸하듯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과 자태는 사랑이라는 주제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건 아니었다. "차라리 불을 뿜는 용에 대해 말해 보시죠! 하지만 가난과 부에 대해 말해보세요. 거기야말로 우리가 맞닥뜨리는 진짜 현실이 있으니까요."
"얘야, 이건 정말 심각해지고 있구나……" 그녀의 아빠가 강조하며 말을 꺼내려 했지만, 그녀가 그를 제지했다.
"아빠, 말해보세요. 아빠는 돈 보고 결혼하셨나요?"
"네가 알다시피 아니란다, 얘야."
벨라는 헨델의 오라토리오 ≪사울≫에 나오는 장송 행진곡을 콧노래로 흥얼거리며, 어차피 별 의미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빠가 심각하고 침울해하는 것을 보자, 그녀는 아빠의 목을 끌어안고 뽀뽀를 해 다시 기운을 차리게 만들었다.
"마지막 말은 진심이 아니었어요, 아빠. 그냥 농담이었죠. 자, 명심하세요! 아빠는 제 비밀을 말하면 안 되고, 저도 아빠 비밀을 말하지 않겠다고요. 더 중요한 건, 앞으로 아빠한테는 아무것도 숨기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어떤 탐욕스러운 일을 꾸미든, 그 모든 걸 아빠한테만은 철저히 비밀로 다 털어놓을 테니 안심하세요."
이 아름다운 숙녀의 양보에 만족한 R. W.는 벨을 울려 계산을 마쳤다. "자, 이제 나머지는 다 아빠 거예요." 다시 둘만 남게 되자 벨라는 지갑을 둘둘 말아 작은 주먹으로 탁자 위에서 꾹꾹 눌러 작게 만든 뒤, 아빠의 새 조끼 주머니 중 하나에 쑤셔 넣으며 말했다. "집에 있는 가족들 선물도 사고, 청구서들도 처리하고, 아빠 마음대로 나누어 쓰고 싶은 대로 쓰세요. 무엇보다 마지막으로 명심하세요, 아빠. 이건 어떤 탐욕스러운 계획의 결과물이 아니에요. 만약 그랬다면, 아빠의 이 탐욕스러운 철없는 딸이 이렇게 마음대로 쓰진 않았을 테니까요!"
그러고 나서 그녀는 양손으로 아빠의 외투를 잡아당겨 단추를 채우느라 아빠의 옷매무새를 온통 비뚤어지게 만들었다. 소중한 조끼 주머니를 가리려 애쓰면서였다. 이어서 그녀는 아주 능청스럽게 보닛 끈을 매만지고는 아빠를 데리고 런던으로 돌아왔다. 보핀 씨의 집 문 앞에 도착하자 그녀는 아빠의 등을 문에 기대게 했다. 그러고는 편하게 손잡이 삼아 아빠의 귀를 다정하게 붙잡고는, 아빠의 뒤통수가 문에 닿아 둔탁한 소리가 날 때까지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 그런 다음, 그녀는 다시 한번 아빠에게 그들의 약속을 상기시키고는 밝게 작별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아빠가 어두운 거리 저편으로 사라지자, 그녀의 눈엔 눈물이 고였다. 아빠가 떠나갈 땐 밝게 인사했지만, 집 문을 두드리기 전까지 그녀는 몇 번이나 "아, 가엾은 우리 아빠! 아, 애쓰고 초라해도 사랑스러운 우리 아빠!"라고 읊조렸다. 집 안의 화려한 가구들은 마치 낡은 집의 가구와 비교해 보라는 듯 그녀를 노려보는 것만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녀는 제 방에 늦게까지 앉아 깊은 우울감에 빠졌고, 돌아가신 노 존 하먼이 자신에 대한 유언장을 쓰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젊은 존 하먼이 살아있어 그와 결혼할 수 있었더라면 하고 바라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참 앞뒤가 안 맞는 바람이지." 벨라가 혼잣말했다. "하지만 내 삶과 운명이 이토록 앞뒤가 안 맞으니, 내가 대체 어떤 모습이길 바랄 수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