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R. 윌퍼 일가
레지널드 윌퍼라는 이름은 꽤 근사하게 들려서, 처음 들으면 시골 교회의 놋쇠 명판이나 스테인드글라스 창의 장식 문구, 그리고 대개 정복왕 윌리엄과 함께 건너왔다는 드 윌퍼 가문을 연상시킨다. 사실 족보학에서 '드' 자가 붙은 그 누구도 다른 사람과 함께 건너온 적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다.
하지만 레지널드 윌퍼 일가는 워낙 평범한 출신에 평범한 직업을 가졌던 탓에, 조상 대대로 부두와 소비세국, 관세청에 다니며 소박하게 생계를 이어왔고, 현존하는 R. 윌퍼 역시 가난한 서기였다. 급여는 적고 부양가족은 끝없이 많았던 그 가난한 서기는 자신의 소박한 야망, 즉 모자와 구두까지 포함한 새 옷 한 벌을 한꺼번에 장만해서 입어보는 일을 아직 한 번도 이루지 못했다. 그가 외투를 살 여유가 생기기도 전에 검정 모자는 갈색으로 변했고, 구두를 사기도 전에 바지는 솔기와 무릎이 하얗게 닳아버렸으며, 새 바지를 살 무렵에는 구두가 다 닳아버렸다. 그러다 다시 모자를 새로 장만할 때쯤이면, 그 반짝이는 현대적 물건은 이미 여러 시대의 흔적이 섞인 고대의 폐허를 덮고 있는 지붕 신세가 되곤 했다.
통념 속의 천사를 어른으로 성장시켜 옷을 입혀놓는다면, 아마 윌퍼의 초상화처럼 보일 것이다. 통통하고 매끄러우며 순진해 보이는 그의 외모 때문에 그는 늘 무시당하거나 아니면 은근히 깔보는 대우를 받았다. 밤 10시경에 그의 가난한 집에 들어온 낯선 사람은 그가 앉아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랐을지도 모른다. 그의 체형과 비율이 너무도 소년 같아서, 칩사이드를 지나가다 그를 마주친 옛 스승은 그 자리에서 회초리로 때리고 싶은 유혹을 참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요컨대 그는 방금 언급한 가정적인 성장을 거친, 다소 흰머리가 섞이고 표정에는 근심이 서린, 그리고 확실히 파산 상태인 통념 속의 천사였다.
그는 수줍음이 많았고 레지널드라는 이름은 너무 야심 차고 자기주장이 강한 이름이라며 밝히기를 꺼렸다. 서명할 때는 이니셜 R.만 사용했고, 그것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신뢰할 수 있는 몇몇 친구에게만 비밀리에 털어놓았다. 이런 일로 인해 민싱 레인 주변 동네에서는 R로 시작하는 형용사나 분사를 가지고 그의 세례명을 만드는 장난스러운 습관이 생겨났다. 그중 일부는 어느 정도 적절했다. 녹슨(Rusty), 내성적인(Retiring), 불그레한(Ruddy), 둥근(Round), 잘 익은(Ripe), 우스꽝스러운(Ridiculous), 사색적인(Ruminative) 같은 것들이 그랬다. 다른 것들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데서 재미를 찾았다. 성난(Raging), 덜덜거리는(Rattling), 고함치는(Roaring), 방탕한(Raffish) 같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가장 흔히 불리는 별명은 '럼티(Rumty)'였다. 이 이름은 약품 시장과 관련이 있고 술을 즐기는 한 신사가 영감을 얻은 순간, 그가 주도하여 부르던 술자리 합창곡의 첫머리로 지어준 것이었다. 그 노래는 이 신사를 명예의 전당까지 올려놓았으며, 그 가사의 전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럼티 이디티, 로우 다우 다우, 싱 투들리, 티들리, 보우 와우 와우."
그래서 그는 사소한 업무 서신에서도 끊임없이 "친애하는 럼티"라고 불렸고, 그에 대한 답장으로 그는 점잖게 "진심을 담아, R. 윌퍼"라고 서명했다.
그는 칙시, 비니어링 앤 스토블스라는 약품 상사의 서기였다. 그의 옛 주인이던 칙시와 스토블스는 모두 한때 여행 영업 사원이자 위탁 판매인이었던 비니어링에게 흡수되었는데, 비니어링은 자신이 최고 권력을 쥐게 된 것을 기념하여 판유리 창문과 프랑스식으로 광을 낸 마호가니 칸막이, 그리고 번쩍이는 거대한 문패를 가게에 들여놓았다.
어느 날 저녁, R. 윌퍼는 책상을 잠그고 마치 팽이처럼 열쇠 꾸러미를 주머니에 쑤셔 넣은 뒤 집으로 향했다. 그의 집은 런던 북쪽의 홀로웨이 지역에 있었는데, 당시에는 들판과 나무들로 런던과 나뉘어 있었다. 배틀 브리지와 그가 사는 홀로웨이 지구 사이에는 교외의 사하라 사막 같은 지대가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기와와 벽돌을 굽고, 뼈를 삶고, 카펫을 두드리고, 쓰레기를 버리고, 개싸움을 시키고, 업자들이 먼지 더미를 쌓아 올렸다.자신이 택한 길을 따라 그 사막의 가장자리를 지날 때, 가마 불빛이 안개 위에 불길한 얼룩을 만들자 R. 윌퍼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 그가 말했다. "있을 수 있었던 일들이 지금의 현실은 아니구나!"
인생에 대한 이러한 논평은 비단 자신만의 경험은 아닐 터였다. 그는 그렇게 길의 끝까지 서둘러 걸어갔다.
물론 윌퍼 부인은 키가 크고 각진 체형의 여인이었다. 남편이 천사처럼 생겼으니, 부부란 서로 다른 점을 결합한다는 원칙에 따라 그녀는 필연적으로 위엄이 넘쳐야 했다. 그녀는 턱 밑으로 묶은 손수건으로 머리를 감싸는 버릇이 있었다. 실내에서 끼는 장갑과 함께 이런 머리 장식은 불행에 맞서는 일종의 갑옷이자(기분이 언짢거나 곤경에 처할 때면 어김없이 갖추곤 했다), 일종의 정장으로 여기는 듯했다. 그러니 남편이 그녀가 그렇게 영웅적인 복장을 하고 작은 홀에 촛대를 내려놓은 뒤, 앞뜰을 가로질러 계단을 내려와 문을 열어주는 모습을 보았을 때 그의 마음이 가라앉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현관문에 문제가 생긴 게 분명했다. R. 윌퍼가 계단에 멈춰 서서 문을 빤히 바라보더니 외쳤다.
"어이?"
"그래요." 윌퍼 부인이 대답했다. "어떤 남자가 집게를 들고 직접 와서 떼어 가버렸어요. 자긴 어차피 돈을 받을 가망도 없고, 마침 다른 '여학교' 문패를 주문받았으니, 그걸 닦아서 쓰는 게 모두의 이익을 위해 더 낫겠다고 하더군요."
"아마 그랬겠지, 여보. 당신 생각은 어때?"
"이 집 주인은 당신이잖아요, R. W." 아내가 받아쳤다. "당신 생각대로죠, 제 생각이 아니고요. 그 남자가 문까지 가져갔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여보, 문 없이는 살 수 없지."
"정말 그럴까요?"
"아니, 여보! 정말 안 될까?"
"당신 생각대로죠, R. W. 제 생각이 아니고요." 그 순종적인 아내의 말에 고분고분한 남편은 그녀를 따라 몇 개의 계단을 내려가 작은 지하 방으로 들어갔다. 부엌 겸 응접실인 그 방에서는 십구 세쯤 된 소녀가 장기를 두고 있었다. 몸매와 얼굴은 무척 예뻤지만, 얼굴과 어깨에는 성급하고 심술궂은 표정이 서려 있었다(소녀의 나이와 성별에서 묻어나는 불만족의 전형이었다). 상대는 윌퍼 가문의 막내인 어린 소녀였다. 윌퍼 일가 전체를 일일이 열거하여 이 페이지를 채우지 않더라도, 현재로선 나머지 식구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소위 '세상 밖으로' 나가 있었고, 그 수가 많다는 점만 알면 충분하다. 워낙 많아서 순종적인 자녀 중 한 명이 찾아오기라도 하면, R. 윌퍼는 대개 마음속으로 간단히 셈을 해보고 '오! 또 한 명이구나!'라고 혼잣말을 한 뒤에야 비로소 "잘 지냈니, 존," 혹은 수전, 상황에 맞게 이름을 불러주곤 했다.
"자, 꼬마 돼지들아," R. W.가 말했다. "오늘 밤은 어떻게 지냈니? 여보," 장갑을 접어 쥔 채 구석에 앉아 있는 윌퍼 부인에게 그가 말했다. "내 생각엔 말이야, 우리가 2층을 아주 좋은 조건으로 세를 놓았고, 지금은 당신이 학생들을 가르칠 공간도 없으니, 설령 학생들이 온다 해도……"
"우유 배달부가 아주 품행이 방정한 두 숙녀분이 적당한 교육 기관을 찾고 있다는 걸 안다고 했고, 그래서 카드를 가져갔어요." 윌퍼 부인이 마치 의회 법안을 소리 내어 읽는 것처럼 엄격하고 단조로운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벨라, 지난 월요일이었는지 아버지께 말씀드려라."
"하지만 그 뒤로 아무런 소식도 없었어요, 엄마." 언니인 벨라가 말했다.
"게다가 말이야, 여보," 남편이 재촉했다. "두 사람을 들일 공간이 없다면――"
"실례하지만," 윌퍼 부인이 다시 끼어들었다. "그들은 그냥 젊은 사람들이 아니었어요. 아주 품행이 방정한 두 숙녀분이었죠. 벨라, 우유 배달부가 그렇게 말했는지 아버지께 말씀드려라."
"여보, 그게 그거 아니겠소."
"아니에요." 윌퍼 부인이 똑같이 인상적인 단조로움으로 말했다. "실례지만요!"
"내 말은, 여보, 공간에 관한 한 똑같다는 거요. 공간 말이지. 당신에게 아무리 훌륭하고 품행이 방정한 젊은이들이라도(물론 난 당신의 훌륭함을 의심하지 않지만) 들일 공간이 없다면, 그 젊은이들을 어디에 수용하겠소? 난 그저 그 정도까지만 말하는 거요. 그리고 전적으로 그렇게 보는 거라오," 남편이 화해하듯, 칭찬하듯, 그러면서도 논쟁적인 어조로 단서를 달며 말했다. "분명 당신도 동의하겠지만, 내 사랑, 동료 인간의 관점에서 말하는 거라오."
"더 할 말이 없군요." 윌퍼 부인이 장갑을 순종적으로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당신 생각대로죠, R. W. 제 생각이 아니고요."
그 순간, 벨라 양은 단번에 말 세 개를 잃고 상대가 왕까지 차지하게 되자 화가 치밀어 올라, 장기판과 말들을 탁자에서 거칠게 걷어차 버렸다. 여동생은 무릎을 꿇고 떨어진 말들을 주워 담아야 했다.
"가엾은 벨라!" 윌퍼 부인이 말했다.
"그럼 가엾은 라비니아는 어떻고, 여보?" R. W.가 넌지시 말했다.
"실례지만," 윌퍼 부인이 말했다. "아니요!"
이 훌륭한 부인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가족을 치켜세움으로써 짜증스럽거나 세속적인 기분을 만족시키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는 점이었는데, 그녀는 지금 이 상황에서도 그렇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아니에요, R. W. 라비니아는 벨라가 겪은 시련을 겪지 않았어요. 당신의 딸 벨라가 감내한 시련은 아마 전례가 없을 것이며, 제가 단언하건대, 숭고하게 견뎌냈지요. 온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검은 상복을 입은 딸 벨라를 볼 때, 그리고 그 아이가 왜 그런 옷을 입게 되었는지 그 사정을 기억할 때, 또 그 사정이 어떻게 지속되어 왔는지 알게 된다면, R. W., 베개를 베고 누워 말하세요. '가엾은 라비니아!'라고요."
그때, 탁자 아래에 무릎을 꿇고 있던 라비니아 양이 끼어들어 자신은 '아빠'나 다른 누구에게도 '가엾게' 여겨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분명히 그럴 테지, 내 딸아." 어머니가 대꾸했다. "넌 훌륭하고 용감한 정신을 가졌으니까. 네 언니 세실리아는 또 다른 종류의 훌륭하고 용감한 정신, 순수한 헌신의 정신, 아-주 아름다운 정신을 가졌단다! 세실리아의 자기희생은 보기 드물고, 결코 능가할 수 없는 순수하고 여성적인 성품을 보여주지. 오늘 아침 세실리아 언니에게서 편지를 받았는데――결혼한 지 3개월 만에 받은 거란다, 가엾은 아이!――그 남편이 예기치 않게 가세가 기운 숙모를 집으로 모셔야만 한다는 내용이었어. '하지만 전 남편에게 진실할 거예요, 엄마.' 그 아이는 감동적으로 적었지. '그를 떠나지 않을 거예요. 그가 제 남편이라는 걸 잊어선 안 되죠. 숙모님을 오시게 하겠어요!' 이것이 비극적이지 않다면, 이것이 여인의 헌신이 아니라면――!" 그 훌륭한 부인은 더는 말할 수 없다는 듯 장갑을 휘두르더니, 머리에 쓴 손수건을 턱 아래에서 더 단단히 묶었다.
이제 난로가에 앉아 몸을 녹이던 벨라는 갈색 눈동자로 불길을 응시하며 갈색 곱슬머리 한 줌을 입에 문 채 이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가, 곧 입을 삐죽이며 울먹거렸다.
"아빠," 그녀가 말했다. "아빠가 내 마음을 전혀 몰라준다고 해도, 전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소녀 중 하나예요. 우리가 얼마나 가난한지 아시잖아요"(아버지는 그 사실을 알 만한 이유가 있었으니,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제가 얼마나 큰 부를 누릴 뻔했는지, 그게 어떻게 물거품처럼 사라졌는지, 그리고 제가 왜 이런 터무니없는 상복을――정말이지 너무 싫어요!――입고 있는지 말이에요. 결혼도 해본 적 없는 미망인이나 다름없게 되었잖아요. 그런데도 아빠는 제 마음을 몰라주시는군요.――아니, 알아주시는 거 알아요, 정말 알아요."
이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고 일어난 일이었다. 벨라는 말을 멈추고는 아버지를 의자에서 끌어내려 당장이라도 목을 조를 듯한 자세로 껴안더니, 아버지의 뺨에 입을 맞추고 서너 번 토닥였다.
"그래도 저를 안쓰럽게 생각해주셔야 해요, 아빠."
"얘야, 그러고 있단다."
"그래요, 전 아빠가 그러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그냥 저를 내버려 두고 아무 말도 안 해줬더라면 훨씬 덜했을 거예요. 하지만 그 지긋지긋한 라이트우드 씨는 그 사람 말마따나 제게 닥칠 일을 편지로 써서 알려주는 게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저는 조지 샘슨을 정리해야만 했거든요."
그때, 탁자 아래에서 마지막 장기 말을 구출해 올라온 라비니아가 끼어들었다. "언니는 조지 샘슨을 한 번도 좋아한 적 없잖아, 벨라."
"내가 그랬다고 말하기라도 했니?" 벨라가 다시 머리카락을 입에 문 채 입술을 삐죽이며 대꾸했다. "조지 샘슨은 나를 정말 좋아했고, 나를 무척 동경했으며, 내가 그에게 한 온갖 행동을 다 받아줬단 말이야."
"언니는 그에게 충분히 무례했어." 라비니아가 다시 끼어들었다.
"내가 안 그랬다고 말하기라도 했니? 난 조지 샘슨을 두고 감상적이 되려는 게 아냐. 그저 조지 샘슨이라도 있는 게 낫다고 말하는 것뿐이라고."
"언니는 그렇게 생각한다는 기색조차 그에게 보이지 않았잖아." 라비니아가 다시 끼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