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한두 걸음 만에 다시 그녀 곁으로 다가가 쏘아붙인다. "방금 그렇게 말 안 했잖아. 불성실하다고 했지."
"그랬으면 어쩔 건데요?"
"가정은 필요 없어. 당신이 그랬으니까."
"그래요, 그랬다고 칩시다. 그래서요?"
"그래서라니?" 램플 씨가 말한다. "감히 나한테 그런 말을 할 낯짝이 있어?"
"낯짝?" 램플 부인이 차가운 경멸을 담아 그를 쏘아보며 대꾸한다. "당신, 감히 어떻게 나한테 그런 단어를 입에 올릴 수가 있죠?"
"난 결코 그런 적 없어."
이 말이 사실이 되자, 램플 부인은 여성 특유의 방어 기제를 발동해 말했다. "당신이 무슨 말을 했든, 하지 않았든 난 상관 안 해요."
조금 더 걷고 조금 더 침묵이 흐른 뒤, 램플 씨가 그 침묵을 깼다.
"당신 방식대로 하라고. 내가 말하려는 거냐고 물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셨지. 내가 뭘 말하려는 거냐고?"
"당신이 재산가라는 걸 말인가요?"
"아니."
"그럼 당신은 거짓말로 나랑 결혼했다는 건가요?"
"그렇다고 치지. 다음은 당신이 하려던 말이지. 당신은 재산가라는 걸 말하려는 건가?"
"아니요."
"그럼 당신도 거짓말로 나랑 결혼했군."
"당신이 스스로를 속일 정도로 눈치 없는 재산 사냥꾼이었거나, 겉모습에 속고 싶을 만큼 탐욕스럽고 욕심 많았던 거라면, 그게 내 탓인가요, 이 모험가 양반?" 아내가 몹시 매섭게 몰아붙였다.
"난 비니어링에게 물었고, 그자가 당신이 부자라고 했어."
"비니어링이라니!" 그녀가 큰 경멸을 담아 말했다. "비니어링이 나에 대해 뭘 안다는 거죠!"
"그자가 당신의 수탁자가 아니었어?"
"아니요. 내겐 당신이 사기 결혼을 한 그날 봤던 사람 말고는 수탁자가 없어요. 그 사람의 신탁 업무도 그리 어려운 건 아니죠. 고작 115파운드의 연금이니까요. 굳이 따지자면 잔돈 몇 실링이나 펜스가 더 있긴 할 거예요."
램플 씨는 자신의 기쁨과 슬픔을 나눌 동반자를 결코 사랑스럽지 않은 눈길로 쳐다보며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이내 말을 삼켰다.
"질문에는 질문으로 답하지. 이제 내 차례군, 램플 부인. 대체 뭐가 당신으로 하여금 나를 재산가라고 생각하게 만들었지?"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었죠. 혹시 당신이 줄곧 그런 모습으로 나를 대했다는 걸 부정하려는 건 아니겠죠?"
"하지만 당신도 누군가에게 물었잖아. 자, 램플 부인, 하나씩 주고받자고. 누군가에게 물었지?"
"비니어링에게 물었어요."
"그럼 비니어링은 나에 대해 당신을 아는 만큼, 혹은 남들이 그를 아는 만큼밖에 몰랐다는 거군."
한참 더 침묵 속에 걷던 신부가 갑자기 멈춰 서서 격앙된 말투로 말했다.
"이 일에 대해 비니어링 부부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나 역시 마찬가지야." 신랑이 대답했다.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녀는 화가 난 듯 모래에 구멍을 쿡쿡 찔러댔고, 그는 풀 죽은 꼬리를 끌 듯 지팡이를 질질 끌었다. 썰물 때라 드러난 황량한 바닷가 높은 곳으로 그들이 밀려온 듯 보였다. 갈매기 한 마리가 머리 위를 휙 지나치며 그들을 비웃었다. 갈색 절벽 위엔 방금 전까지 황금빛이 돌았건만, 보라, 이제는 축축한 흙일 뿐이다. 바다에서 조롱 섞인 파도 소리가 들려오고, 저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들은 서로의 등에 올라타며 덫에 걸린 사기꾼들을 구경하고는 장난스럽고 의기양양하게 뛰놀았다.
"당신은 내가 세속적인 이득을 위해 당신과 결혼했다고 말하면서," 램플 부인이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 "정말로 내가 당신이라는 사람 하나만 보고 결혼했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었다고 믿는 척하는 건가요?"
"이번에도 질문에는 양면이 있군요, 램플 부인. 당신은 무엇을 믿는 척하는 건데?"
"그러니까 당신은 날 속인 것도 모자라 이제 모욕까지 하는 거군요!" 여인이 가슴을 들썩이며 외쳤다.
"전혀 그렇지 않아. 난 아무것도 먼저 시작하지 않았어. 그 양날의 검 같은 질문을 꺼낸 건 당신이지."
"내가 꺼냈다고요!" 신부가 되풀이했고, 화가 치민 그녀의 손에서 양산이 부러졌다.
그의 얼굴색은 파르스름한 백색으로 변했고, 마치 악마의 손가락이 방금 전 그곳을 이리저리 건드리기라도 한 듯 콧등 주변으로 불길한 자국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에겐 감정을 억누르는 힘이 있었고, 그녀에겐 그런 힘이 없었다.
"버려," 그가 양산에 대해 냉담하게 권했다. "이미 쓸모없게 됐으니 그걸 들고 있으면 우스꽝스럽게 보일 뿐이야."
그러자 그녀는 분노에 차 그를 "치밀한 악당"이라고 불렀고, 부러진 양산을 내던져 그가 맞게 했다. 그의 콧등에 있던 자국들이 순간 더 하얗게 변했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게 그녀 곁을 걸어갔다.
그녀는 울음을 터뜨리며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고, 가장 많이 속았으며, 가장 대우받지 못한 여자라고 소리쳤다. 그러고는 자살할 용기만 있다면 벌써 그렇게 했을 거라고 말했다. 이어 그를 비열한 사기꾼이라고 비난했다. 그러고는 비열한 속셈이 빗나갔으니, 지금처럼 좋은 기회에 왜 직접 자신의 목숨을 끊어주지 않느냐고 물었다.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다시 화를 내며 사기꾼이라는 말을 꺼냈다. 마침내 그녀는 돌덩이 위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고, 여자가 가질 수 있는 온갖 알려진, 혹은 알려지지 않은 변덕을 한꺼번에 부렸다. 그녀의 태도가 바뀌는 동안, 그의 얼굴에 나타났던 자국들은 마치 악마 같은 연주자가 연주하는 피리의 흰 건반처럼 여기저기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의 파르스름한 입술도 달음박질치느라 숨이 찬 사람처럼 마침내 벌어졌다. 하지만 그는 숨이 차지 않았다.
"자, 일어나요, 램플 부인. 이성적으로 이야기해 봅시다."
그녀는 돌 위에 앉아 그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일어나라고 했어."
고개를 든 그녀는 경멸 어린 눈으로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되받아쳤다. "일어나라고요! 누가 누굴 명령해요!"
그녀는 다시 고개를 떨구며 그의 시선이 자신에게 고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척했지만,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그녀의 온몸이 그 사실을 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만하면 됐어. 자! 내 말 들려? 일어나."
그의 손에 이끌려 그녀가 일어나고 두 사람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집을 향해 돌아선 길이었다.
"램플 부인, 우리 둘 다 서로를 속였고, 우리 둘 다 속았지. 우린 서로 물어뜯었고, 우리 둘 다 물렸어.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지금 우리 상황이 그래."
"당신이 나를 찾아왔잖아요――"
"쯧! 그런 말은 집어치우지. 우리 둘 다 어떻게 된 건지 아주 잘 알잖아. 서로 숨길 수 없는 처지에 굳이 그걸 입 밖에 낼 필요가 뭐가 있겠어? 본론으로 넘어가서, 나도 실망했고 꼴이 말이 아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