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조반니의 표
"이제 이곳은 백조구의 끝입니다. 저길 보세요. 저기가 유명한 알비레오 관측소입니다."
창밖, 마치 불꽃놀이로 가득 찬 듯한 은하수 한가운데 검고 커다란 건물이 네 채 서 있었는데, 그중 평평한 지붕 위로 눈이 부실 정도로 투명한 파란 사파이어와 노란 토파즈 구 두 개가 고리를 이루어 조용히 빙글빙글 돌고 있었습니다. 노란 구가 점점 반대편으로 돌아가고 작은 파란 구가 이쪽으로 다가오더니, 곧 두 끝이 겹쳐져 예쁜 녹색의 양면 볼록렌즈 모양을 만들었습니다. 그 모양도 점차 가운데가 불룩해지더니 마침내 파란 구가 토파즈 정면으로 완전히 오면서 녹색 중심에 밝은 노란색 테두리가 생겼습니다. 그것이 다시 점점 옆으로 빗겨나며 이전 렌즈 모양을 반대로 되풀이하다가, 결국 완전히 떨어져 사파이어는 반대편으로 돌고 노란 것은 이쪽으로 오며 다시 방금 전과 같은 모양이 되었습니다. 은하의 형태도 소리도 없는 물에 둘러싸여, 그 검은 측후소는 정말 잠든 것처럼 고요히 누워 있었습니다.
"저건 물의 속도를 재는 기계라네. 물도……." 새잡이가 말을 꺼냈을 때,
"표를 보여주십시오." 세 사람의 자리 옆에 빨간 모자를 쓴 키 큰 차장이 어느샌가 꼿꼿이 서서 말했습니다. 새잡이는 말없이 주머니에서 작은 종이 조각을 꺼냈습니다. 차장은 잠깐 보더니 곧 눈길을 돌려 '당신들 것은?' 하는 듯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조반니 일행 쪽으로 손을 내밀었습니다.
"어라." 조반니는 난처해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카무파넬라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작은 쥐색 표를 꺼냈습니다. 조반니는 잔뜩 당황해서 혹시 윗옷 주머니에라도 들어있었나 싶어 손을 넣어 보았더니, 무언가 커다랗게 접힌 종이 조각이 잡혔습니다. 이런 게 들어있었나 싶어 서둘러 꺼내보니 그것은 넉 장으로 접은 엽서 크기만 한 녹색 종이였습니다. 차장이 손을 내밀고 있기에 뭐가 됐든 상관없다, 건네버리자 싶어 주었더니 차장은 꼿꼿이 서서 정중하게 그것을 펼쳐 보았습니다. 읽으면서 윗옷 단추 같은 것을 자꾸 고쳐 매기도 하고, 등대지기도 아래에서 그것을 열심이 들여다보고 있었기에 조반니는 분명 저것이 증명서 같은 것이었으리라 생각하며 가슴이 조금 뜨거워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3차 공간 쪽에서 가져오신 것입니까?" 차장이 물었습니다.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이제 괜찮겠구나 안심하며 조반니는 그쪽을 올려다보고 쿡쿡 웃었습니다.
"알겠습니다. 남십자성에 도착하는 건 다음 제3시쯤이 될 겁니다." 차장은 종이를 조반니에게 건네고 저쪽으로 갔습니다.
카무파넬라는 그 종이 조각이 무엇이었는지 기다릴 수 없다는 듯 서둘러 들여다보았습니다. 조반니도 정말 빨리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온통 검은 당초무늬 같은 것 속에 이상한 글자 열 자 정도가 인쇄된 것으로, 가만히 보고 있자니 왠지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새잡이가 옆에서 슬쩍 그것을 보고 당황한 듯 말했습니다.
"어이쿠, 이거 대단한 물건이군요. 이건 말이죠, 진짜 천상으로도 갈 수 있는 표예요. 천상뿐만이 아니라 어디든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통행권이라니까요. 이걸 가지고 있다면 말입니다, 역시나 이런 불완전한 환상 제4차 은하철도 따위는 어디까지든 갈 수 있을 테니, 당신들 정말 대단하군요."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조반니가 얼굴을 붉히며 대답하고는 그것을 다시 접어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쑥스럽기도 해서 카무파넬라와 둘이 다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는데, 새잡이가 가끔씩 대단하다는 듯 이쪽을 흘깃흘깃 쳐다보는 것이 어렴풋이 느껴졌습니다.
"이제 곧 독수리 정거장이야." 카무파넬라가 맞은편 기슭의 나란히 세 개 놓인 작은 푸르스름한 삼각표와 지도를 비교하며 말했습니다.
조반니는 왠지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옆에 앉은 새잡이가 안쓰러워 견딜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왜가리를 잡아 속이 시원하다고 기뻐하거나, 흰 천으로 그것을 돌돌 감싸거나, 남의 표를 깜짝 놀란 듯 옆눈으로 보더니 당황해서 치켜세우거나, 그런 행동들을 하나하나 생각하고 있자니 이제 그 낯선 새잡이를 위해 조반니가 가진 것이든 먹을 것이든 뭐든 다 주고 싶고, 이제 이 사람에게 진정한 행복이 될 수 있다면 자신이 저 빛나는 은하수의 강가에 서서 백 년이라도 계속 서서 새를 대신 잡아주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진정으로 당신이 원하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요, 라고 물으려다가 그건 너무 뜬금없으니 어쩌면 좋을까 생각하며 뒤를 돌아보았는데, 그곳에는 이미 새잡이가 없었습니다. 선반 위에는 흰 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시 창밖에서 다리에 힘을 주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왜가리를 잡을 준비를 하고 있나 싶어 서둘러 그쪽을 보았지만, 밖은 온통 아름다운 모래와 흰 억새 물결뿐, 저 새잡이의 넓은 등도 뾰족한 모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 어디로 갔을까." 카무파넬라도 멍하니 그렇게 말했습니다.
"어디로 갔을까. 대체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난 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을까."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난 그 사람이 귀찮게 느껴졌거든. 그래서 지금 너무 괴로워." 조반니는 이런 이상한 기분은 정말 처음이고, 이런 말은 지금까지 해본 적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왠지 사과 냄새가 나. 내가 지금 사과 생각을 해서일까?" 카무파넬라가 의아한 듯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진짜 사과 냄새네. 거기다 찔레꽃 냄새도 나." 조반니도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역시 그것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모양이었습니다. 지금은 가을이라 찔레꽃 향기가 날 리가 없다고 조반니는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그곳에 윤기 나는 검은 머리의 여섯 살쯤 된 남자아이가 빨간 재킷 단추도 채우지 못한 채 몹시 놀란 얼굴로 벌벌 떨며 맨발로 서 있었습니다. 옆에는 검은 양복을 단정하게 입은 키 큰 청년이 바람을 잔뜩 맞고 있는 느티나무 같은 자세로 남자아이의 손을 꽉 잡고 서 있었습니다.
"어머, 여기 어디죠? 어머, 예쁘다." 청년 뒤에도 열두 살쯤 되어 보이는 갈색 눈의 귀여운 소녀가 검은 외투를 입고 청년의 팔에 매달려 신기한 듯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아, 여기는 랭커셔구나. 아니, 코네티컷주야. 아니, 아, 우리는 하늘로 온 거야. 우리는 천국으로 가는 거예요. 보세요. 저 표시는 천상의 표시랍니다. 이제 아무것도 무섭지 않아요. 우리는 하느님께 부름받은 거예요." 검은 옷을 입은 청년은 기쁨으로 빛나며 그 소녀에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왠지 다시 이마에 깊은 주름을 새기며, 무척 지친 듯 억지로 웃으며 남자아이를 조반니 옆에 앉혔습니다.
그러고는 소녀에게 다정하게 카무파넬라 옆자리를 가리켰습니다. 소녀는 순순히 그곳에 앉아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습니다.
"나, 누나한테 갈래." 이제 막 자리에 앉은 남자아이는 울상을 지으며 등대지기 건너편 자리에 막 앉은 청년에게 말했습니다. 청년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슬픈 표정을 지으며 그 아이의 곱슬거리고 젖은 머리를 가만히 내려다보았습니다. 소녀는 갑자기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훌쩍훌쩍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아빠나 기쿠요 언니는 아직 할 일이 많단다. 하지만 곧 뒤따라오실 거야. 그보다 엄마가 얼마나 오래 기다리셨을까. 우리 소중한 타다시는 지금 어떤 노래를 부르고 있을까, 눈 내리는 아침에 다 같이 손을 잡고 뜰의 찔레꽃 덤불을 돌며 놀고 있을까 생각하며 정말 간절히 기다리고 걱정하고 계시니까, 어서 가서 엄마를 만나 뵙자꾸나."
"응, 하지만 나, 배를 타지 말걸 그랬어."
"그래도 보렴, 저기를 봐. 어때, 저 멋진 강 말이야. 저기는 지난여름 내내 '트윙클 트윙클 리틀 스타'를 부르고 잠들 때면 창밖으로 늘 희미하게 하얗게 보이던 곳이잖아. 저기란다. 예쁘지? 저렇게 빛나고 있어."
울고 있던 누나도 손수건으로 눈을 닦고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청년은 가르쳐 주듯 다정하게 남매에게 다시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슬픈 일이 아무것도 없단다. 우리는 이렇게 좋은 곳을 여행해서 곧 하느님께 갈 거야. 그곳은 정말 밝고 향기도 좋고 훌륭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단다. 그리고 우리 대신 보트에 탄 사람들은 분명 다 구출되어 걱정하며 기다리는 각자의 부모님이나 자기 집으로 돌아가겠지. 자, 이제 곧 도착하니까 기운 내서 즐겁게 노래하며 가자꾸나." 청년은 남자아이의 젖은 듯한 검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모두를 달래는 사이, 자신도 점점 얼굴빛이 환해졌습니다.
"당신들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아까의 등대지기가 이제야 조금 알겠다는 듯 청년에게 물었습니다. 청년은 희미하게 미소 지었습니다.
"아니요, 빙산에 부딪혀 배가 침몰했습니다. 이 아이들 아버지가 급한 일로 두 달 전 먼저 본국으로 돌아가셔서 저희가 뒤따라 떠난 참이었죠. 저는 대학을 다니고 있었고 가정교사로 고용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딱 12일째, 오늘인지 어제인지 모르겠지만 배가 빙산과 충돌해 순식간에 기울고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달빛이 흐릿하게 비쳤지만 안개가 무척 짙었죠. 그런데 보트 절반은 좌현 쪽이 이미 망가져 있어서 다 탈 수가 없었습니다. 배는 점점 가라앉아 갔고 저는 필사적으로 부디 아이들을 태워달라고 외쳤습니다. 근처 사람들은 즉시 길을 터주고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주었죠. 하지만 거기서 보트까지 가는 길에 아직 작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있었기에 차마 밀쳐낼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분들을 돕는 것이 제 의무라고 생각했기에 앞에 있는 아이들을 밀쳐내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살려주는 것보다 차라리 이대로 하느님 앞에 다 같이 가는 것이 이분들에게는 진정한 행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고는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죄는 저 혼자 짊어지고라도 꼭 살려주어야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막상 눈앞의 상황을 보니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들만 보트에 태워 보내고 엄마는 미친 듯이 입맞춤을 보내고, 아빠는 슬픔을 꾹 참으며 꼿꼿이 서 있는 모습은 정말이지 창자가 끊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배는 점점 가라앉았기에 저는 이미 각오하고 이 두 아이를 안고 뜰 수 있는 한 떠보려고 함께 배가 가라앉기를 기다렸습니다. 누군가 던진 구명부표 하나가 날아왔지만 미끄러져 저 멀리 가버렸죠. 저는 필사적으로 갑판의 격자 부분을 뜯어내어 셋이서 그것을 꽉 붙잡았습니다. 어디선가 [약 두 자 분량 공백] 번의 노래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곧바로 모두가 저마다의 언어로 동시에 그 노래를 불렀죠. 그때 갑자기 큰 소리가 나며 우리가 물속으로 떨어졌고, 소용돌이에 휘말렸구나 생각하며 이 아이들을 꽉 안고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보니 여기였습니다. 이 아이들의 어머니는 재작년에 돌아가셨습니다. 네, 보트는 분명 무사했을 겁니다. 워낙 숙련된 수부들이 노를 저어 재빨리 배에서 멀어졌으니까요."
주변에서 작은 기도 소리가 들려오자 조반니와 카무파넬라도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여러 일들을 멍하니 떠올리며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아, 저 큰 바다는 태평양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저 빙산이 떠다니는 북쪽 끝 바다에서 작은 배를 타고 바람과 얼어붙는 바닷물, 그리고 혹독한 추위와 싸우며 누군가 필사적으로 일하고 있겠지. 나는 그 사람이 정말 안쓰럽고 또 미안한 기분이 들어. 나는 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조반니는 고개를 떨구고 완전히 풀이 죽어 버렸습니다.
"무엇이 행복인지는 알 수 없단다. 정말 아무리 괴로운 일이라도 그게 올바른 길을 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고개를 오르든 내리든 모두 진정한 행복으로 다가가는 한 걸음씩이니까."
등대지기가 위로했습니다.
"아, 맞습니다. 그저 최고의 행복에 이르기 위해 겪는 여러 슬픔도 모두 하느님의 뜻이지요."
청년이 기도하듯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그 남매는 어느새 지쳐서 각각 힘없이 의자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습니다. 아까 맨발이었던 발에는 어느새 하얗고 부드러운 구두가 신겨져 있었습니다.
덜컹덜컹 기차는 눈부신 인광의 강기슭을 따라 나아갔습니다. 저쪽 창문을 바라보니 들판은 마치 환등기 그림 같았습니다. 수백, 수천 개의 크고 작은 삼각표, 그 큰 것 위에는 빨간 점이 찍힌 측량기도 보였고, 들판 끝에는 그것들이 온통 모여 희뿌연 안개처럼 보였으며, 그곳에서 혹은 더 먼 곳에서 가끔씩 여러 모양의 흐릿한 봉화 같은 것들이 교대로 아름다운 도라지색 하늘로 쏘아 올려지고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그 투명하고 아름다운 바람은 장미 향기로 가득했습니다.
"어떠신가요? 이런 사과는 처음 보시죠?" 맞은편 좌석의 등대지기가 어느새 황금빛과 붉은빛으로 아름답게 물든 커다란 사과를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양손으로 무릎 위에 소중히 안고 있었습니다.
"어머나, 어디서 오셨나요? 정말 훌륭하군요. 이곳에서는 이런 사과가 열리나요?" 청년은 정말 놀란 듯 등대지기가 양손으로 안고 있는 사과 꾸러미를 눈을 가늘게 뜨기도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며 넋을 잃고 바라보았습니다.
"아니요, 어서 드세요. 제발, 어서 드십시오."
청년은 하나를 집어 조반니 일행 쪽을 살짝 보았습니다.
"자, 저쪽의 도련님들. 어떠신가요? 어서 드세요."
조반니는 도련님이라는 소리를 듣고 조금 기분이 상해 가만히 있었지만, 카무파넬라는
"고마워."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청년은 스스로 하나씩 집어 두 사람에게 건네주었기에 조반니도 일어나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등대지기는 이제야 양팔이 자유로워졌기에 이번에는 직접 하나씩 잠든 남매의 무릎 위에 살며시 올려두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어디서 나는 사과인가요? 이렇게 훌륭한 사과는."
청년은 꼼꼼히 살펴보며 물었습니다.
"이 부근에서도 물론 농사는 짓습니다만, 대체로 저절로 좋은 것이 열리게 되어 있답니다. 농사라고 해도 그렇게 힘든 일은 없습니다. 대개 자신이 원하는 씨앗만 뿌리면 저절로 계속 잘 자라거든요. 쌀도 태평양 부근처럼 껍질도 없고 열 배나 크고 향기도 좋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가시는 곳이라면 농사는 더 이상 없을 겁니다. 사과든 과자든 찌꺼기가 전혀 없기에 모두 사람마다 다른 약간의 좋은 향기가 되어 모공을 통해 퍼져 나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