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병실을 나와 다시 선생님의 편지를 읽으려 했다.하지만 조금도 편안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책상 앞에 앉자마자 또 형이 크게 부를 것만 같았다.그리고 이번에 불려 가면 그것이 마지막일 거라는 두려움이 내 손을 떨게 했다.나는 선생님의 편지를 무의미하게 페이지를 넘겨보기만 했다.내 눈은 꼼꼼하게 틀 속에 박힌 글자들을 보았다.하지만 그것을 읽을 여유는 없었다.듬성듬성 읽을 여유조차 없었다.나는 맨 마지막 페이지까지 차례로 펼쳐보고는 다시 원래대로 접어 책상 위에 두려 했다.그때 문득 결말 부분의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 편지가 자네 손에 들어갈 즈음이면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걸세. 분명 죽어 있겠지."
나는 깜짝 놀랐다.지금껏 요동치던 내 가슴이 일순간 얼어붙는 기분이 들었다.나는 다시 페이지를 거꾸로 넘겼다.그러고는 한 장에 한 문장 정도씩 거꾸로 읽어 내려갔다.나는 그 찰나에 내가 알아야 할 내용을 찾으려고 어른거리는 글자들을 눈으로 뚫어지게 응시했다.그때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오직 선생님의 안부뿐이었다.선생님의 과거, 언젠가 선생님이 나에게 들려주기로 약속했던 그 어두운 과거 따위는 나에게 전혀 무의미했다.나는 페이지를 거꾸로 넘기면서, 내게 필요한 지식을 쉽게 주지 않는 이 긴 편지를 답답한 마음으로 접었다.
나는 다시 아버지 상태를 보러 병실 문 앞까지 갔다.환자의 머리맡은 의외로 조용했다.믿음직스럽지 못하게 지친 얼굴로 앉아 있는 어머니에게 손짓을 하여 "상태가 어떠신가요?"라고 물었다.어머니는 "조금 기운을 차리신 것 같구나."라고 답했다.나는 아버지 얼굴 앞쪽으로 다가가 "아버지, 관장하고 나니 좀 어떠세요?"라고 여쭈었다.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아버지는 분명하게 "고맙구나."라고 말했다.아버지의 정신은 생각보다 흐릿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병실을 나와 내 방으로 돌아갔다.거기서 시계를 보며 기차 시간표를 확인했다.나는 갑자기 일어나 띠를 다시 조이고 소매 속에 선생님의 편지를 집어넣었다.그다음 부엌문으로 밖을 나갔다.나는 꿈결에라도 된 듯 의사의 집으로 달려갔다.나는 의사에게 아버지가 앞으로 이삼일 더 버티실 수 있을지 그 점을 확실히 듣고 싶었다.주사든 뭐든 써서라도 버티게 해달라고 부탁하려 했다.의사는 공교롭게도 부재중이었다.나에게는 가만히 앉아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마음의 여유도 없었다.나는 곧장 인력거를 타고 정거장으로 서둘러 향했다.
나는 정거장 벽에 종이를 대고 그 위에 연필로 어머니와 형에게 보낼 편지를 썼다.편지는 아주 간단했지만, 말도 없이 떠나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 생각하여 인력거꾼에게 서둘러 집으로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그러고는 단호한 기세로 도쿄행 기차에 올라탔다.나는 굉음을 내며 달리는 3등 열차 안에서 다시 소매 속에서 선생님의 편지를 꺼내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