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 갇힌 여인 · 그러는 동안 스키는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도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는 눈썹을 찡긋거리며 미소를 짓고 먼 곳을 바라보는 표정과 입가를 살짝 일그러뜨리는 등 스스로 생각하는 예술가다운 태도를 꾸며내며 모렐에게 비제 곡을 연주해달라고 성화였다. "어떻게 비제의 음악이 가진 그 어린애 같은 면을 안 좋아할 수가 있죠? 하지만 여보게, 이것 참 매혹적이지 않은가." 그는 특유의 r 발음을 굴리며 그렇게 말했다. 비제를 좋아하지 않던 모렐이 과장되게 그 사실을 밝히자, 스키는 바이올리니스트의 비난을 역설로 받아들이는 척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웃음소리는 베르뒤랭 씨처럼 담배 피우는 사람 특유의 숨 막히는 쌕쌕거림이 아니었다. 스키는 먼저 날카로운 인상을 짓더니 마치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음소리 하나를 내뱉었는데, 마치 종소리가 처음 울리는 것 같았다. 그 뒤로 날카로운 눈길이 상대방 말의 우스꽝스러움을 신중하게 살피는 듯한 침묵이 이어졌고, 이내 두 번째 종소리 같은 웃음이 터져 나오더니 곧 유쾌한 만종 소리로 변했다. | TRANSREA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