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 꽃 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 지방 소철도는 시시때때로 발베크-플라주에 앞선 역들에 우리를 멈춰 세웠는데, 그 역들의 이름(앵카르빌, 마르쿠빌, 도빌, 퐁타쿨뢰브르, 아랑부빌, 생마르르비외, 에르몽빌, 멘빌)은 책에서 읽었더라면 콩브레 인근의 지명들과 어떤 연관이 있었을 법함에도 내게는 낯설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음악가의 귀에는 물리적으로 여러 개의 동일한 음으로 구성된 두 악구라 할지라도 화성과 관현악의 색채가 다르면 전혀 닮은 점이 없어 보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모래와 너무 트여 텅 빈 공간, 그리고 소금으로 이루어진 이 슬픈 이름들은―'도시'라는 단어가 비둘기 날기 놀이에서처럼 위로 날아가 버리는 듯한―내게 루생빌이나 마르탱빌 같은 다른 이름들을 조금도 떠올리게 하지 않았다. 큰이모가 식탁에서, 그 '응접실'에서 워낙 자주 입에 올리셨기에 그 이름들은 잼의 맛, 장작 타는 냄새, 베르고트 책의 종이 냄새, 맞은편 집 사암의 색깔 같은 것들이 뒤섞여 특유의 어두운 매력을 얻게 되었고, 오늘날에도 내 기억의 밑바닥에서 기포처럼 떠오를 때면 그 이름들은 표면에 이르기까지 겹겹이 쌓인 서로 다른 환경의 층을 통과하면서도 고유한 힘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 TRANSREA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