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장
집을 부끄러워한다는 건 참으로 비참한 일이다. 거기에는 끔찍한 배은망덕함이 깃들어 있을지도 모르고, 그에 따르는 벌은 응당 받아야 할 정당한 대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지 나는 증언할 수 있다.
누나의 성격 때문에 집은 내게 결코 유쾌한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조가 그곳을 성스러운 공간으로 만들어 주었기에, 나는 그 집을 믿었다. 나는 응접실이 가장 우아한 거실이라고 믿었고, 정문은 닭 요리를 제물로 바쳐야만 엄숙하게 열리는 국가 사원의 신비로운 입구라고 믿었으며, 부엌은 화려하진 않아도 정갈한 공간이라 믿었고, 대장간은 성인과 자립으로 향하는 빛나는 길이라 믿었다. 하지만 단 1년 만에 이 모든 것이 변했다. 이제 그 모든 것은 조잡하고 평범할 뿐이었고,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해비셤 부인과 에스텔라가 이 모습을 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의 이런 몰지각한 심리 상태가 내 잘못인지, 해비셤 부인의 잘못인지, 아니면 누나의 잘못인지 하는 것은 이제 나에게도, 누구에게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변화는 내 안에서 일어났고, 일은 이미 벌어졌다. 잘되었든 잘못되었든, 용서받을 수 있든 없든, 어쨌든 저질러진 일이었다.
한때는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조의 견습생이 되어 대장간으로 들어가는 날이 오면, 내가 무언가 특별한 사람이 되어 행복해질 것만 같았다. 이제 현실이 눈앞에 닥치자, 나는 그저 석탄 가루에 뒤덮여 먼지투성이가 된 기분이었고, 매일같이 내 기억을 짓누르는 무게는 모루보다도 훨씬 무겁게 느껴졌다. 나중에 살면서 (누구나 그렇겠지만) 내 삶의 모든 흥미와 낭만에 두꺼운 장막이 드리워져, 지루한 인내 외에는 그 무엇과도 단절된 듯한 기분을 느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조의 견습생이라는 새로운 길을 따라 내 인생의 행로가 곧게 뻗어 있던 그때만큼 그 장막이 무겁고 공허하게 드리워진 적은 없었다.
견습생 시절 후반기에 일요일 저녁 어둠이 내릴 때면 교회 묘지를 서성이곤 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내 앞날과 바람 부는 늪지대 풍경을 비교해 보곤 했는데, 둘 다 얼마나 평탄하고 낮은지, 그리고 그 위로 얼마나 알 수 없는 길과 짙은 안개, 그다음에는 바다가 찾아오는지를 생각하며 둘 사이의 공통점을 찾으려 애썼다. 견습 생활 첫 근무 날에도 나는 그 시절만큼이나 낙담했지만, 도제 계약 기간 내내 조에게 불평 한마디 늘어놓지 않았다는 사실은 지금 생각해도 다행스럽다. 그와 관련해서 내가 유일하게 스스로를 기특하게 여기는 점이다.
내가 앞으로 덧붙일 내용에 그 사실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그 모든 공은 조의 것이었다. 내가 군인이나 선원이 되려고 도망치지 않았던 것은 내가 성실해서가 아니라 조가 성실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내키지 않는 일을 하면서도 그럭저럭 열심을 낼 수 있었던 것도 근면의 미덕을 내가 잘 알아서가 아니라 조가 그런 미덕을 강하게 신봉했기 때문이었다. 다정하고 정직하며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사람의 영향력이 세상에 얼마나 멀리 퍼져 나가는지 알 길은 없지만, 그것이 지나가는 길에 나 자신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는 너무나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내 견습 생활에 섞여 든 모든 좋은 점은 끊임없이 야망을 품고 불만을 느끼던 내가 아니라, 소박하고 만족할 줄 알던 조에게서 비롯되었음을 나는 아주 잘 알고 있다.
내가 무엇을 원했는지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나 자신조차 무엇을 원했는지 알지 못했는데 내가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내가 두려워했던 것은 운 나쁜 어느 순간, 가장 더럽고 볼품없는 모습으로 일하고 있을 때 고개를 들었다가 대장간의 나무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에스텔라와 마주치는 것이었다. 나는 언젠가 그녀가 얼굴과 손을 검게 더럽힌 채 가장 거친 일을 하는 나를 발견하고, 나를 비웃으며 경멸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날이 저문 뒤 조를 위해 풀무질을 하며 우리가 『올드 클렘』을 노래할 때, 해비셤 부인네 집에서 이 노래를 부르곤 했던 기억이 떠오르면 불길 속에서 에스텔라의 얼굴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바람에 찰랑거리는 예쁜 머리카락과 나를 경멸하는 눈빛이 말이다. 그런 때면 나는 나무 창문이 있던 벽면의 검은 밤을 향해 고개를 돌리곤 했고, 그녀가 막 얼굴을 돌리는 환영을 보았다고 생각하며 그녀가 드디어 왔다고 믿곤 했다.
그 일이 있은 뒤 저녁을 먹으러 들어가면 그 장소와 식사가 그 어느 때보다 더 초라해 보였고, 내 못난 마음속에서는 집이 더욱 부끄럽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