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려다 다시 주저하신 친왕이 이 노래를 나지막이 읊으신 것이다.
끊기지 않으리라는 내 기대를 믿고 우지 다리의 아득한 사이를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
이렇게만 말씀하시고, 말씀은 적었지만 뇨오의 모습에서 이별의 슬픔이 비치는 것을 알아차리신 친왕께서는 비할 데 없는 애정을 느끼셨다.
젊은 여인의 마음에 감동을 주지 않을 수 없는 친왕의 아침 모습 너머로, 뒤에 남겨진 향기 등이 몸에 사무치는 사람이 되어가던 뇨오였다. 출발이 늦었던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여방들은 친왕을 엿보았다.
"주나곤 님은 정겨운 기품 속에 특별한 무언가가 있으시군요. 한층 더 높은 신분이라는 생각 때문일까요, 화사한 미모는 무엇이라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보여요."
등등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교토로 돌아가는 길에, 이별에 풀이 죽어 있던 뇨오를 떠올리시며 이대로 산장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하셨으니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볼품없을 정도로 그리움이 사무쳤으나, 세간의 이목이 두려워 돌아오신 이후로는 쉽게 찾아뵙지 못하고 편지만 매일 몇 통씩 보내셨다. 진심이 없으신 것은 아니리라 생각하면서도 만남이 뜸해지는 날이 늘어감에 언니인 뇨오는 번민하였다. 이런 결과를 보고 고생하는 일이 없기를 바랐건만, 자신이 당사자보다 더 괴로운 처지가 된 것을 탄식하였으나, 이를 겉으로 보이면 나카노키미의 마음이 더욱 상할까 염려되어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도, 자신만이라도 결혼의 괴로움을 맛보지 않으려 가오루의 구혼으로부터 점점 마음이 멀어지는 오오키미였다.
가오루 또한 효부쿄 친왕이 우지로 가시지 못하는 사정을 알고 있었기에, 산장의 뇨오가 애타게 기다릴 것이라 여겨 자신의 책임인 양 친왕께 은근히 재촉하기도 하고 친왕의 근황에도 주의를 기울였으나, 친왕이 우지의 뇨오에게 애정을 쏟고 계심이 분명해졌기에 지금 상태라면 불안해할 것 없겠다며 나카노키미를 위해 안도하였다.
9월 10일, 들과 산의 가을빛이 누구에게나 느껴지는 때였다. 하늘은 어두운 가을비를 뿌리고, 무시무시한 구름이 낀 저녁이었다. 친왕은 평소보다 우지의 뇨오가 사무치게 그리워져 무슨 일이 있더라도 가볼까, 어찌할까 하며 혼자서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하고 계실 때, 그 마음을 짐작한 가오루가 찾아왔다.
"산속은 어떤지 궁금하군요."
주나곤이 한 말은 이것이었다. 친왕은 기뻐하며,
"그럼 지금 바로 함께 가도록 하세."
라고 말씀하셨기에 니오우노미야의 수레에 가오루 주나곤이 동승하여 교토를 떠났다. 산길로 접어들수록 산장에서 시름에 잠겨 있을 연인을 가엾게 여기시는 친왕이었다. 동승한 사람에게도 그 점에 관해 자신도 괴로워하고 있음을 거듭 말씀하셨다. 저물어가는 가을의 황혼 무렵, 외로움이 느껴지는 길 위로 차가운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옷이 젖어버린 탓에 고귀한 향기가 더욱 진해져 하나로 어우러져 퍼져나가는 모습이 아련했고, 마을 사람들은 마치 고귀한 꿈을 마주한 듯이 여겼다.
매일매일 사위의 정 박함을 탓하던 산장의 여방들은 기쁨을 가슴에 가득 채우고 자리를 마련하는 등 분주했다. 교토 여기저기로 여방 일을 나간 딸이나 조카들을 갑자기 곁으로 불러들여 나카노키미의 시중을 들게 한 여방도 두세 명 있었다. 지금까지 경멸하던 박정한 이들에게 고귀한 사위의 등장은 경이로운 일이었다.
오오키미는 이 쓸쓸한 밤에 찾아와 주신 친왕을 기쁘게 생각하면서도, 조금 성가신 사람이 따라왔다고 가오루를 생각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신중하고 배려 깊은 태도를 사랑 속에서도 잊지 않아 주었던 이와 그를 떠올릴 때, 니오우노미야의 행동은 그렇지 않았다는 비교가 되어 감사하는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나카노키미의 사위로서 친왕께 산장에 걸맞은 대접을 올리고, 가오루는 주인 측 사람으로서 편하게 대하면서도 객실 자리에 앉아야만 하는 것을 가오루는 원망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과연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공주는 발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하기로 하였다. 자신의 마음이 약해 비틀거려 또다시 처음에 사랑을 거절당한 것은 아닌가, 이런 상태를 계속하는 것은 이제 자신에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며 가오루는 말을 다해 연인에게 원망을 전하려 했다. 마침내 이 사람의 존경할 만한 마음을 깨달은 공주였으나, 나카노키미가 결혼한 탓에 시름에 잠기는 일이 많아진 탓에 연애라는 것을 더욱 꺼림칙하게 여기게 되어 더 이상의 접근은 허락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지금은 순수한 사랑을 느끼는 상대이지만 결혼하면 분명 이 사람을 원망하게 될 것이고, 자신과 이 사람 모두 변치 않는 우정을 이어가고 싶다고 깊이 결심했기 때문이었다. 친왕에 관한 이야기가 되어 가오루가 나카노키미의 근황 등을 묻자, 조금씩 최근 있었던 일로 가오루가 상상했던 일들도 공주는 이야기해 주었다. 가오루는 안타까워하며 친왕이 깊은 애착을 가지고 계신 것과, 자신이 탐문하여 알고 있는 자유롭지 못한 최근의 우울한 나날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공주는 평소보다 기분 좋게 대화한 후,
"이런 식의 새로운 걱정에 사로잡힌 일도 끝나고 마음이 가라앉았을 때, 다시 자세히 말씀을 듣도록 하지요."
라고 말했다. 반감을 살 만한 냉담함은 없었으나 발은 굳게 닫혀 있었다. 억지로 그 사이를 가로막은 것을 치우려 하는 것은 지독히도 동정 없는 행동이라 공주가 생각하고 있음을 아는 가오루는, 이 사람에게 생각이 있으리라, 경솔하게 남의 아내가 될 리 없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기에 언제나 여유로운 마음을 지닌 그는 사랑에 애가 타면서도 그것을 억누를 수 있었다.
"당신의 뜻은 어디까지나 존중하지만, 이렇게 발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하는 불만족스러운 기분만큼은 달래주십시오. 지난번처럼 가까이 다가가 말씀을 나누고 싶습니다."
라며 재촉해 보았으나,
"요즘 저는 평소보다 수척해져서요. 얼굴을 보시면 불쾌하게 여기시지는 않을까, 어찌 된 일인지 그런 마음이 쓰이기도 하네요."
라고 말하며 희미하게 아게마키 공주가 웃는 기색 등에서 기이할 정도의 매력이 있는 것을 가오루는 느꼈다.
"그런 곁에 있는 듯 없는 듯한 마음 씀씀이에 휘둘려, 저는 결국 어떻게 되려는 걸까요."
이런 말을 하며, 남자는 한숨을 내쉬며 밤을 지새웠다.
효부쿄 친왕은 가오루가 지금도 혼자 잠들 뿐인 우지의 밤이라고는 상상도 못 한 채,
"주나곤이 주인 행세를 하며 침실에 오래 머무는 것이 원망스럽구나."
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나카노키미는 신비로운 말처럼 듣고 있었다.
무리해서 찾아와도 곧바로 돌아가야 하는 괴로움에 친왕 또한 깊은 슬픔을 느끼셨다. 이런 마음을 모르는 나카노키미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세간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은 아닐지 탄식하고 있었기에, 연애란 고통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라 여겨졌다. 교토에서도 다정한 이로 이름이 났으나, 몰래 찾아가 만날 곳조차 마땅치 않은 친왕이셨다. 로쿠죠인에는 좌대신이 같은 저택 안에 살고 있었기에, 니오우노미야의 부인으로 예정된 로쿠노키미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는 친왕을 원망하는 듯 보였다. 호색가 같은 생활을 한다며 가차 없이 친왕을 비난하고, 제에게까지 불만스러운 마음을 털어놓는 기색이었기에, 하치노미야의 공주라는, 누구에게나 의외로 여겨질 사람을 부인으로 맞이하는 데는 거리끼는 바가 많았다. 가벼운 연애 상대로 삼는 여성은 궁녀의 체면을 빌려 니죠인이나 로쿠죠인으로 들이는 것도 자유롭게 처리할 수 있어 오히려 마음 편했다. 그런 평범한 정인들과는 조금도 다르게 생각하고 계셔서, 만약 세상이 변하고 제와 황후의 오랜 소망이 이루어질 날이 온다면 누구보다 높은 자리에 이 사람을 앉히고 싶다고 생각했기에, 현재 친왕의 마음은 우지의 나카노키미에게 온전히 쏠려 있어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항상 만날 방법을 얻을 수 있을지만 생각하고 계셨다. 주나곤은 화재 후 재건 중인 산죠 저택이 완성되는 대로 좋은 방법을 강구하여 오오키미를 맞이하려 생각하고 있었다. 역시 신하의 신분인 사람은 마음 편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토록 사랑하면서도 결혼을 비밀로 하고 있기에, 친왕에게도 나카노키미에게도 번민이 끊이지 않는 듯한 모습이 안타까워, 이 두 사람의 관계를 자신이 직접 중궁께 아뢰어 양해를 구하고 싶었다. 당장은 소란이 일어 친왕께서 곤란한 처지에 빠질지도 모르나, 나카노키미를 생각하면 이는 일시적인 일일 뿐 직접적인 고통이 되지는 않을 터였다. 이런 식으로 밤도 채 새우지 못하고 돌아가야 하는 친왕의 심정이 얼마나 괴로울지 짐작이 가서 마음이 아팠다. 결혼이 공공연히 인정된다면 나카노키미에게 충분한 물질적 지원을 하여, 친왕의 부인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대우를 오빠를 대신해 해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가오루는, 굳이 비밀로 하지 않고, 요즘 같은 겨울 옷 갈아입는 계절에 자신 외에 누가 그 준비에 힘을 보태겠느냐며, 미초의 가케기누와 가베시로 등은 산죠 저택이 신축되어 이전할 준비로 만들어두었던 것을 마침 맞게 사용해달라는 전언과 함께 우지로 보냈다. 또한 여러 산장의 여방들이 입을 옷들도 자신의 유모 등에게 명하여 공공연하게 제작하게 한 가오루였다.
시월 초순경은 아지로의 고기잡이도 시작되어 우지로 놀러 가기에 가장 흥미로운 때임을 말하며 주나곤이 친왕을 유혹했기에, 효부쿄 친왕은 단풍 구경을 겸한 우지 나들이를 결심하셨다. 친왕을 모시는 분들 중 평소 가깝게 여기시는 관리들 외에 전상인들 중에서 특히 친왕이 아끼는 이들만 추려 미행으로 놀러 갈 작정이었으나, 큰 세력을 짊어진 친왕이었던 만큼 어느덧 거창한 행사가 되어가고 있었고, 예정된 인원 외에 사다이진 가문의 사이쇼 주조가 수행을 자처했다. 고관으로는 겐 주나곤만이 뒤를 따랐다. 전상인들의 수는 많았다.
반드시 뇨오 일행의 산장에 들를 것이라 믿고 있는 가오루로부터,
"친왕을 수행하여 상당수의 손님이 올 것을 생각하여 준비해 두십시오. 지난 봄 나들이 때 저와 함께 찾아갔던 분들도 다시 오시기를 원하여 갑자기 찾아뵐지도 모릅니다."
등등 세심하게 주의를 주었기에, 뇨오는 발을 갈아달고 여기저기 방들을 청소하게 하고, 뜰 바위틈에 쌓인 단풍 썩은 잎들을 보기 흉하지 않을 정도로 치우게 하고, 작은 시냇물의 수초를 걷어내게 하는 등 여러 일을 시켰다. 가오루 측에서는 좋은 과자 등을 보내왔고, 또한 접대역으로 나설 젊은 사람들도 오게 하였다. 이토록 애써주는 가오루의 신세를 당연하게 받고 있는 것이 미안하다고 공주는 생각했으나, 기댈 곳이 달리 없었기에 이런 것이 인연이라 체념하고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하여 효부쿄 친왕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었다.
유람 일행은 배로 강을 오르내리며 재미있는 음악을 연주하는 소리가 산장까지 잘 들려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젊은 여방들은 강을 면한 좌식 쪽에서 모두 내다보고 있었다. 친왕이 어디에 계신지는 잘 알 수 없으나, 그럴듯하게 단풍 가지를 두껍게 얹은 지붕을 인 배가 있었고, 훌륭한 합주곡이 그곳에서 물 위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강바람이 화사하게 손짓하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경애받으며 받들여지는 모습이 이런 미행 유람 때에도 위엄 있게 엿보이는 친왕을, 일 년에 한 번뿐인 칠석의 견우성에 비견되는 드문 방문보다 기다리기 어렵다 할지라도, 사위로 맞는 것은 행복임이 분명하다고 생각되었다.
친왕은 시를 지으실 생각으로 문장박사 등을 대동하고 계셨다. 저녁 무렵 배들은 모두 강가로 정박했고 연주는 계속되었으나, 배 안에서는 시 짓는 자리가 펼쳐졌다. 음악을 하는 이들은 단풍 나뭇가지의 짙고 옅은 빛깔을 관에 꽂고 해선락을 합주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즐거워하는 가운데 친왕만은 '어찌하여 오미의 바다인가, 이런 이가 사람을 보는 눈이 끊어지지 않기에'라는 노래의 정취를 떠올리시며, 멀리 있는 이의 마음(칠석의 은하수를 건너는 오늘밤조차 멀리 있는 이는 냉정하구나)은 어떠할까 생각하시며 홀로 멍하니 계실 뿐이었다. 때에 맞는 시제가 주어지자 시를 짓는 이들은 창작에 열을 올렸다. 배 안 사람들의 움직임이 조금 잦아들기를 기다려 산장으로 가려던 가오루도 그 뜻을 친왕께 귀띔하던 중에, 궁궐로부터 중궁의 분부를 받은 재상인 형 에몬노카미가 화려하게 수행원을 거느리고 정장 차림으로 사신으로 왔다. 이런 유람은 은밀히 이루어진 일이었음에도 자연스레 세상에 소문이 퍼져 후대의 전례가 될 만한 일인데도, 점잖은 고관들의 수행 인원을 최소화하여 길을 떠나신 것이 알려지자 에몬노카미가 파견되었고, 그 밖에도 덴죠비토를 많이 동반하게 하여 일행에 합류시킨 것이었다. 이 때문에 다시 소란스러워져 연인을 그리워하는 두 사람은 목적지로 갈 수 없는 비애가 고통으로까지 번져, 그 어떤 것도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친왕의 마음 따위는 모른 채 취해 흐트러져 음악 등에 열중한 모습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래도 다음 날이 되면 기회가 있을 거라는 기대를 친왕은 가지고 계셨으나, 다시 아침이 되자 중궁다유와 또 많은 덴죠비토가 찾아왔다. 친왕은 낙담하여 이대로 돌아갈 마음은 전혀 들지 않으셨다.
산장의 나카노키미에게 편지가 보내졌다. 풍류를 논할 여유가 없으셨던 친왕은 그저 진지하게 속마음을 자세히 전하셨을 뿐이었으나, 사람들이 많이 시중들고 있는 때라 생각하여 뇨오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자신처럼 가련한 처지의 사람이 연인이 되었으니, 불균형한 상대라고 여자는 깊이 생각했을 것이 틀림없었다. 먼 길이 사이에 있을 때는 서로 만날 날이 드문 것도 당연하다 여겨졌고, 이런 상태에 놓여 있어도 잊히지는 않았으리라 스스로 위로할 수 있었던 나카노키미였으나, 가까운 곳에 와서 화려한 유람 모습을 보여주기만 할 뿐 들르려 하지 않으시는 친왕을 원망스럽게 여기고, 분하게 여기며 괴로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친왕은 더욱 우울한 기분이 되어 그리운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불쾌감을 어찌할 바 몰라 하셨다. 아지로의 빙어 잡이도 유독 많아 아름다운 여러 단풍에 그것을 섞어 몇 번이고 바구니에 담으며 시종들은 즐거워하고 있었다. 상하가 모두 유람의 기쁨에 젖어 있을 때 친왕만은 슬픔으로 가슴을 채우고 하늘 쪽만 바라보고 계셨다. 그러자 눈에 띄는 것은 뇨오의 산장 나무숲이었다. 큰 상록수에 멋지게 걸린 덩굴 단풍의 빛깔조차 고아함의 발현처럼 보이고, 멀리서 보기에는 쓸쓸해 보이기까지 하는 저 건물이 그곳임을 주나곤도 배 위에서 바라보며, 자신이 거창하게 전갈을 해둔 것이 도리어 시름을 깊게 만드는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닌가 탄식하였다.
재작년 봄 가오루의 안내로 하치노미야의 산장을 방문했던 귀공자들은 그때의 강변 벚꽃을 떠올리며, 아버지를 잃은 뇨오들이 여전히 그곳에 머물고 있는 것이 얼마나 외로울까 동정하였다. 그중 한 명을 효부쿄 친왕이 숨겨둔 연인으로 삼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이들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사정을 모르는 이들도 많았기에, 그저 고아가 된 뇨오들에 관해 이런 산속에 숨어 있어도 젊은 미인에 관해서는 자연스레 세상이 알게 마련이므로,
"굉장한 미인이라고 하더군요. 13현 거문고 명수라더군요. 고인이 되신 친왕께서 그 방면 교육을 잘 시켜두셨기 때문에"
등등 입을 모아 말하고 있었다. 사이쇼노 주조가,
"언젠가 꽃이 만발했을 때 얼핏 보았던 나무 아래조차 가을이라 쓸쓸한가."
하치노미야와 인연이 깊은 사람이기에 가오루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
"벚꽃이야말로 세상이 덧없음을 알려주니, 피어 향기로운 꽃도 단풍도 변해가는 세상이라."
에몬노카미,
"어디서부터 가을이 온 것일까, 산골의 단풍 그늘을 지나기가 괴롭구려."
중궁대부,
만났던 사람도 없는 산골의 바위 울타리에, 참으로 끈기 있게도 뻗어 나가는 칡넝쿨이구나.
누구보다 노인이었기에 울고 있었다. 하치노미야가 젊었을 적 일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리라. 효부쿄 친왕이,
가을이 저물어 쓸쓸함이 더해가는 나무 아래를, 산마루의 솔바람아 부디 불어 지나가지 말아다오.
라 읊으시며 몹시 슬픈 듯 눈물짓는 것을 보고, 비밀을 아는 이들은 평판대로 친왕께서 그 사람을 깊이 사랑하고 계신 듯하며 이런 기회에도 그곳으로 가실 수 없는 것은 안타깝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그러한 이들만 데리고 산장으로 들어가시는 일은 실현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람들이 지은 시의 재미있는 구절 등을 모두 입에 담거나 하였고, 노래 또한 평소와는 다른 여행길이라 상당수 지어졌으나 술에 취한 머리에서 나온 것들이라 조금 채록해 본들 가작은 없고 시시할 뿐이라 생략한다.
산장에서는 친왕 일행이 우지를 떠나가는 기척을 꽤 멀어질 때까지 들려오는 선구의 소리로 알았고, 기쁜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극진히 대접할 준비를 했던 사람들은 모두 몹시 실망했다. 오오키미는 더욱이 이 감정을 깊이 느끼고 있었다. 역시 소문대로 다정다감하고 제멋대로인 연애 생활을 일삼는 친왕다운 모습이었다. 남의 연애 이야기를 남의 일처럼 듣고 있자니, 남자는 여자에게 거짓말을 교묘하게 하는 법인 모양이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는 척하며 巧(교묘)한 말을 늘어놓는 법이라고, 집에 있는 하찮은 여종들이 자기들 처지를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을 때만 해도, 신분이 낮은 사람들 사이에나 그런 불성실한 남자가 있는 것이고, 귀족으로 처신하는 사람은 세상의 평판을 의식해서라도 조심하는 법일 것이라 여겼으나, 그것은 자신의 생각이 짧았던 것이었다. 다정다감한 분이라는 소문을 아버지 친왕께서도 들으셨기에 교제는 허락하셨어도 이 집의 사위로 삼을 생각은 없으셨던 모양이었는데, 신기할 정도로 열성적으로 구혼하여 이미 인연은 맺어져 버렸고, 그로 인해 자신까지 마음고생을 더하고 불행을 가중하게 된 것은 한탄스러운 일이다. 가까이 지내며 사랑이 식어버린 친왕의 상대인 동생을 주나곤이 경멸하며 보지는 않을까, 훌륭한 여방이 곁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부끄러웠다. 남의 웃음거리가 되는 운명이 되었다고 번민하며 언니인 여왕은 건강까지 해치게 되었다. 당사자인 나카노키미는 가끔씩밖에 만날 수 없는 남편이지만 열정적인 사랑을 속삭이고 있기에, 지금 눈앞에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마음이 완전히 변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자주 올 수 없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임이 틀림없다고 믿는 구석도 있었다. 한동안 오지 않았으니 애타지 않을 리 없는데도, 근처에 모습을 나타내기만 했을 뿐 들르지도 않고 돌아가 버린 일에 원망스럽고 속상한 마음으로 기운을 잃고 있는 것이 오오키미에게는 견딜 수 없이 안쓰럽게 보였다. 세상 일반의 공주처럼 궁궐에서 모셔졌더라면, 이 저택이 이토록 보잘것없지 않았더라면 친왕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 텐데 싶었다. 자신 또한 계속 살아있다면 이런 꼴을 당하게 될 터였다. 주나곤이 여러 가지 말로 순수한 사랑을 구하는 것 또한 자신을 시험해보려는 마음뿐일 것이고, 자신 혼자서야 우정 이상으로는 나가지 않으려 해도, 상대의 본심이 그렇지 않다면 결과는 뻔한 것이며, 자신이 거절하는 데도 힘의 한계가 있었다. 집에 있는 여종들은 매개 역을 하다 실패한 것에 굴하지 않고, 지금도 어떻게든 주나곤을 자신의 남편으로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 자가 없으니 자신의 마음은 존중받지 못하고, 결국에는 자신이 그 사람의 아내가 되어버리는 결과가 될 터였다. 이것이 다름 아닌 아버지께서 스스로를 잘 지켜나가라고 하신 말씀임이 틀림없다. 불행한 우리들은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마저 떠나보냈으나, 박명한 운명이니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자신을 가볍게 여겨, 꼴사납게 버림받은 아내가 되어 돌아가신 아버지의 마음까지 괴롭히게 되는 것은 슬픈 일이다. 자신 혼자라도 그런 고민에 잠기지 않고 처녀로 지낸 채 병으로 죽어버리고 싶다고, 이런 생각을 아침저녁으로 계속하는 오오키미는, 외로운 죽음의 예감까지 느껴 나카노키미를 봐도 안쓰럽고, 자신마저 죽어서 이별하고 나면 더욱 위로받을 곳 없는 사람이 될 터였다. 아름다운 이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 자신의 유일한 위안이었고, 어떻게든 행복한 여자가 되게 해주고 싶다고만 바랐다. 아무리 고귀한 분을 남편으로 두었다 해도 이번과 같은 모욕을 당하면서도 여전히 비구니가 되지 않고 아내로서 독수공방을 지켜나가는 것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부끄러운 일임이 틀림없다고, 계속해서 생각에 잠기는 오오키미는, 우리 자매는 현세에서 작은 위로도 얻지 못한 채 끝날 운명을 타고난 것 같아 외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