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부에
곤다이나곤의 죽음을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아,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그리워하는 이들이 가득했다. 로쿠조인도 그러했다. 관계가 깊지 않은 인물이라도 어떤 뛰어난 점을 가진 이의 죽음은 늘 슬퍼하시는 분이었기에, 가시와기의 에몬노카미는 더욱이 아침저녁으로 출입하던 사람이었고 또 그런 이들 중에서도 특히 사랑스러운 남자로 여기고 계셨던 만큼, 한 가지 문제와는 별개로 마음속에 떠오르는 일이 많았다. 49재 법회 때도 성의가 돋보이는 독경 기부가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의 얼굴을 보고는 다시금 깊은 비애를 느끼시어, 그 외에도 법회 때 황금 백 냥을 보내셨다. 이유를 모르는 대신은 거듭 감격하여 사례를 올렸다. 대장 또한 여러 가지 형식으로 사촌이자 부인의 오라비였으며 친우였던 다이나곤의 법회를 성대하게 치르려는 의지를 보였고, 한편으로는 이 기회에 위문이라며 미망인인 이치조노미야에게도 물건을 많이 보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형제 이상의 친절을 고인을 위해 다하는 대장을 대신도 부인도 이토록 깊은 정성이 있을 줄은 몰랐다며 기뻐했다. 고인이 가졌던 세력이 법회 때 화려하게 드러난 것 등을 보며 부모는 다시금 떠난 자식을 그리워했다.
데라의 인은 니노미야 또한 불행한 처지가 되셨고, 뉴도노미야도 오늘날엔 인간으로서의 행복과는 거리가 먼 몸이 된 것을 아버지로서 안타깝게 여기셨으나, 이 세상 일은 문제 삼지 않으려 꾹 참고 계셨다. 불공을 드릴 때에도 온나산노미야도 이 수행을 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하시어, 궁이 출가한 뒤로는 예전보다 더 사소한 일에도 소식을 적어 보내셨다. 절 근처 숲에서 캔 죽순과 그 부근 산에서 캔 마가 신선한 산골 느낌을 자아내는 것을 기쁘게 여기시어 궁에게 보내셨는데, 여러 말씀을 적으신 뒤에,
봄의 들산은 아지랑이에 가려져 희미한 빛깔을 띠고 있습니다만, 그 속에서 그대 생각에 이것을 캐게 하였습니다. 아주 조금입니다.
세상을 떠나 들어가는 길은 조금 늦더라도 / 같은 곳을 그대도 찾아오구려.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부처님의 제자로서 정진해야 하겠지요."
법황의 편지를 눈물을 머금고 읽고 계시는 궁에게 원이 찾아오셨다. 궁이 평소와 달리 쓸쓸한 기색으로 편지를 읽고 계시고, 옻칠한 히로부타 등이 놓여 있는 것을 원은 이상하게 여기셨으나, 그것은 절에서 보내온 물건이었다. 묵독하시고는 원 또한 가슴 깊이 와닿는 편지라고 느끼셨다. 이제 오늘내일 할 정도로 쇠약해지셨으면서도, 만나기 어려운 것을 아쉬워하는 대목도 있었다. 같은 곳으로 오라는 말씀은 평범한 승려들도 흔히 하는 말이지만, 이 작자는 진심 그대로일 것이라 생각하니 법황께서도 진심으로 그렇게 여기실 터였고, 기탁을 받은 자신이 불성실한 자가 된 것에 대한 걱정까지 더해져 더욱 고뇌하실 모습이 애처롭다고 원은 생각하셨다. 궁은 조심스럽게 답장을 써서, 심부름꾼에게는 아오니비색 비단 옷 한 벌을 보내셨다. 궁이 쓰다 버린 종이가 기초 옆으로 보이는 것을 손에 들어 살펴보시니, 힘없는 글씨로,
덧없는 세상이 아닌 곳이 그리워 / 등 돌린 산길에 마음을 두었나이다
라고 적혀 있다.
"그대 걱정을 하고 계시는 분께, 엉뚱한 산길로 들고 싶다는 말씀을 올리는 것은 너무하지 않습니까."
하고 원은 말씀하셨다. 출가 후에는 앞에 있어도 얼굴을 가급적 보이지 않으려 궁은 애쓰셨다. 아름다운 이마의 머리칼과 고운 얼굴 생김새도 영락없이 아이처럼 보여 무척 가련해 보이시니, 어쩌다 이런 상황을 만들었나 하는 후회가 밀려들어 죄를 짓는 기분이 들기에, 기초만 사이에 세워두고서도 소원해 보이지 않도록 원은 처신하셨다. 젊은 왕자는 유모 곁에서 잠들어 있었는데, 잠에서 깨어 기어와 원의 소매에 매달리는 모습이 무척 귀여워 보였다. 하얀 라 옷에 중국식 잔무늬가 있는 홍매색 겉옷을 길게 끌며, 아이의 몸과 옷이 따로 놀아 등 뒤로 쏠리는 것은 작은 아이들의 흔한 모습이지만, 가련하고 피부가 하얗고 키가 훤칠하여 버드나무를 깎아 만든 듯한 왕자였다. 머리는 달개비 즙으로 물들인 듯 푸르렀다. 입매가 아름답고 우아한 눈썹이 은은하게 긴 점 등은 에몬노카미와 무척 닮았으나, 그이는 이 정도로 뛰어난 미모는 아니었건만 어찌 이리도 닮았을까, 궁을 닮지도 않았는데, 이미 고고한 풍채를 갖추었다는 점을 보면 거울에 비친 자신의 아이처럼도 보인다고 원은 생각하며 왕자를 바라보셨다. 일어서서 두세 발자국 내디딜 정도는 되어 있었다. 죽순이 놓인 히로부타 곁으로 무엇인지도 모른 채 왕자가 다가가 분주히 손으로 헤집고, 그중 하나를 입에 대보았다가 내던지는 것을 원은 지켜보시며,
"행실이 나쁘구나. 안 되겠다. 저것을 어디로든 치우게 하는 게 좋겠소. 먹을 것에 눈독을 들인다고 입 험한 여관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오."
하고 웃으셨다. 왕자를 자신의 무릎 위로 안아 올리시고는,
"이 아이의 눈썹이 참으로 훌륭하구나. 작은 아이들을 많이 보지 못해서인지, 이맘때면 그저 갓난아이다운 얼굴뿐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 아이는 벌써 아름다운 귀공자의 상이 있으니 오히려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도 드는군. 내친왕께서도 계신 집안에서 이런 아이가 자라나면, 어느 쪽이든 마음고생을 해야 할 날이 반드시 오겠지. 하지만 그들의 먼 미래는 내가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지. '꽃 피는 시절은 있겠지만(만날 수 있을지는 목숨이 달린 일이니)'이라네."
라고 말씀하시며 왕자의 얼굴을 지켜보고 계셨다.
"어머, 재수 없는 말씀을."
라며 여관들은 수군거렸다. 젊은 왕자는 잇몸을 뚫고 나오려 간질간질한 치아로 무언가를 씹고 싶을 때라, 죽순을 껴안고 침을 흘리며 여기저기를 깨물어 보고 있었다.
"참 별난 풍류남이로구나."
원께서 농담을 던지시며 죽순을 떼어내게 하셨고,
괴로운 사연 잊지 못하면서도 / 꺾인 죽순은 버리기 어려운 물건이구려
이런 말씀을 건네셨으나 젊은 왕자는 그저 웃을 뿐 무슨 뜻인지도 몰랐다. 서둘러 원의 무릎에서 내려와 다른 곳으로 기어갔다. 날이 갈수록 얼굴이 귀여워지는 이 아이에게 원께서는 애정을 느끼시어 과거의 불상사 따위는 잊어버리실 것만 같았다. 이 사랑스러운 아이를 자신이 얻게 된 인연의 과정으로 뜻밖의 일들도 일어났으리라. 모든 것이 전생의 약속이었으리라 여기시는 마음에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찾으셨다. 자신의 숙명이란 것도 반드시 완전한 것만은 아니었다. 여러 아내와 첩 중에서도 가장 존귀하며 좋은 배필이 되어야 할 사람은 이미 비구니가 되어 있지 않은가 생각하시니, 지금도 여전히 유혹에 쉽게 굴복하고 만 궁이 원망스러웠다.
대장은 가시와기가 임종에 남긴 한마디를 마음속으로 되새기며 무슨 뜻이었는지 의아해하여 원께 여쭈어보고 싶었고, 당시의 표정 등으로 그 마음도 읽어보고 싶었으나, 희미하게나마 짐작 가는 바도 있기에 오히려 배려 없는 질문을 꺼내어 불쾌하게 해드려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주 좋은 기회를 보아 자신은 진상을 알고 싶고, 고인이 번민했던 이야기도 귀에 넣어드리고자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처연한 기분이 드는 저녁에 대장은 이치조노미야를 방문했다. 부드럽고 차분한 느낌이 먼저 들었는데, 궁께서는 지금까지 거문고 등을 연주하고 계셨던 듯했다. 방문자를 오래 서 있게 할 수도 없어 사람들은 늘 가던 남쪽 안채로 안내했다. 지금까지 이 근처 안채에 나와 있던 이가 안쪽으로 물러난 기척이 어렴풋이 느껴졌고, 옷깃 스치는 소리와 옷에 밴 향기가 퍼져 요염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늘 뵙던 미야스도코로가 나와 가시와기 이야기 등을 서로 나누었다. 자신의 처소는 사람들의 출입이 잦고 여러 아이가 늘 집 안을 소란스럽게 하는 것에 익숙해진 대장에게는 저택 안의 정적함이 유독 사무치게 느껴졌다. 이전보다 더 황폐해진 듯한 기분은 들었으나, 역시 귀인의 거처다운 품격은 갖추고 있었다. 심어둔 꽃과 풀이 벌레 소리 가득한 들판처럼 어지러운 저녁 노을 아래 밤풍경을 대장은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 나와 있던 와곤을 끌어당겨 보니, 그것은 율의 음조에 맞춰져 있고 잘 길들어 사람의 향기가 밴 그리운 악기였다. 이런 취미가 아름다운 여인의 거처에 방종한 버릇이 든 남자가 왔다면, 자제도 못 하고 추태를 부리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며 대장은 와곤을 뜯고 있었다. 이것은 가시와기가 생전에 즐겨 연주하던 악기였다. 어떤 곡의 재미있는 한 대목만을 연주한 뒤에 대장은,
"특히 와곤은 명수라 할 만한 분이었지요. 잊기 어려운 그분의 예술적 묘미가 궁께 전해졌을 터이니, 제가 그것을 듣고 싶습니다만."
라고 말하자,
"그 불행한 일이 있고 나서는 전혀 이런 것에 무관심해지셔서, 어릴 적 연습하셨던 연주라고 할 만한 것도 하지 않으십니다. 원의 어전에서 내친왕들께 여러 예능을 가르치게 하셨을 적에는 음악적 재능이 있다는 평을 받으셨던 궁이시지만, 그 후로는 멍하니 지내실 뿐이라 매일 하시는 일은 근심뿐이오니, 음악도 결국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라고 미야스도코로는 말한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리움이 한계가 있는 세상이라면(모진 마음으로 탄식하지는 않았을 텐데)."
대장은 탄식하며 악기를 앞으로 밀어냈다.
"악기에 고인의 음색이 남아 있는지 저희가 알 수 있을 정도로 연주해 주십시오. 비참하게 우울해진 저희 귀만이라도 구원해 주십시오."
"저보다 인연이 깊으신 분이 연주하시는 것에서야 고인의 예술이 엿보일 터이니, 꼭 궁의 연주를 듣고 싶습니다."
발 근처로 와곤을 밀어놓고 대장은 이렇게 말했지만, 곧바로 흔쾌히 허락하실 리 없음을 아는 대장은 억지로 청하지는 않았다. 달이 떠올랐다. 가을의 맑은 하늘을 몇 마리의 기러기가 지나가는 것도 궁의 마음에는 외롭지 않은 것으로 보여 부러울 따름이었다. 차가운 바람이 몸에 사무치듯 불어오는 것에 이끌려 궁은 십삼현 거문고를 은은하게 뜯으셨다. 이 정취에 대장의 마음은 더욱 끌렸고, 더 많은 것을 바라는 마음에 비와를 빌려 '소부렌'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자신 있는 듯 보이는 게 부끄럽습니다만, 이 곡만큼은 함께 연주해 주셔도 좋을 이유가 있는 곡이라서요."
라며 대장은 발 안쪽으로 합주를 권했으나, 다른 곡보다 더 수치심이 느껴지는 곡이라 궁께서는 손을 대려 하지 않으셨다. 그저 비와 소리에 깊이 몸에 사무치는 마음을 느끼며 계실 뿐인 궁에게,
'말로 굳이 하지 않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낫다는 건, 남을 부끄러워하는 모습에서 알겠구려.'
대장이 이렇게 말하자, 궁께서는 그저 '소부렌'의 뒷부분만 맞추어 연주하셨다.
"깊은 밤의 애틋함만은 알아들었으나, 그 무엇으로 달리 표현하리오."
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매우 흥미로운 손놀림으로, 소박한 악기이긴 하나 기예가 세련된 명수가 열심을 다해 연주하는 터라, 대단한 분위기 같은 투명한 음색을 아름답게 잠시 들려주시고는 그만두시니 대장은 원망스러울 만큼 아쉬움을 느꼈으나,
"풍류에 미친 듯한 모습을 여러모로 보여드리고 말았군요. 가을밤을 끝없이 방해하고 있다가는 고인께 꾸지람을 들을 듯하니, 이제 물러가겠습니다. 다른 날에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찾아뵙지요. 이 악기를 이대로 두시고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뜻밖의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는 인생이라 불안하군요."
등의 말을 하며, 정면으로 사랑을 고백하려 하지는 않으면서도 암시할 정도로 말에 담아 대장은 돌아가려 했다.
"오늘 밤의 풍류는 비난할 이도 없겠지요. 옛이야기를 보태어 주시는 정도밖에는 들려주시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게 여겨집니다."
라고 말하고는, 미야스도코로는 대장에게 줄 선물에 피리를 곁들여 내놓았다.
"이 피리는 오랜 전통이 있는 물건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런 여인의 거처에 두는 것도 유명한 악기에게 미안한 일인지라, 가져가셔서 불어주신다면 전구(前驅)의 소리에 섞인 음색을 즐겁게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라고 미야스도코로는 말했다.
"변변치 못한 제가 받아가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일일 것입니다."
라고 말하며 대장은 손에 들고 살펴보았다. 이것도 평소 가시와기가 쓰던 것이라, 자신도 이 피리를 제대로 불어낼 수는 없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다고 가시와기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도 있는 대장이었기에, 고인의 거문고를 대했을 때보다 더 많은 감정이 동요했다. 시험 삼아 대장은 불어보려 했지만, 반시키조(盤涉調)를 절반 정도 연주하다가,
"고인을 기리며 거문고를 연주한 것은 차치하고, 이것은 왠지 화려하고 눈부신 기분이 드는군요."
이렇게 인사하며 일어나려 할 때,
이슬 맺힌 쑥 우거진 이 집에 옛 가을과 다름없는 벌레 소리로구나.
라고 미야스도코로가 말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