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한가로운 독자여. 맹세코 말하건대, 나는 내 지성의 소산인 이 책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훌륭하며 지혜로운 것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었으니, 세상 모든 것은 제 부모를 닮는 법이다. 그러니 메마르고 제대로 가꾸지 못한 내 재주에서 무엇이 나오겠는가? 결국 온갖 불편함과 우울한 소음만이 가득한 감옥에서 잉태된, 깡마르고 쭈글쭈글하며 변덕스럽고 누구도 생각지 못한 엉뚱한 상상들로 채워진 자식 같은 이야기밖에는 더 나오겠는가? 평온함, 안락한 장소, 들판의 즐거움, 맑은 하늘, 샘물의 속삭임, 정신의 고요함은 아무리 메마른 뮤즈라도 비옥하게 만들어 세상에 놀라움과 기쁨을 선사하게 하는 데 큰 몫을 한다. 자식이 못생기고 매력 없어도 부모는 자식에 대한 사랑 때문에 눈이 멀어 그 결점을 보지 못하고, 오히려 그것을 재치나 장점으로 여기며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돈 키호테의 아버지처럼 보이긴 해도 실은 양아버지에 불과한 나는, 남들처럼 눈물을 글썽이며 친애하는 독자여, 이 자식의 결점을 용서하거나 눈감아 달라고 구걸하는 세태를 따르고 싶지 않다. 그대는 나의 친척도 친구도 아니며, 그대의 몸과 자유 의지는 그대 자신의 것이고, 세금을 거두는 왕처럼 그대 집의 주인은 바로 그대 자신이다. 또한 세상에 흔히들 하는 말, '내 망토 아래서라면 왕도 죽일 수 있다'는 말도 잘 알지 않는가. 이 모든 것이 그대를 그 어떤 관계나 의무로부터도 자유롭게 해주니, 그대는 이 이야기에 대해 비난을 받는다고 두려워할 것도, 칭찬을 받는다고 보상을 기대할 것도 없이 그저 마음 내키는 대로 말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프롤로그라는 꾸밈이나, 책 머리에 으레 싣는 수많은 소네트와 경구, 찬사 같은 것 없이 그저 알맹이만 보여주고 싶었다. 사실 고백하자면, 이 책을 집필하는 데 고생은 좀 했어도 지금 그대가 읽고 있는 이 서문을 쓰는 것만큼 나를 괴롭힌 일은 없었다. 서문을 쓰려고 펜을 들었다가도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몇 번이나 내려놓았는지 모른다. 그렇게 종이를 앞에 두고 펜을 귀에 꽂은 채, 책상에 팔꿈치를 올리고 턱을 괸 채 무엇을 쓸지 고민하고 있을 때, 재치 있고 식견 있는 내 친구 하나가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깊은 생각에 잠긴 나를 본 친구가 그 이유를 물었고, 나는 숨김없이 돈 키호테 이야기에 붙일 프롤로그를 고민 중이라고, 그 때문에 프롤로그를 쓰기도 싫고 이렇게 고귀한 기사의 모험담을 세상에 내놓기도 싫은 지경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대여, 내가 왜 혼란스럽지 않겠는가? 오랫동안 잊힌 채 침묵 속에 잠들어 있다가 이제야 이 늙은 몸으로 다시 세상에 나오는데, 가져오는 것이라고는 알맹이도 없고 문체도 형편없으며 사상도 빈약하고 학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건조한 이야기뿐이니 말일세. 남들의 책을 보면 허구적이고 세속적인 내용이라 해도 아리스토텔레스나 플라톤, 그리고 수많은 철학자의 문구로 가득 차 있어서 독자들을 감탄시키고 저자를 박식하고 유려한 인물로 보이게 하지 않는가. 성경 구절이라도 인용할라치면 그들은 성 토마스 아퀴나스나 교회의 다른 박사들이 된 듯 행세하곤 하네. 그들은 얼마나 교묘한지, 한 줄에는 사랑에 빠진 바보 같은 연인을 묘사하다가도 다음 줄에는 기독교적 설교를 늘어놓으니, 그것을 듣거나 읽는 것은 그저 즐거움이자 선물일 뿐이지. 내 책에는 이런 것이 전혀 없네. 여백에 적을 각주도 없고 끝에 덧붙일 주석도 없으며, 다들 하는 것처럼 처음에 알파벳 순서대로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시작해 크세노폰이나 조일로스 혹은 제욱시스까지 늘어놓을 저자 목록도 없네. 제욱시스는 화가였고 조일로스는 악담가였지만 말이야. 내 책 앞에는 공작이나 후작, 백작, 주교, 귀부인 혹은 당대 최고의 시인들이 쓴 소네트도 없을 것이네. 친구 몇 명에게 부탁하면 우리 스페인에서 내로라하는 시인들의 작품에 뒤지지 않는 멋진 시들을 써주겠지만 말이야. 결국 나의 친애하는 친구여, 나는 돈 키호테를 라 만차의 기록 보관소 속에 묻어두기로 결심했네. 하늘이 그에게 부족한 것들을 채워줄 누군가를 보내줄 때까지 말일세. 내 무능함과 부족한 지식으로는 그것들을 해결할 수 없으니, 작가들을 찾아다니며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말을 굳이 남의 입을 빌려 하게 만드는 것이 게으르고 귀찮기만 하거든. 친구, 자네가 나를 발견했을 때 내가 그렇게 멍하니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네. 방금 자네가 들은 이유만으로도 내가 그렇게 괴로워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가?"
내 이야기를 듣던 친구는 이마를 탁 치더니 박장대소하며 내게 말했다.
"맙소사, 형씨. 형씨를 알고 지낸 긴 시간 동안 형씨를 늘 사려 깊고 신중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방금 그 잘못된 생각이 완전히 깨져버렸네. 그런데 지금 보니 형씨는 사려 깊음과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멀군. 도대체 어떻게 사소하고 해결하기 쉬운 문제들이 형씨처럼 성숙하고, 그보다 더 큰 어려움들을 헤쳐 나가던 지성을 이토록 멈칫하게 하고 넋을 잃게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솔직히 말해서 이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게으름이 지나치고 생각이 짧아서 그런 거야. 내 말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가? 그럼 잘 듣게. 눈 깜짝할 사이에 형씨가 걱정하는 모든 어려움을 해결하고, 돈 키호테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지 못하게 가로막고 주저하게 만드는 모든 결점들을 바로잡아 보겠네. 온 기사도 정신의 빛이자 거울인 그분의 이야기를 말일세."
"말해보게." 그가 하는 말을 들으며 내가 대꾸했다. "어떤 방법으로 내 두려움의 빈자리를 채우고 내 혼란의 카오스를 명료하게 바꾸겠다는 건가?"
그러자 그가 말했다.
"우선 책 머리에 실을 소네트나 경구, 찬사가 부족하고 그것이 저명한 인물들의 것이어야 한다고 걱정하는 점은, 형씨가 직접 수고를 좀 해서 만들면 해결될 일이네. 그런 다음 그 작품들에 마음대로 이름을 붙이고 '인도의 사제 요한'이나 '트라페준타의 황제'의 것이라고 이름만 빌려오면 되지. 그들이 유명한 시인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까 말이야. 혹여 그들이 시인이 아니었다 해도, 뒤에서 험담하는 멍청한 학자들이나 교수들이 이 사실을 물고 늘어진다고 해서 걱정할 것 없네. 설령 거짓말임이 들통난다 해도 그들이 형씨의 손을 자를 수는 없으니 말일세."
여백에 당신이 역사서에 인용할 문장이나 격언의 출처가 되는 책과 저자를 적는 일은, 그저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문장이나 라틴어 문구를 적절한 곳에 끼워 넣기만 하면 그만일세. 아니면 적어도 찾느라 애먹지 않을 만한 것들이면 충분하지. 자유와 속박에 대해 다룰 때라면 이런 식으로 말이야.
Non bene pro toto libertas venditur auro(자유는 온 세상의 황금과도 바꿀 수 없는 것).
그러고 나서 여백에 호라티우스나 그 말을 한 사람을 인용하는 거야. 죽음의 힘에 대해 다룬다면, 바로 이런 구절을 갖다 붙이는 거지.
Pallida mors aequo pulsat pede pauperum tabernas, Regumque turres.
신께서 원수마저 사랑하라고 명령하신 우애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당장 성경 구절로 넘어가게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지. 적어도 하느님께서 직접 하신 이런 말씀을 적어 넣는 걸세. Ego autem dico vobis: diligite inimicos vestros(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원수들을 사랑하여라). 악한 생각에 대해 다룬다면 복음서를 인용하게. De corde exeunt cogitationes malae(악한 생각들은 마음에서 나오나니). 친구들의 변덕스러움에 대해 다룬다면 카토가 쓴 이런 이구절이 있지.
Donec eris felix, multos numerabis amicos, tempora si fuerint nubila, solus eris.
이런 라틴어 구절 몇 마디만 섞어도 사람들은 그대를 문법학자로 여길 것이네. 오늘날 문법학자가 된다는 것은 결코 적지 않은 명예와 이득을 가져다주는 일이니까.
"책 끝에 주석을 다는 문제에 대해서 말하자면, 확실히 이런 식으로 해결할 수 있네. 책에서 거인을 언급할 때 그 이름을 거인 골리앗으로 정하게나. 그 정도면 거의 수고할 것도 없이 훌륭한 주석 하나를 얻게 되지. 이렇게 적으면 되니까 말이야. '거인 골리앗(Golías), 혹은 골리앗(Goliat)은 필리스티아 사람으로, 성경 열왕기(찾는 챕터에 따라)에 기록된 대로 목동 다윗이 테레빈토 골짜기에서 큰 돌을 던져 죽였다.' 그 다음으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박식한 인물이자 지리학자로 보이고 싶다면, 이야기 속에 타호강을 언급하게나. 그러면 또 다른 유명한 주석 하나가 바로 해결되지. 이렇게 적는 거야. '타호강은 스페인의 어느 왕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 강은 어느 곳에서 발원하여 대양으로 흘러 들어가며, 유명한 도시 리스본의 성벽을 적신다. 또한 강 모래에 금이 섞여 있다는 설이 있다, 등.' 도둑에 대해 다룬다면 내가 그 이야기를 통째로 외우고 있는 카쿠스의 이야기를 알려줄 테고, 매춘부에 대해 다룬다면 몬도녜도 주교가 라미아, 라이다, 플로라를 빌려줄 테니 그 주석으로도 큰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걸세. 잔인한 인물에 대해 다룬다면 오비디우스가 메데이아를 줄 것이고, 요술쟁이나 마법사에 대해서는 호메로스가 칼립소를, 베르길리우스가 키르케를 가지고 있지. 용맹한 장군들이 필요하다면 율리우스 카이사르 본인이 자신의 저서 『갈리아 전기』를 통해 자신을 빌려줄 것이고, 플루타르코스는 알렉산드로스 같은 인물을 수천 명은 줄 테니까. 사랑에 대해 다룬다면 토스카나어를 조금만 알아도 레온 에브레오를 만나 양껏 채울 수 있을 것이고, 낯선 땅을 뒤지기 싫다면 집에 있는 폰세카의 『신의 사랑에 관하여』를 찾아보게나. 그 분야에서 형씨나 그 누구라도 바라는 모든 것이 거기에 담겨 있으니까. 결론적으로, 내가 방금 말한 이름들이나 이야기들을 형씨의 책 속에 넣기만 하면 된다는 얘기네. 각주나 주석을 다는 일은 내게 맡기게. 맹세코 책의 여백을 꽉 채우고 맨 뒤에 서너 페이지는 너끈히 늘려줄 테니까."
"이제 다른 책들에는 있는데 형씨의 책에는 없는 저자 인용 문제로 돌아가 보세. 해결 방법은 아주 간단하네. 형씨가 말했듯 A부터 Z까지 저자들을 모두 기록한 책 한 권만 찾으면 되거든. 그 책의 저자 목록을 그대로 형씨 책에 옮겨 적게나. 비록 형씨가 그들을 참고할 필요가 없었다는 게 뻔히 드러나더라도 아무 상관 없네. 혹여라도 아주 단순한 독자가 형씨의 소박하고 단순한 이야기 속에 그 모든 저자를 참고했다고 믿어줄지 누가 알겠는가. 설령 다른 쓸모가 없다 해도, 그 긴 저자 목록은 그저 책에 갑작스러운 권위를 더해주는 역할이라도 할 테니까. 게다가 그것을 확인하느라 굳이 형씨가 그들을 따랐는지 안 따랐는지 캐물을 사람도 없을 테니 말일세. 더욱이 내가 보기에 형씨의 책은 없다고 걱정하는 그런 것들이 전혀 필요 없네. 이 책 전체가 기사도 소설들에 대한 통렬한 비판인데,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사도 소설을 염두에 두었겠는가, 성 바실리우스가 그런 것에 대해 말이나 했겠는가, 키케로가 그런 것까지 알았겠는가. 그 허무맹랑한 이야기 속에서는 진실의 정밀함이나 점성술의 관찰 따위는 통하지 않네. 기하학적인 측정이나 수사학적 논쟁의 반박 같은 것도 중요하지 않지. 인간적인 것과 신적인 것을 섞어가며 설교할 이유도 없네. 그런 혼합은 어떤 그리스도교적 지성도 취해서는 안 될 방식이니까. 형씨는 그저 글을 쓰면서 모방에 힘쓰기만 하면 되네. 모방이 완벽할수록 글은 더욱 훌륭해질 것이니까. 형씨의 글은 기사도 소설들이 세상과 대중에게 누리고 있는 권위와 인기를 허무는 것 외에는 다른 목적이 없으니, 철학자의 격언이나 성경의 가르침, 시인의 우화, 수사학자의 연설, 성인들의 기적 같은 것을 구걸하러 다닐 이유가 전혀 없네. 그저 명료하고 의미 있는 단어들을 적절하고 우아하게 배치해서 문장과 구절이 경쾌하고 즐겁게 읽히도록 노력하게나. 가능한 한 자신의 의도를 그림 그리듯 선명하게 묘사하고, 복잡하게 꼬거나 흐릿하게 만들지 말고 생각을 분명하게 전달하게. 또한 독자들이 형씨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울한 사람은 웃음을 터뜨리고, 즐거운 사람은 더 크게 웃으며, 단순한 사람은 지루해하지 않고, 식견 있는 사람은 그 독창성에 감탄하며, 엄격한 사람은 얕잡아 보지 않고, 현명한 사람은 칭찬을 아끼지 않게 만들도록 노력해 보게."결국 그대들의 목표를 그렇게 많은 이들이 혐오하면서도 더 많은 이들이 찬양하는 이 허술한 기사도 소설들의 체계를 무너뜨리는 데 두게나. 만약 형씨가 그것을 이룰 수 있다면, 결코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는 셈일 테니까.
나는 친구가 하는 말을 큰 침묵 속에서 듣고 있었는데, 그의 논리가 내 마음속에 깊이 남은 나머지 토를 달 것 없이 옳다고 인정했고, 바로 그 논리로 이 프롤로그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친애하는 독자여, 그대는 이 프롤로그에서 내 친구의 사려 깊음과, 이토록 필요한 시기에 그런 조언자를 만난 나의 행운, 그리고 라 만차의 유명한 돈 키호테의 이야기를 이토록 진솔하고 군더더기 없이 접하게 된 그대의 기쁨을 보게 될 것이다. 몽티엘 평원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그가 오랫동안 그 일대에서 볼 수 없었던 가장 순결한 연인이자 가장 용맹한 기사였다는 평이 자자하다. 그토록 고귀하고 정직한 기사를 소개하는 수고로움에 대해 생색을 낼 생각은 없지만, 그와 함께 그대의 유명한 종자 산초 판사를 알게 되는 점에 대해서는 나에게 고마워했으면 한다. 내 생각에 그는 헛된 기사도 소설 무더기 속에 흩어져 있는 모든 종자의 미덕을 집대성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만 줄이며, 하느님께서 그대에게 건강을 주시고, 나 또한 잊지 않으시길 빈다. 안녕히.
라 만차의 돈 키호테라는 책에게
미지의 우르간다여, 이 책아, 좋은 이들에게 가려거든 읽는 법을 갖추어라.그러면 철없는 자들도 네가 발음을 잘 못한다고 말하지 않으리라.그러나 어리석은 자들의 손에 넘어가 빵이 설익게 된다면,그들은 말끝마다 핀트를 못 맞추면서도,호기심 많아 보이려 제 손가락을 다 잡아먹으려 할 것이다.경험으로 배우는 법이니 좋은 나무에 기대는 자는,좋은 그늘을 얻으리라. 베하르에서 너의 좋은 운명은열매로 왕자들을 맺는 왕실의 나무를 너에게 선사하리라.그 나무에서 새로운 알렉산드로스 대왕 같은 공작이 피어났으니,그 그늘 아래로 가라. 운명은 용감한 자를 돕는 법이니.너는 라 만차의 고귀한 하달고의 모험을 이야기하리라.한가로운 독서가 그의 머리를 뒤흔들어 놓았으니,숙녀와 무기, 기사들이 그를 자극하여,마치 사랑에 빠져 절제력을 잃은 광란의 오를란도처럼,힘으로 둘시네아 델 토보소를 얻었도다.방패 위에 무분별한 상형문자를 새기지 마라.온통 그림뿐이면 형편없는 구두점으로 보내지게 될 테니까.겸손하게 방향을 잡는다면,
누구도 조롱하며 말하지 않으리라. '돈 알바로 데 루나여,카르타고의 한니발이여, 스페인의 프랑수아 왕이여,운명을 한탄하는구나!' 하늘은 원치 않았으리라.흑인 후안 라티노만큼 그렇게 유창하게,라틴어를 말하는 것을 삼가라.지나치게 뾰족하게 굴지 말고, 철학자로 변명하지 마라.입을 비틀며 글을 아는 자는 말하리라.귀만큼도 모르는 자가, '나와 왜 꽃을 피우려 하는가?' 하고 말이다.그림에 빠지거나 남의 삶을 알려고 하지 마라.나와 상관없는 일에는,
지나치는 것이 지혜로움이니.재치를 부리는 자들에게는 보통 벌을 주기 마련이니.너는 오직 좋은 명성을 얻기 위해 눈썹을 태워가며 노력하라.어리석음을 찍어내는 자는 그것을 영원한 굴레로 넘기는 것이니.지붕이 유리로 되어 있다면, 돌을 던지는 것은 미친 짓임을 알아두라.이웃에게 던지려고 손에 돌을 드는 것은.분별 있는 사람이 자신이 쓴 작품에서,납처럼 무거운 발걸음으로 신중하게 나아가게 하라.아가씨들을 즐겁게 하려고 종이를 세상에 내놓는 자는,마구잡이로 글을 쓰는 법이다.
아마디스 데 가울라가 돈 키호테에게
소네트
그대, 슬픈 삶을 모방했으니내가 보냈던, 뻬냐 뽀브레의 거대한 언덕 위에서홀로 멀리 떨어져 버림받았던 그 삶을,즐거움에서 고행으로 줄어든 삶을;그대여, 눈이 음료를 주었으니풍부한 술을, 비록 짜디짤지라도,은과 주석과 구리를 들어 올리며,대지는 그대에게 흙 속의 음식을 주었으니,확신하며 살아가라, 영원히,적어도 제4의 하늘에서,금빛 아폴론이 그의 말을 몰아가는 동안은,그대는 용맹하다는 맑은 명성을 얻으리니;그대의 조국은 모든 나라 중 으뜸이 될 것이며;그대의 현명한 작가는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리라.
그리스의 돈 벨리아니스가 돈 키호테에게
소네트
나는 부수고, 베고, 찌그러뜨리고, 말하고 행동했으니이 세상 그 어떤 방랑 기사보다 더 많이;나는 재주 있고, 용감하고, 오만했네;천 가지 모욕을 갚고, 십만 가지를 풀었네.영원히 남을 업적을 명성에 바쳤고;나는 신중하고 다정한 연인이었네;나에게 모든 거인은 난쟁이와 같았고,어떤 결투에서도 승리했네.운명을 내 발아래 굴복시켰고,나의 지혜는 머리채를 잡아대머리인 기회를 내 앞으로 끌어당겼지.하지만 달의 뿔 위에나의 행운이 항상 드높았다 해도,그대의 위업을 부러워하노라, 오 위대한 돈 키호테여!
오리아나 부인이 둘시네아 델 토보소에게
소네트
오, 아름다운 둘시네아여, 더 큰 편안함과 안식을 위해 미라플로레스 성을 토보소로 옮겨 놓고, 그곳의 런던과 그대의 마을을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 그대의 소망과 옷으로 영혼과 육신을 단장하고, 그대가 행복하게 만든 저 유명한 기사가 싸우는 그 어떤 불공평한 싸움이라도 지켜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 그대가 저 점잖은 하달고 돈 키호테에게서 그랬던 것처럼, 나도 아마디스 경에게서 그토록 순결하게 벗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랬다면 시샘을 받지 않고 시샘하지도 않았을 테며, 슬펐던 시간은 즐거움으로 바뀌고, 아무런 대가 없이 그 기쁨들을 누렸을 텐데.
아마디스 데 가울라의 종자 간달린이 돈 키호테의 종자 산초 판사에게
소네트
안녕히, 운명이 그대를 종자라는 신분으로 정할 때,그토록 부드럽고 사려 깊게 배치하여,아무런 불행 없이 지내게 한 유명한 이여.이제 방랑 기사의 행위에 호미나 낫은 별 방해가 되지 않고,종자의 소박함은 이미 익숙해졌으니,달을 짓밟으려는 오만한 자를 내가 꾸짖노라.그대의 당나귀와 그대의 이름을 부러워하고,그대의 사려 깊은 예지를 보여준 그대의 안장 주머니도 똑같이 부러워하노라.다시 한번 안녕히, 오 산초여, 너무나 훌륭한 사람이여,우리네 스페인의 오비디우스가 홀로 그대에게부즈코로나로 경의를 표하노니.안녕히, 유명한 사람이여, 운명이 그대를,종자라는 신분으로 정할 때,그토록 부드럽고 사려 깊게 배치하였네.
재치 있는 괴짜 시인이 산초 판사와 로시난테에게 보내는 글
나는 산초 판사, 라 만차 출신 돈 키호테의 종자라네. 나는 신중하게 살고자 서둘러 떠났지. 말이 없는 비야디에고는 자기 논리를 모두 물러나는 데 두었다고 『셀레스티나』는 말하는데, 내 생각에 이 책은 인간적인 면을 더 숨겼더라면 신성했을 책이지. 로시난테에 관하여 나는 로시난테, 위대한 바비에카의 유명한 증손자라네. 나약한 죄 때문에 나는 돈 키호테의 손에 들어갔지. 한가하게 짝을 지어 달렸지만, 말발굽 덕분에 귀리는 놓치지 않았네. 눈먼 자의 포도주를 훔치려고 짚을 사용했을 때 라사리요에게서 배운 것이 바로 이것이지.
광란의 오를란도가 돈 키호테에게
소네트
그대와 같은 이는 없으니, 그대 또한 같은 이를 둔 적이 없네. 천 명 중에서도 그대는 짝이 될 수 있었으련만.그대가 있는 곳에는 아무도 있을 수 없으니, 굴복하지 않는 승리자여, 결코 패배한 적 없는 이여.나는 오를란도라네, 키호테여. 안젤리카 때문에 길을 잃고 머나먼 바다를 보았지.망각조차 존중했던 그 용기를 명성의 제단에 바치면서 말일세.나는 그대와 같아질 수 없네. 이 영예는 그대의 위업과 명성에 마땅히 돌아갈 것이니.비록 나처럼 그대 또한 이성을 잃었다 해도 말이야.하지만 그대가 오만한 무어인과 사나운 시타를 길들인다면 내 친구가 될 수 있으리.불행한 사랑 속에서 오늘날 우리를 동등하다고 부르는 이들이여.
태양의 기사가 돈 키호테에게
소네트
스페인의 태양신이여, 호기심 많은 궁정인이여, 그대의 칼은 나의 칼과 같지 않았고,해가 뜨고 지는 곳을 비추던 나의 손의 높은 용맹의 영광과도 같지 않았네.나는 제국들을 멸시했네; 붉은 동방이 내게 제안한 군주국을 헛되이나의 아름다운 새벽, 클라리디아나의 고귀한 얼굴을 보려고 떠나보냈네.그녀를 유일하고 진귀한 기적으로 사랑했고, 그녀의 불행에 부재했을 때, 지옥 그 자체조차그 분노를 길들인 나의 팔을 두려워했네.하지만 고트족의 키호테여, 빛나고 명성 높은 그대, 둘시네아 덕분에 세상에 영원하리니,그녀 또한 그대 덕분에 유명하고 고결하며 지혜롭네.
솔리스단이 돈 키호테에게
소네트
비록 키호테 경이여, 어리석음이그대의 뇌를 무너뜨렸다 해도,그 누구도 그대를 비난하지 않으리,비열하고 천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고.그대의 위업이 판관이 되리니,그대는 그동안 불의를 바로잡으며 다녔고,수천 번이나 매를 맞았으니,비열하고 사악한 놈들에게 말일세.그리고 그대의 아름다운 둘시네아가그대에게 잘못을 저지르고,그대의 고통에 마음을 열지 않는다 해도,그런 불운 속에서 그대의 위안이 되기를,산초 판사가 서투른 중매쟁이였고,그는 어리석고, 그녀는 냉정하며, 그대는 사랑받지 못했음을.
바비에카와 로시난테의 대화
소네트
바비에카: 왜 그렇게 말랐니, 로시난테야?로시난테: 먹지는 못하고 일만 해서지.바비에카: 그럼 보리와 짚은 어떻게 된 거야?로시난테: 주인님이 한 입도 주지 않는걸.바비에카: 이보게, 정말 예의가 없구나,당나귀 같은 혓바닥으로 주인을 모욕하다니.로시난테: 당나귀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당나귀지.확인해 볼래? 사랑에 빠진 모습을 보라고.바비에카: 사랑하는 게 어리석은 일인가?로시난테: 그리 현명한 일은 아니지.바비에카: 형이상학적인 말을 하는구나.로시난테: 굶어서 그런 거야.바비에카: 그 종자에게 따져 보게.로시난테: 그걸로는 부족해.어떻게 내 고통을 호소할 수 있겠어,주인과 종자, 혹은 그 집사가로시난테만큼이나 말 못 하는 짐승인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