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 그때 나는 커튼이 쳐진 창문 근처 의자에 막스 데미안이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묘하게 변해 있었다. '이 장면, 예전에도 본 적이 있어!'라는 느낌이 번개처럼 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팔을 움직임 없이 늘어뜨리고 있었고 두 손은 무릎 위에 놓여 있었다. 살짝 앞으로 숙인 얼굴의 열린 눈은 초점이 없고 죽어 있었으며, 동공에는 유리 조각처럼 작고 강렬한 빛이 죽은 듯 반짝이고 있었다. 창백한 얼굴은 자기 안으로 깊이 빠져든 채 엄청난 경직성 외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그것은 마치 사원 입구에 새겨진 아주 오래된 짐승의 가면처럼 보였다. 그는 숨조차 쉬지 않는 것 같았다. | TRANSREA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