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하는 새
내가 그린 꿈속의 새는 내 친구를 찾아 길을 떠나 있었다. 그리고 놀랍도록 기이한 방식으로 답장이 왔다.
어느 날 수업 시간 사이 쉬는 시간에 교실 내 자리에서 책 속에 끼워진 쪽지를 하나 발견했다. 그 쪽지는 우리 학교 친구들이 수업 중에 몰래 쪽지를 주고받을 때 접는 방식과 똑같이 접혀 있었다. 나는 우리 반 친구 중 누구와도 그런 식으로 교류한 적이 없었기에 누가 나에게 쪽지를 보냈는지 의아할 뿐이었다. 나는 그게 어차피 참여하지 않을 어떤 장난을 치자는 권유일 거라고 생각하고는 읽지도 않은 채 책 앞부분에 끼워두었다. 그러다 수업 도중에 우연히 그 쪽지가 다시 손에 들어왔다.
나는 종이를 만지작거리며 아무 생각 없이 펼쳤다가 그 안에 쓰인 몇 마디 말을 발견했다. 흘끗 시선을 던졌다가 어느 단어에서 멈춰 섰고, 덜컥 겁이 났다. 마치 운명이라는 거대한 한기 속에 심장이 움츠러드는 기분으로 읽어 내려갔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나는 그 글귀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데미안에게서 온 답장이었다. 그 새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나와 그뿐이었다. 그는 내 그림을 받은 것이다. 그는 이해했고 나에게 해석을 도와주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게 어떻게 연결되는 거지?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괴롭히는 건, 아브락사스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그 단어를 들어본 적도, 읽어본 적도 없었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수업 내용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갔다. 다음 수업이 시작되었고 그것이 오전의 마지막 수업이었다. 수업은 갓 대학을 졸업한 아주 젊은 보조 교사가 진행했는데, 그는 젊은 데다 우리 앞에서 권위적인 태도를 내세우지 않아서 우리에게 인기가 있었다.
우리는 폴렌 박사의 지도로 헤로도토스를 읽고 있었다. 이 독서는 내 관심을 끄는 몇 안 되는 과목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기계적으로 책을 펼치긴 했지만 번역 내용을 따라가지 못한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런데 나는 예전에 종교 수업 때 데미안이 해주었던 말이 얼마나 옳은지 이미 여러 번 경험한 터였다. 강렬하게 원하면 무엇이든 이루어지는 법이었다. 수업 중에 내 생각에 깊이 빠져 있으면 선생님이 나를 내버려 둘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정신이 딴 데 팔려 있거나 졸고 있으면 어느새 선생님이 바로 곁에 와 있곤 했지만, 그런 경험도 이미 해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정말로 깊이 생각에 잠겨 있으면 나는 보호받는 느낌이었다. 또한 뚫어지게 응시하는 법도 시도해보았고 효과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예전 데미안과 함께하던 시절에는 잘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눈빛과 생각으로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종종 느꼈다.
그렇게 나는 지금도 헤로도토스와 학교로부터 멀리 떨어진 채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선생님의 목소리가 번개처럼 내 의식을 강타해 나는 깜짝 놀라 깨어났다.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가 바로 내 곁에 서 있었다. 나는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나를 보지 않았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가 큰 소리로 그 단어를 말했다. "아브락사스."
앞부분을 놓쳤지만 폴렌 박사는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는 고대 그 종파나 신비주의 결사들의 사상을 합리주의적 관점에서 보는 것만큼 그렇게 순진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네. 우리식의 학문은 고대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지. 대신 철학적이고 신비주의적인 진리에 대한 탐구가 있었는데, 그것은 매우 고도로 발달해 있었다네. 그중 일부는 마법이나 유희로 이어졌고, 종종 사기나 범죄를 낳기도 했지. 하지만 마법 또한 고결한 기원과 깊은 사상을 담고 있다네. 내가 아까 예로 든 아브락사스에 관한 교리가 그렇지. 사람들은 이 이름을 그리스어 주문들과 결부시켜 부르곤 하는데, 대개 오늘날 미개한 민족들이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어떤 요술 악마의 이름으로 여기지. 하지만 아브락사스는 그보다 훨씬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듯하네. 우리는 이 이름을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을 통합하는 상징적 과업을 지닌 신의 이름으로 생각할 수 있을 걸세."
작고 학식 있는 남자는 섬세하고 열정적으로 말을 이어갔지만, 아무도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그 이름이 다시 언급되지 않자 나의 주의력도 곧 다시 내면으로 가라앉았다.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을 결합하는 것." 그 말이 내 귓가에 맴돌았다. 여기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우리 우정의 마지막 무렵 데미안과 나누었던 대화에서 이미 익숙해진 주제였다. 당시 데미안은 우리가 숭배하는 신이 하나 있긴 하지만, 그것은 세계에서 자의적으로 분리된 절반(공식적이고 허용된 '밝은' 세계)만을 나타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온 세계를 숭배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신인 동시에 악마이기도 한 신을 가지거나, 신을 섬기는 일 외에 악마를 섬기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아브락사스가 바로 신인 동시에 악마인 신이었다.
한동안 나는 열성적으로 그 단서를 쫓았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도서관 전체를 뒤졌음에도 아브락사스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내 성격상 이렇게 직접적이고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찾는 일에 딱히 소질이 없기도 했다. 그런 식의 탐색은 대개 손에 쥐면 그저 돌덩이처럼 남을 뿐인 진실들만 찾아낼 뿐이기 때문이다.
한동안 그토록 열렬하고 친밀하게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베아트리체의 모습은 이제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녀는 천천히 내게서 멀어져 지평선 가까이 다가가며 더욱 희미하고 아득하며 창백한 그림자가 되어갔다. 그녀만으로는 내 영혼을 채울 수 없었다.
마치 몽유병자처럼 살아가던 나만의 독특하고 폐쇄적인 존재 상태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삶에 대한 열망,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사랑에 대한 열망이 내 안에서 꽃피었다. 한동안 베아트리체를 향한 숭배를 통해 해소할 수 있었던 성적 본능은 이제 새로운 이미지와 목표를 갈구했다. 여전히 나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며, 친구들이 행복을 찾던 소녀들에게서 무언가를 기대하며 내 열망을 속이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불가능해 보였다. 나는 다시 격렬한 꿈을 꾸기 시작했는데, 밤보다는 낮에 더 심했다. 상상이나 이미지, 욕망들이 내 안에서 솟아올라 나를 외부 세계로부터 이끌어냈고, 나는 실제 주변 환경보다 내 안의 이미지들, 혹은 그 꿈이나 그림자들과 훨씬 더 실제적이고 생생하게 교류하며 살아갔다.
계속 반복되는 어떤 특정한 꿈, 혹은 공상 놀이가 내게 큰 의미를 갖게 되었다. 내 생애에서 가장 중요하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 이 꿈은 대략 이런 것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대문 위에서는 문장의 새가 파란 바탕에 노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어머니가 나를 마중 나왔다. 하지만 내가 안으로 들어가 그녀를 껴안으려 했을 때, 그곳에 있던 것은 어머니가 아니었다. 본 적 없는 어떤 형상이었다. 크고 위압적이었으며 막스 데미안이나 내가 그린 그림 속 새를 닮았지만, 그들과는 달랐고 위압감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여성적인 존재였다. 이 형상은 나를 자신에게 끌어당겨 깊고 전율 어린 사랑의 포옹으로 받아들였다. 환희와 공포가 뒤섞여 있었고, 그 포옹은 신성한 의식이자 동시에 죄악이었다. 나를 감싸 안은 그 형상 속에는 어머니에 대한 너무 많은 기억과 친구 데미안에 대한 너무 많은 기억이 유령처럼 떠돌았다. 그녀의 포옹은 모든 경외심을 저버리는 행위였음에도 더할 나위 없는 지복이었다. 나는 종종 이 꿈에서 깨어날 때 깊은 행복감을 느끼기도 했고, 때로는 끔찍한 죄를 지은 것처럼 죽음의 공포와 극심한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 아주 내면적인 이미지와 외부로부터 전해진 '찾아야 할 신'에 대한 암시 사이에 연결고리가 생겨난 것은 아주 점진적이고 무의식적인 과정이었다. 그러나 곧 그 연결은 더욱 밀접하고 깊어졌고, 나는 바로 이 예감의 꿈속에서 아브락사스를 부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느끼기 시작했다. 환희와 공포, 남자와 여자가 뒤섞이고, 가장 신성한 것과 끔찍한 것이 서로 얽혀 있으며, 깊은 죄책감이 가장 섬세한 결백 속에서 요동치는 것, 그것이 내 사랑의 꿈이 그려낸 모습이었고, 아브락사스 또한 그러했다. 사랑은 내가 처음에 공포를 느끼며 경험했던 짐승 같은 어두운 본능이 아니었고, 베아트리체의 그림에 바쳤던 것처럼 경건하게 정신화된 숭배도 아니었다. 그것은 둘 다였으며, 동시에 그 이상의 것이었다. 그것은 천사의 형상이자 사탄이었고, 남성이자 여성이었으며, 인간이자 짐승이었고, 최고의 선이자 최악의 악이었다. 이것을 살아내는 것이 내 운명으로 정해진 듯했고, 이것을 맛보는 것이 내 숙명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것을 갈망하면서도 동시에 두려워했다. 꿈속에서 그것을 쫓기도 했고 또 도망치기도 했지만, 그것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고 늘 내 위에 머물러 있었다.
다음 해 봄이면 나는 김나지움을 떠나 대학에 진학해야 했다. 어디서 무엇을 공부할지는 아직 알지 못했다. 입술 위에는 솜털 같은 수염이 돋아나 있었고, 나는 성인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완벽하게 무력했고 목적지조차 없었다. 단 하나, 내 안의 목소리, 그 꿈의 형상만이 확고했을 뿐이다. 나는 그 이끌림을 맹목적으로 따라야 할 사명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고, 매일같이 나는 그에 저항했다. 어쩌면 내가 미친 건 아닐까, 내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해내는 일들은 나 역시 모두 할 수 있었다. 약간의 부지런함과 노력만 있다면 플라톤을 읽을 수 있었고, 삼각함수 문제를 풀거나 화학 분석을 따라갈 수도 있었다. 오직 하나, 내 안에 어렴풋이 숨겨진 목표를 끄집어내어 다른 사람들처럼 내 앞에 그려놓는 일만은 할 수 없었다. 그들은 자신이 교수나 판사, 의사나 예술가가 되기를 원한다는 것, 그 과정이 얼마나 걸릴지, 또 어떤 이점이 있을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어쩌면 나도 언젠가는 그런 사람이 될지도 모르지만, 내가 어떻게 그것을 알겠는가. 어쩌면 나는 계속해서 찾고 또 찾아야만 할지도 모른다. 수년 동안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끝내 목적지에 닿지 못할지도 모른다. 혹은 목적지에 닿는다 해도, 그것이 악하고 위험하며 두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내 안에서 스스로 솟아나고자 하는 것을 살아보려 했을 뿐이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던 걸까?
나는 종종 꿈속의 강력한 사랑의 형상을 그려보려 시도했다. 하지만 결코 성공할 수 없었다. 만약 성공했다면 그 그림을 데미안에게 보냈을 것이다. 그는 어디에 있을까? 알 수 없었다. 단지 그가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만을 알 뿐이었다. 언제쯤 다시 그를 만날 수 있을까?
베아트리체 시절의 그 몇 주, 몇 달간의 다정한 평온은 이미 오래전에 지나가 버렸다. 당시 나는 섬에 도착해 평화를 찾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늘 그래왔듯, 어떤 상태가 좋아지고 어떤 꿈이 내게 기쁨을 줄라치면, 그 꿈은 어느새 시들고 빛을 잃곤 했다. 그 뒤를 쫓아 한탄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나는 이제 채워지지 않는 갈망과 긴장된 기대의 불길 속에 살았고, 그것은 종종 나를 완전히 미치고 광기 어린 상태로 만들었다. 꿈속의 연인 이미지는 내 손보다 훨씬 더 생생하고 뚜렷하게 눈앞에 나타났고, 나는 그 이미지와 대화하고, 울고, 저주를 퍼부었다. 나는 그것을 어머니라 부르며 눈물 속에 무릎을 꿇었고, 연인이라 부르며 그 원숙하고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입맞춤을 예감했으며, 또 악마이자 창녀, 뱀파이어이자 살인자라 부르기도 했다. 그것은 나를 가장 다정한 사랑의 꿈으로, 때로는 황폐한 파렴치함으로 유혹했고, 그 무엇도 그에게 너무 고귀하거나 향기롭지 않았으며, 그 무엇도 너무 저속하고 비천하지 않았다.
그 겨울 내내 나는 말로 다 하기 힘든 내면의 폭풍 속에서 보냈다. 고독에는 오래전부터 익숙해져 있었기에 그것이 나를 짓누르지는 않았다. 나는 데미안과, 새매와, 내 운명이자 연인인 위대한 꿈의 형상과 함께 살았다. 그것만으로도 살아가기에 충분했다. 모든 것이 크고 넓은 곳을 향하고 있었고, 모든 것이 아브락사스를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꿈들 중 어느 하나, 내 생각 중 어느 하나도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 무엇도 불러낼 수 없었고, 내 마음대로 색깔을 입힐 수도 없었다. 그것들이 찾아와 나를 사로잡았고, 나는 그들에 의해 다스려졌으며, 그들에 의해 살아지고 있었다.
겉으로는 나름대로 안전했다. 사람들 앞에서 두려움이 없다는 것을 학교 친구들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내게 은밀한 경외심을 보였는데, 나는 그 모습에 종종 미소를 짓곤 했다. 마음만 먹으면 그들 대부분을 아주 잘 꿰뚫어 볼 수 있었고, 가끔 그렇게 해서 그들을 놀라게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고 싶은 적은 거의 없었다. 나는 늘 나 자신과 씨름하느라, 온통 자기 자신에게만 매몰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마침내 삶의 한 조각을 살아보고 싶다는, 내 안의 무언가를 밖으로 꺼내 세상과 관계 맺고 싸워보고 싶다는 갈망이 간절했다. 때때로 저녁에 거리를 걷다가 불안한 마음 때문에 자정까지 집에 돌아가지 못할 때면, 지금 당장이라도 연인이 나타나 모퉁이를 지나가거나 다음 창문에서 나를 부를 것만 같았다. 또 때로는 이 모든 것이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럽게 느껴져,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을 각오를 하기도 했다.
당시 나는 특이한 안식처를 하나 발견했는데, 이른바 '우연'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우연은 없다. 간절히 필요한 것이 있는 사람이 그것을 발견하게 된다면, 그것은 우연이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 즉 자신의 열망과 필연이 그를 그곳으로 이끄는 것이다.
나는 도시를 거닐다가 교외의 작은 교회에서 들려오는 오르간 연주를 두세 번 들은 적이 있었지만 멈춰 서지는 않았다. 그러다 다음번에 그곳을 지날 때 다시 그 소리를 들었고, 그것이 바흐의 곡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나는 입구로 다가갔으나 문은 잠겨 있었고, 골목에는 사람 하나 없었기에 교회 옆 돌기둥에 앉아 외투 깃을 세우고 귀를 기울였다. 오르간은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좋은 악기였고, 연주는 기묘했다. 훌륭하고 거의 거장다운 솜씨였으나 마치 기도 소리처럼 들리는, 의지와 끈기가 깃든 지극히 개인적이고 독특한 표현력이 담겨 있었다. 나는 연주하는 사람이 이 음악 속에 감추어진 보물을 알고 있으며, 자신의 삶을 걸고 그 보물을 얻으려 간절히 애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기술적인 면에서 음악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영혼의 이러한 표현 방식을 본능적으로 이해해왔고 음악적인 것을 내 안의 당연한 무언가로 느껴왔다.
그 후 연주자는 현대곡도 하나 연주했는데, 레거의 곡일지도 몰랐다. 교회 안은 거의 완전히 어두웠고, 가까운 창문으로 아주 가는 빛줄기 하나만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음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오르간 연주자가 나오는 것을 볼 때까지 서성거렸다. 그는 아직 젊은이였지만 나보다는 나이가 많았고, 건장하고 다부진 체격이었는데, 힘차면서도 마치 무엇엔가 불만이라도 있는 듯한 걸음걸이로 서둘러 사라졌다.
그때부터 나는 종종 저녁 무렵이면 교회 앞에 앉아 있거나 서성거렸다. 한 번은 문이 열려 있기에 그 안으로 들어가 반시간 동안 오들오들 떨면서도 행복하게 자리에 앉아 있었다. 위층에서는 희미한 가스등 아래 오르간 연주자가 연주를 하고 있었다. 그가 연주하는 음악 속에서 나는 단지 그 자신뿐만이 아니라, 그가 연주하는 모든 곡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비밀스러운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가 연주하는 모든 것은 신앙적이었고, 헌신적이었으며 경건했다. 하지만 그것은 교회를 찾는 신도나 목사들의 경건함이 아니라, 중세의 순례자나 걸인들처럼 모든 신앙을 초월한 세계 감정에 무모할 정도로 헌신하는 경건함이었다. 바흐 이전의 거장들이나 고대 이탈리아 작곡가들의 곡들이 부지런히 연주되었다. 그리고 그 모든 곡이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연주자의 영혼 속에 있던 것, 즉 동경, 세계를 가장 깊숙이 움켜쥐려는 열망과 그로부터 가장 격렬하게 돌아서려는 모순, 자신의 어두운 영혼을 향한 불타는 경청, 헌신의 도취, 그리고 경이로운 것에 대한 깊은 호기심을 노래하고 있었다.
한번은 오르간 연주자가 교회를 떠나는 것을 몰래 뒤따라가다가 그가 도시 외곽의 작은 선술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나는 참지 못하고 그를 따라 들어갔다. 여기서 처음으로 그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그는 작은 방 구석 술상에 앉아 검은 펠트 모자를 쓴 채 앞에 와인을 한 잔 두고 있었는데, 그의 얼굴은 내가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못생겼으면서도 다소 거칠었고, 무언가를 찾는 듯 완고해 보였으며, 자기중심적이고 의지가 강해 보였지만 입 주변은 부드럽고 어린아이 같았다. 남성적이고 강인함은 온통 눈과 이마에 몰려 있었고, 얼굴 하단은 섬세하고 미완성인 채로 절제되지 않고 다소 유약해 보였다. 우유부단함이 가득한 턱은 이마와 눈빛에 대한 모순처럼 소년처럼 보였다. 나는 자부심과 적대감으로 가득 찬 그의 짙은 갈색 눈이 좋았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술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나를 쫓아내려는 듯 쏘아보았다. 하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고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결국 그는 불쾌하다는 듯 투덜거렸다. "대체 왜 그렇게 지독하게 쳐다보는 거요? 나한테 뭐 원하는 거라도 있소?"
"당신에게 원하는 건 없어요." 내가 말했다. "하지만 당신에게 이미 많은 것을 얻었죠."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요? 당신은 음악 애호가인가 보군? 난 음악에 열광하는 짓이 아주 역겹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위축되지 않았다.
"교회 밖에서 당신의 연주를 자주 들었습니다." 내가 말했다. "당신을 귀찮게 하려는 건 아니에요. 당신에게서 무언가 특별한 것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요. 하지만 내 말은 신경 쓰지 마세요! 그냥 교회에서 연주를 듣는 것만으로도 좋으니까요."
"난 항상 문을 잠그는데."
"지난번에는 깜빡 잊으셨더군요. 그래서 제가 안에 앉아 있었죠. 평소에는 밖에 서 있거나 돌기둥에 앉아 있습니다."
"그래요? 다음에는 안에 들어와서 들으시오. 거기가 더 따뜻하니까. 들어오려거든 문을 두드리면 돼요. 세게 두드려야 하오. 연주 도중에는 말고.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당신은 아주 젊은 사람이니 아마 학생이겠군. 음악 하는 사람입니까?"
"아뇨. 저는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하지만, 당신이 연주하는 것과 같은 음악만을 좋아합니다. 인간이 하늘과 지옥을 뒤흔드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그토록 절대적인 음악 말이죠. 저는 음악이 무척 좋습니다. 아마도 그것이 도덕적이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다른 모든 것은 도덕적이라, 저는 그렇지 않은 무언가를 찾고 있습니다. 저는 늘 도덕이라는 것 때문에 고통받아왔거든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혹시 동시에 신이자 악마인 존재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아시나요? 그런 존재가 있었다고 들었거든요."
음악가는 넓은 모자를 뒤로 조금 밀더니 큰 이마에서 검은 머리카락을 떨쳐냈다. 그러면서 나를 뚫어지게 응시하며 술상 위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가 나직하고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이 말하는 그 신의 이름이 뭐요?"
"안타깝게도 그분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습니다. 사실 이름밖에 몰라요. 아브락사스라고 합니다."
연주자는 마치 누군가 엿듣기라도 하는 것처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주위를 살폈다. 그러고는 나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내 그럴 줄 알았지. 당신은 누구요?"
"저는 김나지움 학생입니다."
"아브락사스에 대해 어떻게 알게 된 거요?"
"우연히요."
그가 테이블을 탁 쳐서 와인잔의 술이 넘쳐흘렀다.
"우연이라고? 헛소리하지 마라, 이 젊은 친구야! 아브락사스에 관해서는 우연히 알게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명심해. 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려주지. 나는 그에 대해 조금 알고 있거든."
그는 말을 멈추고 의자를 뒤로 물렸다. 내가 잔뜩 기대하며 그를 쳐다보자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여기선 안 되오! 다음에 이야기합시다. 자, 이거 받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