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잡히고 말았다.
"너야?" 나는 불안하게 말했다. "정말 깜짝 놀랐잖아!"
그가 나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지금처럼 어른스럽고, 우월하며,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했던 적이 없었다. 우리는 오랫동안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었다.
"미안해." 그는 예의 바르면서도 매우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 "하지만 잘 들어, 그렇게 쉽게 놀라면 안 돼."
"그거야, 그럴 수도 있지."
"그런 것 같군. 하지만 잘 봐, 네게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사람 앞에서 그렇게 몸을 움츠리면, 그 상대는 생각을 하기 시작해. 의아해하고 호기심을 갖게 되지. 상대는 네가 참 이상하리만치 잘 놀란다고 생각할 것이고, 더 나아가 겁을 먹었을 때만 그런 행동을 한다고 생각할 거야. 겁쟁이들은 늘 겁을 먹지. 하지만 내 생각에 너는 사실 겁쟁이가 아니야. 안 그래? 물론 그렇다고 영웅도 아니지. 네가 두려워하는 것들이 있고,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어. 그런 마음은 절대 가져선 안 돼. 아니, 사람 앞에서는 절대 겁먹어선 안 된다고. 너 설마 나한테 겁먹은 건 아니지? 응?"
"아니, 전혀 아니야."
"거봐, 내 말이 맞지. 하지만 네가 겁내는 사람들이 따로 있는 거지?"
"잘 모르겠어…… 제발 좀 내버려 둬,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그는 내 걸음에 맞춰 걸었다. 나는 도망칠 생각으로 더 빨리 걷고 있었는데, 그가 곁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자, 한번 생각해 봐." 그가 다시 말을 시작했다. "나는 네가 잘되기를 바란다는 걸. 적어도 나한테 겁먹을 필요는 없어. 너랑 실험 하나를 해보고 싶거든. 재미있기도 하고, 아주 쓸모 있는 무언가를 배울 수도 있을 거야. 잘 봐! 그러니까 나는 가끔 마음 읽기라는 기술을 시도해 봐. 별건 아니지만, 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주 신기해 보이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아주 좋아. 자, 한번 해보자고. 난 널 좋아해, 아니 너한테 관심이 있어. 그래서 네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보고 싶어. 그러기 위해 첫걸음은 이미 뗐지. 내가 널 놀라게 했으니까. 넌 겁이 많은 거야. 그러니까 네가 두려워하는 것들과 사람들이 있는 거지. 대체 어디서 그런 게 오는 걸까? 원래 누구 앞에서도 겁먹을 필요가 없어. 누군가를 두려워한다는 건, 그 사람한테 너 자신을 조종할 힘을 줬다는 뜻이거든. 예를 들어 나쁜 짓을 저질렀는데 상대방이 그걸 안다면, 그 사람이 너를 휘두를 힘을 갖게 되는 거야. 알겠어? 아주 분명하지, 안 그래?"
나는 속수무책으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늘 그렇듯 진지하고 영리해 보였으며, 친절하면서도 다정함이라곤 전혀 없는, 오히려 엄격한 인상이었다. 그 안에는 정의로움이나 그와 비슷한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마법사처럼 내 앞에 서 있었다.
"이해했어?" 그가 다시 한번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말했잖아, 마음 읽기가 이상해 보여도 아주 자연스러운 거라고. 예를 들어, 내가 전에 너한테 카인과 아벨 이야기를 해줬을 때 네가 나에 대해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거의 정확히 말할 수 있어. 뭐, 이건 지금 중요하지 않지. 네가 언젠가 나에 대한 꿈을 꿨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건 접어두자! 넌 영리한 아이야, 대부분은 멍청하거든! 난 가끔 이렇게 신뢰할 수 있는 영리한 아이와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해. 너도 그렇지?"
"응, 그래. 다만 나는 전혀 이해가 안 가……."
"자, 이 재미있는 실험을 계속해보자고! 우리는 알아냈지. S라는 소년은 겁이 많다. 누군가를 두려워한다. 아마도 그 상대와 아주 불편한 비밀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얼추 맞지?"
꿈속인 것처럼 나는 그의 목소리와 영향력에 굴복했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내 안에서만 나올 수 있는 목소리가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모든 것을 아는 목소리? 나 자신보다 모든 것을 더 잘, 더 명확하게 알고 있는 목소리 말이다.
데미안이 내 어깨를 힘껏 툭 쳤다.
"맞았어. 내 짐작이 맞았군. 이제 딱 한 가지만 더 묻지. 아까 저기서 가버린 그 소년 이름이 뭐야?"
나는 깜짝 놀랐다. 들키고 만 내 비밀이 내 안에서 고통스럽게 꿈틀거렸다. 비밀은 빛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무슨 소년 말이야? 거기엔 아무도 없었어, 나밖에."
그가 웃었다.
"말해봐!" 그가 웃으며 말했다. "이름이 뭐야?"
나는 속삭였다. "프란츠 크로머 말이야?"
그는 만족스러운 듯 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 너 꽤 눈치가 빠르구나,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 거야. 그런데 한 가지 말해줄 게 있어. 이 크로머인지 뭔지 하는 녀석, 아주 나쁜 놈이야. 얼굴을 보니 딱 악당이더군! 너는 어떻게 생각해?"
"응, 그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나쁜 놈이야, 그는 악마라고! 하지만 그가 알면 안 돼! 제발 부탁이야, 절대로 알면 안 돼. 그를 알아? 그가 너를 아니?"
"진정해! 그 애는 갔고, 나를 모르니까. 아직은 말이지. 하지만 한번 만나보고 싶긴 하군. 초등학교에 다니지?"
"응."
"몇 학년이야?"
"5학년.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마! 제발, 제발 아무 말도 하지 마!"
"걱정 마, 너한테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혹시 그 크로머에 대해 나한테 조금 더 이야기해 줄 생각은 없니?"
"못 해! 안 돼, 제발 그만해!"
그는 잠시 침묵했다.
"아쉽군." 그가 이내 말했다. "실험을 더 계속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지만 널 괴롭히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그거 알아? 그에 대한 두려움은 옳지 않다는 거. 그런 두려움은 사람을 완전히 망쳐놓으니 반드시 떨쳐내야 해. 네가 제대로 된 사내로 성장하려면 꼭 그래야만 해. 알겠어?"
"물론 네 말이 맞아…… 하지만 안 돼. 너는 모르잖아……."
"내가 생각보다 많은 걸 알고 있다는 건 너도 봤겠지. 혹시 그 애한테 돈이라도 빚졌니?"
"응, 그것도 있지만 그게 주된 문제는 아니야. 말할 수 없어, 못 해!"
"그럼 내가 너한테 빚진 만큼의 돈을 준다 해도 소용없겠네? 얼마든지 줄 수 있는데."
"아니, 아니야. 그것 때문이 아니라고. 제발 부탁할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한마디도! 나를 불행하게 만들지 말라고!"
"나를 믿어, 싱클레어. 너희들의 비밀은 나중에 언젠가 말해주게 될 거야……."
"절대, 절대 안 돼!" 나는 격렬하게 외쳤다.
"좋을 대로 해. 내 말은, 나중에 언젠가 네가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게 될지도 모른다는 거지. 물론 자발적으로 말이야. 내가 크로머처럼 굴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
"아니, 아니야. 하지만 너는 아무것도 모르잖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생각해 보는 중이야. 나는 절대로 크로머가 하는 식으로 하진 않을 거야. 그건 믿어줘. 너는 나한테 아무런 빚도 없으니까."
우리는 한참 동안 침묵했고, 나는 차츰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데미안이 알고 있는 것들은 나에게 점점 더 수수께끼처럼 느껴졌다.
"이제 집에 가야겠어." 그가 빗속에서 로덴 코트를 여미며 말했다. "우리 이야기가 여기까지 나온 김에 하나만 더 말해줄게. 너는 그 녀석을 떨쳐내야 해! 도저히 다른 방법이 없다면, 그냥 때려죽여 버려! 네가 그렇게 한다면 나는 감탄할 테고 아주 마음에 들 거야. 내가 도와줄 수도 있어."
나는 다시 겁이 났다. 문득 카인 이야기가 떠올랐다. 기분이 오싹해지며 남몰래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내 주위엔 너무나 많은 불길한 일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래, 좋아." 막스 데미안이 미소 지었다. "어서 집에 가 봐! 어떻게든 될 거야. 때려죽이는 게 가장 간단한 방법이긴 하지만 말이야. 그런 일에는 가장 단순한 게 언제나 최선이지. 너는 친구 크로머에게 좋은 대접을 받고 있는 게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