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하기도 하지,' 페고티가 말했다. '하지만 난 상관없어! 데이비, 내가 만약 결혼을 생각한다고 하면 넌 어떻게 생각할 것 같니?'
'글쎄요…… 페고티, 그때도 지금처럼 저를 많이 사랑해주실 거죠?' 나는 잠시 고민한 뒤 대답했다.
길을 가던 행인들은 물론 앞서가던 그녀의 친척들도 깜짝 놀랄 만큼, 그 착한 마음씨의 페고티는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추고는 변치 않는 사랑을 거듭 맹세하며 나를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
'말해줘, 넌 어떻게 생각하니, 얘야?' 그 일이 있고 다시 길을 걸을 때 그녀가 다시 물었다.
'만약 페고티가 결혼을 생각하신다면…… 바키스 씨와 말이에요?'
'그래.' 페고티가 대답했다.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페고티, 저를 보러 오실 때 항상 마차를 이용하실 수 있고, 공짜로 오실 수 있으니 언제든 확실하게 오실 수 있잖아요.'
"참, 기특하기도 하지!" 페고티가 외쳤다. "이 한 달 내내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니! 그래, 내 보물아. 그리고 내 생각엔 내가 좀 더 독립적이 될 수 있을 것 같구나. 남의 집에서 일하는 것보다 내 집에서 일하면 훨씬 마음이 가볍지 않겠니. 이제 와서 낯선 사람의 하인으로 일하는 게 나한테 맞을지도 잘 모르겠고 말이야. 그리고 난 항상 우리 예쁜 아이가 잠든 곳 가까이에 있을 거야." 페고티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언제든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고, 나중에 내가 눈을 감을 때도 우리 귀여운 아이와 멀지 않은 곳에 묻힐 수 있을 테니까!"
우리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난 다시는 생각조차 하지 않을 거야." 페고티가 명랑하게 말했다. "우리 데이비가 조금이라도 반대한다면 말이지. 교회에서 서른세 번이나 혼인 공시를 올리고 주머니 속의 반지가 다 닳아버릴 지경이 된다 해도 말이다."
"저를 보세요, 페고티." 내가 대답했다. "제가 정말 기뻐하고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실제로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바라고 있었다.
"그래, 내 사랑." 페고티가 나를 꽉 껴안으며 말했다. "밤낮으로 가능한 모든 방면에서 생각해봤단다. 부디 올바른 길이었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고 우리 오빠와도 이야기해볼게. 그동안은 우리 둘만 알고 있자, 데이비. 바키스 씨는 참 순박하고 좋은 사람이야." 페고티가 말했다. "내가 그에게 아내로서 도리를 다한다면, 만약…… 만약 내가 꽤 편안하지 않다면 그건 내 잘못일 거야." 페고티가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바키스 씨의 말을 인용한 그 대목이 너무나도 적절해서 우리는 한참을 웃고 떠들었고, 페고티 씨의 오두막이 눈에 들어올 무렵에는 아주 유쾌한 기분이 되어 있었다.
그곳은 여전했지만, 내 눈에는 조금 작아 보였다. 거미지 부인은 마치 줄곧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것처럼 문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내 침실의 파란 머그컵에 든 해초까지, 내부도 모두 그대로였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러 창고로 들어갔는데, 여전히 세상을 집어삼키고 싶어 하는 똑같은 바닷가재와 게, 가재들이 똑같은 옛날 구석 자리에서 엉겨 붙어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어린 에밀리는 보이지 않아서, 나는 페고티 씨에게 에밀리가 어디 있는지 물었다.
"학교에 갔단다, 도련님." 페고티 씨가 페고티의 짐을 옮기느라 흐르는 땀을 이마에서 닦아내며 말했다. 그가 네덜란드식 벽시계를 보더니 덧붙였다. "한 20분에서 30분 정도 있으면 집에 올 거야. 우리 모두 그 아이가 없어서 허전함을 느끼고 있단다, 정말이지!"
거미지 부인이 신음 소리를 냈다.
"기운 내요, 부인!" 페고티 씨가 외쳤다.
"누구보다 제가 더 많이 느껴요." 거미지 부인이 말했다. "저는 외롭고 처량한 사람이라, 그 아이는 저를 거스르지 않는 거의 유일한 존재였거든요."
거미지 부인은 훌쩍거리며 고개를 저은 뒤, 불을 지피는 일에 매달렸다. 페고티 씨는 그녀가 그렇게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우리 쪽을 둘러보더니, 손으로 입을 가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전하시지!" 나는 이 말을 듣고 거미지 부인의 기분이 내가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보다 전혀 나아지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제 이곳은 예전과 다를 바 없이, 아니 예전처럼 여전히 즐거운 곳이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예전만큼 감흥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나는 오히려 조금 실망스러웠다. 아마도 어린 에밀리가 집에 없어서 그런지도 몰랐다. 나는 에밀리가 올 길을 알고 있었기에, 곧 에밀리를 마중하러 길을 따라 거닐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 어떤 형체가 나타났고, 나는 금세 그게 에밀리라는 것을 알았다. 에밀리는 성장은 했지만 여전히 자그마한 체구였다. 하지만 에밀리가 더 가까이 다가왔을 때, 나는 그 푸른 눈이 더욱 푸르게 보이고 보조개 핀 얼굴은 더욱 밝아 보이며, 전체적인 모습이 훨씬 예쁘고 활기차 보였다. 나는 묘한 기분을 느껴 에밀리를 모르는 척하고는, 마치 멀리 있는 것을 바라보는 양 지나쳐 버렸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어린 에밀리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 아이도 나를 확실히 봤으면서, 뒤를 돌아 나를 부르는 대신 웃으며 도망쳐 버렸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에밀리를 뒤쫓아 달려야 했고, 그 아이가 워낙 빨랐던 터라 나는 오두막에 거의 다다라서야 에밀리를 잡을 수 있었다.
"아, 너였어?" 어린 에밀리가 말했다.
"아니, 누가 온 줄 알고 있었잖아, 에밀리." 나는 말했다.
"그럼 너야말로 누가 온 줄 몰랐어?" 에밀리가 대꾸했다. 나는 에밀리에게 입을 맞추려 했지만, 그 아이는 손으로 자신의 앵두 같은 입술을 가리고는 이제 아기가 아니라며, 전보다 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집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 아이는 나를 놀리는 것을 즐기는 듯했는데, 그런 변화는 무척 신기하게 느껴졌다. 차 탁자가 준비되고 작은 사물함이 예전 자리에 놓였지만, 에밀리는 내 옆에 앉으러 오는 대신 투덜대는 거미지 부인에게로 가 버렸다. 페고티 씨가 왜 그러느냐고 묻자, 에밀리는 얼굴을 가리려고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웃기만 했다.
"장난꾸러기 녀석!" 페고티 씨가 자신의 커다란 손으로 에밀리를 토닥이며 말했다.
"그렇고말고! 그렇고말고!" 햄이 외쳤다. "도련님, 정말 그렇고말고!" 그는 얼마 동안 앉아서 페고티를 보며 킬킬거렸는데, 감탄과 기쁨이 뒤섞여 얼굴이 불덩이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사실 어린 에밀리는 모두에게 응석을 부렸는데, 페고티 씨만큼 에밀리의 응석을 다 받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에밀리는 그저 다가가서 자신의 뺨을 페고티 씨의 거친 수염에 비비는 것만으로도 그가 원하는 무엇이든 들어주게 만들 수 있었다. 적어도 에밀리가 그러는 모습을 본 내 생각은 그랬고, 나는 페고티 씨가 그러는 것이 전적으로 옳다고 여겼다. 하지만 에밀리는 워낙 다정하고 성격이 좋았으며, 동시에 영리하면서도 수줍음을 타는 그 사랑스러운 태도 덕분에 나는 전보다 더 그 아이에게 매료되었다.
그 아이는 마음씨도 여렸다. 차를 마신 뒤 우리가 난로에 둘러앉았을 때, 페고티 씨가 담뱃대를 물고 내가 겪은 상실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 에밀리의 눈에 눈물이 고였고, 테이블 건너편에서 나를 아주 다정하게 바라봐 주었기에 나는 그 아이에게 무척 고마움을 느꼈다.
"아!" 페고티 씨가 에밀리의 곱슬머리를 집어 들어 마치 물처럼 손 위로 흘려보내며 말했다. "여기 또 다른 고아를 보게나, 도련님. 그리고 여기," 페고티 씨가 햄의 가슴을 손등으로 툭 치며 말했다. "여기 또 한 녀석이 있지, 비록 겉보기엔 별로 그렇게 안 보이지만 말이야."
"제가 페고티 씨를 보호자로 모셨다면," 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마 제가 고아처럼 느껴지지는 않았을 거예요."
"잘 말씀하셨습니다, 도련님!" 햄이 황홀경에 빠져 외쳤다. "만세! 잘 말씀하셨어요! 정말 그렇지 않았을 겁니다! 허허!" 그러면서 그는 페고티 씨의 손등 치기를 되돌려주었고, 어린 에밀리는 일어나 페고티 씨에게 입을 맞췄다. "그럼 도련님 친구분은 어떻게 지내십니까?" 페고티 씨가 내게 물었다.
"스티어포스요?" 내가 말했다.
"그 이름입니다!" 페고티 씨가 햄을 돌아보며 외쳤다. "우리가 잘 아는 분야랑 연관된 이름인 줄 알았지."
"아까는 러더포드라고 하셨잖아요." 햄이 웃으며 지적했다.
"그거야!" 페고티 씨가 대꾸했다. "어쨌든 키(rudder)로 배를 조종(steer)하는 거 아니냐? 별 차이 없지. 그 친구분은 어떻게 지내시나, 도련님?"
"제가 떠나올 때는 아주 잘 지내고 있었어요, 페고티 씨."
"참된 친구구먼!" 페고티 씨가 담뱃대를 길게 내밀며 말했다. "친구라고 하면 바로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지! 세상에나, 정말 그 친구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구먼!"
"정말 잘생겼죠, 안 그래요?" 그 칭찬에 마음이 따뜻해진 내가 말했다.
"잘생겼다마다!" 페고티 씨가 외쳤다. "그 친구는 그야말로…… 그야말로……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군. 정말 대담한 친구지!"
"맞아요! 바로 그게 그 친구 성격이에요." 내가 말했다. "사자처럼 용감하고, 얼마나 솔직한지 몰라요, 페고티 씨."
"이제 생각해 보니," 페고티 씨가 담뱃대 연기 너머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친구는 공부하는 데 있어서는 거의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것 같구나."
"맞아요," 나는 기뻐하며 대답했다. "그 친구는 모르는 게 없어요. 정말 놀라울 정도로 똑똑하죠."
"참된 친구구먼!" 페고티 씨가 머리를 진지하게 끄덕이며 나직이 말했다.
"그 친구는 어떤 일이든 힘들어하는 법이 없어요," 내가 말했다. "공부도 한 번 쓱 보기만 하면 다 알고요. 크리켓 실력도 제가 본 중에 최고예요. 체커 게임을 할 때도 말들을 원하는 만큼 떼어주고도 쉽게 이기곤 하죠."
페고티 씨는 마치 '당연히 그렇겠지'라고 말하는 듯 다시 한번 머리를 끄덕였다.
"말을 얼마나 잘하는지," 나는 말을 이었다. "누구든 설득할 수 있을 정도예요. 페고티 씨, 그 친구가 노래하는 걸 들으신다면 뭐라고 하실지 모르겠네요."
페고티 씨는 마치 '의심할 여지도 없지'라고 말하는 듯 다시 한번 머리를 끄덕였다.
"게다가 그 친구는 얼마나 너그럽고 멋지고 훌륭한 사람인지 몰라요," 나는 좋아하는 주제에 완전히 빠져서 말했다. "그 친구가 받을 만한 칭찬을 다 하기란 불가능할 정도예요. 저보다 훨씬 어리고 학교에서도 낮은 학년인 저를 그토록 관대하게 돌봐준 것에 대해 아무리 감사해도 부족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