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신이 나서 정신없이 떠들고 있을 때, 테이블 위로 몸을 숙인 채 숨을 죽이고 깊은 관심을 기울여 듣고 있는 어린 에밀리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에밀리의 파란 눈은 보석처럼 빛났고 볼은 발그레하게 상기되어 있었다. 아이의 모습이 너무나 진지하고 예뻐서 나는 놀란 듯 말을 멈추었고, 내가 말을 멈추자 모두들 동시에 아이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에밀리도 저랑 똑같아서," 페고티가 말했다. "그 친구를 만나보고 싶어 할 거예요."
에밀리는 우리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자 당황하며 고개를 숙였고 얼굴은 금세 붉게 물들었다. 곧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흘끗 올려다본 아이는 우리가 여전히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나는 적어도 몇 시간은 아이를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다). 에밀리는 그대로 도망쳐 버렸고 잠자리에 들 시간이 다 될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보트 뒤쪽의 낡은 작은 침대에 누웠고, 바람은 전과 마찬가지로 평원 너머로 흐느끼듯 불어왔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 바람 소리가 떠나간 사람들에 대한 애도처럼 들린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밤중에 바닷물이 불어나 보트가 떠내려갈지도 모른다는 생각 대신, 지난번 그 소리를 들은 이후 바닷물이 불어나 나의 행복한 가정을 삼켜버렸던 일을 떠올렸다. 바람과 물소리가 귓가에서 점점 희미해질 무렵, 나는 짧은 기도 한 구절을 덧붙였던 기억이 난다. 부디 내가 자라서 어린 에밀리와 결혼하게 해달라는 간청을 하고는,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나날들은 전과 거의 비슷하게 흘러갔지만, 아주 커다란 예외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어린 에밀리와 내가 이제는 해변을 거의 거닐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아이는 공부할 과제와 바느질거리가 있었고, 매일 많은 시간을 자리를 비웠다. 하지만 나는 사정이 달랐더라도 우리가 예전처럼 해변을 거닐지는 못했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에밀리는 제멋대로이고 아이 같은 변덕으로 가득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작은 숙녀였다. 아이는 일 년 남짓한 시간 동안 나에게서 아주 멀어진 것만 같았다. 아이는 나를 좋아하면서도 나를 비웃고 괴롭혔으며, 내가 아이를 마중 나갈 때면 몰래 다른 길로 집으로 돌아와서는, 실망한 채 돌아온 나를 문가에서 비웃곤 했다. 가장 좋았던 때는 아이가 문간에 앉아 조용히 바느질을 하고, 내가 그 발치에 있는 나무 계단에 앉아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던 시간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그 찬란했던 4월의 오후만큼 밝은 햇살을 다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낡은 보트 문간에 앉아 있던 그 햇살 같은 작은 모습을, 그토록 아름다운 하늘과 바다를, 그리고 황금빛 허공을 향해 항해하던 눈부신 배들을 다시는 본 적이 없는 듯하다.
우리가 도착한 바로 첫날 저녁, 바키스 씨는 손수건에 싼 오렌지 꾸러미를 들고 멍하고 어색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 물건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없었기에, 우리는 그가 떠날 때 실수로 두고 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햄이 그것을 돌려주려고 쫓아갔다가 돌아와서는, 그게 페고티를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 이후로 그는 매일 똑같은 시간에 어김없이 나타났고, 언제나 작은 꾸러미를 가져왔는데, 그는 그것에 대해 결코 입을 열지 않은 채 늘 문 뒤에 두고 떠나곤 했다. 이런 애정의 선물들은 무척 다양하고 기묘한 것들이었다. 그중에는 돼지 족발 두 세트, 거대한 핀쿠션, 사과 반 부셸 정도, 제트 보석 귀걸이 한 쌍, 스페인산 양파, 도미노 게임 세트, 카나리아와 새장, 그리고 돼지고기 절임 다리 등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기억하는 바키스 씨의 구애는 전적으로 독특한 방식이었다. 그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지만, 마차에 앉아 있을 때와 똑같은 자세로 난로가에 앉아 맞은편에 있는 페고티를 멍하니 바라보곤 했다. 어느 날 밤, 사랑에 고무되었는지 그는 페고티가 실에 쓰려고 둔 밀랍 촛조각을 낚아채서 조끼 주머니에 넣고 가져가 버렸다. 그 후로 그는 페고티가 필요로 할 때 주머니 안감에 달라붙어 반쯤 녹은 상태의 촛조각을 꺼내주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겼고, 페고티가 다 쓰고 나면 다시 주머니에 넣곤 했다. 그는 매우 즐거워 보였으며, 굳이 말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전혀 느끼지 않는 듯했다. 그가 페고티를 평원으로 산책 데리고 나갈 때조차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불편해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저 가끔 페고티에게 '좀 편안하오?'라고 묻는 것으로 만족했을 뿐이다. 그가 돌아가고 나면 페고티가 앞치마로 얼굴을 가리고 한 시간 내내 웃어대던 기억이 난다. 사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재미있어했는데, 그 비참한 검리지 부인은 예외였다. 검리지 부인은 이 구애 과정들을 보며 자신의 옛 구애 시절이 계속 떠오르는지, 그 방식이 완전히 판박이라며 괴로워했다.
마침내 방문 기간이 거의 끝날 무렵, 페고티와 바키스 씨가 하루 휴가를 내어 함께 나들이를 가기로 했고, 어린 에밀리와 나도 그들과 동행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나는 에밀리와 온종일 함께할 기쁨에 들떠 전날 밤 잠을 설치고 말았다. 우리는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고, 아직 아침 식사를 하고 있을 때 바키스 씨가 멀리서 마차를 몰고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페고티는 평소처럼 단정하고 차분한 상복 차림이었지만, 바키스 씨는 새 파란색 외투를 입고 나타났는데 재단사가 어찌나 넉넉하게 만들었는지 소매 끝단이 너무 길어 가장 추운 날씨에도 장갑이 필요 없을 정도였고, 깃은 또 어찌나 높은지 머리카락이 위로 삐죽하게 솟아 있었다. 반짝이는 단추들 또한 아주 컸다. 누런색 바지와 담황색 조끼까지 갖춰 입은 바키스 씨를 보며 나는 그가 정말이지 존경스러울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문밖에서 우리 모두가 떠날 채비로 분주할 때, 페고티 씨가 우리 뒤로 던져 행운을 빌어줄 낡은 신발 한 짝을 준비해 두었다가 검리지 부인에게 건네며 던져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을 보았다.
"아뇨, 다른 사람이 하는 게 좋겠어요, 대니얼." 검리지 부인이 말했다. "저는 외롭고 비참한 신세라서, 외롭고 비참하지 않은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모든 일이 제게는 거북하거든요."
"자, 이 사람아!" 페고티 씨가 외쳤다. "어서 받아서 던져 봐."
"아니에요, 대니얼." 검리지 부인이 훌쩍이며 고개를 저었다. "제가 덜 느낄 수만 있다면 더 많은 걸 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당신은 저처럼 느끼지 않잖아요, 대니얼. 당신은 모든 일이 순조롭고 세상과도 잘 어울리니, 당신이 직접 하는 게 좋겠어요."
그때 이곳저곳을 바삐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던 페고티가 어느새 우리 모두가 올라타 있던 마차(나와 에밀리는 작은 의자 두 개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위에서 검리지 부인이 직접 해야 한다고 외쳤다. 결국 검리지 부인이 신발을 던졌는데, 안타깝게도 부인은 곧장 울음을 터뜨리며 햄의 품에 안겨 자신이 짐 같은 존재라는 걸 알고 있으니 당장 구빈원으로 보내달라고 선언하는 바람에 우리의 들뜬 출발 분위기를 확 망쳐놓고 말았다. 나는 정말이지 그건 햄이 당장 실천해도 좋을 현명한 생각이라고 여겼다.
어쨌든 우리는 휴가 나들이를 떠났다. 가장 먼저 한 일은 교회에 들르는 것이었는데, 바키스 씨는 말의 고삐를 난간에 묶어두고 페고티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고, 어린 에밀리와 나만 마차에 남겨졌다. 나는 그 기회를 틈타 에밀리의 허리를 감싸 안고, 이제 곧 떠나야 하니 오늘 하루는 서로 아주 다정하게 지내며 행복하게 보내자고 제안했다. 어린 에밀리가 동의하며 입맞춤을 허락해주자, 나는 걷잡을 수 없이 들떴다. 기억하기로 나는 에밀리에게 다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으며, 감히 에밀리의 마음을 얻으려 하는 자가 있다면 누구든 피를 볼 각오가 되어 있다고 호언장담까지 했다.
어린 에밀리는 그 말에 얼마나 즐거워했는지 모른다! 요정 같은 그 작은 숙녀는 나보다 훨씬 더 어른스럽고 현명한 체하며 나더러 "바보 같은 소년"이라고 말했고, 이어 너무나 사랑스럽게 웃는 바람에 나는 그 폄하하는 소리를 들은 불쾌함도 잊은 채 아이를 바라보는 즐거움에 푹 빠지고 말았다.
바키스 씨와 페고티는 꽤 오랫동안 교회 안에 머물렀지만 결국 밖으로 나왔고, 우리는 시골길을 향해 마차를 몰았다. 길을 가던 중 바키스 씨는 윙크를 하며 나를 돌아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참고로, 전에는 그가 윙크를 할 줄 알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
"내가 마차에 써넣은 이름이 뭐였더라?"
"클라라 페고티요." 내가 대답했다.
"만약 여기 덮개가 있다면, 지금 내가 써넣을 이름은 뭐가 되겠느냐?"
"또 클라라 페고티요?" 내가 물었다.
"클라라 페고티 바키스!" 그가 대꾸했고, 마차가 흔들릴 정도로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한마디로 그들은 결혼을 한 것이었고, 다른 목적은 전혀 없이 교회에 들어갔던 것이었다. 페고티는 결혼식을 조용히 치르기로 마음먹었기에 교구 서기가 신부 측 증인을 대신했고, 예식의 증인은 아무도 없었다. 바키스 씨가 갑작스럽게 그들의 결합을 발표하자 페고티는 약간 당황하며 변치 않은 애정을 표현하느라 나를 몇 번이고 껴안았지만, 곧 평소대로 돌아와 모든 게 끝나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우리는 미리 예약해둔 샛길의 작은 여관으로 차를 몰고 가 아주 편안한 저녁 식사를 했고, 무척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냈다. 페고티는 지난 십 년간 매일 결혼식을 올린 사람처럼 아주 태연했는데, 결혼 전후로 달라진 점은 전혀 없었다. 그녀는 평소와 다름없었고, 차를 마시기 전에 어린 에밀리와 나와 함께 산책을 나갔으며, 그사이 바키스 씨는 철학자처럼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자신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었을 것이다. 혹시 그랬다면 그 때문에 입맛이 더 돌았는지, 저녁 식사로 돼지고기와 채소를 잔뜩 먹고 닭 한두 마리까지 해치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저녁 찻상에서 차가운 삶은 베이컨을 찾았고, 아무런 감흥도 없이 엄청난 양을 먹어치웠던 기억이 선명하다.
나는 그 후로 종종 그 결혼식이 얼마나 기묘하고 순진하며 별난 행사였는지 생각하곤 했다! 날이 저물자마자 우리는 다시 마차에 올라타 별들을 올려다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안락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별들에 관해 주도적으로 설명해주자 바키스 씨는 놀라울 정도로 눈이 뜨이는 듯했다. 나는 내가 아는 모든 것을 말해주었지만, 아마 내가 무슨 말을 했더라도 그는 다 믿었을 것이다. 그는 내 재능을 깊이 존경하고 있었고, 바로 그 자리에서 내가 듣는 가운데 아내에게 내가 '어린 로셔스(Roeshus)'라고 말했는데, 아마도 '신동(prodigy)'이라는 말을 하려던 것 같았다.
별에 대한 주제가 바닥나자,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바키스 씨의 지적 능력을 다 소진시켜 버리자, 어린 에밀리와 나는 낡은 덮개로 외투를 만들어 남은 여정 동안 그 아래에 나란히 앉았다. 아, 나는 얼마나 아이를 사랑했던가! 만약 우리가 결혼해서 나무와 들판이 있는 곳으로 떠나, 나이도 먹지 않고 철도 들지 않은 채 영원히 아이로 남아, 햇살 속에서 꽃이 핀 초원을 손을 잡고 거닐며, 밤이면 이끼 위에 머리를 대고 순수와 평화 속에서 달콤한 잠에 들고, 죽어서는 새들이 장례를 치러주는 삶을 산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라고 나는 생각했다)! 현실 세계라곤 없는, 우리의 순수함으로 밝게 빛나고 저 멀리 떨어진 별들처럼 아련한 그런 풍경이 오는 내내 내 마음속에 그려졌다. 페고티의 결혼식에 어린 에밀리와 나처럼 순진무구한 두 마음이 함께했다는 사실이 기쁘다. 그 소박한 행렬 속에서 사랑과 은총이 그토록 가벼운 형상으로 깃들었다고 생각하니 무척 기쁘다.
우리는 밤늦지 않게 다시 낡은 보트로 돌아왔고, 그곳에서 바키스 부부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그들은 자신들의 집을 향해 편안히 마차를 몰고 떠났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페고티를 잃었다는 기분을 느꼈다. 어린 에밀리가 머무는 이곳이 아니었다면, 나는 정말 마음 아픈 채로 잠자리에 들었을 것이다.
페고티 씨와 햄은 나만큼이나 내 생각을 잘 알고 있었고, 정성 어린 저녁 식사와 따뜻한 얼굴로 내 우울함을 떨쳐버려 주었다. 어린 에밀리가 이번 방문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 옆에 있는 보관함에 와서 앉았고, 그렇게 멋진 하루는 더할 나위 없이 멋지게 마무리되었다.
밤 바닷물이 들어오는 때였고, 우리가 잠자리에 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페고티 씨와 햄은 고기잡이를 하러 나갔다. 나는 외딴집에 홀로 남아 에밀리와 검리지 부인을 지키는 보호자가 된 것이 무척 용감하게 느껴졌고, 사자나 뱀, 혹은 그 어떤 악의적인 괴물이라도 우리를 공격해 와서 내가 그들을 물리치고 영광을 차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그날 밤 야머스 평원에는 그런 괴물이 돌아다니지 않았기에, 나는 아침까지 용이 나오는 꿈을 꾸는 것으로 나름의 대리 만족을 해야 했다.
아침이 되자 페고티가 왔다. 그녀는 마치 운송업자 바키스 씨라는 존재가 처음부터 끝까지 꿈이었던 것처럼 평소와 다름없이 창문 아래에서 나를 불렀다. 아침 식사 후 그녀는 나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는데, 그곳은 정말 아름다운 작은 집이었다. 집 안의 모든 가구 중에서 나는 응접실(타일 바닥으로 된 부엌이 보통 거실로 쓰였다)에 있던 어두운색 목재로 만든 낡은 서랍장에 가장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 같다. 그 서랍장은 윗부분이 뒤로 밀려나며 아래로 내려와 책상이 되었는데, 그 안에는 『폭스의 순교자 열전』 대형 4절판이 들어 있었다. 내용은 한마디도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이 귀중한 책을 즉시 발견해 곧바로 빠져들었다. 그 후로 그 집에 갈 때마다 나는 의자 위에 무릎을 꿇고 올라가 이 보물이 모셔진 상자를 열고 책상 위에 팔을 펼친 채 다시 그 책을 탐독하곤 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온갖 암울한 공포를 묘사한 수많은 그림을 보며 주로 감명을 받았던 것 같지만, 그때 이후로 내 마음속에서 '순교자 열전'과 페고티의 집은 지금까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나는 그날 페고티 씨와 햄, 검리지 부인, 그리고 어린 에밀리와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페고티네 집 지붕 아래 작은 방(침대 머리맡 선반에는 '악어 책'이 놓여 있었다)에서 밤을 보냈는데, 페고티는 그 방이 앞으로는 항상 내 방이 될 것이며, 언제나 그대로 보존될 것이라고 말했다.
"얘야, 네가 어리든 다 컸든 간에, 내가 살아 있고 이 집이 있는 한, 이곳은 언제나 네가 바로 지금이라도 올 것처럼 준비되어 있을 거야." 페고티가 말했다. "네가 중국에 가 있더라도, 내가 예전에 네 작은 방을 늘 정돈해두었듯이, 네가 없는 동안에도 이곳은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될 거라고 생각하렴, 내 사랑아."
나는 내 다정한 유모의 진심과 변치 않는 사랑을 마음 깊이 느꼈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페고티가 아침에 내 목을 감싸 안고 그런 말을 해주었을 때, 나는 곧 집으로 떠나야 했고, 페고티와 바키스 씨가 모는 마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를 대문 앞에 내려주면서도 쉽게 발길을 떼지 못했다. 페고티를 태우고 떠나는 마차를 보며, 이제 더는 나를 사랑하거나 좋아해 줄 사람 하나 없는 집을 늙은 느릅나무 아래서 바라보는 기분은 묘했다.
이제 나는 연민 없이는 돌아볼 수 없는 방치된 상태에 빠졌다. 나는 곧장 고립된 처지가 되었다. 따뜻한 관심도 없었고, 같은 또래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했으며, 생기 없는 내 생각들 말고는 그 어떤 동무도 없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때의 우울함이 이 종이 위로 드리우는 듯하다.
세상에서 가장 엄한 학교라도 보낼 수 있다면, 어떻게든 무엇이라도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런 희망은 전혀 없었다. 그들은 나를 싫어했고, 무뚝뚝하고 냉정하며 한결같이 나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 생각건대 머드스톤 씨는 이 무렵 경제적으로 곤궁했던 것 같지만,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는 나를 견디지 못했고, 나를 멀리함으로써 나에게 자신에 대한 어떤 권리도 없다는 생각을 떨쳐버리려 했다. 그리고 그는 성공했다.
적극적인 학대를 당한 건 아니었다. 맞지도 않았고 굶지도 않았다. 하지만 내게 가해진 부당함은 조금의 여지도 없이 체계적이고 냉담한 방식으로 지속되었다. 하루하루, 한 주 한 주, 한 달 한 달이 지나도록 나는 차갑게 방치되었다. 가끔 그때를 생각하면, 내가 병이라도 났더라면 그들이 무엇을 했을지 궁금해진다. 나는 외로운 방에 누워 평소처럼 혼자 앓았을까, 아니면 누군가 나를 도와주었을까?
머드스톤 남매가 집에 있을 때면 나는 그들과 함께 식사를 했고, 그들이 없을 때는 혼자 먹고 마셨다. 언제나 나는 집과 동네 주변을 어슬렁거렸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는데, 다만 그들은 내가 친구를 사귀는 것만큼은 경계했다. 아마도 내가 친구를 사귀면 누군가에게 불평을 늘어놓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런 이유로 칠립 씨가 자주 나를 보러 오라고 했음에도(그는 홀아비였는데, 몇 년 전 작고 머리색이 옅은 아내를 잃었고, 나는 그 아내를 생각하면 창백한 얼룩고양이가 떠올랐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의 비좁은 진료실에서 오후를 보내는 행복을 누리는 일은 드물었다. 나는 그곳에서 낯선 책을 읽거나, 약전 전체의 냄새를 맡으며 그의 온화한 지시에 따라 절구에 무엇인가를 찧곤 했다.
같은 이유로, 분명 그녀에 대한 오랜 반감이 더해진 탓에, 나는 페고티를 방문하는 일도 좀처럼 허락받지 못했다. 페고티는 약속을 지키려 매주 한 번씩 나를 보러 오거나 근처 어딘가에서 만났고, 결코 빈손으로 오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집을 방문해도 좋다는 허락을 거절당할 때마다 나는 수없이 많은 쓰라린 실망을 맛봐야 했다. 그러나 아주 긴 간격을 두고 몇 번은 그곳에 가는 것이 허락되었는데, 그때 나는 바키스 씨가 다소 구두쇠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페고티의 충직한 표현을 빌리자면 '조금 인색한' 편이었는데, 그는 침대 밑 상자에 돈을 잔뜩 넣어두고는 그저 외투와 바지로 가득 찬 척했다. 이 상자 속에 그의 재산은 너무나도 끈질기게 숨겨져 있어서, 아주 적은 돈을 꺼내려 해도 온갖 술수를 부려야 했다. 그래서 페고티는 토요일 생활비를 쓸 때마다 마치 화약 음모 사건 같은 길고 복잡한 계획을 세워야 했다.
이 기간 내내 나는 내가 했던 모든 약속이 헛된 것이 되었고 내가 철저히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낡은 책들이 아니었다면 틀림없이 무척 비참했을 것이다. 책들은 나의 유일한 위안이었고, 책들이 나에게 그러했듯 나 또한 책들에게 진심을 다했으며, 몇 번이나 다시 읽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수없이 읽고 또 읽었다.
이제 나는 내 기억이 남아 있는 한 결코 잊을 수 없는 내 인생의 한 시기로 접어들려 한다. 그 기억은 내가 부르지도 않았는데도 종종 유령처럼 내 앞에 나타나 더 행복했던 시절을 쫓아다니곤 했다.
어느 날 나는 내 생활 방식이 낳은 무기력하고 사색적인 태도로 어딘가를 빈둥거리고 있다가, 집 근처 골목길 모퉁이를 돌다 신사와 함께 걷고 있는 머드스톤 씨와 마주쳤다. 나는 당황해서 그들을 지나쳐 가려는데, 그 신사가 외쳤다.
"뭐야! 브룩스잖아!"
"아닙니다, 선생님. 데이비드 코퍼필드예요." 내가 대답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넌 브룩스야." 그 신사가 말했다. "넌 셰필드의 브룩스지. 그게 네 이름이야."
이 말에 나는 그 신사를 좀 더 자세히 관찰했다. 그의 웃음소리가 기억나자 나는 그가 퀴니언 씨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머드스톤 씨와 함께 로우이스트프트에 가서 만났던 사람이었는데, 언제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니 굳이 떠올릴 필요는 없었다.
"그래 어떻게 지내나, 브룩스? 어디서 공부하고 있지?" 퀴니언 씨가 말했다.
그는 내 어깨에 손을 얹고 나를 돌려세워 그들과 함께 걷게 했다.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의심스러운 눈길로 머드스톤 씨를 쳐다보았다.
"지금은 집에 있습니다." 머드스톤 씨가 말했다. "어디서 교육받는 것도 아니고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다루기 힘든 아이라서요."
그 특유의 이중적인 시선이 잠시 나에게 머물렀다. 그러고는 혐오감을 나타내며 다른 곳으로 향했고, 그의 눈은 인상을 찌푸리며 어두워졌다.
"흠!" 퀴니언 씨가 우리 둘을 보며 말했는데, 내 생각엔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날씨 좋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