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렌카, 용서해 줘, 정말 미안해!" 키티가 바렌카에게 다가가며 속삭였다."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안 나.나……."
"정말이지, 당신을 속상하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바렌카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화해는 이루어졌다.하지만 아버지의 도착과 함께 키티가 살던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그녀는 자신이 알게 된 모든 것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었음을 깨달았다.그녀는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했다. 가식이나 뽐냄 없이 자신이 오르고자 했던 높은 곳에 머무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느꼈다. 또한 그녀는 자신이 발을 딛고 있던 슬픔과 질병, 죽어가는 자들의 세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절감했다. 그것을 사랑하고자 억지로 애썼던 노력들이 이제는 고통스럽게 느껴졌고, 그녀는 어서 빨리 신선한 공기가 있는 러시아의 예르구쇼보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편지를 통해 언니 돌리가 아이들과 함께 이미 그곳으로 이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바렌카를 향한 그녀의 애정은 식지 않았다.헤어질 때 키티는 바렌카에게 꼭 러시아로 놀러 오라고 간청했다.
"당신이 결혼하면 갈게요." 바렌카가 말했다.
"난 절대 결혼 안 해."
"그럼 저도 절대 안 갈래요."
"그럼 그 이유 하나만이라도 결혼해야겠네. 지켜봐, 약속 잊지 마!" 키티가 말했다.
의사의 예언은 적중했다.키티는 건강을 회복하고 고국 러시아로 돌아왔다.이전만큼 근심 없이 명랑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평온했고 모스크바에서의 괴로움은 이제 추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