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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직무에 그토록 헌신하며 사는 사람은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저 열성적으로 일했다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아니, 그는 사랑으로 일했다. 그 서류 필사라는 업무 안에서 그는 자신만의 다채롭고 즐거운 세계를 보았다. 얼굴에는 희열이 서렸고, 그에게는 각별히 아끼는 글자들이 있었다. 그 글자들에 도달할 때면 그는 넋이 나간 듯 웃음을 흘리고 윙크를 하며 입술까지 실룩거렸는데, 그의 얼굴만 봐도 펜 끝에서 탄생하는 글자가 무엇인지 읽어낼 수 있을 정도였다. 그의 열의만큼 상을 주었더라면 그는 스스로도 놀랄 만큼 승진하여 국가 참사관 자리에 올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료들이 비아냥대며 말했듯 그가 얻은 것이라고는 단추 구멍에 다는 배지 하나와 허리 부근의 치질뿐이었다. 그렇다고 그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마음씨 좋은 어느 국장은 그의 오랜 노고를 치하하고자 평소의 단순한 필사보다 조금 더 중요한 일을 맡겼다. 이미 작성된 서류를 다른 관청으로 보낼 공문으로 바꾸는 일이었는데, 서류의 제목과 군데군데의 동사 주어만 1인칭에서 3인칭으로 고치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었다. 그런데 그 일 때문에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이마를 문지르다 결국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아니에요, 차라리 그냥 베껴 쓰게 해주세요." 그때부터 그는 영원히 필사 업무만 맡게 되었다. 필사 이외의 삶은 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듯 보였다. 그는 자신의 옷차림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는데, 그의 제복은 녹색이 아니라 누런 밀가루 색과 비슷했다. 옷깃은 좁고 낮아서, 비록 목이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옷깃 밖으로 나온 그의 목은 마치 길거리에서 러시아인 외국인들이 머리를 흔들며 팔고 다니는 석고 고양이 인형들처럼 유난히 길어 보였다. 게다가 그의 제복에는 항상 무언가가 묻어 있었다. 지푸라기 조각이든 실밥이든 늘 무언가가 달라붙어 있었다. 그는 거리를 걸을 때면 어찌나 타이밍이 절묘한지, 창문에서 쓰레기를 내던지는 순간에 딱 맞춰 그 밑을 지나가곤 했다. 그래서 그의 모자 위에는 항상 수박 껍질이나 멜론 껍질 같은 것들이 얹혀 있었다. 그는 평생 거리를 지나며 매일 벌어지는 일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물론 그의 동료인 젊은 관리들은 거리의 풍경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길 건너편 누군가의 바지 아래쪽 고리가 떨어진 것까지 예리하게 발견해내며 얼굴에 짓궂은 미소를 띠곤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무언가를 보더라도 그 위에서 자신의 정갈하고 고른 필치로 써 내려간 줄들만 보았을 뿐이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말머리가 어깨 위로 쑥 들어와 콧김으로 뺨에 거센 바람을 불어넣고 나서야, 그제야 그는 자신이 서류 줄 한가운데가 아니라 길 한가운데에 서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곤 했다. 집에 돌아오면 그는 즉시 식탁에 앉아 양배추국을 허겁지겁 들이켜고 양파를 곁들인 쇠고기 한 점을 먹어치웠는데, 맛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파리가 앉든 신이 그때그때 내려주는 것이 무엇이든 개의치 않고 먹었다. 위가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 들면 그는 식탁에서 일어나 잉크병을 꺼내 들고 집으로 가져온 서류들을 필사했다. 만약 그런 서류가 없으면 그는 순전히 자기만족을 위해, 특히 서류의 문체가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새로 부임한 고위 인사를 수신인으로 한 서류일 경우 일부러 따로 복사본을 만들기도 했다.
페테르부르크의 회색 하늘이 완전히 빛을 잃고 모든 관리들이 저마다 받는 월급과 형편에 따라 어떻게든 저녁 식사를 마친 뒤에도, 부서에서의 펜 돌아가는 소리와 허둥지둥 뛰어다니던 일과, 스스로 짊어진 온갖 자질구레한 업무와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모두가 휴식을 취할 때에도, 관리들이 남은 시간을 즐기려 서두를 때에도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그 어떤 오락도 즐기지 않았다. 어떤 이는 발 빠르게 극장으로 달려가고, 어떤 이는 거리를 거닐며 모자 구경을 하고, 어떤 이는 저녁 모임에 나가 관리들의 작은 사회에서 별이라 불리는 예쁘장한 처녀에게 인사치레를 건네며 시간을 보냈다. 또 대개는 서너 층 위, 전실이나 부엌이 딸린 좁은 방 두 칸에서 등잔이나 무리해서 산 물건들을 자랑하며 지내는 동료를 찾아가기도 했다. 즉, 모두가 친구의 작은 집으로 흩어져 싼 과자를 곁들인 차를 마시고 긴 파이프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러시아 사람이면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든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상류 사회의 뒷담화를 늘어놓거나, 할 말이 없을 때면 팔코네 기념비의 말 꼬리를 누가 잘라 갔다고 보고하러 온 사령관에 관한 해묵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낼 때조차도 말이다. 그 누구도 그가 저녁 모임에 참석한 것을 본 사람은 없었다. 마음껏 필사를 끝낸 그는 내일은 하느님이 또 어떤 서류를 베껴 쓰라고 보내주실까 생각하며 미소를 지은 채 잠자리에 들곤 했다. 사백 루블의 급료로도 자기 운명에 만족하며 살 줄 알았던 한 인간의 평화로운 삶은 그렇게 흘러갔고, 만약 명예 참사관은 물론이고 비밀 참사관, 실제 참사관, 궁정 참사관 등 모든 관료는 물론, 남에게 조언을 주지도 받지도 않는 사람들의 인생길에까지 흩뿌려져 있는 온갖 불행만 없었더라면, 어쩌면 그는 그렇게 노년까지 평온하게 살았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