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산 1 · 한스 카스토르프는 고귀한 가문 출신 부인의 이런 말투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는 말을 하면서도 불안하게 고개를 굴리듯 원을 그리며 휘저었고, 마치 우리 안의 맹수처럼 코를 치켜든 채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또한 주근깨투성이인 오른손은 엄지를 위로 향하게 한 채 살짝 쥔 상태로 손목을 앞뒤로 흔들었는데, 마치 '빨리, 빨리, 빨리! 내가 하는 말은 듣지 말고, 당신이 직접 말해서 내가 빨리 가게 해줘!'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녀는 마흔 살쯤 되어 보이는 보잘것없는 체구의 여인이었는데, 아무런 굴곡 없는 몸매에 가슴에 석류석 십자가가 달린 흰색의 허리띠를 맨 임상용 앞치마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간호사 모자 밑으로는 드문드문 붉은 머리카락이 삐져나와 있었고, 물빛의 충혈된 눈(그중 한쪽에는 설상가상으로 아주 크게 부풀어 오른 다래끼까지 나 있었다)은 초점이 없었다. 들창코에 입은 개구리처럼 생겼으며, 말할 때마다 아래턱을 삐딱하게 내밀어 삽질하듯 움직였다. 그럼에도 한스 카스토르프는 그에게 타고난 겸손하고 인내심 강하며 신뢰에 찬 인간애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TRANSREA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