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권
판다로스에게 상처를 입었음에도 계속해서 싸우는 디오메데스의 무훈. 그는 판다로스를 죽이고 아이네아스에게 상처를 입힌다. 베누스가 아이네아스를 구출하지만 디오메데스에게 상처를 입자 그를 아폴론의 보호에 맡기고 올림포스로 올라가 어머니 디오네의 간호를 받는다. 마르스가 트로이인들을 독려하고, 아이네아스는 상처를 치료받고 전투에 복귀한다. 미네르바와 유노가 아카이아인들을 돕고, 미네르바의 조언에 따라 디오메데스는 마르스에게 상처를 입히며, 마르스는 치료를 받기 위해 올림포스로 돌아간다.
그때 팔라스 미네르바는 튄데우스의 아들 디오메데스의 가슴에 용기를 불어넣어 그가 다른 모든 아르고스인들보다 뛰어나고 스스로 영광을 얻게 했다. 그녀는 오케아누스의 물에 목욕을 마치고 여름에 가장 밝게 빛나는 별처럼 그의 방패와 투구에서 불길이 솟구치게 했으니, 그녀는 그에게 전투의 가장 치열한 소용돌이 속으로 질주하라고 명하며 그의 머리와 어깨 위에 그런 불꽃을 지폈다.
트로이인들 가운데는 불카누스의 사제이자 부유하고 존경받는 다레스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는 전쟁 기술에 모두 능숙한 페게우스와 이다이오스라는 두 아들이 있었다. 이들은 트로이 본대에서 앞으로 나와 도보로 싸우는 디오메데스를 공격했는데, 그들은 전차를 타고 싸웠다. 서로 가까이 다가갔을 때 페게우스가 먼저 겨냥했으나 그의 창은 디오메데스를 맞히지 못하고 왼쪽 어깨 위를 지나갔다. 디오메데스가 뒤이어 창을 던졌고, 그것은 헛되지 않아 페게우스의 젖가슴 근처 가슴을 맞혔고 그는 전차에서 떨어졌다. 이다이오스는 형의 시신을 지키려 하지 않고 전차에서 뛰어내려 도망쳤는데, 그러지 않았다면 그도 형과 같은 운명을 맞이했을 것이다. 그때 불카누스가 늙은 아버지가 슬픔에 완전히 잠기지 않도록 그를 어둠의 구름으로 감싸 구해주었다. 그러나 튄데우스의 아들은 말들을 몰고 갔고 부하들에게 그것들을 함선으로 가져가라고 명령했다. 트로이인들은 다레스의 두 아들 중 하나는 겁에 질리고 다른 하나는 전차 옆에 죽어 있는 것을 보고 겁을 먹었다. 그러자 미네르바가 마르스의 손을 잡고 말했다. "마르스, 마르스여, 인간의 재앙이자 피로 물든 도시 파괴자여, 이제 트로이인들과 아카이아인들이 스스로 싸우게 내버려 두고 유피테르께서 누구에게 승리를 허락하실지 지켜보는 게 어떻겠소? 우리는 떠나서 그의 분노를 피합시다."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마르스를 전투에서 끌어내어 스카만드로스 강의 가파른 둑에 앉혔다. 그러자 다나오스인들이 트로이인들을 뒤로 밀어냈고, 각 지휘관이 한 명씩 적을 처치했다. 먼저 아가멤논 왕이 할리조네스인들의 대장 강력한 오디우스를 전차에서 내동댕이쳤다. 아가멤논의 창은 그가 도망치려 몸을 돌릴 때 그의 넓은 등을 맞혔는데, 어깨 사이를 꿰뚫고 가슴으로 관통했으므로 그가 땅에 무겁게 쓰러질 때 갑옷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렸다.
이어서 이도메네우스가 바르네에서 온 마이오니아인 보루스의 아들 파에수스를 죽였다. 강력한 이도메네우스가 그가 전차에 올라탈 때 오른쪽 어깨를 창으로 찔렀고, 그가 전차에서 무겁게 떨어질 때 죽음의 어둠이 그를 덮쳤다.
이도메네우스의 종자들은 그의 갑옷을 벗겨 전리품으로 삼았고, 한편 아트레우스의 아들 메넬라오스는 강력한 사냥꾼이자 사냥을 몹시 좋아하던 스트로피우스의 아들 스카만드리우스를 죽였다. 다이아나 여신이 직접 그에게 산속 숲에서 자라는 온갖 야생 짐승을 사냥하는 법을 가르쳤으나, 그녀도 그의 유명한 활 솜씨도 이제는 그를 구해주지 못했다. 메넬라오스의 창이 도망치던 그의 등을 맞혔기 때문인데, 창은 어깨 사이를 꿰뚫고 가슴으로 관통했으므로 그는 거꾸로 쓰러졌고 갑옷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렸다.
그다음 메리오네스가 텍톤의 아들 페레클루스를 죽였는데, 그는 팔라스 미네르바의 지극한 총애를 받아 온갖 교묘한 솜씨에 능했던 헤르몬의 아들이었다. 알렉산드로스를 위해 배를 만들어 모든 불행의 시작을 알렸고, 트로이인들과 알렉산드로스 자신 모두에게 재앙을 가져온 자가 바로 그였으니, 그가 하늘의 뜻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메리오네스는 도망치던 그를 따라잡아 오른쪽 엉덩이를 찔렀다. 창끝은 뼈를 뚫고 방광까지 들어갔고, 그는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무릎을 꿇고 쓰러져 죽음을 맞이했다.
게다가 메게스는 안테노르의 아들 페다이우스를 죽였는데, 그는 서자였음에도 남편을 향한 사랑 때문에 테아노가 자기 자식처럼 키운 아이였다. 퓔레우스의 아들이 그에게 바짝 다가가 뒷덜미에 창을 찔러 넣자 창이 혀 아래 치아 사이를 꿰뚫고 지나갔으므로 그는 차가운 청동을 깨물며 먼지 속에 쓰러져 죽었다.
에우아이몬의 아들 에우뤼퓌로스는 고귀한 돌로피온의 아들로 스카만드로스 강의 사제가 되어 백성들에게 마치 신처럼 숭배받던 휩세노르를 죽였다. 에우뤼퓌로스는 도망치는 그를 뒤쫓아가 칼로 팔을 내리쳐 그 억센 손을 잘라버렸다. 피투성이가 된 손이 땅에 떨어졌고,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운명과 함께 죽음의 어둠이 그의 눈을 가렸다.
그들 사이의 전투는 그렇게 격렬하게 타올랐다. 튄데우스의 아들에 관해서라면, 그가 아카이아인들 쪽에 있는지 트로이인들 쪽에 있는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는 겨울철 폭우로 둑을 터뜨리고 쏟아져 나오는 급류처럼 평원을 질주했다. 하늘에서 내린 비로 불어난 강물을 가로막을 제방이나 기름진 포도원의 담장은 없었고, 순식간에 달려든 급류는 억센 사내들의 손길로 일궈놓은 많은 밭을 황폐하게 만들었다. 튄데우스의 아들이 휘몰아치자 트로이인들의 빽빽한 밀집 대형도 그와 같이 패주했고, 그들은 대군이었음에도 그의 맹공을 감히 견뎌내지 못했다.
이제 리카온의 아들이 그가 평원을 휩쓸며 트로이인들을 혼비백산하게 몰아붙이는 것을 보고 화살을 겨냥하여 그의 어깨 근처 가슴받이 앞부분을 맞혔다. 화살은 금속을 뚫고 살을 파고들었기에 가슴받이는 피로 뒤덮였다. 그러자 리카온의 아들이 승리를 외쳤다. "트로이의 기사들이여, 돌격하시오. 아카이아인 중 가장 용맹한 자가 상처를 입었소. 만약 내가 리키아에서 이곳으로 달려올 때 아폴론 왕께서 정말로 나와 함께하셨다면, 그는 이제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오."
그가 그렇게 호언장담했지만 그의 화살은 디오메데스를 죽이지는 못했고, 디오메데스는 물러나 카파네우스의 아들 스테넬로스의 전차와 말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친애하는 카파네우스의 아들이여." 그가 말했다. "전차에서 내려 내 어깨에 박힌 화살을 뽑아주시오."
스테넬로스는 전차에서 뛰어내려 상처에서 화살을 뽑아냈고, 그러자 그의 셔츠에 난 구멍을 통해 피가 솟구쳐 나왔다. 그때 디오메데스가 기도하며 말했다. "저의 말을 들어주소서, 아이기스를 지니신 유피테르의 딸이여, 지치지 않는 분이시여. 만약 그대께서 언젠가 저의 아버지를 아끼시어 전투의 한복판에서 그를 도우셨다면, 이제 저에게도 똑같이 해주소서. 저에게 저 자를 창을 던질 거리까지 다가가 죽일 수 있게 허락해주소서. 저 자는 저보다 한발 앞서 저에게 상처를 입혔고, 이제 제가 더 이상 태양 빛을 보지 못할 것이라며 자랑하고 있으니 말이오."
그가 그렇게 기도하자 팔라스 미네르바가 그의 기도를 듣고 그의 사지를 유연하게 만들고 손발을 빠르게 했다. 그러고는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디오메데스여, 트로이인들과의 전투를 두려워하지 마시오. 그대에게 그대 아버지 튄데우스의 기사다운 정신을 심어주었으니 말이오. 게다가 그대의 눈을 가린 베일을 걷어내어 신과 인간을 구별할 수 있게 해주었소. 그러니 만약 다른 신이 나타나 그대에게 싸움을 걸어오더라도 맞서 싸우지 마시오. 하지만 유피테르의 딸 베누스가 오거든 그대의 창으로 그녀를 찔러 상처를 입히시오."
미네르바가 말을 마치고 떠나자 튄데우스의 아들은 다시 최전선으로 돌아갔는데, 이전보다 세 배는 더 사나워져 있었다. 그는 마치 산의 목동이 양 떼를 습격하려 양 우리 담장을 넘는 사자에게 상처를 입혔으나 죽이지는 못한 것과 같았다. 목동은 짐승을 격분하게 만들었지만 양 떼를 지킬 수 없어 건물 뒤로 몸을 숨겼고, 버림받은 양들은 공포에 질려 서로 엉겨 붙어 압사했으며, 성난 사자는 양 우리 담장을 뛰어넘어 나갔다. 디오메데스는 그처럼 격렬하게 트로이인들 사이를 누볐다.
그는 아스티노우스와 백성들의 목자 휘페이론을 죽였는데, 한 명은 젖가슴 위를 찌르는 창으로, 다른 한 명은 쇄골을 내리치는 칼로 어깨를 목과 등에서 분리해버렸다. 그는 둘 다 내버려 두고 노령의 꿈 해몽가 에우뤼다마스의 아들들인 아바스와 폴뤼이도스를 추격했다. 강력한 디오메데스가 그들을 끝장내었으니, 그들은 다시는 아버지에게 꿈을 해몽받지 못했다. 그러고는 파에놉스의 두 아들 크산토스와 토온을 쫓았는데, 노쇠하여 더 이상 재산을 물려줄 아들을 낳지 못했기에 그들에게 매우 소중한 아들들이었다. 그러나 디오메데스는 그들의 목숨을 모두 앗아가 아버지를 비통한 슬픔에 빠뜨렸으니, 아버지는 전투에서 살아 돌아오는 아들들을 다시는 보지 못했고 친척들이 그의 재산을 나누어 가졌다.
그러다 그는 한 전차에 타고 있던 프리아모스의 두 아들 에켐몬과 크로미우스를 마주쳤다. 그는 마치 덤불에서 풀을 뜯는 소나 암송아지의 목을 낚아채는 사자처럼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이 부질없이 저항했음에도 그는 둘을 전차에서 내동댕이치고 갑옷을 벗겨냈다. 그러고는 부하들에게 말들을 맡겨 배가 있는 곳으로 가져가게 했다.
아이네아스가 그가 대열 사이에서 그토록 파괴적인 짓을 벌이는 것을 보고, 판다로스를 찾을 수 있을까 하여 빗발치는 창을 뚫고 전투 속을 누볐다. 용감한 리카온의 아들을 발견하고 그가 말했다. "판다로스여, 그대의 활과 날개 달린 화살, 그리고 여기 있는 누구도 경쟁할 수 없고 리키아에서도 그대보다 뛰어난 자가 없다는 그대의 궁수로서의 명성은 지금 어디에 있소? 유피테르께 두 손을 들어, 이토록 기고만장하게 다니며 트로이인들 사이에서 치명적인 짓을 저지르고 있는 저 자에게 화살을 날려주시오. 그는 수많은 용사를 죽였소. 설마 그가 트로이인들의 제물 때문에 화가 나서 진노하여 그들에게 맞서고 있는 어떤 신은 아니겠지."
그러자 리카온의 아들이 대답했다. "아이네아스여, 나는 그가 튄데우스의 아들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하오. 그의 방패와 투구의 차양, 그리고 말들을 보고 그를 알았소. 그가 신일 가능성도 있지만, 내가 말한 그 인간이 맞다면 그는 신의 도움 없이 이런 파괴적인 짓을 벌이는 것이 아니오. 어둠의 구름에 싸인 채 내 옆에 있던 신이 내 화살이 그를 맞혔을 때 빗나가게 했소. 나는 이미 그를 겨냥해 오른쪽 어깨를 맞혔고, 내 화살은 그의 가슴받이를 뚫고 지나갔소. 그를 지하 세계로 급히 보내리라 확신했건만, 그를 죽이지 못한 모양이오. 나에게 화가 난 신이 분명히 있소. 게다가 나에게는 말도 전차도 없소. 내 아버지의 마구간에는 제작한 지 얼마 안 된, 천이 덮여 있는 아주 훌륭한 새 전차 열한 대가 있고, 각 전차 옆에는 보리와 호밀을 씹는 말 한 쌍씩이 서 있소. 내가 집을 떠나기 직전 늙은 아버지 리카온께서 내가 전차와 말들을 가져가 트로이인들을 이끌고 싸우기를 거듭 당부하셨지만, 나는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았소. 그때 아버지 말씀을 들었더라면 훨씬 나았을 텐데, 나는 배불리 먹던 말들을 생각하며 이렇게 많은 군대가 모인 곳에서 놈들이 제대로 먹지 못할까 걱정되어 집에 두고 활과 화살만 챙겨 도보로 일리온으로 왔소. 그런데 이놈들도 소용이 없는 것 같소. 이미 두 지휘관, 즉 아트레우스의 아들과 튄데우스의 아들을 맞혔고 확실하게 피를 보게 했음에도, 오히려 놈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을 뿐이니 말이오. 헥토르를 섬기며 나의 트로이 군대를 이끌고 일리온으로 향하던 날, 벽에서 활을 꺼낸 것은 잘못이었소. 만약 내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내 고향 땅과 아내, 그리고 우리 집의 위대함을 다시 볼 수 있게 된다면, 당장이라도 저 활을 부러뜨려 뜨거운 불에 던져버리지 않는다면 누가 내 목을 쳐도 좋소. 이 활이 나에게 이런 장난을 치니 말이오."
아이네아스가 대답했다. "더 말하지 마시오. 우리가 전차와 말들을 몰고 저 자에게 맞서 싸워 결판을 내기 전까지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오. 내 전차에 오르시오. 트로스 혈통의 말들이 추격하거나 도망칠 때 평원을 얼마나 재빠르게 누비는지 지켜보시오. 만약 유피테르께서 다시 튄데우스의 아들에게 영광을 허락하신다 해도, 저 말들이 우리를 성으로 안전하게 데려다줄 것이오. 그러니 그대가 채찍과 고삐를 잡고 나는 전차 위에서 싸울 것이오. 아니면 그대가 이 자의 공격을 기다리고 내가 말들을 돌보겠소?"
"아이네아스여." 리카온의 아들이 대답했다. "고삐를 잡고 몰아주시오. 만약 우리가 튄데우스의 아들을 피해 도망쳐야 한다면, 말들은 자기 주인이 직접 몰 때 더 잘 달릴 것이오. 말들이 익숙한 그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면 겁을 먹고 우리를 전투에서 데리고 나가는 것을 거부할지도 모르오. 그러면 튄데우스의 아들이 우리 둘을 죽이고 말들을 빼앗아 갈 것이오. 그러니 그대가 직접 몰고 나는 창을 준비해 그를 맞이하겠소."
그들은 전차에 올라 튄데우스의 아들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카파네우스의 아들 스테넬로스가 그들이 오는 것을 보고 디오메데스에게 말했다. "튄데우스의 아들 디오메데스여, 내 마음을 아는 이여, 두 영웅이 그대를 향해 질주하고 있소. 둘 다 강력한 자들이니 한 명은 솜씨 좋은 궁수이자 리카온의 아들인 판다로스이고, 다른 한 명은 아버지가 안키세스이고 어머니가 베누스인 아이네아스요. 전차에 올라 퇴각합시다. 제발 너무 격렬하게 앞으로 나아가지 마시오. 그러다가는 죽을 수도 있소."
디오메데스가 그를 노려보며 대답했다. "도망칠 생각은 마시오. 내 그대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니 말이오. 나는 도망이나 두려움을 모르는 혈통이며, 내 사지는 아직 지치지 않았소. 나는 올라탈 생각이 없으니 이대로 그들에게 맞설 것이오. 팔라스 미네르바께서 나더러 아무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셨소. 설령 그중 한 명이 도망친다 해도 그들의 말이 둘 다 살아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오. 한 가지 더 말해두겠으니 마음속 깊이 새겨두시오. 만약 미네르바께서 나에게 둘 다 죽이는 영광을 허락하신다면, 그대는 이곳에 말을 세우고 고삐를 전차 가장자리에 단단히 묶어두시오. 그런 다음 아이네아스의 말들에게 달려들어 그 말들을 트로이 진영에서 아카이아 진영으로 몰고 오시오. 그 말들은 위대한 유피테르께서 가니메데스의 대가로 트로스에게 주신 혈통으로, 태양 아래 살아 움직이는 것들 중 가장 훌륭하오. 안키세스 왕이 라오메돈 몰래 자기 암말들을 그 말들과 교배시켜 그 혈통을 훔쳤고, 그렇게 여섯 마리의 망아지가 태어났소. 네 마리는 아직 그의 마구간에 있지만, 나머지 두 마리는 아이네아스에게 주었소. 우리가 그 말들을 차지한다면 큰 영광을 얻게 될 것이오."
그들이 그렇게 대화하는 사이 상대방 둘은 이미 가까이 다가왔고, 리카온의 아들이 먼저 입을 열었다. "고귀한 튄데우스의 위대하고 강력한 아들이여." 그가 말했다. "내 화살로는 그대를 쓰러뜨리지 못했으니, 이제 내 창으로 시도해보겠소."
그는 말하며 창을 겨누어 던졌다. 창은 튄데우스의 아들의 방패를 맞혔고, 청동 끝이 방패를 뚫고 지나가 가슴받이까지 이르렀다. 그러자 리카온의 아들이 소리쳤다. "배를 정통으로 맞았으니, 이제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고 이번 전투의 영광은 내 것이오."
그러자 디오메데스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대는 빗나갔소, 맞히지 못했단 말이오. 둘 중 누군가는 이 싸움이 끝나기 전에 가죽 방패를 든 마르스에게 자신의 피를 잔뜩 먹이게 될 것이오."
그는 이 말을 하며 창을 던졌고, 미네르바가 창을 인도해 판다로스의 눈 근처 코를 맞혔다. 창은 그의 하얀 치아 사이로 파고들었으며, 청동 끝은 혀뿌리를 뚫고 턱 아래로 빠져나왔다. 그가 땅에 무겁게 쓰러지자 번쩍이는 갑옷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렸다. 말들은 공포에 질려 옆으로 뛰어올랐고, 그는 생명과 기운을 잃고 말았다.
아이네아스는 아카이아인들이 시신을 가져갈까 두려워 방패와 창으로 무장하고 전차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힘을 자랑하는 사자처럼 시신 위를 버티고 서서 방패와 창을 앞에 두고, 감히 자신에게 맞서는 자는 누구든 죽이겠다는 결의를 외침에 담았다. 그러나 튄데우스의 아들은 지금 사람들 같으면 두 명이 들어야 할 만큼 거대하고 무거운 돌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그는 혼자서도 가볍게 그것을 높이 들어 올려, 아이네아스의 사타구니, 즉 엉덩이 관절이 돌아가는 이른바 「컵 뼈」라고 불리는 곳을 맞혔다. 돌은 그 관절을 짓뭉개고 힘줄 두 개를 모두 끊어놓았으며, 날카로운 돌 조각은 살점을 모두 찢어버렸다. 영웅은 무릎을 꿇고 손으로 땅을 짚은 채 밤의 어둠이 눈을 덮칠 때까지 버텼다. 아이네아스, 즉 인간들의 왕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을 뻔했으나, 안키세스가 가축을 몰 때 그를 잉태했던 유피테르의 딸 베누스 어머니가 재빨리 알아차리고 하얀 두 팔로 사랑하는 아들의 몸을 감쌌다. 그녀는 다나오스인 중 누군가가 창을 찔러 넣지 못하도록 자신의 아름다운 옷자락으로 아들을 덮어 보호했다.
그렇게 그녀는 사랑하는 아들을 전투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러나 카파네우스의 아들은 디오메데스가 내린 명령을 잊지 않았다. 그는 혼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자신의 말들을 묶고 고삐를 전차 가장자리에 단단히 고정했다. 그러고는 아이네아스의 말들에게 달려들어 그들을 트로이 진영에서 아카이아 진영으로 몰고 왔다. 그 일을 마친 뒤 그는 마음이 가장 잘 맞는 동료라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는 데이퓔로스에게 말들을 맡겨 배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게 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다시 자신의 전차에 올라 고삐를 쥐고 튄데우스의 아들을 찾아 전속력으로 달렸다.
이제 튄데우스의 아들은 손에 창을 들고 키프로스의 여신을 추격했다. 그는 그녀가 미네르바나 도시를 파괴하는 에뉘오처럼 전투에서 인간들 위에 군림할 수 있는 여신이 아니라 나약한 존재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긴 추격 끝에 마침내 그녀를 따라잡았을 때, 그는 그녀에게 달려들어 가녀린 손의 살을 창으로 찔렀다. 창끝은 그레이스 여신들이 그녀를 위해 짠 암브로시아 옷을 찢고 손목과 손바닥 사이의 피부를 관통했고, 그 결과 복된 신들의 혈관에 흐르는 불사의 피, 즉 이코르가 상처에서 솟구쳐 나왔다. 신들은 빵을 먹거나 포도주를 마시지 않으므로 우리와 같은 피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불사신이다. 베누스가 비명을 지르며 아들을 떨어뜨렸으나, 포이보스 아폴론이 그를 팔로 받아 어둠의 구름 속에 숨겨 다나오스인 중 누군가가 창을 찔러 넣어 그를 죽이지 못하게 했다. 디오메데스는 그녀를 떠나며 외쳤다. "유피테르의 딸이여, 전쟁과 전투는 멀리하시오. 어리석은 여자들을 유혹하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소? 만약 싸움에 끼어든다면 그대는 전쟁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몸서리치게 될 일을 겪게 될 것이오."
여신은 멍해진 채 당혹스러워하며 떠났고, 바람처럼 빠른 이리스가 고통스러워하며 아름다운 피부가 온통 더럽혀진 그녀를 군중 속에서 빼냈다. 그녀는 사나운 마르스가 전장 왼쪽에서 자신의 창과 두 마리의 빠른 군마와 함께 구름 위에서 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자 그녀는 오라비 앞에 무릎을 꿇고 그의 말들을 빌려달라고 애원했다. "사랑하는 오라버니." 그녀가 울부짖었다. "나를 구해주고, 신들이 사는 올림포스로 데려다줄 말을 주오. 나는 인간인 튄데우스의 아들에게 심한 상처를 입었는데, 그자는 이제 아버지 유피테르와도 싸우려 하고 있소."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마르스는 금으로 장식된 자신의 말들을 내주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병들고 슬픈 상태로 전차에 올라탔고, 이리스는 그녀 곁에 앉아 고삐를 잡았다. 그녀가 채찍을 휘두르자 말들은 주저 없이 앞으로 날아가 순식간에 신들이 거처하는 높은 올림포스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말들을 멈추고 전차에서 풀어주어 암브로시아 사료를 주었다. 그러나 베누스는 어머니 디오네의 무릎에 몸을 던졌고, 어머니는 두 팔로 그녀를 감싸 안으며 쓰다듬으며 말했다. "하늘의 존재들 중 누가 대낮에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너를 이렇게 대했느냐?"
웃음을 사랑하는 베누스가 대답했다. "오만한 튄데우스의 아들 디오메데스가 나를 찔렀소.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아들 아이네아스를 전투에서 데리고 나오던 중이었는데 말이오. 이제 전쟁은 더 이상 트로이인들과 아카이아인들 사이의 전쟁이 아니오. 다나오스인들이 이제는 불사신들과 싸우기 시작했으니 말이오."
"참아내어라, 얘야." 디오네가 대답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견뎌보렴. 우리 올림포스 거주자들은 인간들에게 많은 수모를 당해야 하고, 우리끼리도 서로 많은 고통을 주기도 한단다. 마르스는 아로에우스의 자식들인 오투스와 에피알테스가 그를 잔인한 사슬로 묶었을 때 고통을 겪어야 했고, 그래서 그는 십삼 개월 동안 청동 그릇에 갇혀 지냈단다. 마르스는 그때 죽을 뻔했지만, 아로에우스 아들들의 계모인 아름다운 에에리보이아가 메르쿠리우스에게 알렸고, 메르쿠리우스가 거의 고초로 기진맥진해 있던 그를 몰래 빼내었지. 유노 역시 암피트리온의 강력한 아들이 세 갈래 화살로 그녀의 오른쪽 가슴을 찔렀을 때 고통을 겪었고, 무엇으로도 그 통증을 달랠 수 없었단다. 거대한 하데스도 마찬가지였지. 바로 그 인간, 아이기스를 지니신 유피테르의 아들이 지옥 문에서 화살을 쏘아 그를 심하게 다치게 했을 때 말이다. 그때 하데스는 분노와 고통에 가득 차 위대한 올림포스의 유피테르의 궁전으로 갔단다. 그의 튼튼한 어깨에 박힌 화살은 파이온이 상처에 진통 효과가 있는 약초를 발라 치료해 줄 때까지 엄청난 고통을 주었지. 하데스는 필멸의 존재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감히 올림포스에 거주하는 신들을 쏘는 죄를 저지르고도 개의치 않는 대담하고 고집 센 악인이구나. 이제 미네르바가 이 튄데우스의 아들을 부추겨 너에게 맞서게 했으니, 신들과 싸우는 인간은 오래 살지 못하며 전투에서 돌아와 자기 무릎 주위에서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소리를 듣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로구나. 그러니 튄데우스의 아들이 자기보다 더 강한 자와 싸우지 않아도 되도록 잘 살피게 하렴. 그렇지 않으면 아드레스투스의 딸인 그의 용감한 아내 아이기알레이아가 남편을 잃은 슬픔에 온 집안사람들을 잠에서 깨워 통곡하게 될 것이니, 아카이아인 중 가장 용맹한 디오메데스를 잃고 말이다."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양손으로 딸의 손목에서 이코르를 닦아냈고, 그러자 통증이 사라지며 손이 치유되었다. 지켜보던 미네르바와 유노는 유피테르를 조롱 섞인 말로 놀리기 시작했고, 미네르바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버지 유피테르여." 그녀가 말했다. "저를 노여워하지 마소서. 제 생각에 저 키프로스의 여신은 자신이 그토록 아끼는 트로이인들과 함께 가라고 아카이아 여인들 중 누군가를 설득하다가, 그들 중 누군가를 어루만지다 그 여인의 브로치 금침에 가녀린 손을 찔린 것이 틀림없습니다."
신들과 인간들의 아버지는 미소 지으며 황금의 베누스를 곁으로 불렀다. "얘야." 그가 말했다. "너에게는 전사가 될 소질이 주어지지 않았구나. 앞으로는 너의 그 즐거운 결혼 생활의 의무에나 전념하고, 이 모든 싸움은 마르스와 미네르바에게 맡기거라."
그들은 그렇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나 디오메데스는 아이네아스가 아폴론의 품에 안겨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아이네아스를 죽여 갑옷을 벗기겠다는 결심이 확고했기에 강력한 신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그를 죽이려고 힘을 다해 세 번이나 앞으로 덤벼들었고, 세 번 모두 아폴론이 그의 번쩍이는 방패를 쳐내어 물리쳤다. 그가 네 번째로 마치 신이라도 된 듯 다가오자, 아폴론이 두려운 목소리로 그에게 소리쳤다. "튄데우스의 아들이여, 조심하고 물러서라. 감히 신들과 맞서려 하지 마라. 땅 위를 걷는 인간들은 불사신들과 대등할 수 없느니라."
그러자 튄데우스의 아들은 신의 분노를 피하기 위해 잠시 물러섰고, 그동안 아폴론은 아이네아스를 군중 속에서 빼내어 그의 신전이 있는 신성한 페르가모스에 안치했다. 그 거대한 성소 안에서 라토나와 디아나가 그를 치유하여 보기에도 영광스럽게 만들었고, 은빛 활의 아폴론은 아이네아스와 똑같은 모습에 똑같은 무장을 한 환영을 만들어냈다. 트로이인들과 아카이아인들은 이 환영을 둘러싸고 서로의 가슴 앞에 놓인 방패를 쳐대며 둥근 방패와 가죽을 씌운 가벼운 타겟들을 찍어댔다. 그때 포이보스 아폴론이 마르스에게 말했다. "마르스, 마르스여, 인간의 재앙이자 피로 물든 도시 파괴자여, 이제는 아버지 유피테르와도 싸우려는 저 튄데우스의 아들에게 가서 전투 밖으로 끌어낼 수 없겠느냐? 그는 처음에 키프로스의 여신에게 다가가 손목 근처를 찔렀고, 나중에는 나에게도 마치 신인 양 달려들었느니라."
그러고 나서 그는 페르가모스 꼭대기에 자리를 잡았고, 살인마 마르스는 트로이인들의 대열 사이를 돌아다니며 트라키아인들의 우두머리인 빠른 아카마스의 모습으로 그들을 격려했다. "프리아모스의 아들들이여." 그가 말했다. "너희는 언제까지 너희 백성들이 아카이아인들에게 이처럼 학살당하도록 내버려 둘 셈인가? 저들이 트로이 성벽에 다다를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우리가 헥토르만큼이나 높이 받들던 안키세스의 아들 아이네아스가 쓰러졌다. 그러니 나를 도와 전투의 압박 속에서 우리의 용감한 전우를 구출하자."
그는 이 말로 그들 모두에게 용기와 열의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사르페돈이 헥토르를 매우 엄하게 꾸짖었다. "헥토르여." 그가 말했다. "그대의 무용은 어디로 갔는가? 그대는 백성이나 동맹군이 없어도 형제들과 매부들만으로 홀로 성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하곤 했지. 나는 그중 누구도 여기서 보지 못하겠소. 그들은 사자 앞의 사냥개들처럼 움츠러들어 있고, 전투의 주된 부담을 짊어지는 것은 우리 동맹군들뿐이오. 나는 멀리 리키아와 크산토스 강가에서 왔고, 그곳에 아내와 갓난아들, 그리고 궁핍한 자들을 유혹할 많은 재물을 남겨두고 왔소. 그럼에도 나는 내 리키아 군사들을 이끌고 나에게 맞서 싸우려는 자 누구에게든 맞서고 있는데, 그대는 여기 아카이아인들이 약탈할 것이 하나도 없으면서도 그저 지켜만 보고 있고, 심지어 부하들에게 아내들을 지키기 위해 굳건히 서 있으라는 명령조차 내리지 않고 있소. 그물코에 걸린 자들처럼 적의 손아귀에 잡혀 너희의 아름다운 도시가 즉시 약탈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시오. 이 점을 밤낮으로 마음에 새기고 동맹군 지휘관들에게 물러서지 말고 버티라고 간청하여, 그들을 통해 그대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씻어내시오."
사르페돈이 이렇게 말하자 헥토르는 그의 말에 마음이 찔렸다. 그는 갑옷을 입고 전차에서 뛰어내려 두 개의 창을 휘두르며 군대 사이를 누볐고, 병사들에게 싸울 것을 독려하며 무시무시한 전투의 함성을 높였다. 그러자 그들은 다시 결집하여 아카이아인들과 맞섰으나, 아르고스인들은 굳건하고 단단하게 자리를 지키며 밀려나지 않았다. 마치 타작마당에서 바람이 곡식 껍질을 가지고 장난칠 때, 사람들이 키질을 하면 노란 케레스가 바람을 불어 곡식과 껍질을 가르고 껍질 무더기가 점점 더 하얗게 변해가듯, 아카이아인들도 말굽이 하늘 끝까지 일으킨 먼지 속에서 하얗게 변해갔다. 마부들이 전차를 돌려 전투에 다시 뛰어들자 그들은 적을 향해 힘껏 밀고 나갔다. 사나운 마르스는 트로이인들을 돕기 위해 그들을 어둠의 장막으로 덮어주었고, 그들 사이를 어디든 누비고 다녔다. 포이보스 아폴론이 팔라스 미네르바가 전장을 떠나는 것을 보거든 트로이인들의 가슴에 용기를 불어넣으라고 그에게 말했기 때문이니, 그 당시 미네르바가 다나오스인들을 돕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어 아폴론은 아이네아스를 그의 풍요로운 성소에서 내보내어 용기를 가득 채워주었으며, 그는 동료들 사이로 복귀했다. 동료들은 그가 살아있고 건강하며 기백이 넘치는 것을 보고 몹시 기뻐했으나, 마르스와 싸움의 여신이 일으킨 소용돌이 속에서 그들은 너무나 바빠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볼 틈이 없었다.
두 아이아스와 오디세우스, 그리고 디오메데스는 트로이인들의 격노와 맹공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나오스인들을 응원했다. 그들은 마치 바람 한 점 없고 사나운 보레아스가 다른 거친 바람들과 함께 잠들어 있을 때 사투르누스의 아들이 산꼭대기에 펼쳐놓은 구름처럼 고요히 서 있었으니, 날카로운 돌풍이 구름을 사방으로 흩뜨리지 않는 그 구름처럼 다나오스인들도 트로이인들을 상대로 굳건하고 흔들림 없이 버티고 있었다. 아트레우스의 아들이 그들 사이를 다니며 독려했다. "친구들이여." 그가 말했다. "용감한 사나이답게 행동하고, 전투의 압박 속에서 서로의 눈에 비칠 불명예를 피하시오. 불명예를 피하는 자들은 죽기보다는 살 확률이 높지만, 도망치는 자들은 생명도 명예도 지키지 못할 것이오."
그가 말하며 창을 던져 최전방에 있던 아카이아인들 중 한 명이자 아이네아스의 전우인 페르가소스의 아들 데이코온을 맞혔다. 트로이인들은 그가 늘 앞장서기를 주저하지 않았기에 그를 프리아모스의 아들들 못지않게 높이 받들었다. 아가멤논 왕의 창이 그의 방패를 강타하여 그대로 뚫고 지나갔으니, 방패로도 막을 수 없었다. 창은 띠를 뚫고 아랫배 깊숙이 박혔고, 그가 땅에 무겁게 쓰러지자 번쩍이는 갑옷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렸다.
그러자 아이네아스가 다나오스인의 용사 둘, 크레톤과 오르실로코스를 죽였다. 그들의 아버지는 페라이의 강한 도시에 살던 부유한 자였으며, 퓔로스인들의 땅을 흐르는 넓은 알페이우스 강을 조상으로 두었다. 그 강이 오르실로코스를 낳았고, 그는 많은 백성을 다스렸으며 디오클레스의 아버지가 되었다. 디오클레스는 다시 모든 전쟁 기술에 능통한 쌍둥이 아들 크레톤과 오르실로코스를 낳았다. 이들은 장성한 뒤 아트레우스의 아들 메넬라오스와 아가멤논을 위해 아르고스 함대를 타고 일리온으로 떠났다가 그곳에서 모두 전사했다. 어미 사자가 깊은 산속에서 길러 민가를 약탈하고 양과 가축을 훔쳐가게 하다가 결국 사람의 손에 죽게 되는 두 마리의 사자처럼, 이들 둘도 아이네아스에게 정복되어 높은 소나무처럼 땅에 쓰러졌다.
용맹한 메넬라오스는 그들이 쓰러진 것을 보고 가여이 여겨, 번쩍이는 청동 갑옷을 입고 창을 휘두르며 최전선으로 나아갔다. 마르스가 그가 아이네아스에게 죽게 하려는 의도로 그를 부추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네스토르의 아들 안틸로코스가 그를 보고는 왕이 화를 입어 그들의 모든 노력이 헛수고가 될까 두려워 앞으로 뛰어들었다. 그래서 아이네아스와 메넬라오스가 서로 전투를 벌이려 손과 창을 겨눌 때, 안틸로코스가 메넬라오스 곁에 섰다. 아이네아스는 비록 대담했으나 두 영웅이 나란히 서 있는 것을 보고 물러섰고, 그들은 크레톤과 오르실로코스의 시신을 아카이아인의 진영으로 끌어와 가여운 두 동료를 전우들의 손에 맡겼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돌아서서 최전방에서 싸웠다.
그들은 마르스와 맞먹는 파플라고니아 전사들의 지도자 필라이메네스를 죽였다. 메넬라오스는 전차 위에 서 있던 그의 쇄골을 내리쳤고, 안틸로코스는 말을 돌려 도망치려던 그의 마부이자 종자인 아팀니오스의 아들 미돈을 맞혔다. 그는 돌로 미돈의 팔꿈치를 쳤고, 하얀 상아로 장식된 고삐가 그의 손에서 빠져나가 먼지 속으로 떨어졌다. 안틸로코스가 그에게 달려들어 칼로 관자놀이를 치자, 그는 머리부터 전차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그는 모래밭에 떨어졌기에 머리와 어깨를 먼지 속에 깊이 박은 채 잠시 서 있다가, 안틸로코스가 말들을 채찍질해 아카이아인들의 진영으로 몰고 갈 때 말들이 그를 발로 차서 땅바닥에 완전히 쓰러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헥토르가 대열 건너편에서 그들을 발견하고 큰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었고, 트로이의 강인한 대대들이 그 뒤를 따랐다. 마르스와 두려운 에뉘오가 그들을 이끌었는데, 에뉘오는 무자비한 전투의 소용돌이를 몰고 왔고, 마르스는 거대한 창을 휘두르며 헥토르의 앞뒤를 오갔다.
그들을 본 디오메데스는 격분하여 몸을 떨었다. 넓은 들판을 가로지르던 사람이 바다를 향해 거세게 흐르는 큰 강가에 다다라 그 끓어오르는 물을 보고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치는 것처럼, 튄데우스의 아들도 뒤로 물러섰다. 그러고는 부하들에게 말했다. "친구들이여, 헥토르가 그토록 창을 잘 다루는 것이 어찌 놀랍지 않겠소? 그를 보호하기 위해 항상 신이 곁에 머무는데, 지금은 마르스까지 필멸의 인간 모습으로 그와 함께하고 있소. 그러니 얼굴은 트로이인들을 향해 유지하되 뒤로 물러서시오. 우리는 신들과 싸울 수 없으니 말이오."
그가 말하자 트로이인들이 다가왔고, 헥토르는 전차 한 대에 타고 있던 두 사람, 전쟁에 능숙한 영웅 메네스테스와 안키알로스를 죽였다. 텔라몬의 아들 아이아스는 그들이 쓰러진 것을 보고 가여이 여겨, 가까이 다가가 창을 던져 셀라구스의 아들 암피우스를 맞혔다. 그는 파이소스에 살며 곡식이 자라는 많은 땅을 소유한 부유한 자였으나, 운명이 그를 이끌어 프리아모스와 그 아들들을 돕게 했던 것이다. 아이아스가 그의 띠를 찌르자 창이 아랫배를 꿰뚫었고 그는 땅에 무겁게 쓰러졌다. 아이아스가 그에게 달려들어 갑옷을 벗기려 했으나, 트로이인들이 그에게 창을 퍼부었고 그중 다수가 그의 방패에 꽂혔다. 그는 시신 위에 발을 딛고 창을 뽑아냈으나, 빗발치는 창날의 압박이 너무 거세어 그의 어깨에서 훌륭한 갑옷을 벗길 수 없었다. 게다가 트로이의 수많은 용맹한 지휘관들이 창을 들고 그를 에워싸는 바람에 그는 머무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가 아무리 위대하고 용감하며 굳건했어도 그들은 그를 몰아붙였고, 결국 그는 밀려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