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가서 자네 돈이나 챙기게."
바르수트가 들어가자 점성가는 계단참에 홀로 남았다.달빛 아래 몽골인의 납 가면처럼 회색빛으로 변한 그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표정이 서려 있었다.
바르수트가 한 손에는 돈을, 다른 한 손에는 권총을 들고 나왔다.
"제 신분증은 차고에 있어요."
점성가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바르수트, 마치 내가 자네가 떠나는 걸 방해라도 할까 봐 두려워하는 말투군.아니야, 마음 편히 가게.이제 내겐 돈이 아주 많거든.자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말이야."
바르수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단숨에 계단을 뛰어 내려가 나무들 사이로 사라졌다.몇 걸음 채 떼기도 전에 그는 멈춰 서서 나무 둥치에 팔을 기대야 했다.온몸에서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그는 몸을 웅크리고 구토를 했다.한결 속이 편해진 그는 차고로 향했다.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그는 그토록 기묘한 나날을 보냈던 방으로 들어가 촛불을 켰고, 트렁크 위로 몸을 숙여 더러워진 셔츠 주름 사이에서 신분증을 꺼냈다.그런 다음 그는 밖으로 나갔다.
그는 나무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손날로 나뭇가지를 헤쳤다.무화과나무 옆으로 굽어지는 오솔길을 비스듬히 지나갈 때, 그는 마른 잎이 깔린 땅 위에 무릎을 꿇고 있는 약사 에르게타를 발견했다.에르게타는 달빛에 등줄기가 은빛으로 빛나는 채, 고개를 숙이고 가슴 위에 두 손을 모은 채 조용히 기도하고 있었다.
한없는 낙담이 그의 삶을 스치고 지나갔다.잠시 그는 그 깨달은 자의 광기를 부러워했다. 그는 걸음을 재촉했고,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점성가는 이미 계단에 없었다.
그는 인사를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계속 걸어갔다.별장 쪽문이 열려 있었다.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거리로 나섰다.삶이 새로운 은총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