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리자에 대해 뭐라고 했지?" 이반이 다시 말을 꺼냈다. (그는 매우 말이 많아지고 있었다.) "난 리자가 좋아. 아까 그 애에 대해 나쁜 말을 했지. 내가 거짓말한 거야, 난 그 애가 좋아……. 내일 카테리나가 걱정돼, 무엇보다도 그게 제일 두려워. 미래가 말이야. 내일이면 그녀는 나를 버리고 짓밟아버리겠지. 그녀는 내가 그녀에 대한 질투 때문에 미탸를 파멸시킨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하지만 아니야! 내일은 고통스러운 십자가를 져야겠지만 교수형은 아닐 거야. 아니, 난 목을 매지 않아. 알료사, 내가 절대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없다는 걸 아나! 비열함 때문일까? 난 겁쟁이가 아니야. 삶에 대한 갈망 때문이지! 그런데 왜 내가 스메르댜코프가 목을 매달았다는 걸 알고 있었을까? 그래, 그가 내게 말해준 거야……."
"그럼 누군가가 여기 앉아 있었다는 걸 확실히 믿는 거야?" 알료사가 물었다.
"저기 저 소파 구석에 있었어. 네가 쫓아버렸어야 했는데. 아니, 네가 나타나자마자 사라졌으니 네가 쫓아낸 셈이군. 난 네 얼굴이 좋아, 알료사. 내가 네 얼굴을 좋아한다는 거 알고 있었어? 하지만 그놈은 바로 나야, 알료사, 나 자신이라고. 내 안의 저열하고 비겁하고 경멸스러운 모든 것이지! 그래, 난 '낭만주의자'야, 그놈이 그걸 알아챘더군…… 비록 그건 모함이지만 말이야. 그놈은 지독하게 멍청하지만 바로 그걸로 사람을 사로잡지. 교활하고, 짐승처럼 교활해서 나를 어떻게 하면 미치게 만들지 잘 알고 있어. 그놈은 내가 자신을 믿는다고 끊임없이 놀려대며 나를 조종해 그 말을 듣게 만들었어. 어린애 취급을 당하며 속아 넘어간 거야. 그래도 그놈은 나에 대해 많은 진실을 말해주더군. 나라면 절대 나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하지 못했을 텐데. 알료사, 그거 알아?" 이반이 몹시 진지하고 비밀스럽게 말을 덧붙였다. "난 그놈이 정말로 나 자신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그놈이었으면 좋겠어!"
"그놈이 형을 괴롭히고 있구나." 알료사가 연민 어린 눈으로 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를 조롱했어! 그런데 아주 교묘했지. '양심이라! 양심이 도대체 뭐지? 내가 직접 만드는 거야. 그런데 왜 괴로워하지? 습관 때문이지. 7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인류의 보편적인 습관 말이야. 그러니 그 습관을 버리면 우리가 바로 신이 되는 거지.' 그놈이 그렇게 말했어, 그놈이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
"그럼 그놈이 아니라 형이 직접 말한 게 아니야?" 알료사가 형을 똑바로 바라보며 참을 수 없다는 듯 외쳤다. "그놈은 내버려 둬, 쫓아버리고 잊어버리란 말이야! 형이 지금 저주하고 있는 모든 것을 그놈이 짊어지고 가서 다시는 나타나지 않게 해!"
"그래, 하지만 그놈은 사악해. 나를 비웃었어. 그놈은 오만했지, 알료사." 이반이 억울함에 몸을 떨며 말했다. "하지만 그놈은 나를 모함했어, 많은 부분에서 말이야. 내 눈앞에서 나에 대해 거짓말을 늘어놓았다고. '오, 너는 이제 도덕적 위업을 행하려 하는구나. 네가 아버지를 죽였다고, 네 사주를 받은 하인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밝히려는 거지……'"
"형." 알료사가 말을 끊었다. "진정해. 형이 죽인 게 아니야.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그놈이 한 말이야, 그놈이. 놈은 알고 있어. '너는 도덕적 위업을 행하려 하지만 정작 도덕 자체는 믿지 않지. 바로 그 점이 너를 화나게 하고 괴롭히는 거야. 네가 그렇게 복수심에 불타는 이유도 바로 그거고.' 그놈이 나에 대해 내게 한 말이야. 놈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지……."
"그건 형이 하는 말이지, 그놈이 아니야!" 알료사가 비통하게 외쳤다. "형은 지금 병들어서, 헛소리를 하며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거야!"
"아니, 그놈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놈은 말했어. 너는 오만함 때문에 가는 거라고. 너는 그들 앞에 서서 이렇게 말하겠지. '내가 죽였다. 너희들이 공포에 질려 몸부림치는 건 다 가식이다, 거짓말이야! 너희들의 평판 따위는 경멸해, 너희의 공포도 경멸하고.' 그놈은 나에 대해 그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덧붙였어. '그런데 말이야, 사실 너는 그들이 너를 칭찬해주길 바라지 않나? 범죄자이자 살인자이긴 하지만, 형을 구하려고 자백했다니 얼마나 숭고한 마음인가 하고 말이야!'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야, 알료사!" 이반이 갑자기 눈을 번뜩이며 외쳤다. "나는 그 천한 놈들이 나를 칭찬하는 건 바라지도 않아! 그건 그놈의 거짓말이야, 알료사, 거짓말이라고, 맹세할 수 있어! 그 말을 듣고 화가 나서 그놈에게 유리잔을 던졌더니 그놈 면상에 맞고 박살이 났지."
"형, 진정해, 그만둬!" 알료사가 간청했다.
"아니, 그놈은 사람을 괴롭힐 줄 알아. 잔인한 놈이지." 이반은 알료사의 말을 듣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나는 그놈이 왜 오는지 항상 예감하고 있었어. '네가 오만함 때문에 간다고 치자. 하지만 스메르댜코프가 범인으로 밝혀져 유형을 가고, 미탸는 무죄 방면되고, 너는 단지 도덕적인 비난만 받는다면(들어봐, 놈은 여기서 비웃었어!) 다른 사람들은 오히려 너를 칭찬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있었지. 하지만 스메르댜코프는 죽었어, 목을 맸단 말이야. 그러니 지금 법정에서 네 혼자 하는 말을 누가 믿어주겠어? 그런데도 너는 가고 있잖아, 가고 있어. 어쨌든 갈 생각이고, 가기로 마음먹었지.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가는 거야?' 이건 끔찍해, 알료사. 난 그런 질문들을 견딜 수가 없어. 대체 누가 감히 나한테 그런 질문을 던지는 거지?"
"형," 알료사가 두려움에 몸이 굳어버린 채, 하지만 여전히 이반을 깨우치고 싶다는 희망을 품고 말을 가로막았다. "그놈이 내가 오기도 전에 스메르댜코프의 죽음에 대해 형에게 어떻게 말할 수 있었어?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을 때고, 심지어 누군가 알 시간조차 없었잖아?"
"그놈이 말했어." 이반은 조금의 의심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그놈은 내가 원하기만 하면 오직 그 이야기만 했지. '네가 만약 덕을 믿는다면, 그래, 사람들이 나를 믿어주지 않더라도 대의를 위해 가겠다고 치자. 하지만 너는 표도르 파블로비치처럼 그저 돼지 같은 놈인데, 덕이 너한테 무슨 소용이지? 네 희생이 아무 쓸모가 없다면 대체 왜 거기로 꾸역꾸역 기어가는 거지? 그건 네가 대체 무엇 때문에 가는지 스스로도 모르기 때문이야! 오, 너는 대체 무엇 때문에 가는지 스스로 알아내기 위해서라면 뭐든 내어놓고 싶겠지! 그래서 결심이라도 했다는 거냐? 너는 아직 결심하지 않았어. 너는 밤새도록 앉아서 갈지 말지 고민하겠지. 하지만 결국 갈 거고, 너도 네가 갈 거라는 걸 알아. 네가 어떻게 결심하든 결정은 네 뜻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너 자신도 알잖아. 너는 가지 않을 자신이 없어서 가는 거야. 왜 자신이 없는지는 네 스스로 알아맞혀 봐. 자, 수수께끼를 낸 거야!' 그놈은 일어나서 가버렸어. 네가 들어왔을 때 그놈은 나간 거지. 그놈은 나를 겁쟁이라고 불렀어, 알료사! 내 수수께끼의 해답(Le mot de l'énigme), 그건 내가 겁쟁이라는 거야! '독수리가 지상 위를 날 수는 없는 법이지!' 그놈은 그렇게 덧붙였어, 그렇게 덧붙였다고! 스메르댜코프도 똑같은 말을 했어. 그놈을 죽여야 해! 카탸는 나를 경멸해. 벌써 한 달째 그걸 보고 있다고. 리자마저 나를 경멸하기 시작할 거야! '칭찬받으려고 간다'니, 그건 짐승 같은 거짓말이야! 너도 나를 경멸하는구나, 알료사. 이제 나는 다시 너를 증오할 거야. 그 괴물도 증오하고, 너도 증오해! 그 괴물을 구하고 싶지 않아, 유형지에서 썩게 내버려 둬! 찬가를 부르고 있군! 오, 내일 나는 가서 그들 앞에 서서 그들 모두의 눈에 침을 뱉어줄 거야."
이반은 격분하여 벌떡 일어나더니 수건을 벗어 던지고 다시 방 안을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알료사는 아까 그가 했던 '마치 깨어 있는 채로 꿈을 꾸는 것 같아…… 걷고 말하고 보는데, 사실은 잠을 자고 있는 거지'라는 말을 떠올렸다.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 꼭 그런 것만 같았다. 알료사는 형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의사를 데려올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형을 혼자 두기가 두려웠다. 형을 맡길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이반은 조금씩 기억력을 완전히 잃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쉬지 않고 계속 말을 내뱉었지만, 갈수록 횡설수설했다.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지 어눌하게 굴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크게 휘청거렸다. 하지만 알료사가 제때 그를 부축했다. 이반은 알료사가 이끄는 대로 침대까지 가서 누웠고, 알료사는 그를 간신히 벗겨 재웠다. 알료사는 형의 곁을 두 시간이나 더 지켰다. 환자는 움직임 없이 깊이 잠들어 있었고, 숨소리는 고요하고 일정했다. 알료사는 베개를 가져와 옷을 입은 채 소파에 누웠다. 잠이 들며 그는 미탸와 이반을 위해 기도했다. 알료사는 이제 이반의 병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오만한 결심이 빚어낸 고통, 깊은 양심!' 이반이 믿지 않았던 하나님과 그분의 진리가, 여전히 굴복하기를 거부하는 그의 마음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래.' 베개에 머리를 댄 알료사의 머릿속에 생각이 스쳤다. '그래, 스메르댜코프가 죽었으니 이제 이반의 증언을 믿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하지만 형은 가서 밝힐 거야!' 알료사가 나지막이 미소 지었다. '하나님이 승리하실 거야!' 그는 생각했다. '형은 진리의 빛 속에서 다시 일어나거나, 아니면…… 자신이 믿지도 않는 것에 봉사했다는 사실에 스스로와 모두를 원망하며 증오 속에서 파멸하고 말겠지.' 알료사는 비통하게 덧붙이며 다시 한번 이반을 위해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