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돈은," 라이트우드가 나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주 훌륭한 사람들의 손에 들어갔지요."
"바로 오늘, 이 순간에야 보핀 부인과 내 손에 들어왔소. 내가 이 날과 이 시간을 일부러 기다려 온 이유가 바로 그거라오. 라이트우드 씨, 여기 아주 사악하고 잔인한 살인 사건이 있었소. 그 살인으로 나와 보핀 부인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이득을 보게 되었지. 범인을 체포하고 유죄를 밝혀내는 대가로, 우리는 재산의 10분의 1인 1만 파운드를 보상금으로 내걸겠소."
"보핀 씨, 그건 너무 과한 액수입니다."
"라이트우드 씨, 나와 보핀 부인이 함께 정한 액수이니 이대로 밀고 나가겠소."
"하지만 이건 말씀드려야겠군요." 라이트우드가 대답했다. "한 개인의 어리석은 견해가 아니라 전문적인 식견으로 말씀드리자면, 그렇게 엄청난 보상금을 내거는 건 억지 의심이나 상황 조작, 억지 고발을 부추기는 유혹이 될 수 있습니다. 날카로운 도구들이 가득 든 상자를 여는 꼴이죠."
"음," 보핀 씨가 조금 당황하며 말했다. "그게 우리가 그 목적으로 따로 떼어둔 금액이라네. 이제 우리 이름으로 새로 공고를 내야 할 텐데, 거기에 그 금액을 명시할지 여부는――"
"보핀 씨의 이름으로요, 보핀 씨의 이름으로 하셔야 합니다."
"좋아, 내 이름으로 하지. 내 이름은 보핀 부인의 이름과 같고 우리 둘을 의미하는 거니, 공고문을 작성할 때 그걸 고려해 주게나. 하지만 이건 내가 재산의 소유주로서 재산을 물려받은 뒤 내 변호사에게 처음으로 내리는 지시라네."
"보핀 씨의 변호사는," 라이트우드가 몹시 낡은 펜으로 짧게 메모하며 대답했다. "그 지시를 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다른 지시 사항도 있으신가요?"
"딱 하나 더 있지. 더는 없네. 빈틈없이 꽉 짜여 있으면서도 최대한 간결한 유언장을 만들어 주게. 재산 전부를 '나의 사랑하는 아내, 헨리에타 보핀, 단독 집행인'에게 남기는 것으로 말이야. 그 문구를 써서 최대한 짧게 만들되, 아주 꽉 짜여 있게 하게나."
보핀 씨가 말하는 '꽉 짜인' 유언장의 개념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라이트우드는 조심스럽게 탐색을 시작했다.
"죄송합니다만, 전문가로서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꽉 짜여 있다'고 하셨는데――"
"말 그대로 꽉 짜여 있다는 뜻이라네." 보핀 씨가 설명했다.
"그렇군요. 참으로 훌륭한 생각입니다. 그런데 그 '꽉 짜임'이라는 게 보핀 부인에게 어떤 조건들을 거는 것입니까?"
"보핀 부인에게 조건을 건다고?" 남편이 말을 가로챘다. "아니! 무슨 생각을 하는 겐가! 내가 원하는 건 재산을 온전히 부인에게 넘겨줘서 그 소유권이 절대 흔들리지 않게 하라는 뜻이라네."
"그럼 부인 마음대로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게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전적으로 부인 소유로 말입니다."
"전적으로라니?" 보핀 씨가 짧고 힘차게 웃으며 되물었다. "하! 당연하지! 평생을 함께해 온 보핀 부인에게 이제 와서 조건을 건다면 그게 어디 사람 할 짓인가!"
그리하여 그 지시 또한 라이트우드 씨가 받아 적었다. 라이트우드 씨가 지시를 다 적고 보핀 씨를 배웅하려던 찰나, 유진 레이번 씨가 문간에서 그와 거의 부딪힐 뻔했다. 결과적으로 라이트우드 씨는 특유의 냉담한 태도로 "두 분을 서로 소개해 드리지요."라고 말했고, 덧붙여 레이번 씨가 법률 지식이 풍부한 변호사이며, 공적인 일과 사적인 친목을 겸해 보핀 씨의 흥미로운 인생 이야기를 레이번 씨에게 전해 주었다고 밝혔다.
"반갑습니다," 유진이 말했다. 전혀 반가워 보이지 않았지만. "보핀 씨를 알게 되어 기쁩니다."
"고맙소, 선생, 고마워." 그 신사가 대답했다. "그런데 선생은 법 공부가 어떤가?"
"음, 그다지 특별할 건 없군요." 유진이 대답했다.
"너무 따분한가, 허? 뭐, 통달하려면 몇 년은 진득하게 매달려야겠지. 하지만 일만큼 좋은 것도 없네. 벌들을 보게나."
"실례합니다만." 유진이 마지못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제가 늘 꿀벌 이야기를 예로 드는 것에 반대한다는 말씀을 드려도 될까요?"
"그러시오?" 보핀 씨가 말했다.
"원칙적으로 반대합니다." 유진이 말했다. "이족 보행 동물로서――"
"뭐라고요?" 보핀 씨가 물었다.
"두 발 달린 생명체로서 말입니다. 저는 두 발 달린 생명체로서, 끊임없이 곤충이나 네 발 달린 짐승에 비유되는 것에 원칙적으로 반대합니다. 제 행동을 꿀벌이나 개, 거미, 혹은 낙타의 행동에 맞춰 모델링하라는 요구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낙타가 무척 절제할 줄 아는 존재라는 점은 인정합니다만, 그놈은 배를 채울 위가 여러 개고 저는 하나뿐이니까요. 게다가 저는 술을 보관할 편리하고 서늘한 지하실 같은 것도 갖추고 있지 않고요."
"하지만 내가 말한 건," 보핀 씨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 쩔쩔매며 고집했다. "꿀벌이라네."
"바로 그겁니다. 꿀벌이라고 말씀하시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는 점을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모든 전제가 잘못되었으니까요. 셔츠와 바지를 입은 인간과 꿀벌 사이에 어떤 유추가 성립한다는 점을 잠시 양보해서 인정하더라도(저는 부정합니다만), 그리고 인간이 꿀벌에게 배워야 한다는 것이 확정되었다고 쳐도(이 또한 저는 부정합니다), 여전히 남는 질문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입니다. 흉내를 내야 할까요, 아니면 피해야 할까요? 당신의 친구 꿀벌들이 군주에 대해 그토록 안달복달하며 왕실의 사소한 움직임에도 완전히 정신을 못 차릴 때, 우리 인간들이 배워야 할 것이 '권력의 추종'이라는 위대함일까요, 아니면 '왕실 동정'의 하찮음일까요? 보핀 씨, 제가 보기에 벌통 속은 풍자적인 것 같단 말입니다."
"어쨌든, 놈들은 일을 하네." 보핀 씨가 말했다.
"그렇죠." 유진이 깎아내리듯 대답했다. "일을 하긴 합니다. 하지만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이 일하고, 먹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만들어 내며, 죽음이 닥칠 때까지 그 단 하나의 생각에 대해 끊임없이 지루하게 웅웅대지 않습니까. 너무 과하지 않나요? 꿀벌들 때문에 인간 노동자들은 휴가도 누리지 말아야 합니까? 꿀벌들이 안 하니까 저도 기분 전환을 하러 떠나면 안 되는 겁니까? 보핀 씨, 저는 아침 식사에 꿀이 곁들여지는 건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관습적인 학교 선생님이자 도덕주의자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저는 당신의 친구인 꿀벌의 그 독재적인 헛수고에 반대하는 바입니다. 선생님께는 깊은 존경심을 표하며 드리는 말씀입니다."
"고맙구먼." 보핀 씨가 말했다. "안녕히, 안녕히!"
하지만 고마운 보핀 씨는 하먼의 유산과 관련해 떠올렸던 것 외에도 세상에는 불만족스러운 일이 참 많다는, 썩 유쾌하지 않은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바삐 걸음을 옮겼다. 그런 심란한 마음으로 플릿 스트리트를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어쩐지 점잖게 차려입은 사내 하나가 자신을 바짝 뒤쫓으며 살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또 뭔가?" 보핀 씨가 하던 생각을 갑자기 멈추고 우뚝 서며 말했다. "다음 차례는 뭐지?"
"실례합니다, 보핀 씨."
"내 이름도 알고 있군, 그래? 어떻게 알았나? 난 자네를 모르는데."
"네, 선생. 저를 모르시겠지요."
보핀 씨는 사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사내도 그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래," 마치 보도블록이 사람들 얼굴로 가득 차서 그중 하나를 찾아내려는 듯 바닥을 한 번 훑어본 뒤 보핀 씨가 말했다. "난 자네를 모른다네."
"저는 그저 아무것도 아닌 사람입니다," 낯선 이가 말했다. "알려질 만한 사람도 아니고요. 하지만 보핀 씨의 부(富)가――"
"오! 벌써 소문이 다 퍼졌단 말인가?" 보핀 씨가 중얼거렸다.
"――그 부를 얻게 된 극적인 사연 때문에 눈에 띄시는군요. 며칠 전 누군가 당신이 보핀 씨라고 알려 주더군요."
"음," 보핀 씨가 말했다. "내 예의 바른 판단으로는 자네가 날 가리켰을 때 자네도 실망했을 것 같군. 내 외모가 볼품없다는 건 나도 잘 아니까. 도대체 나한테 무슨 볼일인가? 법 쪽 일은 아니겠지?"
"아닙니다, 선생."
"현상금을 노리고 정보를 주러 온 것도 아니고?"
"아닙니다, 선생."
마지막 대답을 할 때 사내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홍조가 비쳤을지도 모르나, 이내 사라졌다.
"내 착각이 아니라면, 자네는 내 변호사 사무실부터 날 따라와서 관심을 끌려고 했지. 말해! 그랬나, 안 그랬나?" 다소 화가 난 보핀 씨가 다그쳤다.
"그렇습니다."
"왜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