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가정사에 감동하고, 곧바로 시의 세계로 빠져드는 웨그 씨의 친근한 성품에 마음이 움직인 보핀 씨는 다시 한번 그 나무 다리 사기꾼의 손을 맞잡으며 올 시간을 정하라고 청했다. 웨그 씨는 여덟 시라고 답했다.
"제가 사는 곳은," 보핀 씨가 말했다. "보핀의 보워라고 합니다. 우리가 그곳을 재산으로 삼았을 때 보핀 부인이 그렇게 이름을 붙였지요. 혹시라도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거의 없을 겁니다만), 배틀 브리지의 메이든 레인을 따라 1마일 남짓, 아니 1마일하고 4분의 1 정도 더 가다가 '하모니 감옥'을 물어보십시오. 그럼 제대로 안내받으실 겁니다. 웨그, 기다리고 있겠소." 보핀 씨가 가장 열정적인 태도로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정말 기대가 큽니다. 자네가 올 때까지 마음 편히 앉아 있을 수가 없겠어. 이제 내 앞에 활자의 세계가 펼쳐지는군. 오늘 밤부터, 문학적인 사내가――나무 다리를 가진――" 그는 그 장식물이 웨그 씨의 능력을 한층 돋보이게라도 하는 양 감탄 어린 시선으로 다리를 바라보았다. "내게 새로운 삶을 인도하기 시작할 거요! 다시 한번 악수합시다, 웨그. 안녕, 안녕, 안녕!"
상대가 어슬렁거리며 사라지자 가판대에 홀로 남은 웨그 씨는 칸막이 안으로 몸을 숨기고는, 마치 참회라도 하듯 거칠게 닦아내는 성격의 작은 손수건을 꺼내어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코를 잡았다. 또한 그는 그 코를 잡은 채로 멀어지는 보핀 씨의 뒷모습을 따라 거리를 향해 몇 번이고 생각에 잠긴 시선을 던졌다. 그러나 웨그 씨의 얼굴에는 깊은 엄숙함이 서려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속으로 이 노인이 드물게 순박한 사람이며, 이것이 활용해야 할 좋은 기회이자 현재의 계산을 뛰어넘는 돈을 벌 수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새로운 계약이 자신에게 전혀 맞지 않거나 우스꽝스러운 구석이 있다는 점은 결코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웨그 씨는 그 여덟 권짜리 『로마 제국 쇠망사』에 대한 자신의 깊은 지식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와 기꺼이 크게 싸울 태세였다. 그의 엄숙함은 비범하고 불길하며 헤아릴 수 없는 것이었는데, 이는 그가 자신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타인이 자신을 의심하지 못하도록 미리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 점에서 그는 이웃에게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겉치레를 유지하는 데 필사적인, 아주 흔한 사기꾼 부류에 속했다.
마찬가지로 웨그 씨도 어떤 고고함에 사로잡혔다. 수수께끼를 공식적으로 해설해 줄 사람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거드름 섞인 자부심이었다. 그것은 그를 상업적으로 위대하게 만들지는 못했고 오히려 좀스러워지게 만들어서, 만약 나무 측량기가 평소보다 적은 양의 견과류를 담는 것이 가능했다면 그는 바로 그날 그렇게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밤이 찾아와 가려진 눈으로 보핀의 보워를 향해 절뚝거리며 걸어가는 그를 내려다볼 때, 그 역시 의기양양했다.
보워는 실마리 없는 로자먼드의 미궁만큼이나 찾기 어려웠다. 해당 구역에 도착한 웨그 씨는 보워를 예닐곱 번이나 물어보았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다가, '하모니 감옥'을 물어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가 잔뜩 당황하게 했던 쉰 목소리의 사내와 당나귀는 그 말에 금세 태도가 돌변했다.
"아니, 영감네 집을 말하는 거요?" 당나귀 수레를 몰며 당근을 채찍 삼아 휘두르던 쉰 목소리의 사내가 말했다. "왜 진작 말을 안 했소? 에드워드랑 내가 마침 그쪽으로 가는 길인데! 타시오."
웨그 씨가 따르자, 쉰 목소리의 사내는 일행인 제3자에게 주의를 돌리게 하려고 이렇게 말했다.
"자, 에드워드의 귀를 보쇼. 아까 뭐라고 했더라? 속삭여 봐요."
웨그 씨가 속삭였다. "보핀의 보워."
"에드워드! (귀에서 눈 떼지 마쇼) 보핀의 보워로 출발!"
에드워드는 귀를 뒤로 눕힌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에드워드! (귀에서 눈 떼지 마쇼) 영감네 집으로 출발!" 에드워드는 즉시 귀를 쫑긋 세우고는 어찌나 빨리 달렸는지, 웨그 씨는 몸이 심하게 흔들려 제대로 된 말을 내뱉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거기가…… 정말 감옥인가요?" 웨그 씨가 붙잡으며 물었다.
"당신이나 내가 갇힐 그런 제대로 된 감옥은 아니오." 마부가 대답했다. "영감이 거기서 홀로 지내니까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는 거지."
"그럼-왜-하-모니라고-부르는-건가요?" 웨그가 물었다.
"영감이 누구하고도 어울리지 않으니까 그런 거지. 일종의 비꼬는 말 같은 거요. 하먼의 감옥, 하모니 감옥. 대충 그렇게 말이 퍼진 거라오."
"보-핀-씨를-아시나요?" 웨그가 물었다.
"그럼요! 이 근처 사람들은 다 알죠. 에드워드도 안다니까. (귀에서 눈 떼지 마쇼.) 노디 보핀이다, 에드워드!"
그 이름이 불러온 효과는 에드워드의 머리가 일시적으로 사라지고 뒷발이 허공으로 치솟으며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고 덜컹거림이 심해지는 등 매우 경악스러운 것이었기에, 웨그 씨는 몸을 붙잡는 데만 전념할 수밖에 없었으며 보핀에게 바치는 이 경의가 칭찬인지 반어적인 표현인지 확인하려는 욕구를 포기해야 했다.
이윽고 에드워드가 대문 앞에 멈춰 섰고, 웨그 씨는 지체 없이 수레 뒤편으로 조용히 미끄러져 내렸다. 그가 땅에 발을 딛자마자, 방금까지 수레를 몰던 사내는 당근을 흔들며 "저녁이다, 에드워드!"라고 외쳤고, 그러자 그 사내와 뒷발, 수레, 그리고 에드워드 모두가 마치 신격화라도 된 듯 한꺼번에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듯했다.
반쯤 열린 대문을 밀고 들어간 웨그 씨는 하늘을 배경으로 높이 솟은 검은 흙더미들이 있는 울타리 안쪽 공간을 들여다보았다. 달빛이 비치는 곳에는 재 속에 박힌 깨진 도자기들이 늘어서서 보워로 향하는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그 길을 따라 다가오는 하얀 형체는 유령 같은 것이 아니라, 지식 탐구를 위해 짧은 흰색 작업복을 가볍게 걸친 보핀 씨였다. 그는 자신의 문학적 친구를 매우 따뜻하게 맞이한 뒤, 보워 안으로 안내하여 보핀 부인에게 그를 소개했다. 보핀 부인은 혈색 좋고 명랑한 인상의 풍채 좋은 숙녀였는데, (웨그 씨를 당황하게 만든 것은) 검은 공단 소재의 노출이 있는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깃털이 달린 커다란 검은 벨벳 모자를 쓰고 있었다.
"웨그 씨, 보핀 부인은 패션의 선두 주자라오." 보핀 씨가 말했다. "워낙 체격이 좋아서 옷을 아주 잘 소화하지. 나 자신은 아직 그렇게까지 유행을 따르지는 못하지만 말이야. 헨리에티, 여보, 이분이 바로 그 로마 제국의 쇠망사를 읽어줄 분이오."
"두 분 모두에게 도움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요." 보핀 부인이 말했다.
그곳은 사일러스 웨그가 아는 그 무엇보다도 호화로운 아마추어 술집처럼 꾸며진, 아주 기묘한 방이었다. 난로 양옆에는 나무 의자가 두 개 놓여 있었고, 각 의자 앞에는 그에 어울리는 탁자가 하나씩 있었다. 한쪽 탁자 위에는 책 여덟 권이 마치 갈바니 전지처럼 평평하게 일렬로 나란히 놓여 있었고, 다른 탁자 위에는 매력적인 모습의 짤막한 술병들이 유리잔들과 흰 설탕 대접 너머로 웨그 씨와 눈을 맞추려는 듯 발돋움을 하고 서 있는 것 같았다. 난로 위에서는 주전자가 김을 내뿜고 있었고, 화로 앞에서는 고양이가 쉬고 있었다. 의자 사이 난로를 마주 보는 곳에는 소파와 발판, 작은 탁자가 놓여 보핀 부인만을 위한 중심 공간을 이루고 있었다. 그것들은 취향이나 색깔 면에서 지나치게 화려했지만, 나무 의자나 천장에 매달린 밝은 가스등 옆에 있으니 매우 이질적으로 보이는 비싼 거실 가구들이었다. 바닥에는 꽃무늬 카펫이 깔려 있었지만, 그 화려한 식물 문양은 난로가까지 닿지 못하고 보핀 부인의 발판 앞에서 멈춘 채 모래와 톱밥이 깔린 구역에 자리를 내주고 있었다. 웨그 씨는 또한 감탄 어린 눈으로, 그 꽃무늬 구역에는 유리 덮개 아래 박제된 새나 밀랍 과일 같은 공허한 장식품들이 놓여 있는 반면, 식물이 사라진 구역에는 커다란 파이의 가장 맛있는 부분과 차가운 고기 요리가 다른 음식들 사이에 뚜렷이 보이는 보상 같은 선반들이 있다는 점도 알아차렸다. 방 자체는 넓었으나 천장이 낮았고, 구식 창문의 육중한 틀과 구불구불한 천장의 무거운 들보는 이곳이 한때 시골에 홀로 서 있던 제법 위세 있는 집이었음을 암시하는 듯했다.
보핀 씨가 덮치듯 달려드는 태도로 물었다. "마음에 드나, 웨그?"
웨그가 대답했다. "정말 감탄스럽습니다, 선생님. 이 난로가에서는 남다른 아늑함이 느껴지는군요."
보핀 씨가 물었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알겠나, 웨그?"
"글쎄요, 대략적으로는 말입니다, 선생님." 회피하는 성격의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웨그 씨가 고개를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이고는 느릿하고 아는 체하며 말을 시작하려는데, 상대가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당신은 이해하지 못하는군, 웨그. 내가 설명해 주지. 이 방 배치는 보핀 부인과 내가 서로 동의해서 한 거라오. 내가 말했듯이 보핀 부인은 패션의 선두 주자지만, 난 아니거든. 난 편안함 이상을 추구하지 않는데, 그건 내가 즐길 수 있는 수준의 편안함이라오. 자, 그럼. 보핀 부인과 내가 이런 걸로 싸워서 무슨 소용이 있겠소? 우리는 보핀의 보워를 재산으로 갖기 전에도 싸운 적이 없는데, 보핀의 보워를 갖게 된 지금 싸울 이유가 뭐가 있겠소? 그래서 보핀 부인은 자기 방식대로 방의 자기 구역을 꾸미고, 난 내 방식대로 내 구역을 꾸미는 거지. 그 결과 우리는 사교성(보핀 부인이 없으면 난 우울해서 미칠 거요), 패션, 편안함을 동시에 누리는 거라오. 내가 점차 패션의 선두 주자가 된다면, 보핀 부인도 차차 앞서 나가겠지. 만약 보핀 부인이 지금보다 패션 감각이 떨어진다면, 보핀 부인의 카펫은 뒤로 물러날 것이고. 우리가 둘 다 지금처럼 계속 지낸다면, 뭐 그럼 우린 지금 이대로 있는 거고. 이리 와서 뽀뽀나 해, 여보."
항상 미소를 띠고 있던 보핀 부인이 다가와 남편의 팔에 통통한 팔을 끼우며 기꺼이 응했다. 검은 벨벳 모자와 깃털 장식으로 대표되는 패션이 이를 막으려 했지만, 결국 그 시도는 헛되이 짓눌리고 말았다.
"자, 이제 웨그," 보핀 씨가 매우 상쾌하다는 듯 입을 닦으며 말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시작할 거야. 이곳 보워는 참 매력적인 곳이지만, 서서히 그 진가를 알아가야 한다네. 조금씩, 매일 새로운 것을 발견하며 그 장점을 찾아가는 곳이지. 흙더미마다 구불구불한 산책로가 있어서 마당과 주변 풍경이 매 순간 다르게 보일 거야. 꼭대기에 올라가면 주변 지역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지. 보핀 부인의 돌아가신 아버지가 운영하던 곳(개 사료 사업)도 내려다보이는데, 마치 자기 땅인 것처럼 느껴질 거라네. 높은 흙더미 꼭대기에는 격자무늬 정자가 있는데, 여름에 거기서 큰 소리로 책을 많이 읽어주지 않는다면, 아니 친구로서 시도 종종 읊어주지 않는다면, 그건 내 탓이 아닐세. 자, 이제 뭘 읽어줄 건가?"
"감사합니다, 선생님." 웨그가 마치 읽을거리가 새로울 게 하나도 없다는 듯 대답했다. "저는 보통 진과 물을 마시면서 하곤 합니다."
"그게 목을 촉촉하게 해주나, 웨그?" 보핀 씨가 순진한 열망을 담아 물었다.
"아-아니요, 선생님." 웨그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저는 그렇게 표현하지 않겠습니다, 선생님. 저는 '부드럽게 해준다'고 말하겠습니다. '부드럽게 해준다', 이게 바로 제가 쓸 단어입니다, 보핀 씨."
그의 나무처럼 뻣뻣한 자만심과 교활함은 희생자의 즐거운 기대와 정확히 발을 맞추어 나갔다. 이 관계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탐욕스러운 머릿속에 떠오르는 환상들은, 어리석고 제 욕심만 차리는 자에게 자연스러운 가장 중요한 생각, 즉 자신을 너무 값싸게 보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결코 흐리지 않았다.
보핀 부인의 '패션'은 일반적으로 그 이름 아래 숭배되는 우상보다는 덜 가혹한 신이었기에, 그녀가 문학 손님을 위해 술을 섞어주거나 맛이 어떤지 묻는 것을 금지하지 않았다. 그가 정중하게 대답하고 독서용 의자에 자리를 잡자, 보핀 씨는 맞은편 의자에 앉아 의기양양한 눈빛으로 청자가 될 준비를 했다.
"파이프를 못 피우게 해서 미안하네, 웨그." 그는 자기 파이프를 채우며 말했다. "하지만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는 없으니까. 아! 그리고 말하는 걸 깜빡한 게 있군! 저녁에 여기 들어와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선반에 눈에 띄는 게 있으면 뭐든지 말하게."
안경을 쓰려던 웨그는 즉시 안경을 내려놓으며 활기차게 말했다.
"제 생각을 읽으셨군요, 선생님. 제 눈이 잘못된 건가요, 아니면 저 위에 있는 물건이…… 파이인가요? 파이일 리가 없는데."
"그래, 파이네, 웨그." 보핀 씨가 『쇠망사』를 힐끗 보며 약간 당황한 듯 대답했다.
"제가 과일 냄새를 맡는 감각을 잃은 건가요, 아니면 애플파이인가요, 선생님?" 웨그가 물었다.
"송아지 고기 햄 파이라네." 보핀 씨가 말했다.
"정말인가요, 선생님? 송아지 고기 햄 파이보다 더 나은 파이를 찾기란 참 어렵지요." 웨그 씨가 감격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좀 들겠나, 웨그?"
"감사합니다, 보핀 씨. 선생님께서 권하시니 먹겠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다른 누구의 초대라도 사양했을 테지만, 선생님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요! 게다가 고기 젤리까지 있다니, 특히 햄이 들어간 경우처럼 소금기가 약간 있으면 목을 부드럽게 해주지요. 정말 목을 아주 부드럽게 해줍니다." 웨그 씨는 어떤 기관을 말하는지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즐거운 어조로 보편적인 말을 했다.
그렇게 파이가 내려왔고, 고마운 보핀 씨는 웨그가 칼과 포크를 휘두르며 접시를 비울 때까지 인내심을 발휘했다. 보핀 씨는 그 틈을 이용해 웨그에게, 식료품 저장실 내용을 이렇게 눈에 띄게 두는 것이 엄밀히 말해 '패션'에 맞는 방식은 아닐지라도 자신은 손님을 대접하는 호의적인 방식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방문객에게 무의미하게 '아래층에 이러이러한 음식이 있는데, 뭘 좀 올려다 드릴까요?'라고 묻는 대신, '선반을 한번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내려달라고 하시오.'라고 말하는 과감하고 실용적인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웨그 씨는 마침내 접시를 밀어놓고 안경을 썼고, 보핀 씨는 파이프에 불을 붙이며 자신 앞에 펼쳐질 새로운 세상에 빛나는 눈길을 보냈다. 보핀 부인은 소파에 패션에 어울리는 자세로 기대앉았는데, 마치 청중이 될 수 있다면 그러겠지만, 안 된다면 잠이나 자겠다는 태도였다.
웨그가 헛기침을 하며 시작했다. "험! 보핀 씨, 그리고 부인, 이것은 『쇠망사』 제1권 제1장입니다. 아니, 오프(off)……." 그는 책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말을 멈췄다.
"왜 그러나, 웨그?"
"글쎄요, 선생님, 제 생각이 났습니다만," 웨그가 처음 다시 책을 뚫어지게 쳐다본 뒤, 환심을 사려는 솔직한 태도로 말했다. "오늘 아침에 작은 실수를 하신 것 같아서 바로잡아 드리려 했는데, 뭔가가 자꾸 머릿속에서 맴돌더군요. 방금 '루샨 제국'이라고 하셨죠, 선생님?"
"루샨 제국 아닌가? 맞지, 웨그?"
"아닙니다, 선생님. 로마 제국입니다. 로마 제국이죠."
"그게 무슨 차이가 있나, 웨그?"
"차이요, 선생님?" 웨그 씨는 말을 더듬으며 실패할 위기에 처했으나, 그때 기발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차이라니요, 선생님? 참 난처한 질문을 하십니다, 보핀 씨. 차이는 보핀 부인께서 우리와 함께하지 않으시는 다른 기회로 미루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드리는 것으로 충분할 듯합니다. 부인께서 계신 곳에서 이 주제는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선생님."
웨그 씨는 이처럼 상당히 기사도적인 태도로 불리한 상황을 빠져나왔을 뿐만 아니라, "부인께서 계신 곳에서 이 주제는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선생님!"이라는 말을 남자답고도 세심하게 반복함으로써, 오히려 보핀 씨를 곤란한 처지로 몰아넣었다. 보핀 씨는 자신이 매우 민망한 실수를 했다고 느꼈다.
그때 웨그 씨는 건조하고 거침없는 방식으로 자기 과업에 착수했다. 그는 눈앞에 나타나는 모든 것을 거침없이 돌파하며 어려운 인명과 지명을 닥치는 대로 읽어 내려갔다. 하드리아누스, 트라야누스, 안토니누스 시대에는 다소 흔들리는 듯했고, 폴리비오스(웨그는 '폴리 비어스'라고 발음했는데, 보핀 씨는 그를 로마의 처녀로, 보핀 부인은 그 이름을 언급하지 않아야 했던 이유의 장본인으로 여겼다)에서는 비틀거렸으며, 티투스 안토니누스 피우스 앞에서는 거의 나가떨어질 뻔했다. 하지만 다시 일어나 아우구스투스 시절에는 매끄럽게 내달렸고, 마침내 콤모두스에 이르러서는 훌륭하게 완주했다. 보핀 씨는 '코모디어스'라는 명칭으로 불린 이 인물이 영국 혈통에 전혀 걸맞지 않으며, 로마를 통치할 때 '이름값을 못 했다'고 생각했다.이 인물이 죽음을 맞이하면서 웨그 씨의 첫 번째 독서 시간도 끝났다. 이 결말에 이르기 훨씬 전부터 보핀 부인의 검은 벨벳 모자 뒤로 그녀의 촛불이 완전히 가려지는 일이 몇 번이나 일어나 매우 걱정스러울 뻔했으나, 다행히도 부인의 깃털 장식에 불이 붙을 때마다 퍼지는 강렬한 탄 냄새가 매번 활력소 역할을 하며 그녀를 깨워주었다.글을 단순히 기계적으로 읽어 내려가며 텍스트에 담긴 의미는 거의 생각하지 않았던 웨그 씨는 독서를 마친 뒤에도 생생했지만, 미처 다 피우지 못한 파이프를 내려놓은 뒤부터 줄곧 로마인들의 엄청난 악행을 멍하니 응시하며 정신을 쏟았던 보핀 씨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문학 친구에게 '안녕히 주무시오'라고 말하거나 '내일 봅시다'라는 말을 겨우 내뱉을 정도였다.
"코모디어스." 웨그를 대문 밖으로 내보내고 문을 잠근 뒤, 보핀 씨는 달을 쳐다보며 헐떡였다. "코모디어스가 그 맹수 쇼에서 한 가지 배역으로만 735번이나 싸운다고! 그것만으로도 기가 막힐 지경인데, 사자 100마리가 한꺼번에 그 맹수 쇼에 풀려나다니! 그것만으로도 기가 막힐 지경인데, 코모디어스는 또 다른 배역으로 100번 만에 그 사자들을 죄다 죽여버려! 그것만으로도 기가 막힐 지경인데, 비텔리우스(이름도 딱 어울리는군)란 자는 일곱 달 만에 600만 파운드 어치를 먹어치웠다고! 웨그는 태평하지만, 맹세컨대 나 같은 늙은이에게 이런 건 너무 무서운 이야기들이야. 코모디어스가 목 졸려 죽었다는데도, 우리가 더 나아질 방법은 보이지가 않아." 보핀 씨는 수심에 잠긴 발걸음으로 보핀의 보워를 향해 몸을 돌리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활자로 된 이야기 중에 이렇게 무시무시한 게 많은 줄은 몰랐어. 하지만 이제 발을 들여놓았으니 어쩔 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