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놈 말을 믿나?"
"아주 흉악한 놈이라고 생각하네. 하지만 자기 목적을 위해, 이번 한 번만큼은 진실을 말할지도 모르지."
"그렇게 보이진 않는데."
"녀석 꼴은 그렇지." 유진이 말했다. "하지만 녀석이 고발하는 예전 동업자도 호감 가는 인물은 아니야. 둘 다 겉보기엔 사람 잡게 생긴 양치기들이지. 녀석에게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군."
이 대화의 주인공은 재를 곁눈질하며 무슨 말을 하는지 엿들으려 애썼지만, '두 신사 양반'이 자신을 힐끗 볼 때면 딴청을 부렸다.
"아까 이 헥섬의 딸에 대해 언급했지(두 번인 것 같던데)." 유진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 아이가 범죄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뜻은 아니겠지?"
정직한 사내는 곰곰이 생각한 끝에(어쩌면 자신의 답변이 땀 흘려 번 수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했을지도 모른다), 주저 없이 대답했다. "아니요, 그럴 리가요."
"그럼 다른 사람은 연루되지 않았나?"
"제가 연루시키는 게 아니라, 개퍼가 연루된 겁니다." 끈질기고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전 개퍼가 제게 '내가 저질렀다.'라고 한 말밖에는 모릅니다. 그게 그놈이 한 말이에요."
"이 일의 끝을 봐야겠어, 모티머." 유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속삭였다. "어떻게 갈까?"
"걷지." 라이트우드가 속삭였다. "이 녀석이 생각할 시간을 좀 주게."
질문과 대답을 마친 그들은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고, 라이더후드 씨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촛불을 끄던 라이트우드는 자연스럽게 그 정직한 신사가 마셨던 잔을 집어 들어 태연하게 난로 밑으로 던져버렸고, 잔은 산산조각이 났다.
"자, 앞장서게." 라이트우드가 말했다. "레이번 씨와 내가 뒤따르겠네. 어디로 가야 할지는 알겠나?"
"알겠지요, 라이트우드 변호사님."
"그럼 앞장서게."
물가에서 서성이는 그 작자는 양손으로 물에 젖은 모자를 귀까지 눌러썼다. 본래 구부정했던 어깨를 더욱 움츠린 채 음울하고 끈질기게 발을 놀리며 계단을 내려갔고, 템플 교회를 돌아 템플을 가로질러 화이트프라이어스로 향했으며, 강변 거리를 따라 계속 걸어갔다.
"저 녀석의 패배자 같은 꼴 좀 보게." 뒤따르던 라이트우드가 말했다.
"난 처형자 같은 꼴로 보이는데." 유진이 응수했다. "저 자에겐 분명히 그런 의도가 있어."
그들은 뒤를 따르며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흉측한 운명처럼 그들 앞을 나아갔고, 그들은 그를 시야에 두면서도 그를 놓쳐버렸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똑같은 거리와 속도로 그들 앞을 걸어갔다. 매정하고 가혹한 날씨와 거센 바람을 뚫고, 그는 떠밀리거나 재촉받지 않고 다가오는 숙명처럼 묵묵히 걸었다. 여정의 중간쯤 왔을 때, 세찬 우박이 쏟아져 몇 분 만에 거리를 깨끗이 쓸어버리고 하얗게 뒤덮었다. 그에게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었다.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 대가를 챙기려는 마당에, 그 목적을 저지하려면 그보다 더 크고 깊은 우박이 내려야 할 터였다. 그는 우박을 짓밟고 지나갔고, 빠르게 녹는 진창 위에는 형체 없는 구멍만이 발자국으로 남았다. 뒤따르던 이들은 그 발걸음에서 인간의 형상마저 사라진 듯한 착각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돌풍이 지나가고 달은 빠르게 흐르는 구름과 씨름하고 있었다. 하늘 위를 지배하는 거친 혼란은 거리의 하찮고 작은 소란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만들었다. 바람이 마치 피난처마다 우박을 쌓아놓은 것처럼 모든 싸움꾼을 대피소로 쓸어버린 것은 아니었다. 다만 거리조차 하늘에 흡수된 듯했고, 밤은 오로지 공기 속에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놈이 그것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면," 유진이 말했다. "더 좋게, 아니 더 낫다면 다르게 생각할 시간은 없었을 거야. 녀석에게서 물러설 기미는 보이지 않아. 그리고 내가 이곳을 기억하기로, 우리가 그날 밤 내렸던 모퉁이에 거의 다 온 것 같군."
과연 몇 번의 급한 굽이를 돌자 강가가 나왔다. 그들이 예전에 돌 사이에서 미끄러졌던 그곳에서, 이제는 더 심하게 미끄러졌다. 바람은 조수와 강줄기를 가로질러 비스듬하고 거칠게 그들을 향해 불어닥쳤다. 물가에서 서성이는 자들이라면 으레 갖게 마련인, 무엇이든 바람을 피할 곳을 찾아 몸을 숨기는 습관대로, 지금 문제의 그 물가 사내는 말을 꺼내기 전 식스 졸리 펠로우십 포터스의 바람막이 쪽으로 앞장섰다.
"이리 좀 와보쇼, 라이트우드 변호사님. 저 빨간 커튼 좀 보라고. 저게 펠로우십이지, 내가 도망가지 않을 거라고 했던 집 말이오. 그런데 도망이라도 갔소?"
정보원의 증언이 놀랍게 확인되었음에도 별로 감흥을 보이지 않은 라이트우드는 그들이 그곳에서 또 무슨 용건이 있느냐고 물었다.
"변호사님이 직접 펠로우십을 보고 제가 거짓말쟁이인지 판단하시길 바랐던 겁니다. 이제 저도 직접 개퍼의 창문을 확인해서 그놈이 집에 있는지 알아봐야겠군요."
그러고는 살금살금 사라졌다.
"돌아오겠지?" 라이트우드가 중얼거렸다.
"그럼, 끝까지 가겠지." 유진이 중얼거렸다.
그는 정말 짧은 시간이 지나 돌아왔다.
"개퍼는 나갔고, 배도 나갔소. 딸년은 집에 앉아 불이나 쳐다보고 있고. 하지만 저녁밥을 준비하는 거 보니 개퍼가 올 모양이오. 놈이 무슨 꿍꿍이인지 곧 쉽게 알아낼 수 있을 거요."
그런 다음 그는 손짓하며 다시 앞장섰고, 그들은 경찰서에 도착했다. 경찰서는 여전히 깨끗하고 서늘하며 차분했지만, 외부인처럼 경찰 조직에 속해 있을 뿐인 램프의 불꽃만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안쪽에서는 경감 양반이 여느 때처럼 서류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는 그들이 다시 나타나자마자 친구들을 알아보았지만, 그들의 재등장에도 그는 태연했다. 라이더후드가 그들을 인도했다는 사실조차 그를 동요시키지 못했다. 다만 잉크를 찍으며 턱을 목도리 쪽으로 꼿꼿이 세우더니, 쳐다보지도 않은 채 그 자에게 이렇게 묻는 듯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무슨 짓을 저지르고 다녔나?"
모티머 라이트우드는 유진의 쪽지를 건네며, 이 메모들을 한번 봐주겠느냐고 정중히 물었다.
첫 몇 줄을 읽고 난 경감은 그로서는 아주 이례적일 만큼 감정이 고조되어 이렇게 말했다. "두 분 중 혹시 코담배 좀 가지고 계신 분 있으시오?" 두 사람 모두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그냥 읽는 것이 낫겠다 싶었는지 계속 읽어 내려갔다.
"이거 읽는 거 들어본 적 있나?" 그러고는 그 정직한 사내에게 물었다.
"아뇨." 라이더후드가 대답했다.
"그럼 들어두는 게 좋을 거요." 그러고는 공무원답게 소리 내어 읽었다.
"자, 이제 이 쪽지 내용이 당신이 가져온 정보와 앞으로 진술할 증거에 비추어 정확한가?" 다 읽고 난 그가 물었다.
"그렇고말고요. 저만큼이나 정확합니다." 라이더후드 씨가 대꾸했다. "그 이상이라고는 장담 못 하겠소."
"이 녀석은 제가 직접 맡겠습니다, 라이트우드 씨." 경감이 라이트우드에게 말했다. 그러고는 라이더후드에게 물었다. "그놈이 집에 있나? 어디에 있지? 뭘 하고 있고? 당신이 그놈에 대해 샅샅이 알아두는 걸 임무로 삼았을 테니 의심할 여지 없겠지."
라이더후드는 자신이 아는 바를 말했고, 모르는 것은 몇 분 내로 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멈추게." 경감이 말했다. "내가 말하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마. 일 보러 가는 것처럼 보여선 안 되니까. 두 분, 괜찮으시다면 펠로우십에서 나랑 술 한잔하는 척해줄 수 있겠소? 관리도 잘 되는 집이고 여주인도 아주 점잖은 분이라서."
그들은 척하는 것보다 실제로 마시는 편이 좋겠다고 답했는데, 대체로 그것이 경감의 의중과도 일맥상통하는 듯했다.
"아주 좋아." 그가 벽에 걸린 모자를 집어 들고 마치 장갑이라도 챙기듯 수갑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리저브!" 리저브가 경례했다. "내가 어디에 있을지 알겠나?" 리저브가 다시 경례했다. "라이더후드, 그놈이 집에 돌아오는지 알아내면 코지 창문으로 와서 두 번 두드리고 기다리게. 자, 가시지요, 신사분들."
세 사람이 함께 밖으로 나가고 라이더후드가 떨리는 가로등 밑을 벗어나 제 갈 길로 터덜터덜 걸어가자, 라이트우드는 경관에게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경감은 적당히 일반론을 펴며 신중하게 대답했다. 인간은 나쁜 짓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보다 했을 가능성이 늘 높다는 것이었다. 자신도 개퍼를 몇 번이나 '계산'해봤지만, 만족스러운 범죄 혐의 합계를 내지는 못했다고도 했다. 만약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부분적으로만 사실일 뿐이라고도 했다. 둘 다 꽤 수상한 인물들이니 범행에 똑같이 가담했을 터인데, 라이더후드라는 자가 제 살길을 찾고 돈을 타내려고 상대방을 '지목'한 것뿐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제 생각엔," 경감이 결론을 맺으며 덧붙였다. "그 사람 일이 잘 풀리기만 한다면, 어느 정도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곳 펠로우십은 보시다시피 등불이 훤히 켜져 있는 곳이니, 이 주제는 그만두는 게 좋겠습니다. 노스플리트 근처 어딘가에 있는 석회 공장에 관심을 두시는 편이 낫겠군요. 그 석회가 바지선에 실려 올라오다가 나쁜 놈들과 어울리게 되는 건 아닌지 의심하면서 말이죠."
"들었나, 유진?" 라이트우드가 어깨 너머로 말했다. "자네는 석회에 지대한 관심이 있네."
"석회가 없다면," 그 꿈쩍도 않는 법정 변호사가 대꾸했다. "내 인생은 희망의 빛 한 줄기 비치지 않는 곳이 되고 말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