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흠뻑 젖어 추위에 떨며 배나 보트에 대한 희망을 버렸을 때, 새벽이 밝아오자 우리는 고개를 들었다. 안개는 여전히 바다 위를 덮고 있었고 빈 랜턴은 보트 바닥에 찌그러진 채 놓여 있었다. 갑자기 퀴퀘그가 벌떡 일어나 손을 귀에 대고 귀를 기울였다. 우리 모두는 지금까지 폭풍에 묻혀 있던 밧줄과 돛대가 삐걱거리는 희미한 소리를 들었다.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고, 짙은 안개 사이로 거대하고 막연한 형체가 어렴풋이 갈라져 보였다. 마침내 배가 모습을 드러내며 우리 바로 앞으로 다가왔을 때, 겁에 질린 우리는 모두 바다로 뛰어들었다. 배는 제 몸 길이도 채 되지 않는 거리까지 우리를 향해 곧장 들이닥쳤다.
파도 위에 떠 있는 동안 우리는 버려진 보트를 보았다. 보트는 한순간 폭포 아래의 나뭇조각처럼 배의 선수 아래에서 요동치며 벌어지더니, 거대한 선체가 그 위를 덮치고는 선미 쪽에서 물결에 휩쓸려 떠오를 때까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다시 헤엄쳐 다가가 파도에 부딪히며 겨우 구조되어 무사히 배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돌풍이 닥치기 전에 다른 보트들은 고래를 놓아주고 제시간에 배로 돌아와 있었다. 배는 우리를 포기했었지만, 혹시라도 우리가 죽었다는 증거, 즉 노나 작살대 같은 것이라도 발견할 수 있을까 하여 여전히 바다를 순항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