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리프트'라고 말하는군?" 그러고는 딱딱하고 거만한 어조로 덧붙였다.
"게다가 그건 하등 중요하지 않아." 이 말은 자존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장 심각한 상황에서든 가장 사소한 상황에서든 똑같이 사용하는, 반사적인 문구와도 같다. 그런데 이 문구는 바로 그 문구가 중요하지 않다고 선언하는 사람에게 정작 그 문제가 얼마나 중요해 보이는지를, 다른 어떤 상황에서보다 이때 가장 잘 드러내 준다. 때로는 이 문구가 비극적인 문구가 되기도 하는데, 누군가에게 도움을 거절당해 마지막 희망마저 빼앗긴 자부심 강한 사람의 입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가슴 아프게 튀어나오는 말이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 "아! 그래, 아무 상관 없어, 다른 방법을 찾아볼 테니까." 정작 그가 다른 방법이라며 떠밀려 가는 곳이 때로는 자살인 경우도 있음에도 말이다.
그러고는 블로크가 내게 아주 다정한 말을 건넸다. 그는 분명히 내게 아주 친절하게 대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는 내게 물었다. "네가 생루앙브레 가문과 어울리는 건, 귀족 사회로 발돋움하려는 취미 때문이니? ― 뭐, 아주 곁다리 귀족이긴 하지만 말이야, 너는 여전히 순진하구나. 너는 지금 꽤나 심한 속물근성 사춘기를 겪고 있는 모양이군. 말해봐, 너 속물이니? 맞지?" 그의 친절하려는 마음이 갑자기 변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꽤나 부정확한 프랑스어로 '가정 교육이 잘못됨'이라 일컬어지는 것이 그의 결점이었고, 따라서 그는 그 결점을 스스로 깨닫지 못했으니, 하물며 남들이 그 때문에 불쾌해하리라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못했다. 인류에게 있어 모두에게 동일하게 나타나는 미덕의 빈도보다, 각자에게 고유한 수많은 결점이 있는 것이 결코 더 놀라운 일은 아니다. 분명히 '세상에서 가장 널리 퍼진 것'은 상식이 아니라 선량함이다. 가장 멀고 외진 구석에서도 우리는 그 선량함이 스스로 꽃피는 것을 보고 경이로움을 느끼는데, 마치 외딴 골짜기에 홀로 핀 양귀비가, 다른 양귀비들을 본 적도 없고 오직 자신의 붉은 모자를 흔드는 바람만을 아는 채로 다른 세상의 것들과 똑같이 피어나는 것과 같다. 비록 이 선량함이 이기심에 마비되어 발휘되지 못할 때가 있더라도, 그것은 여전히 존재하며, 이기적인 동기가 가로막지 않는 순간마다 ― 예를 들어 소설이나 신문을 읽는 동안에는 ― 활짝 피어난다. 심지어 현실에서는 암살자일지라도 대중소설을 즐길 때는 마음이 여린 사람의 가슴속에서도 그 선량함은 약자나 정의로운 사람, 핍박받는 이를 향해 몸을 돌린다. 하지만 미덕의 유사성만큼이나 결점의 다양성 또한 감탄할 만하다. 각자는 자기만의 결점이 너무나 확고해서, 우리가 그 사람을 계속 사랑하려면 그 결점들을 아예 고려하지 않거나 그것들을 무시하고 나머지 장점을 보아야만 한다. 가장 완벽한 사람이라도 불쾌감을 주거나 격분하게 만드는 결점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어떤 이는 지성이 뛰어나고 만사를 높은 관점에서 보며 남을 헐뜯지 않지만, 정작 본인이 보관해달라고 부탁했던 가장 중요한 편지들을 주머니 속에 잊은 채 넣어두고는, 결국 중요한 약속을 어기게 만든다. 그런데도 시간 관념이 없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기에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다. 또 다른 이는 기품과 부드러움, 세련된 처신이 몸에 배어 있어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말들만 하지만, 당신은 그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음을, 가슴속에 묻어두어 그것들이 곪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당신과 함께 보내는 즐거움을 너무나 소중히 여기기에, 그는 당신을 보내주기보다 차라리 피로로 죽게 만들 정도다. 세 번째 부류는 더 진실하지만, 그것을 너무 밀어붙인 나머지 당신이 건강상의 이유로 그를 찾아가지 못했다고 변명하면, 당신이 극장에 가는 것을 보았고 안색이 좋아 보이더라는 식이라거나, 그를 위해 당신이 한 노력이 그 외에도 세 사람이나 제안해서 어차피 그는 당신에게 조금도 고마워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당신이 알기를 고집한다. 그런 상황에서라면 앞선 친구는 당신이 극장에 갔다는 사실이나 다른 사람들도 같은 호의를 베풀 수 있었다는 점을 모르는 척해주었을 것이다. 반면 이 마지막 친구는 당신을 가장 언짢게 할 만한 일을 누군가에게 반복하거나 폭로해야 직성이 풀리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솔직함에 도취해 당신에게 힘주어 말한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한편 어떤 이들은 지나친 호기심이나, 혹은 당신이 가장 흥미진진한 사건에 대해 말해도 그게 무슨 소린지 모를 정도로 절대적인 무관심으로 당신을 성가시게 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들은 당신의 편지가 자신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 당신과 관련된 내용이라면 수개월 동안 답장을 하지 않거나, 당신을 찾아와 무언가를 부탁하겠다고 말해놓고는 당신이 그들을 놓칠까 봐 외출도 못 하게 해놓고는 정작 오지 않아서 몇 주를 기다리게 만든다. 자기네 편지는 애초에 답장을 요구하지도 않았음에도, 당신에게 답장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당신이 화가 났을 거라 짐작하는 탓이다. 어떤 이들은 당신의 처지는 생각지 않고 자기 욕구만을 우선시하여, 그들이 즐겁고 당신을 보고 싶어지면 당신이 무슨 급한 일을 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쉼 없이 떠들어댄다. 반면에 날씨 탓에 피곤하거나 기분이 언짢으면 당신이 아무리 애를 써도 입을 벙긋하지 않으며, 당신의 말에 단답형으로 대꾸하는 수고조차 하지 않는데, 마치 당신의 말을 아예 듣지 못한 것처럼 굴기도 한다. 우리 친구들은 저마다 너무나 확고한 결점을 지니고 있어서, 우리가 그들을 계속 사랑하려면 그들의 재능이나 선량함, 다정함을 생각하며 그 결점들을 잊어보려 노력하거나, 아니면 애초에 그런 결점이 없는 셈 치고 넘겨버리는 큰 이해심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불행히도 친구의 결점을 보지 않으려는 우리의 관용적인 고집보다, 그 자신이 눈이 멀었거나 남들도 자기처럼 눈이 멀었을 거라 짐작하여 자신의 결점에 빠져드는 친구 본인의 고집이 훨씬 더 세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결점을 보지 못하거나 남들도 못 볼 거라 믿기 때문이다. 남의 눈에 띄는지 아닌지를 판단하기가 어렵기에 남을 불쾌하게 할 위험이 가장 크다는 점을 생각하면, 적어도 신중함을 위해서라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결코 말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 주제만큼은 남들이 보는 시각과 우리 자신의 시각이 결코 일치할 리 없음을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범해 보이는 집 내부를 들여다보니 보물과 쇠지렛대와 시체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발견할 때처럼, 타인의 실제 삶을, 겉으로 보이는 우주 아래의 진짜 우주를 발견할 때 우리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런데 남들이 우리에 대해 한 말 덕분에 우리가 스스로 가졌던 이미지 대신, 우리가 없는 곳에서 그들이 우리 삶에 대해 얼마나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품고 말하는지를 알게 될 때 우리가 받는 충격도 그에 못지않다. 그렇기에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겉으로는 공손하고 위선적인 찬사를 보내며 듣는 듯했던 그들의 귀가 실은 우리의 그 무해하고 신중한 말들을 가장 격앙되거나 가장 조롱 섞인, 적어도 가장 비우호적인 평가의 대상으로 삼았으리라는 사실을 확신해도 좋다. 우리가 감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위험은, 우리 자신에 대해 우리가 가진 생각과 우리의 실제 언변 사이의 불균형 때문에 남들을 짜증 나게 만드는 것인데, 이런 불균형은 보통 자기 자신에 대해 떠드는 사람들의 말을 우스꽝스럽게 만든다. 마치 서툰 음악 애미가 좋아하는 곡을 흥얼거릴 때, 불분명한 콧노래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요란한 몸짓과 경탄하는 표정을 짓지만 정작 들려주는 음악은 그만큼의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결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나쁜 습관에 더해, 그것과 한 덩어리로 묶이는 또 다른 습관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이 가진 결점과 정확히 닮은 결점을 남들에게서 찾아내 비난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항상 그런 결점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데, 마치 그것이 자기를 변호하는 또 다른 우회적인 방식인 양, 잘못을 고백하는 즐거움과 스스로를 면죄하는 즐거움을 동시에 맛보는 듯하다. 게다가 우리를 특징짓는 것들에 항상 쏠려 있는 우리의 관심이, 정작 남들에게서 그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 듯하다. 근시안인 사람은 남을 보고 "저 사람은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하는군"이라 말하고, 폐병 환자는 가장 건강한 사람의 폐 기능도 의심하며, 지저분한 사람은 남들이 씻지 않는다는 이야기만 하고, 입에서 냄새가 나는 사람은 남들이 악취를 풍긴다고 주장한다. 배우자에게 속은 남편은 어디서나 속은 남편들을 보고, 행실이 가벼운 여자는 주변의 가벼운 여자들을 보며, 속물은 속물들을 알아본다. 게다가 모든 악덕은, 모든 직업이 그렇듯, 남들에게 과시하기 싫지 않은 특수한 지식을 요구하고 또 발달시킨다. 동성애자는 동성애자를 알아보고, 사교계에 초대받은 양복점 주인은 당신과 대화를 나누기도 전에 벌써 당신 옷감의 재질을 감정하고 그 질감을 손끝으로 더듬어보고 싶어 안달이 나 있으며, 잠시 대화를 나눈 뒤에 만약 당신이 치과의사에게 당신에 대한 솔직한 평을 묻는다면, 그는 당신의 썩은 이 개수부터 읊어댈 것이다. 그에게는 그것이 가장 중요해 보이고, 그런 그의 속내를 눈치챈 당신에게는 그 모습이 그저 우스꽝스러울 뿐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 남들이 눈먼 존재라고 믿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남들이 정말로 눈이 멀었다는 듯이 행동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의 결점이 보이지 않게 감추어주거나 그렇게 보일 거라고 약속해주는 특별한 신이 하나씩 있어서, 마치 목욕하지 않는 사람들의 귀 뒤에 낀 때와 겨드랑이에 밴 땀 냄새를 그들의 눈과 코가 스스로 보지 못하고 맡지 못하게 막아주며, 세상 사람들도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할 테니 마음 놓고 그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고 다녀도 된다고 부추기는 것과 같다. 그리고 가짜 진주를 차고 다니거나 선물하는 사람들은 남들이 그것을 진짜로 착각할 거라 생각한다. 블로크는 가정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신경증적이었으며 속물이었고, 평판이 좋지 않은 집안 출신이었기에, 바닷속 깊은 곳에서처럼 그 위를 누르는 형언할 수 없는 압박을 견디고 있었다. 지상의 기독교인들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집안보다 상층에 있는 유대인 계급들이 층층이 쌓여, 저마다 바로 아랫계급을 경멸의 무게로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대인 집안에서 집안으로 거듭나며 자유로운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높이까지 오르는 데에는 블로크에게 수천 년의 세월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보다는 다른 쪽에서 탈출구를 찾으려 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블로크가 내게 네가 겪고 있을 속물근성 사춘기에 대해 이야기하며 네가 속물임을 인정하라고 다그쳤을 때, 나는 그에게 "내가 만약 속물이라면, 너와는 어울리지 않았을 거야."라고 대답할 수도 있었다. 나는 그저 그가 상냥하지 못하다고만 말했다. 그러자 그는 가정 교육이 부족한 사람 특유의 방식으로 사과하려 했는데, 그런 부류는 자기 말을 번복하며 기뻐하다가 도리어 상황을 악화시킬 기회를 찾곤 했다. "용서해줘." 그는 이제 나를 만날 때마다 말했다. "내가 너를 괴롭히고 고문했어. 고의로 심술을 부린 거지. 하지만 인간이란, 특히 네 친구라는 존재는 참으로 기묘한 동물이라서, 내가 이렇게 잔인하게 너를 놀리면서도 너에게 품은 그 다정함은 상상도 못 할 거야. 내가 너를 생각할 때면 눈물이 날 지경이라니까." 그러고는 그가 흐느끼는 소리를 냈다.
블로크에게서 내가 그의 나쁜 매너보다 더 놀랐던 점은 그의 대화 수준이 얼마나 기복이 심한가 하는 것이었다. 그토록 까다로운 녀석이 가장 인기 있는 작가들을 두고 "그놈은 멍청한 바보야, 정말 형편없는 녀석이지."라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전혀 재미없는 일화를 아주 즐겁게 이야기하거나 완전히 평범한 사람을 일컬어 "정말 흥미로운 사람"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타인의 지성과 가치, 흥미로움을 판단하는 이 이중적인 잣대는 내가 블로크 씨 아버지를 알게 되기 전까지 줄곧 나를 놀라게 했다.
나는 우리가 그를 알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블로크 주니어는 생루에게는 내 험담을, 내게는 생루의 험담을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로베르에게 내가 (언제나) 지독한 속물이라고 말했다. "그럼, 그럼, 그는 르그랑댕 씨를 알게 되어 아주 좋아하더군." 그가 말했다. 이렇게 단어를 강조해서 발음하는 것은 블로크에게 있어 냉소와 문학적 허영을 동시에 드러내는 방식이었다. 르그랑댕이라는 이름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생루는 의아해했다. "그런데 그게 누구지?" "오! 아주 훌륭한 사람이야." 블로크가 웃으며 재킷 주머니에 으슬으슬한 듯 손을 집어넣으며 대답했다. 그는 자신이 지금 바르베 도르빌리의 인물들조차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놀랍고도 그림 같은 지방 귀족의 면모를 그려내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르그랑댕 씨를 묘사할 줄 모르는 대신 그의 이름에 L을 여러 개 붙여서 마치 특별히 아껴둔 와인처럼 그 이름을 음미하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하지만 그런 주관적인 즐거움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생루에게 내 험담을 했듯이, 내게도 생루의 험담을 빠짐없이 했다. 우리는 그 험담의 내용을 다음 날 바로 알게 되었는데, 우리가 서로에게 그 사실을 일러바친 것은 아니었다. 그런 짓은 아주 가증스럽게 느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로크에게는 그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거의 불가피해 보였기에, 혹여 우리가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될까 봐 불안해진 그는 선수를 치기로 했다. 그는 생루를 따로 불러 자신이 그를 험담한 것은 그 사실이 그에게 전달되도록 일부러 그런 것이었다고 털어놓고, "맹세를 관장하시는 크로노스의 아들 제우스께 맹세하건대" 그를 사랑하며 그를 위해 목숨이라도 바칠 수 있다고 맹세하고는 눈물 한 방울을 닦아냈다. 같은 날, 그는 나를 따로 만나 고해성사를 하며, 특정 사교계 인맥이 내게 해로울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내 이익을 위해 행동한 것이며 나는 "그런 것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순전히 신경성 주정이긴 했지만 술 취한 사람처럼 애틋하게 내 손을 잡으며 그가 말했다. "나를 믿어줘. 만약 어제 너와 콩브레, 너를 향한 나의 무한한 다정함, 그리고 네 기억조차 나지 않을 교실에서의 오후들을 생각하며 내가 밤새도록 흐느껴 울지 않았다면, 검은 케르(운명의 여신)가 지금 당장 나를 낚아채어 인간들에게 혐오스러운 하데스의 문으로 끌고 가도 좋아. 정말이야, 밤새도록 울었어. 맹세할게. 하지만 슬프게도, 난 영혼을 아니까 알아. 넌 내 말을 믿지 않겠지." 사실 나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가 말하는 도중에 즉석에서 지어낸 듯한 그 말들에 '케르(운명의 여신)를 두고 하는' 그의 맹세는 별 무게를 더해주지 못했는데, 블로크에게 있어 그리스 문화 숭배는 순전히 문학적인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감상에 젖어 남들도 거짓된 사실에 감상적으로 반응해주기를 바랄 때면, 진실을 믿게 하려는 의도보다는 거짓말을 하는 히스테리적 쾌락 때문에 맹세할게 라고 말하곤 했다. 나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를 원망하지는 않았다. 어머니와 할머니로부터 훨씬 더 큰 죄인들에 대해서조차 원한을 품지 않고 절대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 법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블로크는 그리 나쁜 녀석은 아니었다. 그에게는 아주 다정한 구석도 있었다. 할머니나 어머니처럼 더없이 온전한 존재들이 태어났던 콩브레의 혈통이 거의 끊긴 듯한 지금, 내게 남은 선택지는 무감각하고 충직한 정직한 야수들 ― 그들의 목소리만 들어도 그들이 당신의 삶에 조금도 관심이 없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는 사람들 ― 아니면, 당신 곁에 있을 동안에는 당신을 이해하고 아끼며 눈물까지 흘릴 정도로 애틋하게 굴다가도, 몇 시간 뒤에는 당신을 잔인하게 놀려대며 복수를 하곤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여전히 당신을 이해하고 매력적이며 일시적으로는 당신과 완전히 동화된 것처럼 구는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후자의 도덕적 가치는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그들과 어울리는 편을 택하겠다.
"내가 너를 생각할 때면 느끼는 고통은 상상도 못 할 거야." 블로크가 말을 이었다. "사실 이건 나한테 꽤 유대인적인 면모지." 그는 마치 현미경으로 '유대인 혈통'의 아주 미세한 분량을 정량이라도 하려는 듯 눈을 가늘게 뜨며 냉소적으로 덧붙였다. 그리고 프랑스의 한 대귀족이라면, 비록 조상들이 모두 기독교인이었더라도 사무엘 베르나르나 혹은 더 먼 옛날에는 성모 마리아까지 그 혈통에 포함되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 르비 가문 사람들이 자신들의 조상이라고 주장하는 성모 마리아 말이다 ― 이렇게 말했을 법한, 아니 말하지 않았을 법한 말을 그가 다시 꺼냈다. "내 감정 중에서 내 유대인 혈통에 기인할 수 있는 부분은 꽤나 미미하지만, 어쨌든 이렇게 그 부분을 떼어내어 말하는 걸 꽤 좋아해." 그가 이 문장을 내뱉은 것은 자기 종족에 대해 진실을 말하는 것이 지적이면서도 용기 있는 행동이라 여겼기 때문인데, 동시에 그는 빚을 갚기로 마음먹었지만 절반만 갚을 배짱밖에 없는 구두쇠처럼, 그 진실의 정도를 교묘하게 희석하고 있었다. 진실을 선언할 대담함은 갖추었으나, 그것을 훼손하는 거짓을 상당 부분 섞어 넣는 이런 류의 기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널려 있으며, 평소에는 이런 짓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인생의 특정 위기, 특히 연애가 걸린 상황은 그들에게 이런 기만을 행할 기회를 제공한다."</s>]}】```
블로크가 생루에게 내 험담을, 내게 생루의 험담을 늘어놓던 이 모든 은밀한 비난들은 결국 저녁 식사 초대라는 결말로 이어졌다. 그가 처음에 생루만 따로 불러내려 시도하지 않았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정황상 그런 시도가 있었을 법하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는데, 블로크가 어느 날 내게와 생루에게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거장이여, 그리고 아레스가 사랑하는 기사, 생루 앙 브레의 말 길들이는 자여, 그대들을 거품 소리 요란한 암피트리테의 기슭, 쾌속선들이 정박한 메니에의 천막 근처에서 만났으니, 이번 주 어느 날 그대들 두 사람 다 내 흠잡을 데 없는 마음을 지닌 저명한 아버지 댁에 와서 저녁을 함께하지 않겠나?" 그가 우리를 초대한 것은 생루와 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싶었기 때문인데, 그는 이를 통해 자신이 귀족 사회에 진입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내가 그에게 주입했다면 이런 바람은 블로크에게 가장 혐오스러운 속물근성의 징표로 보였을 것이며, 적어도 지금까지는 내 본성의 핵심으로 여기지 않았던 내 성격의 한 단면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었을 테다. 하지만 똑같은 바람이라도 그 자신에게는 문학적 유용성을 찾을지도 모를 특정 사교계의 낯선 풍경을 향한 그의 지적인 호기심의 증거처럼 보였다. 블로크 씨 아버지는 아들이 저녁 식사에 친구 한 명을 데려오겠다고 말했을 때, 아들이 냉소적이고 만족스러운 어조로 그 친구의 직함과 이름을 밝히자 "생루 앙 브레 후작"이라는 말에 격렬한 충격을 받았다. "생루 앙 브레 후작이라니! 아, 젠장!" 그가 소리쳤는데, 이는 그에게 있어 사회적 경의를 표하는 가장 강렬한 욕설이었다. 그러고는 이런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 아들을 향해 "정말 놀라운 녀석이군. 이 천재가 정말 내 자식인가?"라는 의미가 담긴 감탄 어린 시선을 던졌는데, 그 눈빛은 내 친구에게 매달 용돈이 50프랑이나 오른 것만큼이나 큰 기쁨을 주었다. 블로크는 집에서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르콩트 드 릴이나 에레디아 같은 '보헤미안'들을 동경하며 사는 자신을 아버지가 방탕한 녀석으로 취급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수에즈 운하 사장을 지낸 생루 앙 브레 가문과의 관계라니! (아, 젠장!) 이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성과였다. 망가질까 봐 파리에 두고 온 입체경을 가져오지 않은 것이 더욱 아쉬울 따름이었다. 오직 블로크 씨 아버지만이 그것을 다룰 기술을, 아니 적어도 그것을 사용할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사실 그는 그것을 가끔씩, 필요할 때만, 축제가 열리거나 외부에서 남자 하인들을 추가로 고용하는 날에만 보여주었다. 그래서 입체경 감상 시간은 그곳에 참석한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특권이자 차별화된 영광을 선사했고, 그것을 보여주는 주인에게는 재능이 부여하는 것과 유사한 명성을 안겨주었는데, 만약 그 사진들이 블로크 씨 자신이 직접 찍었거나 그 기구 자체가 그의 발명품이었다 하더라도 그 명성은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없었을 것이다. "어제 살로몬 댁에 초대받지 못했니?" 가족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물었다. "응, 나는 선택받은 사람이 아니었거든!" "무슨 일이 있었는데?" "대단한 성찬이었지, 입체경이랑, 그 외의 모든 게 다 있었어." "아! 입체경이 있었다면 아쉽네, 살로몬이 그거 보여줄 때 정말 대단하다던데." "어쩌겠니." 블로크 씨가 아들에게 말했다. "그에게 모든 걸 한꺼번에 줘선 안 돼. 그래야 그에게도 뭔가 갈망할 거리가 남을 테니까." 그는 아버지의 다정함으로 아들을 감동시키기 위해 그 기계를 가져오게 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거나, 혹은 부족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우리는 저녁 식사를 미룰 수밖에 없었는데, 생루가 빌파리지 부인 곁에서 48시간을 보내러 올 삼촌을 기다리느라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신체 단련, 특히 긴 도보 여행을 즐기는 삼촌은 휴가를 보내던 성에서 발베크까지 오는 길의 대부분을 밤에는 농가에서 자며 걸어서 와야 했기에 발베크에 도착할 시각은 꽤 불확실했다. 생루는 움직이지 못한 채 내게 앙쿠빌에 있는 전신국으로 내 친구가 매일 연인에게 보내는 전보를 부치러 다녀와 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했다. 우리가 기다리던 삼촌의 이름은 팔라메드였는데, 이는 시칠리아 왕가였던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이름이었다. 나중에 역사 서적을 읽다가 어느 포데스타나 교회 제후가 가졌던 그 이름을 다시 발견했을 때, 르네상스 시대의 아름다운 메달이자 누군가는 진품 골동품이라고 불렀던 그 이름이 바티칸의 서재에서 내 친구의 삼촌에 이르기까지 자손 대대로 전해져 내려왔음을 알게 되었다. 그때 나는 돈이 없어 메달 컬렉션이나 미술관을 만들지 못하는 대신 고풍스러운 이름들(옛 지명이나, 고지도, 조감도, 가게 간판이나 관습법처럼 다큐멘터리적이고 그림 같은 이름들, 그리고 아름다운 프랑스어 어미 속에 언어적 결함이나 민족적 저속함의 억양, 혹은 우리 조상들이 라틴어와 색슨어 단어들에 가한 영구적인 훼손이 훗날 문법의 엄격한 법칙이 된 그 발음의 악습이 울려 퍼지는 세례명들)을 수집하는 이들에게 허락된 즐거움을 맛보았다. 요컨대 나는 그 고색창연한 소리의 수집을 통해, 옛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비올라 다 감바나 비올라 다모레를 구입하는 이들처럼 나 자신을 위한 콘서트를 열곤 했던 것이다. 생루는 가장 폐쇄적인 귀족 사회 내에서도 자신의 삼촌 팔라메드가 특히 접근하기 어렵고 거만하며 자신의 신분에 집착하는 인물로 정평이 나 있었으며, 그가 형수와 다른 몇몇 선택된 사람들과 함께 이른바 '피닉스 서클'이라는 모임을 구성하고 있었다고 내게 말했다. 그 서클 안에서조차 그는 오만함 때문에 너무나 두려운 존재였던 탓에, 예전에는 그를 알고 싶어 그의 친형에게 소개를 부탁했던 사교계 인사들이 거절당한 일도 있었다. "아니, 내 동생 팔라메드에게 소개해주겠다는 말은 꺼내지도 말게나. 내 아내나 우리 모두가 힘을 합친다고 해도 어림도 없을 테니까. 게다가 혹시라도 그가 불친절하게 굴기라도 하면 자네가 곤란해질 텐데, 나는 그런 꼴은 보고 싶지 않네." 조키 클럽에서 그는 친구 몇 명과 함께 결코 소개받지 않기로 한 회원 이백 명을 정해두기도 했다. 파리 백작의 저택에서 그는 그 우아함과 자부심 때문에 '왕자'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생루는 오래전 흘러간 그의 삼촌의 젊은 시절에 관해 내게 이야기해주었다. 그는 매일 여자들을 데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잘생긴 두 친구와 공동으로 빌려 쓰는 총각 숙소로 드나들었는데, 그 때문에 그들 셋은 「세 명의 미의 여신」이라 불렸다.
"언젠가 오늘날 생제르맹 교외에서 가장 저명한 인물 중 하나가 된, 발자크식으로 말하자면 그렇다는 말이지만, 초기에 꽤나 난처한 시기에 기묘한 취향을 보이던 한 남자가 삼촌에게 그 총각 숙소에 와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어.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그는 여자들이 아니라 팔라메드 삼촌에게 구애를 시작했지. 삼촌은 못 알아들은 척하며 핑계를 대고 두 친구를 데리고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그 범인을 붙잡아 옷을 벗기고 피가 날 때까지 때린 다음, 영하 10도의 추위 속에 발로 차서 밖으로 내던져버렸어. 그는 반쯤 죽은 상태로 발견되었고, 사법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는데 그 불쌍한 친구는 조사를 무마하려고 갖은 애를 다 써야 했지. 삼촌은 오늘날에는 더 이상 그렇게 잔인한 처벌을 가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사교계 사람들에게 그토록 오만하게 굴던 삼촌이 배은망덕한 대가를 치르면서도 서민들을 아끼고 보호하는 것을 보면 네가 상상도 못 할 거야. 그들은 호텔에서 삼촌을 모셨던 하인이라 파리에 취직시켜 주기도 하고, 직업을 가르쳐 주는 농부들이기도 해. 그게 사교계적인 면과는 대조되는 삼촌의 꽤 다정한 면모이기도 하지." 생루는 실제로 그런 표현을 낳을 수 있는 높은 고도에 위치한, 세상 물정에 밝은 젊은이들의 부류에 속했다. "그에게는 꽤 다정한 구석이 있어, 그의 꽤 다정한 면모"라는 꽤 소중한 씨앗은 스스로를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민중"을 모든 것으로 여기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아주 빠르게 만들어냈는데, 이는 결국 평민의 오만함과는 정반대되는 것이었다. "그가 젊은 시절 얼마나 유행을 선도했고 온 사교계를 좌지우지했는지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라더군. 그는 어떤 상황에서든 가장 즐겁고 편안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했지만, 그것은 즉시 속물들에게 모방당했지. 그가 극장에서 목이 말라 로열석 뒤쪽으로 음료를 가져오게 하면, 그다음 주에는 극장 뒤편의 작은 응접실들이 온갖 다과로 가득 찼어. 류머티즘을 조금 앓던 어느 비 오는 여름날, 그는 여행용 담요를 만드는 데나 쓰이는, 부드럽지만 따뜻한 비쿠냐 원단으로 외투를 주문하면서 파란색과 주황색 줄무늬를 그대로 살렸지. 그러자 유명 양복점들은 즉시 고객들로부터 길고 털이 많은 파란색 술 달린 외투를 주문받게 되었어." 만약 그가 어떤 이유로든 자신이 머무는 성에서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엄숙함을 덜어내고 싶어 했고, 그 차이를 강조하기 위해 연미복을 챙겨가지 않고 오후에 입던 재킷 차림으로 식탁에 앉기라도 하면, 시골에서는 재킷을 입고 저녁을 먹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케이크를 먹을 때 숟가락 대신 포크를 사용하거나 세공업자에게 주문 제작한 자신만의 식기, 혹은 손가락을 사용하기라도 하면, 사람들은 더 이상 다른 방식으로는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베토벤의 현악 사중주를 다시 듣고 싶어 했고(그의 모든 엉뚱한 생각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코 어리석지 않으며 매우 재능이 있었다), 매주 자신과 몇몇 친구들을 위해 그것을 연주할 연주자들을 불렀다. 그해의 큰 유행은 실내악을 감상하는 소규모 모임을 여는 것이었다. 어쨌든 나는 그가 인생을 지루하게 보내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잘생겼으니 여자들이 분명 따랐을 것이다! 그가 워낙 신중한 탓에 내가 누구인지는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가 내 불쌍한 숙모를 꽤나 속였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숙모에게 다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며, 숙모는 그를 숭배했고 그는 숙모가 죽은 뒤에도 수년간 눈물을 흘렸다. 파리에 있을 때면 그는 지금도 거의 매일 묘지를 찾는다."
로베르가 삼촌을 기다리면서 내게 그런 이야기를 했던 다음 날, (어차피 삼촌은 오지 않았지만) 호텔로 돌아가던 길에 홀로 카지노 앞을 지나는데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40대 정도 되어 보이는 덩치가 크고 꽤 뚱뚱한 남자가 아주 검은 콧수염을 기른 채, 지팡이로 자신의 바지를 신경질적으로 툭툭 치며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때때로 그의 눈빛은 낯선 사람 앞에서 광인이나 스파이처럼, 어떤 이유에서든 상대에게 보통 사람은 떠올리지 못할 생각을 품은 이들만이 짓는 극도로 활동적인 시선으로 꿰뚫어 보는 듯했다. 그는 달아나려는 순간 마지막으로 쏘는 총알처럼 대담하면서도 신중하고, 빠르면서도 깊은 마지막 눈길을 내게 던지더니, 주변을 한번 살피고는 갑자기 산만하고 거만한 태도를 취하며 몸을 홱 돌려 포스터 쪽으로 향했다. 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단추 구멍에 꽂힌 이끼 장미를 매만지며 포스터를 읽는 데 열중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공연 제목을 메모하는 척하더니, 시계를 두세 번 들여다보고는 검은 밀짚 모자를 눈 위로 눌러썼다. 그러고는 누군가 오는지 확인하려는 듯 손을 차양처럼 만들어 모자 끝을 길게 늘이고, 기다림에 지친 척하는 불만스러운 몸짓을 했는데, 이는 사실 실제로 기다리는 사람들은 절대 하지 않는 그런 몸짓이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모자를 뒤로 젖혀 짧게 깎은 머리칼을 드러냈는데, 그 양옆으로는 꽤 길고 굽실거리는 비둘기 날개 같은 머리카락이 남아 있었다. 그는 너무 더운 것이 아니라 더운 티를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뱉어내는 시끄러운 숨을 몰아쉬었다. 나는 그가 호텔 전문 사기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마 며칠 전부터 할머니와 나를 눈여겨보고 무언가 나쁜 일을 꾸미던 중에, 내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리라. 그는 나를 따돌리려고 새로운 태도를 취해 일부러 딴청을 부리는 듯했으나, 그 과장이 너무나 공격적이어서 그의 목적은 내 의심을 거두게 하려는 것만큼이나, 본의 아니게 그에게 준 모욕을 갚아주려는 듯 보였다. 나를 보지 못했다는 인상을 주려 하기보다는, 내가 그의 주의를 끌기엔 너무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을 심어주려는 것 같았다. 그는 으스대는 표정으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입술을 앙다문 채 콧수염을 치켜올리며 눈빛에 무심하고도 차갑고 거의 모욕적인 느낌을 담았다. 그 표정이 하도 기묘해서 나는 그를 도둑으로 보기도 하고 정신이상자로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아주 깔끔한 옷차림은 발베크에서 본 그 어떤 피서객들보다 훨씬 진중하고 단순해서, 그들의 눈부시고 흔해 빠진 해변 옷차림 때문에 자주 주눅 들곤 했던 내 재킷 차림에 오히려 위안이 되었다. 그러다 할머니가 나를 만나러 왔고, 우리는 함께 산책을 했다. 한 시간쯤 뒤, 잠깐 호텔로 돌아갔던 할머니를 호텔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빌파리지 부인이 로베르 드 생루, 그리고 카지노 앞에서 나를 그토록 빤히 쳐다보던 낯선 남자와 함께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그의 시선이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나를 훑고 지나갔다. 그러고는 보지 못했다는 듯이 다시 눈앞으로 내려와 멍하게 가라앉았다. 마치 밖으로는 아무것도 보지 않는 척, 안으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중립적인 눈빛처럼, 그저 둥글고 순진한 눈매를 감싸는 속눈썹의 느낌만을 만끽하는 듯한 눈빛, 일부 위선자들이 짓는 독실하고 거드름 피우는 눈빛, 어떤 바보들이 짓는 오만한 눈빛이었다. 나는 그가 옷을 갈아입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가 입은 옷은 훨씬 더 어두웠다. 진정한 우아함이 가짜보다 단순함에 더 가깝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이유가 있었다. 가까이서 보면 옷에서 색채가 거의 완전히 사라진 것은 그것을 배제한 사람이 무관심해서가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인지 스스로 그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임을 느낄 수 있었다. 옷의 절제된 모습은 마치 식단 조절을 하는 사람의 그것처럼 보였고, 미식에 대한 욕구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가 보여준 옷차림의 절제된 모습은 마치 식단 조절을 하는 사람의 그것처럼 보였고, 미식에 대한 욕구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바지 천의 어두운 녹색 선은 양말의 줄무늬와 조화를 이루었는데, 이는 다른 곳에서는 모두 억눌려 있던 취향의 생동감이 오직 이 부분에서만 관용적으로 허용되었음을 보여주는 세련미였고, 넥타이 위의 붉은 얼룩은 감히 시도하기 어려운 자유처럼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어떻게 지내시나요? 제 조카인 게르망트 남작을 소개하죠." 빌파리지 부인이 내게 말했다. 그동안 낯선 남자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억지로 다정함을 연출하려는 듯 모호하게 "반갑소"라고 웅얼거린 뒤 "흐음, 흐음, 흐음" 하는 소리를 덧붙였다. 그리고는 새끼손가락과 검지, 엄지를 구부린 채 반지 하나 없는 중지와 약지를 내밀었고, 나는 스웨이드 장갑 너머로 그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그는 내 쪽으로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곧장 빌파리지 부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맙소사, 내가 왜 이러지?" 부인이 말했다. "너를 게르망트 남작이라고 부르다니. 샤를뤼 남작을 소개합니다. 뭐, 어차피 그리 큰 실수도 아니야." 부인이 덧붙였다. "어쨌든 너도 게르망트 가문 사람이니까."
그사이 할머니가 외출하시기에 우리는 함께 길을 나섰다. 생루의 삼촌은 내게 말 한마디는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낯선 사람들을 빤히 쳐다보긴 했지만(이 짧은 산책 동안에도 그는 길을 지나가는 보잘것없고 아주 초라한 차림의 사람들에게 두어 번씩 그 무시무시하고 깊은 탐색의 눈길을 던졌다), 내 경우로 미루어 보건대 아는 사람들은 전혀 쳐다보지 않았다. 비밀 임무를 띠고 있지만 친구들은 전문적인 감시 대상에서 제외해두는 경찰처럼 말이다. 할머니와 빌파리지 부인, 그리고 그가 대화를 나누도록 내버려 둔 채 나는 생루를 뒤로 잡아끌었다.
"이봐, 내가 제대로 들은 건가? 빌파리지 부인이 자네 삼촌더러 게르망트라고 하더군."
"그럼, 당연하지. 팔라메드 드 게르망트니까."
"하지만 콩브레 근처에 성을 가지고 있고 브라반트의 주느비에브의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그 게르망트 가문 말인가?"
"물론이지. 삼촌은 문장학에 관해서라면 더할 나위 없는 분이라, 우리 가문의 함성, 즉 나중에 '파사방'이 된 우리의 전투 함성이 원래는 '콩브레지'였다고 대답하실걸." 생루가 웃으며 말했다. 거의 독립적인 가문이나 위대한 군대 우두머리들만이 가질 수 있었던 그 함성의 특권을 자랑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는 웃음이었다. "삼촌은 저 성을 현재 소유한 분의 동생이야."
어릴 적 내게 오리가 들고 있는 초콜릿 상자를 주었던 그 부인이, 그렇게 오랫동안 게르망트 가문과는 거리가 멀어 메제글리즈 쪽 어딘가에 갇혀 있는 사람 같았고 콩브레의 안경점 주인보다 덜 화려하고 덜 높은 존재로 여겨졌었는데, 이제는 갑자기 우리가 가진 다른 물건들의 예기치 못한 가치 하락과 나란히 판타지적인 가치 상승을 겪으며 게르망트 가문과 아주 가깝게 연결되어 있었다. 이것들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만큼이나 수많은 변화를 우리의 사춘기와 우리 사춘기의 일부가 남아 있는 삶의 영역으로 불러들이는 계기가 되었다.
"그 성에는 옛 게르망트 영주들의 흉상이 전부 다 있지 않나요?"
"그래요, 볼 만하죠." 생루가 비꼬듯 말했다. "우리끼리 말이지만, 난 그런 것들이 좀 촌스럽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게르망트에는 좀 더 흥미로운 게 있어요! 카리에르가 그린 우리 숙모의 아주 감동적인 초상화가 있죠. 휘슬러나 벨라스케스 그림만큼 훌륭해요." 생루가 덧붙였다. 이제 막 입문한 열정 때문에 그는 가끔 위대함의 척도를 정확히 유지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구스타브 모로의 감동적인 그림들도 있죠. 우리 숙모는 당신의 친구인 빌파리지 부인의 조카로, 부인의 손에 자랐고 숙모의 조카이기도 한 사촌, 현재의 게르망트 공작과 결혼했어요."
"그럼 당신의 삼촌은 누구인가요?"
"그는 샤를뤼 남작이라는 작위를 가지고 있어. 원래대로라면 내 큰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삼촌 팔라메드는 라움 공작 작위를 물려받았어야 해. 그건 삼촌이 게르망트 공작이 되기 전 그의 형이 가지고 있던 작위였거든. 이 집안 사람들은 이름을 셔츠 갈아입듯 바꾸니까 말이야. 하지만 삼촌은 그런 문제에 관해서는 꽤 독특한 생각을 가지고 계셔. 삼촌은 이탈리아 공작이니 스페인 귀족 작위니 하는 것들이 좀 남발되고 있다고 생각하시거든. 그래서 왕자 작위를 선택할 기회가 네다섯 번이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삼촌은 샤를뤼 남작 작위를 고수했어. 항의의 표시이자, 그 속에는 엄청난 자부심이 숨어 있는 겉으로만 소박한 태도지. '요즘은 누구나 다 왕자야. 어딘가 남다른 구석이 있어야 할 것 아니겠나? 나는 신분을 숨기고 여행하고 싶어질 때 왕자 작위를 쓰겠네.' 삼촌 생각에는 샤를뤼 남작보다 더 오래된 작위는 없어. 자신들이 프랑스의 제1남작이라고 거짓 주장을 하던 몽모랑시 가문보다 자기 작위가 더 앞선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삼촌은 몇 시간이라도 기꺼이 설명해 줄 거야. 삼촌은 매우 영리하고 재능이 넘치지만, 이런 걸 꽤 생생한 대화 주제라고 생각하시거든." 생루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삼촌 같은 사람이 아니니 족보 얘기는 그만하게 해줘. 세상에서 가장 지루하고 낡은 이야기라, 정말 인생은 짧잖아."
아까 카지노 근처에서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던 그 차가운 눈빛 속에서, 나는 이제 탄송빌에서 스완 부인이 질베르트를 불렀을 때 나를 뚫어지게 응시하던 바로 그 눈빛을 알아차렸다.
"그런데 당신 삼촌, 샤를뤼 씨가 사귀었다고 당신이 말했던 그 많은 정부들 중에 스완 부인도 있었나요?"
"아, 전혀 아니야! 삼촌은 스완의 절친한 친구고 항상 그를 많이 도와줬지. 하지만 삼촌이 그 부인의 정부였다는 말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어. 만약 당신이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걸 누군가 본다면 사교계에서 무척 놀랄 거야."
나는 그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걸 보지 못했다면 콩브레의 사람들이 훨씬 더 놀랐을 거라는 대답을 차마 할 수 없었다.
할머니는 샤를뤼 남작에게 완전히 매료되었다. 물론 그는 가문과 사회적 지위에 관한 모든 문제에 극도로 집착했고 할머니도 그것을 알아차렸지만, 거기에는 보통 남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누리는 것을 보고 느끼는 비밀스러운 질투나 짜증에서 비롯되는 그런 냉혹함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할머니는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며 더 화려한 사회에서 살지 못하는 것을 조금도 아쉬워하지 않았기에, 오직 자신의 지성을 사용해 샤를뤼 남작의 결점들을 관찰할 뿐이었다. 할머니는 생루의 삼촌에 대해 그런 초연하고 미소 띤, 거의 우호적인 관대함으로 이야기했는데, 그것은 우리가 사심 없는 관찰 대상이 주는 즐거움에 대해 그 대상에게 베푸는 보답이었으며, 이번 관찰 대상이 비록 정당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흥미롭기는 한 주장을 펼치며 평소 할머니가 만나던 사람들과는 아주 확연히 다른 인물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할머니가 그토록 쉽게 그의 귀족적 편견을 용서한 것은 무엇보다도 샤를뤼 남작에게서 엿보이는 매우 생생한 지성과 감성 덕분이었는데, 이는 생루가 조롱했던 그 많은 상류 사회 사람들과는 정반대였다. 그러나 귀족적 편견은 생루가 그랬던 것처럼 샤를뤼 남작에 의해 더 뛰어난 자질을 위해 희생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샤를뤼 남작은 그것을 더 뛰어난 자질들과 조화시켰다. 느무르 공작과 랑발 공작의 후손으로서 조상들이 남긴 문서와 가구, 태피스트리, 그리고 라파엘로, 벨라스케스, 부셰가 그린 조상들의 초상화를 소유하고 있었고, 가족의 기억을 더듬는 것만으로도 박물관과 비교할 수 없는 서재를 방문한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었던 그는, 오히려 조카가 격하시켰던 귀족의 모든 유산을 원래의 지위로 올려놓았다. 또한 생루보다 덜 관념적이고, 말장난에 덜 휘둘리며, 인간에 대해 더 현실적인 관찰자였던 그는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위신의 필수적 요소를 무시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며, 그것은 그의 상상력에 사심 없는 즐거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실제적인 활동에도 종종 강력하고 효과적인 보조 수단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과, 내면의 이상을 좇아 그러한 이점들을 버리고 오직 그 이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의 논쟁은 여전히 열려 있다. 이 점에서 그들은 자신의 기교를 포기하는 화가나 작가, 현대화하려는 예술적 민족, 보편적 무장 해제를 앞장서서 실천하는 호전적 민족, 그리고 민주화되어 가혹한 법률을 폐지하는 절대주의 정부들과 닮아 있는데, 정작 현실은 그들의 고귀한 노력을 보상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이는 재능을 잃고, 어떤 이는 수 세기 동안 누려온 우월함을 잃기 때문이다. 평화주의는 때때로 전쟁을 증식시키고, 관용은 범죄를 증식시키기도 한다. 외적인 결과로 판단하자면 생루의 진실성과 해방을 향한 노력이 매우 고귀해 보일지라도, 샤를뤼 남작에게서 그러한 노력이 부족했던 점을 다행이라 여길 수 있었는데, 그는 조카처럼 게르망트 저택의 훌륭한 목판 벽장식을 르부르나 기요맹의 모던 스타일 가구와 교체하는 대신 자신의 집으로 옮겨놓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샤를뤼 남작의 이상이 매우 인위적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며, 만약 이 수식어를 '이상'이라는 단어와 결부시킬 수 있다면, 그것은 예술적인 만큼이나 세속적인 것이었다. 두 세기 전 구체제의 모든 영광과 우아함 속에 살았던 조상들을 둔, 빼어난 미모와 희귀한 교양을 갖춘 몇몇 여성들에게서 그는 자신만이 그들과 어울릴 수 있게 만드는 품격을 찾아내곤 했다. 물론 그가 그들에게 바친 찬사는 진심이었을 것이나, 그들의 이름이 환기하는 역사와 예술에 대한 수많은 추억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마치 고대에 대한 기억이 오늘날의 시보다 열등할지 모를 호라티우스의 송가를 읽으며 학자가 느끼는 즐거움의 이유 중 하나인 것과 같아서, 정작 오늘날의 시들은 같은 학자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예쁜 부르주아 여성 곁에 있는 그러한 귀부인 한 명 한 명은 그에게 있어 길이나 결혼식 장면을 그린 현대적인 그림 옆에 놓인 옛 그림들과 같았다. 그 옛 그림들은 교황이나 왕이 주문했던 시점부터, 선물이나 매입, 약탈, 혹은 상속을 통해 그림을 소유했던 인물들에 이르기까지 그 역사를 우리가 잘 알고 있어서, 어떤 사건이나 적어도 역사적으로 흥미로운 혼인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따라서 우리가 습득한 지식들이 그 그림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우리의 기억이나 학식 속에 축적된 지적 자산이 얼마나 풍요로운지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샤를뤼 남작은 자신과 유사한 편견 덕분에 이 몇몇 귀부인들이 혈통이 덜 순수한 여성들과 어울리지 않게 되어, 그들이 변치 않는 고귀함 속에 온전히 자신의 숭배 대상이 되어 있음을 다행으로 여겼다. 마치 분홍색 대리석 평기둥으로 받쳐진 18세기 건물의 파사드가 새로운 시대에도 전혀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 서 있는 것과 같았다.
샤를뤼 남작은 이 여성들의 정신과 마음의 진정한 고귀함을 찬미했는데, 그는 스스로도 속아 넘어가는 이중적인 의미로 그 단어를 사용하며 귀족주의, 관대함, 예술이 뒤섞인 이 기형적이고 모호한 개념에 담긴 거짓을 즐겼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매혹적인 것이기도 해서, 가문의 족보만 따지고 나머지는 신경 쓰지 않는 귀족의 더 투박하지만 순진한 편견을 너무나 우스꽝스럽게 여기는 할머니 같은 이들에게는 위험했다. 할머니는 정신적 우월함이라는 겉모습을 한 것 앞에서는 무방비 상태가 되곤 했으며, 그래서 왕자들은 라 브뤼예르나 페넬롱 같은 이들을 가정교사로 둘 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세상 그 누구보다 부러운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랑 오텔 앞에서 세 명의 게르망트 일가는 우리와 헤어졌다. 그들은 뤽상부르 공작부인 댁에서 점심을 먹을 예정이었다. 할머니가 빌파리지 부인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생루가 할머니에게 인사하는 순간, 지금까지 내게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던 샤를뤼 남작이 뒤로 몇 걸음 물러나 내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오늘 저녁 식사 후에 빌파리지 숙모님 아파트에서 차를 마실 생각입니다. 할머니를 모시고 와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겠군요." 그러고는 그는 후작 부인에게로 돌아갔다.
일요일이었음에도 호텔 앞에는 시즌 초반과 다를 바 없이 마차가 별로 없었다. 특히 공증인 부인은 캉브르메르 부인네에 가지도 않으면서 매번 마차를 대절하는 것은 너무 낭비라고 생각했고, 그냥 방에 머무는 것으로 만족했다.
"블랑데 부인 어디 아프신가요? 오늘 통 뵙질 못해서요." 사람들이 공증인에게 물었다.
"두통이 좀 있어요. 더위 때문인지, 이 폭풍 때문인지. 워낙 예민해서 말이죠. 하지만 오늘 저녁에는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내려오라고 권했거든요. 그 편이 훨씬 나을 테니까요."
나는 샤를뤼 남작이 우리를 자기 숙모 댁으로 초대함으로써, 아침 산책 때 내게 보여준 무례함을 만회하려 한다고 생각했다. 숙모에게 미리 말해두었을 것이라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빌파리지 부인의 응접실에 도착해 그녀의 조카에게 인사하려 했을 때, 그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친척 중 한 명에 대한 꽤 악의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느라 내 주변을 서성여도 도저히 눈을 맞출 수 없었다. 나는 그에게 존재를 알리기 위해 꽤 큰 소리로 인사하기로 마음먹었지만, 그가 이미 눈치챘음을 알 수 있었다. 내 입에서 말이 나오기도 전, 내가 고개를 숙이는 순간 그가 눈길도 돌리거나 대화를 끊지도 않은 채 두 손가락을 뻗어 내게 내밀었기 때문이다. 그는 분명히 나를 보았으나 내색하지 않았고, 그때 나는 그의 눈이 대화 상대에게 고정되는 법 없이 겁먹은 동물들이나 길거리에서 물건을 팔며 떠들썩하게 호객 행위를 하는 상인들이 경찰이 오지 않을까 싶어 머리를 돌리지 않고도 수평선 여기저기를 훑어보는 것처럼 끊임없이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면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듯한 빌파리지 부인의 태도에 조금 놀랐고, 샤를뤼 남작이 할머니에게 "아! 오시길 정말 잘하셨어요. 참 근사하지 않나요, 숙모님?"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더더욱 놀랐다. 분명 그는 우리가 들어올 때 숙모가 놀라는 기색을 알아챘을 것이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데 익숙한 사람으로서 자신이 즐거워한다는 것을 내비치기만 해도 그 놀라움을 기쁨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을 터였다. 우리가 온 것을 마땅히 기뻐해야 한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의 계산은 정확했는데, 조카를 대단히 생각하고 그에게 잘 보이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아는 빌파리지 부인은 갑자기 할머니에게서 새로운 장점을 발견한 듯하며 계속해서 할머니를 극진히 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샤를뤼 남작이 아침에 직접 건넸던 그 짧으면서도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초대 사실을 몇 시간 만에 잊어버리고, 사실은 자신이 낸 아이디어를 두고 할머니의 '좋은 생각'이라고 부르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사람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으로는 그가 가졌던 의도를 알 수 없으며, 아마 눈치채지 못하고 넘어갈 오해의 위험이 순진하게 끈질기게 캐묻는 것보다 낫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나이까지 간직했던 정확성에 대한 강박으로 그에게 말했다. "하지만 선생님, 제가 오늘 저녁에 오라고 하신 분이 선생님이라는 거 기억하시죠?" 샤를뤼 씨는 내 질문을 들었다는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외교관들이나 상대가 작정하고 대답하지 않으려는 해명을 얻어내려고 지치지 않고 헛된 노력을 쏟는 사이가 틀어진 젊은이들처럼 질문을 되풀이했다. 샤를뤼 씨는 대답이 없었다. 그의 입가에는 높은 곳에서 사람의 성격과 교육 수준을 판단하는 자들이 짓는 미소가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그가 어떤 설명도 거부했기에 나는 나름의 설명을 해보려 했지만, 하나같이 그럴듯하지 않은 여러 가능성 사이에서 망설일 뿐이었다. 어쩌면 그가 기억을 못 하는 것이거나, 아니면 아침에 그가 내게 한 말을 내가 잘못 알아들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는 자신이 멸시하는 사람들을 굳이 불러들이려 했다는 인상을 주기 싫었던 나머지, 그들이 스스로 찾아온 것처럼 떠넘기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면 우리를 멸시하면서 왜 굳이 우리가, 아니 정확히는 할머니가 오기를 바랐던 걸까? 그날 저녁 그는 우리 둘 중 오직 할머니에게만 말을 건넸고 내게는 단 한 번도 말을 걸지 않았으니까. 그는 할머니와 빌파리지 부인과 매우 활기차게 대화를 나누면서 마치 극장의 로지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것처럼 그들 뒤에 숨은 채, 가끔씩 꿰뚫어 보는 듯한 눈길을 돌려 마치 내 얼굴이 해독하기 어려운 필사본이라도 되는 양 똑같은 진지함과 똑같은 고심하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응시하기만 할 뿐이었다.
물론 그 눈이 아니었다면 샤를뤼 남작의 얼굴은 수많은 잘생긴 남자들의 얼굴과 비슷했을 것이다. 나중에 생루가 다른 게르망트 가문에 대해 이야기하며 "글쎄, 그들에게는 우리 팔라메드 삼촌에게 있는 그런 혈통의 기품, 뼛속까지 밴 대귀족의 풍모 같은 건 없지"라고 말했을 때, 귀족적인 혈통의 기품과 품격이란 결코 신비롭거나 새로운 것이 아니라 내가 별다른 감흥 없이도 쉽게 알아보았던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나는 내 환상 중 하나가 사라지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그러나 옅은 파우더를 발라 무대 위의 배우 같은 인상을 주는 샤를뤼 남작의 얼굴은, 그가 표정을 아무리 굳게 닫아걸어도 눈만큼은 갈라진 틈이나 총안(銃眼)처럼 그만이 메우지 못한 유일한 통로였다. 그곳을 통해 상대방의 위치에 따라서는 마치 불쾌한 무엇인가의 반사가 갑자기 스쳐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것은 비록 스스로 완전히 통제하지는 못하더라도 늘 불안정한 균형 상태로, 언제든 터질 것 같은 상태로 내면에 지니고 있는 내부의 어떤 장치가 뿜어내는 기운처럼 보여 전혀 안심할 수 없게 했다. 그 눈의 신중하고 끊임없이 불안한 표정은, 눈가에서부터 아주 낮게 내려앉은 다크서클에 이르기까지 그로 인해 얼굴 전체에 드리운 피로감과 더불어, 아무리 잘 가꾸고 꾸며놓은 얼굴이라 할지라도 위험에 처한 권력자, 혹은 위험하면서도 비극적인 인물의 변장이나 가명 행세를 떠올리게 했다. 나는 다른 남자들에게는 없는, 그리고 아침에 카지노 근처에서 보았을 때 샤를뤼 남작의 눈빛을 그토록 수수께끼처럼 만들었던 그 비밀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그의 가문에 대해 알고 있는 이상, 나는 그 눈빛이 도둑의 것이라고 믿을 수도 없었고, 그가 나누는 대화를 듣고 보건대 미치광이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가 내게는 차가우면서도 할머니에게는 그토록 다정했던 것이 개인적인 반감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그는 여성들에게는 관대하여 대개 너그러움을 잃지 않은 채 그녀들의 결점을 이야기할 만큼 친절했지만, 남자들, 특히 젊은이들에 대해서는 일부 여성 혐오자들이 여성들에게 느끼는 것과 맞먹는 격렬한 증오심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루의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 사이인, 생루가 우연히 이름을 언급했던 두세 명의 '지골로'들에 대해, 샤를뤼 남작은. 샤를뤼 남작은 평소의 냉담함과는 대조적으로 거의 맹렬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저것들은 작은 악당들이야." 나는 그가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가장 크게 나무라던 점이 바로 지나치게 여성스럽다는 것임을 깨달았다. "저건 진짜 여자들이야." 그는 경멸하며 말했다. 하지만 그가 남자라면 마땅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결코 충분히 활기차고 남성적이지 않다고 여겼던 삶에 비하면 그 어떤 삶이 여성스럽지 않게 보였겠는가? (그 자신은 도보 여행을 할 때면 몇 시간씩 달리고 난 뒤 뜨거워진 몸으로 차가운 강물에 뛰어들곤 했다.) 그는 남자가 반지 하나를 끼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남성다움에 대한 고집도 그의 아주 섬세한 감수성까지 막지는 못했다. 세비녜 부인이 머물렀던 성을 할머니께 묘사해 달라는 빌파리지 부인의 부탁에, 그녀가 그 지루한 그리냥 부인과 떨어져 있는 데서 오는 절망감에 약간은 문학적인 과장이 섞여 있다고 덧붙이자 그가 대답했다.
"오히려 그보다 더 진실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가 대답했다. "어쨌든 그때는 그런 감정들이 아주 잘 이해되던 시대였죠. 라 퐁텐의 모노모파타 주민이 꿈속에서 다소 슬퍼 보이던 친구에게 달려가는 모습이나, 다른 비둘기가 없는 것을 가장 큰 불행으로 여기는 비둘기 이야기가 숙모님께는 딸과 단둘이 있을 순간을 고대하는 세비녜 부인만큼이나 과장되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가 딸과 헤어질 때 했던 말은 참으로 아름답죠. '이 이별은 몸이 아픈 것처럼 영혼에 고통을 줍니다.' 떨어져 있을 때 우리는 시간에 관대해지죠. 우리는 열망하는 시간을 향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할머니는 그 서간집에 대해 자신이 평소 생각하던 방식과 똑같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기뻐하셨다. 할머니는 한 남자가 그것을 그토록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셨다. 할머니는 샤를뤼 남작에게서 여성적인 섬세함과 감수성을 발견하셨다. 나중에 우리 둘이 단둘이 남아서 그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우리는 그가 어머니나 혹은 자식이 있다면 나중에 딸과 같은 여성의 깊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생루의 정부가 그에게 미쳤던 영향이 내게 떠올랐고, 그것을 보며 그들이 함께 사는 여성들이 남자를 얼마나 세련되게 만드는지 깨달았기에 '정부'라고 생각했다.
빌파리지 부인이 대꾸했다. "딸 곁에 있을 때 그녀는 아마 딸에게 할 말이 없었을 겁니다."
"분명히 그랬겠지요. 설령 그녀가 말하는 '우리 말고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사소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였더라도 말입니다. 어쨌든 그녀는 딸 곁에 있었으니까요. 라 브뤼예르는 그게 전부라고 말했죠.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는 것, 그들에게 말을 거는 것, 말을 걸지 않는 것, 그 모든 것은 똑같다.' 그의 말이 맞아요. 그것만이 유일한 행복이지요." 샤를뤼 남작은 우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불행히도 삶은 너무나 엉망이라 우리는 그 행복을 누릴 기회가 드뭅니다. 세비녜 부인은 결국 다른 이들보다 덜 동정받아 마땅했지요. 그녀는 평생의 상당 부분을 사랑하는 딸 곁에서 보냈으니까요."
"당신은 그게 사랑이 아니라 딸에 관한 문제였다는 걸 잊고 있군요."
“하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사랑하느냐가 아니라 사랑한다는 그 사실 그 자체입니다.” 그는 유능하고 단호하며 거의 날카로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세비녜 부인이 딸에게 느꼈던 감정은 젊은 세비녜가 정부들과 가졌던 진부한 관계보다 라신이 『안드로마크』나 『페드르』에서 묘사한 열정에 훨씬 더 정당하게 가깝다고 할 수 있죠. 어떤 신비주의자가 신에게 느끼는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사랑을 두고 긋는 지나치게 좁은 경계선들은 단지 우리가 인생을 너무나 모르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일 뿐입니다.”
“삼촌은 『안드로마크』와 『페드르』를 그렇게 좋아하세요?” 생루가 약간 경멸 섞인 어조로 삼촌에게 물었다.
“라신의 비극 한 편에는 빅토르 위고 씨의 모든 드라마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진실이 담겨 있지.” 샤를뤼 남작이 대답했다.
“세상에, 정말 끔찍한 일이야.” 생루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라신을 빅토르 위고보다 선호하다니, 이건 정말 엄청난 일이거든!” 그는 삼촌의 말에 진심으로 안타까워했지만, “그건 그렇다”는 식의 어투와 특히 “엄청난”이라는 단어를 쓰는 즐거움이 그를 달래주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 사는 슬픔에 관한 이러한 성찰 속에서(이는 나중에 할머니께서 내게 빌파리지 부인의 조카가 자신의 숙모보다 작품을 훨씬 더 잘 이해하며, 특히 클럽에 다니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훨씬 뛰어난 면이 있다고 말씀하시게 만들었다), 샤를뤼 남작은 남자들이라면 거의 보여주지 않는 섬세한 감정을 드러낼 뿐만이 아니었다. 중음역을 충분히 훈련받지 않아 노래가 마치 청년과 여성의 교대 이중창처럼 들리는 몇몇 콘트랄토의 목소리와 닮은 그의 목소리 자체도, 그토록 섬세한 생각들을 표현할 때면 높은 음조로 변하며 예기치 못한 부드러움을 띠었고, 그 속에는 다정함을 퍼뜨리는 약혼녀들과 자매들의 합창이 담겨 있는 듯했다. 하지만 모든 여성적인 것을 혐오하는 샤를뤼 남작이 자신의 목소리에 그런 것들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무척이나 비통해했을 그 소녀들의 무리는, 단지 감정적인 대목들을 해석하거나 변조하는 데에만 머물지 않았다. 종종 샤를뤼 남작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기숙학교 여학생이나 멋 부리기 좋아하는 여자들의 날카롭고 신선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는데, 그들은 험담을 즐기는 재치 있는 이들처럼 날카로운 솜씨로 주변 사람들을 비평하곤 했다.
그는 자신의 가문에 속했던 저택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마리 앙투아네트가 머물기도 했고 르 노트르가 설계한 정원이 딸린 그 저택은 이제 그것을 사들인 부유한 금융가 이스라엘 가문의 소유가 되었다고 했다. "이스라엘, 적어도 그 사람들이 쓰는 이름이 그렇다는 건데, 내게는 고유 명사라기보다는 일종의 인종적이고 일반적인 명칭처럼 들립니다. 어쩌면 사람들은 그런 부류의 인간들에게는 고유한 이름이 없고 그저 그들이 속한 집단으로만 지칭된다는 사실을 모르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건 상관없습니다! 게르망트 가문의 저택이 이스라엘 가문의 소유가 되다니!!!" 그는 소리쳤다. "블루아 성에서 관리인이 안내하며 제게 했던 말이 생각나는군요. '이곳이 바로 마리 스튜어트 왕비가 기도를 올리던 곳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제가 빗자루를 두는 곳이지요.' 당연히 저는 그처럼 수치를 당한 저택에 대해서는 알고 싶지 않습니다. 남편을 떠난 내 사촌 클라라 드 시메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저는 그 저택의 예전 모습이 온전히 담긴 사진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마치 공주가 큰 눈으로 내 사촌만을 바라보던 시절의 사진처럼 말이죠. 사진은 현실을 재현하는 역할을 멈추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보여줄 때 비로소 부족했던 위엄을 조금이나마 되찾게 됩니다. 그쪽 건축 양식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하나 구해다 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가 할머니께 말했다. 바로 그 순간, 그는 주머니에 꽂아둔 자수 놓인 손수건의 색깔 깃이 삐져나온 것을 보고는, 마치 정숙한 척하지만 사실은 순진하지 않은 여인이 과도한 수치심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신체 부위를 서둘러 감추는 듯한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그것을 급히 밀어 넣었다. "생각해 보세요." 그가 말을 이었다. "그 사람들은 르 노트르의 정원을 파괴하는 것부터 시작했는데, 이건 푸생의 그림을 갈기갈기 찢는 것만큼이나 죄악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저 이스라엘 일가는 감옥에 가야 마땅해요." 그는 잠시 침묵한 뒤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물론 그들이 감옥에 가야 할 이유는 그 밖에도 차고 넘치겠지만요! 어쨌든 그런 건축물 앞에 영국식 정원이 놓여 있을 때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가시죠?"
"하지만 그 집은 프티 트리아농과 같은 양식이에요." 빌파리지 부인이 말했다. "마리 앙투아네트도 그곳에 영국식 정원을 만들게 했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