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에 자네는 왕의 광대인가?"
"그렇지."
"그럼 됐네. 하하! 자네는 세상을 구경하러 가고, 왕의 광대이며, 이름은 로뱅 무통이지. 저기 저 양을 보게. 저놈도 자네처럼 이름이 로뱅이라네. 로뱅, 로뱅, 로뱅! 메에, 메에, 메에, 메에. 아, 아름다운 목소리군!"
"아주 아름답고 조화롭구먼."
"자, 우리 이웃이자 친구인 자네와 나 사이에 약속 하나 하지. 로뱅 무통인 자네는 저울 한쪽에 앉고, 내 양 로뱅은 다른 쪽에 앉는 거야. 내가 부슈산 굴 100개를 걸겠네. 무게와 가치, 평가 면에서 저놈이 자네를 단숨에 앞지를 테니까. 자네가 언젠가 매달려 교수형을 당하게 될 그 모습 그대로 말이지."
"진정하시게." 파뉘르주가 말했다. "하지만 만약 내게 그 양을, 혹은 하급 합창단 양 중 아무나 한 마리라도 팔아준다면 나와 당신의 후손을 위해 큰일을 하는 셈이 될 것이오. 제발 부탁이니 그리해 주시오, 이보시오."
"이보게 내 친구, 내 이웃 양반." 상인이 대답했다. "이 양들의 털로는 루앙의 고급 옷감이 만들어질 걸세. 그에 비하면 리메스트르 털 뭉치 따위는 그저 솜털에 불과하지. 가죽으로는 아름다운 모로코 가죽을 만들 테고, 그걸 튀르키예산이나 몽텔리마르산, 최소한 스페인산이라 속여서 팔아치울 수 있지. 내장으로는 바이올린이나 하프의 현을 만들 텐데, 뮈니캉이나 아퀼라산 현이라도 되는 양 아주 비싸게 팔릴 걸세. 어떻게 생각하나?"
"부디." 파뉘르주가 말했다. "내게 한 마리만 팔아주게나. 그러면 자네 집 문턱이 닳도록 고마워할 테니. 여기 현금이 있네. 얼마면 되겠나?" 그는 그렇게 말하며 새 앙리 금화로 가득 찬 주머니를 보여주었다.
파뉘르주와 댕드노의 흥정이 이어지다
"이보게 내 친구, 우리 이웃 양반." 상인이 대답했다. "이건 왕이나 왕자님들이나 드시는 귀한 고기라네. 살점이 어찌나 연하고 감칠맛이 도는지, 맛이 그야말로 일품이지. 내가 이 양들을 데려온 곳에서는 돼지들이 (하느님 맙소사) 미로볼랑만 먹고 산다네. 암퇘지들도 새끼를 낳을 때면 (모두에게 실례가 안 된다면 말이지만) 오렌지 꽃만 먹고 자라지."
"하지만." 파뉘르주가 말했다. "한 마리만 팔게. 보행자의 명예를 걸고 왕처럼 대접해 줄 테니. 얼마면 되겠나?"
"이보게 내 친구, 우리 이웃 양반." 상인이 대답했다. "이 양들은 프리크수스와 헬레를 태우고 헬레스폰토스라 불리는 바다를 건넌 바로 그 양의 직계 혈통이라네."
"쳇!" 파뉘르주가 말했다. "당신은 성직자이거나 아니면 배우는 중이군."
"이타(Ita)는 양배추지." 상인이 대답했다. "베레(vere)는 부추고. 하지만 르르, 르르르르. 어이! 로뱅, 르르, 르르르르. 자네는 이 언어를 못 알아듣는군."
"말이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이놈들이 오줌을 누는 들판마다 하느님이 오줌이라도 누신 것처럼 밀이 아주 잘 자란다네. 다른 거름이나 비료가 필요 없지. 그뿐인가? 이놈들 오줌에서는 퀸테센스를 다루는 자들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초석을 뽑아낸다네. 놈들의 똥으로는 (기분 나빠하지 마시게) 우리 고장 의사들이 78가지 질병을 고치는데, 그중 가장 사소한 게 생트의 성 에우트로피우스 병이라네. 하느님께서 우리를 보호하시길 빌어야지.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이웃, 내 친구? 그러니 몸값이 비쌀 수밖에."
"비싸든 싸든." 파뉘르주가 대답했다. "그저 한 마리만 팔아주게. 값을 제대로 쳐줄 테니."
"이보게 내 친구, 우리 이웃 양반." 상인이 말했다. "여기 보이는 이 동물들이 가진 자연의 경이로움을 잠시 생각해보게나. 자네가 쓸모없다고 생각할 부위조차도 말이야. 저 뿔을 가져다가 쇠절구공이나 부지깽이로 좀 빻아보게. 뭐든 상관없네. 그리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묻고 자주 물을 주게나. 몇 달 안 가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아스파라거스가 자라나는 걸 보게 될 걸세. 라벤나산 아스파라거스도 비교가 안 되지. 자네들 뿔 달린 남편 양반들의 뿔도 그런 경이로운 효능과 속성이 있다고 어디 한번 말해 보시지!"
"참아야지." 파뉘르주가 대답했다.
"자네가 성직자인지 어떤지는 모르겠군." 상인이 말했다. "난 성직자들을 많이 봐왔네. 아주 대단한 성직자들도 뿔 달린 남편들이더군. 그렇고말고. 말이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만약 자네가 성직자라면 이 신성한 동물들의 가장 아래쪽 부위, 즉 발에 뼈 하나가 있다는 걸 알 걸세. 복사뼈라 부르는 그 뼈로 말이지. 인도산 당나귀나 리비아의 가젤을 제외하면 세상 그 어떤 동물도 그런 뼈를 가지고 있지 않아. 예전에는 그 뼈로 왕실 탈라 게임을 즐겼는데, 옥타비아누스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하룻밤에 5만 에퀴 이상을 따기도 했지. 자네 같은 뿔 달린 남편들은 꿈도 못 꿀 액수지."
"진정하시게." 파뉘르주가 대답했다. "이제 서두릅시다."
"자, 그럼 내 친구, 내 이웃 양반." 상인이 말했다. "내가 이놈들의 내장 부위를 제대로 칭찬하려면 끝도 없다네. 어깨, 뒷다리, 다리 살, 등심, 가슴살, 간, 지라, 곱창, 창자, 공놀이용 방광, 피그미온에서는 놈들의 갈비뼈로 학을 겨냥해 체리 씨를 쏘는 멋진 작은 활을 만들지. 머리로는 약간의 유황을 섞어 변비에 걸린 개들의 배변을 돕는 기막힌 달인액을 만들고 말이야……."
"쳇, 쳇!" 배의 선장이 상인에게 말했다. "흥정이 너무 길어지잖소. 팔고 싶으면 팔고, 싫으면 이만 시간을 끄시오."
"팔겠소." 상인이 대답했다. "당신을 봐서 말이오. 하지만 마리당 3 투르누아 리브르를 내야 하고, 직접 골라야 하오."
"너무 비싸군." 파뉘르주가 말했다. "우리 고장에서는 그 돈이면 대여섯 마리는 살 수 있는데. 너무 과한 요구는 마시오. 너무 빨리 부자가 되려다가 오히려 가난에 빠지거나 목이 부러지는 꼴이 된 사람들을 난 수없이 봐왔으니."
"빌어먹을 사일 열병이나 걸릴 놈!" 상인이 말했다. "이 멍청하고 미련한 작자 같으니. 샤루의 성스러운 서약을 걸고 말하는데, 이 양 중 가장 못한 놈도 옛날 스페인의 투데타니아 지방 코락스인들이 금화 1탈렌트에 팔던 최고급 양보다 네 배는 더 가치 있는 놈들이야. 그리고 이 돈만 밝히는 멍청아, 금 1탈렌트가 얼마나 되는지 아나?"
"좋으신 분," 파뉘르주가 말했다. "보니 옷차림이 꽤나 더우신 모양이군요. 자 여기 있으니 돈을 받으시오." 파뉘르주는 상인에게 돈을 치르고 양 떼 중에서 크고 잘생긴 놈 하나를 골랐다. 그리고 양이 울며 소리치는 것을 안고 나갔는데, 나머지 양들도 모두 울부짖으며 자기들의 동료가 어디로 끌려가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그동안 상인은 양 치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저 손님 정말 제대로 골랐구먼! 보는 눈이 있어, 저 녀석! 정말이지, 진심으로 말하건대 저건 캉칼 영주님을 위해 남겨둔 거였는데. 그분 성미를 내가 잘 알거든. 그분은 양 어깨 살을 왼손잡이용 라켓처럼 손에 쥐고 잘 드는 칼로 썰어낼 때면 아주 즐거워하고 들뜨거든. 그분이 그걸 어떻게 요리하는지는 하느님만이 아시지!"
파뉘르주가 바다에서 상인과 양들을 물에 빠뜨리다
갑자기, 나도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게 (상황이 워낙 급작스러워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파뉘르주가 아무 말도 없이 울며 소리치는 자기 양을 바다 한가운데로 던져버렸다. 다른 모든 양도 똑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앞다투어 뒤를 이어 바다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양들은 서로 자기네 동료를 따라 먼저 뛰어들려고 아우성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지』 제9권에서도 말했듯이, 어디로 가든 언제나 앞선 놈을 뒤따르는 것이 양의 천성이자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고 둔한 동물의 본성이라, 그들이 뛰어드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자기 눈앞에서 양들이 죽고 물에 빠지는 것을 본 상인은 겁에 질려 온 힘을 다해 그들을 막고 붙잡으려 했으나 허사였다. 양들은 모두 줄지어 바다에 뛰어들어 죽어갔다. 마지막에 그는 크고 힘센 양 한 마리를 배 갑판 위에서 털을 잡아 붙들었는데, 그렇게 하면 양이 멈추고 나머지 양들도 덩달아 살아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양이 워낙 힘이 세서 상인을 끌고 바다로 빠져버렸고, 결국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의 양들이 동굴 밖으로 율리시스와 그 일행을 실어 날랐던 것과 똑같은 꼴이 되고 말았다. 다른 양치기들과 목동들도 마찬가지였는데, 양의 뿔이나 다리, 털을 붙잡았다가 모두 함께 바다에 빠져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파뉘르주는 난로 옆에서 노를 손에 쥐고 서 있었다. 목동들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배 위로 기어 올라와 난파를 면하지 못하게 하려는 속셈이었다. 그는 마치 올리비에 마이야르 수사나 제2의 장 부르주아 수사라도 된 양 그들에게 유려한 설교를 늘어놓았다. 그는 수사학적인 기교를 부려 이 세상의 비참함과 내세의 행복을 역설하며, 이 비탄의 골짜기에서 살아 있는 자들보다 죽은 자들이 훨씬 행복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들 한 명 한 명에게 랑테르누아에서 돌아오는 길에 몽스니 산 꼭대기에 멋진 기념비와 명예로운 무덤을 세워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그들이 여전히 인간들 틈에서 살고 싶어 하거나 익사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요나의 예처럼 사흘째 되는 날 그들을 어떤 새틴의 나라에 무사히 데려다줄 고래를 만나 행운이 따르길 빌어주었다.
상인과 양들이 사라져 배 안이 텅 비자 파뉘르주가 말했다. "여기 남은 양 영혼은 없나? 남들 풀 뜯을 때 잠이나 자는 티보 라뉴레의 양들이나 르노 벨랭의 양들은 다 어디 갔지? 난 모르겠네. 오래된 전쟁터의 수법이지. 장 수사, 자네 생각은 어떤가?"
"당신 덕분에 아주 잘 됐어." 장 수사가 대답했다. "나야 나쁠 것 없지. 다만 예전 전쟁터에서 전투나 공격이 있는 날이면 병사들에게 그날치 급료를 두 배로 주겠다고 약속하곤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전투에서 이기면 줄 돈이 충분했지만, 지면 패잔병들이 세리졸 전투 이후 그랬던 것처럼 급료를 달라고 하기가 부끄러웠지), 어차피 지불할 돈이라면 자네 주머니에 남겨두는 게 낫지 않았나 싶군."
"돈은 무슨, 똥이나 먹으라지!" 파뉘르주가 말했다. "하느님 맙소사! 5만 프랑 이상의 재미를 봤다고. 이제 떠나세, 바람도 좋군. 장 수사, 내 말 잘 들어. 그 누구도 내게 호의를 베풀고 보상이나 감사 인사를 받지 못한 적은 없네. 난 배은망덕한 놈이 아니고, 그랬던 적도 앞으로도 없을 거야. 또 그 누구도 내게 불쾌하게 굴고 후회하지 않은 적은 없었네, 이 세상에서든 저 세상에서든 말이야. 난 그렇게 멍청한 놈이 아니거든."
"자네는." 장 수사가 말했다. "늙은 악마처럼 스스로 파멸을 자초하고 있군. 성서에도 쓰여 있네. '미히 빈딕탐(Mihi vindictam)' 어쩌고저쩌고. 성무일도서에나 나올 법한 소리군."
팡타그뤼엘이 성 파니공 왕이 통치하는 셸리 섬에 내리다
남서풍이 순풍으로 불어올 때 우리는 먼바다로 나섰다. 해가 기울 무렵 우리는 셸리 섬에 기항했는데, 그곳은 성 파니공 왕이 다스리는 크고 비옥하며 부유하고 인구가 많은 섬이었다. 왕은 자녀들과 궁정 대신들을 거느리고 항구 근처까지 나와 팡타그뤼엘을 맞이했고, 자신의 성으로 안내했다. 성채 입구에는 왕비가 시녀들과 궁정 여인들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파니공은 왕비와 그 수행원들이 팡타그뤼엘과 그의 일행에게 입을 맞추기를 원했다. 그것이 그 나라의 예의이자 관습이었다. 장 수사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그렇게 했는데, 장 수사는 자리를 피해서 왕의 관리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 파니공은 오늘과 내일 팡타그뤼엘을 붙잡아두려 간곡히 청했다. 팡타그뤼엘은 날씨가 맑고 바람이 좋은 기회를 들어 거절했는데, 이런 바람은 여행자들이 늘 바라지만 만나기 힘들기에 불어올 때 이용해야 하며, 원할 때마다 항상 불어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런 설명을 듣고, 사람마다 술을 스물다섯 번이나 서른 번쯤 마신 뒤에 파니공은 우리를 보내주었다.
항구로 돌아온 팡타그뤼엘은 장 수사가 보이지 않자 그가 어디에 있는지, 왜 일행과 함께 있지 않은지 물었다. 파뉘르주가 어찌 변명해야 할지 몰라 그를 찾으러 성으로 돌아가려던 참에 장 수사가 아주 즐거운 기색으로 달려오며 쾌활하게 외쳤다. "고결한 파니공 왕 만세! 맙소사, 부엌 인심이 아주 죽여주더군. 방금 거기서 왔는데, 음식이 그릇째 넘쳐나. 내 수도복 속에 든 주머니를 수도사다운 요령으로 든든히 채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허허, 친구여." 팡타그뤼엘이 말했다. "또 그놈의 부엌 타령인가!"
"망할 놈의 닭 같은 소리!" 장 수사가 대답했다. "난 이런 여자들과 꾸물거리며 예의 차리는 법보다 부엌 돌아가는 꼴을 훨씬 더 잘 알지. 뭐 '매그니 매그나', 예의 차리고, 두 번 인사하고, 다시 반복하고, 포옹하고, 인사하고, 당신의 은총께 손을 맞추고, 폐하께 머리를 조아리고, 어쩌고저쩌고…… 쳇, 루앙 식으로는 똥이나 다름없군! 그렇게 똥 싸듯 징징거리고 난리라니! 물론 내 둔한 머리로도 분위기 파악해서 한몫 챙겨볼까 싶어 슬쩍 들이대 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말이야. 하지만 이 놈의 허례허식은 젊은 악마보다 더 짜증 난다고. 아니, '이중 금식'보다 더 끔찍했어. 성 베네딕토께서도 분명히 그렇게 말씀하셨지."
"당신들은 아가씨들과 입 맞추는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걸친 이 숭고하고 신성한 수도복을 걸고 말하건대, 난 그런 짓은 사양하겠어. 기에르샤루아 영주에게 일어난 일이 내게도 일어날까 겁나거든."
"그게 무슨 말인가?" 팡타그뤼엘이 물었다. "그는 내가 잘 아는 사람이고, 내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라네."
"그는 어떤 친척이자 이웃이 여는 성대하고 화려한 연회에 초대받았지." 장 수사가 말했다. "그곳에는 인근의 모든 신사와 부인, 처녀들도 함께 초대받았단 말이야. 그들이 그가 오기를 기다리다가 모임에 참석한 시종들을 아주 세련되게 치장한 처녀들로 변장시켰지. 처녀로 변장한 시종들이 도개교 근처로 들어오는 그에게 다가갔어. 그는 아주 예의 바르고 정중하게 그들 모두에게 입을 맞췄지. 나중에 회랑에서 기다리던 부인들이 그 광경을 보고는 폭소를 터뜨리며 시종들에게 변장을 벗으라고 신호를 보냈어. 그러자 그 착한 영주는 수치심과 분함에 못 이겨 진짜 부인들과 처녀들에게는 입 맞추기를 거부하면서, 시종들을 그렇게까지 변장시켰으니 맙소사, 이 부인들도 훨씬 정교하게 변장한 하인들일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지."
'맙소사, 맹세하건대, 왜 우리는 인간의 몸을 이끌고 신의 아름다운 부엌으로 가서 꼬챙이가 돌아가는 모습, 고기 굽는 틀의 조화, 베이컨을 놓는 위치, 수프의 온도, 디저트 준비, 포도주 서빙 순서를 살펴보지 않는 걸까? 베아티 임마쿨라티 인 비아(Beati immaculati in via). 성무일도서에나 나올 법한 소리군.'
수도사들이 기꺼이 부엌에 머무는 이유
"수도사다운 순진한 말이군." 에피스테몽이 말했다. "수도사 노릇을 하는 수도사를 말하는 거지, 그냥 수도사를 말하는 게 아냐. 자네 말은 20년쯤 전 내가 피렌체에서 보고 들은 것을 떠올리게 하는군. 우리는 학문을 좋아하고 여행을 즐기며 이탈리아의 학자들과 고대 유물, 희귀한 것들을 탐방하고자 하는 의욕 넘치는 좋은 친구들 무리였지. 그때 우리는 피렌체의 지형과 아름다움, 돔의 구조, 사원과 웅장한 궁전들의 화려함을 유심히 살폈고, 과연 누가 더 적절하게 칭송할 수 있을지 논쟁을 벌이고 있었어. 그때 아미앵 출신의 베르나르 라르동이라는 수도사가 잔뜩 화가 난 듯 독점적인 태도로 이렇게 말했지. '도대체 너희가 여기서 뭘 그리 대단하게 칭찬하는 건지 모르겠군. 나도 너희만큼이나 잘 둘러봤고, 너희보다 눈이 먼 것도 아니야. 게다가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그냥 집들이 멋있다는 거잖아. 그게 다야. 하지만 신과 우리의 훌륭한 수호성인 베르나르 성인께서 우리와 함께하시길, 이 도시 전체를 통틀어 통구이 가게를 단 한 곳도 보지 못했어. 내가 얼마나 꼼꼼하게 살폈는지 알아? 오른쪽 왼쪽을 가리지 않고 통구이 가게가 어디에 더 많을까 세어보려고 눈에 불을 켜고 다녔다고. 아미앵에서는 우리가 이곳을 둘러본 거리의 4분의 1, 아니 3분의 1만 걸어도 열네 곳이 넘는 고풍스럽고 향기로운 통구이 가게를 보여줄 수 있었을 거야. 종탑 근처에서 사자와 아프리카산 동물들(너희들은 그걸 호랑이라고 불렀던 것 같군)을 보면서 무슨 즐거움을 느꼈는지 모르겠어. 필리포 스트로치 영주의 궁전에서 고슴도치와 타조를 보는 것도 마찬가지고. 맹세컨대, 차라리 꼬챙이에 꿴 통통하고 기름진 거위 한 마리를 보는 게 훨씬 낫겠어. 반암과 대리석이 아름답다는 건 인정해. 나쁘다는 게 아냐. 하지만 내 입맛에는 아미앵의 다리올 파이가 훨씬 낫지. 고대 동상들도 아주 잘 만들었겠지, 믿어. 하지만 아브빌의 페레올 성인께 맹세코, 우리 고향의 젊은 처녀들이 천 배는 더 매력적이야.'
"장 수사가 물었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왜 항상 수도사들은 부엌에 있고, 왕이나 교황, 황제들은 결코 부엌에 없는지 설명해 줄 수 있나?"
"솥단지와 고기 굽는 틀 속에 어떤 잠재된 힘이나 기묘한 속성이 있어서 수도사들을 끌어당기는 것인가(마치 자석이 쇠를 끌어당기듯이 말일세), 아니면 황제나 교황, 왕들은 끌어당기지 않는 것인가?" 리조토므가 대답했다. "아니면 그것은 수도복과 두건에 달라붙은 자연적인 유도이자 성향이라서, 수도사들이 가려고 선택하거나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들을 부엌으로 이끌고 밀어 넣는 것인가?"
"그는 '질료를 따르는 형상'을 말하는 걸세." 에피스테몽이 대답했다. "아베로에스는 그렇게 불렀지."
"그래, 그래." 장 수사가 말했다.
"제시된 문제에 답하지 않고 한마디 하겠네." 팡타그뤼엘이 대답했다. "그건 좀 까다로운 문제라 건드렸다간 가시가 돋칠 테니까. 마케도니아 왕 안티고누스가 하루는 자기 막사 부엌에 들어갔다가 시인 안타고라스가 직접 프라이팬을 들고 붕장어를 요리하는 것을 보고는 아주 유쾌하게 물었다는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나네. '호메로스도 아가멤논의 무용담을 쓸 때는 붕장어를 지졌겠나?' 그러자 안타고라스가 왕에게 답했지. '하지만 왕이여, 아가멤논이 그런 무용을 떨칠 때 진영에 붕장어를 지지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해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왕에게는 시인이 자기 부엌에서 그런 요리를 하고 있다는 게 불쾌해 보였던 모양일세. 시인은 왕에게 부엌에서 왕을 마주치는 것이 훨씬 더 혐오스러운 일이라고 대꾸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