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영혼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줄 진정한 대상이 없을 때, 어떻게 가짜 대상들에게 그것을 쏟아내는가.
통풍으로 몹시 고생하던 우리 지인 중 한 귀족은 의사들로부터 염장 식품을 완전히 끊으라는 독촉을 받자 늘 농담조로 이렇게 대꾸하곤 했다. 고통과 발작이 찾아올 때면 자신은 탓할 대상을 원한다고 말이다. 그는 때로는 소시지를, 때로는 소 혀를, 때로는 햄을 소리 높여 저주함으로써 그만큼 고통이 덜어지는 기분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내려치려고 들어 올린 팔이 허공을 가르고 아무것도 맞히지 못하면 허탈함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즐거운 시선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그것이 허공 속에 흩어져 사라져서는 안 되며, 적당한 거리에 그것을 받쳐줄 목표물이 있어야 한다.
텅 빈 공간을 헤매는 바람은 빽빽한 숲의 저항을 만나지 못하면 그 힘을 잃고 만다.
마찬가지로 흔들리고 동요하는 영혼도 붙잡을 대상을 주지 않으면 자기 자신 속에서 길을 잃는 듯하다. 그렇기에 영혼이 부딪쳐 작용할 대상을 끊임없이 제공해야 한다. 플루타르코스는 원숭이나 작은 개를 애지중지하는 이들에 대해, 우리 안의 사랑이라는 감정은 정당한 대상을 찾지 못하면 헛되이 머물기보다 이처럼 가짜의 하찮은 대상을 지어낸다고 말한다. 우리는 영혼이 격정에 사로잡힐 때 무엇인가에 맞서 작용하기보다 차라리 자기 믿음조차 저버린 채 가짜 환상을 꾸며내어 스스로를 속이는 경우를 본다. 짐승들이 자신을 다치게 한 돌이나 쇠붙이를 향해 분노를 터뜨리고, 자신이 느끼는 고통을 이빨로 깨물어 스스로에게 보복하려 드는 것도 바로 그런 이치다.
마치 리비아인이 가죽 끈으로 던진 창에 맞은 파노니아의 암곰이 더 사나워져 상처를 향해 몸을 뒹굴고, 화가 나서 자신에게 박힌 창을 공격하며, 도망치는 창을 따라 몸을 돌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리에게 닥치는 불행에 대해 우리는 무슨 이유를 꾸며내지 않는가. 화풀이할 대상을 얻기 위해 우리는 옳든 그르든 무엇을 탓하지 않는가. 네가 갈기갈기 찢는 그 금발의 머리카락도, 분에 못 이겨 잔인하게 내리치는 그 하얀 가슴도, 사랑하는 그 형제를 불행한 납 탄환으로 잃게 한 원인이 아니다. 딴 곳에서 이유를 찾아라. 리비우스는 스페인에 있던 로마군이 자신들의 위대한 지휘관인 두 형제를 잃은 후의 상황을 이렇게 전한다. '모두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는 흔한 풍습이다. 그리고 철학자 비온은 슬픔에 겨워 머리카락을 뽑아대던 어느 왕에게 이렇게 농담을 던졌다. '이 자는 대머리가 되는 것이 슬픔을 덜어준다고 생각하는 건가?' 돈을 잃고 분풀이할 상대를 찾으려 카드 패를 씹어 삼키거나 주사위 통째로 삼켜버리는 자를 보지 못한 사람이 있는가? 크세르크세스는 바다를 채찍질하고 아토스산에 도전장을 보냈으며, 키루스는 귄두스강을 건너다 겁을 먹었다는 이유로 군대 전체를 동원해 며칠 동안이나 강에 복수하려 들었다. 칼리굴라는 어머니가 기뻐했다는 이유로 아주 아름다운 저택을 파괴했다.
내가 젊었을 적에 사람들은 이웃 나라의 어느 왕이 신에게 매를 맞고는, 그에 대한 복수로 10년 동안은 신에게 기도하지도, 신에 대해 말하지도 말며, 자신의 권한이 미치는 한에서는 신을 믿지도 말라고 명령했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이는 그 왕의 어리석음을 비꼬려는 의도라기보다는, 그 이야기를 지어낸 국민들의 자연스러운 허영심을 보여주려는 것이었다. 이러한 악덕은 항상 함께 나타나지만, 사실 그런 행동은 어리석음보다는 오만함에 조금 더 가깝다. 아우구스투스 카이사르는 바다에서 폭풍을 만나 고생한 후 넵투누스 신에게 도전하기 시작했고, 키르쿠스 경기 대축제에서 다른 신들과 함께 있던 자신의 신상을 행렬에서 치워버리게 함으로써 그에게 복수하고자 했다. 그 점에서 그는 앞서 말한 이들보다도, 그리고 나중에 독일에서 퀸틸리우스 바루스 휘하의 전투에서 패배했을 때 분노와 절망에 빠져 벽에 머리를 들이받으며 '바루스, 내 군대를 돌려다오!'라고 울부짖었던 때보다도 더욱 변명의 여지가 없다. 신 그 자체나 운명에게, 마치 자신들의 투정을 들을 귀라도 있는 것처럼 화풀이하는 자들은 경건하지 못함까지 더해져 그 어떠한 광기보다도 앞서기 때문이다. 천둥이 치거나 번개가 칠 때 신을 설득하겠다며 화살을 쏘아대어 티탄족처럼 하늘을 향해 복수를 감행하는 트라키아인들의 사례가 그렇다. 자, 플루타르코스가 소개한 고대 시인의 말처럼 말이다.
'일에는 결코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 그것들은 우리의 모든 분노 따위엔 아무런 관심도 없으니.'
하지만 우리는 우리 정신의 무질서함에 대해 아무리 욕을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