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이 자세를 가다듬었다.
"저는 이 모임에 학생들의 고통과 저항에 대해 알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부도덕한 대화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으니……."
"도덕적인 것도 부도덕한 것도 없습니다!" 여대생이 말을 시작하자마자 김나지움 학생이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그건 김나지움 학생인 당신이 그런 걸 배우기 훨씬 전부터 난 알고 있었답니다."
"하지만 난 이렇게 주장하지." 그가 격분해서 외쳤다. "당신은 우리 모두를 계몽하겠다고 페테르부르크에서 온 어린애에 불과해.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는데 말이지.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계명을 읽을 줄도 모르고 그것이 부도덕하다고 말하는 건, 벨린스키 시절부터 러시아에선 다 알려진 이야기라고."
"이게 대체 언제 끝나는 거죠?" 비르긴스카야 부인이 남편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안주인으로서 그녀는 대화의 저질스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특히 새로 초대받은 손님들 사이에서 새어 나오는 몇 번의 웃음과 당혹스러운 표정을 본 뒤로는 더욱 그랬다.
"여러분." 비르긴스키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혹시 본론에 더 가까운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거나 발언할 내용이 있는 분이 계신다면,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바로 진행하기를 제안합니다."
"질문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며 아주 점잖게 앉아 있던 다리 저는 교사가 부드럽게 말을 꺼냈다. "여기 우리가 지금 어떠한 회의를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저 손님으로 찾아온 평범한 사람들의 모임인지 알고 싶습니다. 질서 정연함을 위해서, 그리고 괜히 모르는 채로 있지 않기 위해 여쭤보는 겁니다."
'교묘한' 질문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모두가 서로를 쳐다보며 누군가 대답해주기를 기다리는 눈치였는데, 갑자기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베르호벤스키와 스타브로긴을 바라보았다.
"전 '우리가 회의 중인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 표결할 것을 제안합니다." 비르긴스카야 부인이 말했다.
"다소 불명확하긴 하지만,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리푸틴이 거들었다.
"저도 찬성합니다.", "저도요.", 여기저기서 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 생각에도 그게 정말 더 질서 있을 것 같군요." 비르긴스키가 못을 박았다.
"좋아요, 그럼 표결에 부칩시다!" 안주인이 선언했다. "럄신 씨, 피아노 앞에 앉아주세요. 투표가 시작되면 거기서도 투표권 행사는 가능하니까요."
"또요?" 럄신이 소리쳤다. "당신들을 위해 연주하는 건 이제 지긋지긋해요."
"간곡히 부탁드리는 거예요. 앉아서 연주하세요. 당신은 이 일에 도움이 되고 싶지 않은 건가요?"
"아리나 프로호로브나, 누구도 엿듣지 않는다고 장담합니다. 부인 혼자만의 상상이에요. 창문도 높고, 설령 엿듣는다고 해도 여기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우리는 대체 무슨 일인지 우리 스스로도 모르겠어." 누군가 투덜거렸다.
"전 언제나 조심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하는 거예요. 만약 스파이가 있다면," 그녀는 베르호벤스키에게 설명하듯 말을 건넸다. "거리에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우리 집에서 축일 파티를 하고 음악 소리가 들린다고 생각하게 해야죠."
"에이, 젠장!" 럄신이 욕을 내뱉고는 피아노 앞에 앉아 왈츠곡을 마구 두드려대기 시작했는데, 거의 주먹으로 건반을 내려칠 기세였다.
"회의를 진행하기를 원하시는 분들은 오른손을 들어주세요." 비르긴스카야 부인이 제안했다.
어떤 사람들은 손을 들었고, 어떤 이들은 들지 않았다. 손을 들었다가 도로 내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렸다가 다시 올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에이, 젠장! 하나도 모르겠네." 한 장교가 외쳤다.
"나도 모르겠어." 다른 사람이 소리쳤다.
"아니, 난 알겠는데." 세 번째 사람이 외쳤다. "찬성이면 손을 들라는 거야."
"아니, 찬성이란 게 대체 뭔 뜻이야?"
"회의를 연다는 뜻이지."
"아니, 회의가 아니란 뜻이야."
"전 회의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김나지움 학생이 비르긴스카야 부인을 보며 외쳤다.
"그런데 왜 손을 들지 않았죠?"
"부인만 계속 쳐다보고 있었는데 부인께서 손을 들지 않으시길래 저도 안 들었죠."
"참 바보 같긴. 저는 제안자니까 안 든 거죠. 여러분, 다시 제안하겠습니다. 회의를 원하시는 분들은 손을 들지 말고 그냥 가만히 계시고, 원하지 않으시는 분들은 오른손을 들어주세요."
"원하지 않는 사람요?" 김나지움 학생이 되물었다.
"아니, 일부러 이러시는 건가요?" 비르긴스카야 부인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
"아니, 잠시만요. 찬성하는 사람인지 반대하는 사람인지 더 정확하게 규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두세 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하지 않는 사람은 원하지 않는 거죠."
"그러니까, 원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손을 들어야 하나요, 말아야 하나요?" 장교가 외쳤다.
"에휴, 우린 아직 헌법에 익숙해지려면 멀었군!" 소령이 한마디 했다.
"럄신 씨, 부탁인데 당신이 너무 시끄럽게 두드려대서 아무도 들을 수가 없지 않소." 다리 저는 교사가 지적했다.
"아이 참, 아리나 프로호로브나, 아무도 엿듣지 않는다고요." 럄신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연주하기 싫어요! 당신들 연주나 들려주려고 손님으로 온 게 아니라고요!"
"여러분." 비르긴스키가 제안했다. "다들 음성으로 대답해 주십시오. 우리가 지금 회의를 하는 겁니까, 아닙니까?"
"회의다, 회의야!" 사방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렇다면 더 이상 표결할 필요도 없겠군요. 충분합니다. 여러분, 다들 만족하십니까? 표결을 더 해야 하나요?"
"그만두쇼, 그만해. 다들 알았으니까!"
"혹시 회의를 원하지 않는 분 계십니까?"
"아니요, 아니요. 다들 원합니다."
"도대체 회의라는 게 뭐야?" 누군가 외쳤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의장을 뽑아야 해." 여기저기서 소리쳤다.
"주인이지, 당연히 주인이지!"
"여러분, 상황이 이렇다면," 의장으로 선출된 비르긴스키가 입을 열었다. "아까 처음 제안했던 대로, 혹시 안건과 관련해 더 할 말이 있거나 발표할 내용이 있는 분은 지체 없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