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논리를 이해했다. 하지만 2마르크라니! 나에게는 10마르크, 100마르크, 1000마르크만큼이나 거대하고 손에 닿지 않는 돈이었다. 나에겐 돈이 없었다. 어머니 방에 있는 작은 저금통에 삼촌들이 다녀가거나 할 때 받은 10페니히나 5페니히짜리 동전 몇 개가 들어 있을 뿐이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무렵 나는 용돈을 따로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어." 나는 슬프게 말했다. "돈은 한 푼도 없단 말이야. 하지만 다른 건 다 줄게. 인디언 책도 있고, 병정 인형도 있고, 나침반도 있어. 가져다줄게."
크로머는 대담하고 사악한 입술을 씰룩거리더니 바닥에 침을 뱉었다.
"잡소리 그만해!" 그가 명령하듯 말했다. "네 그 하찮은 잡동사니는 네가 다 가져. 나침반이라니! 더 화나게 하지 마, 알아들었어? 당장 돈 내놔!"
"하지만 난 돈이 없어, 용돈도 안 받는걸. 내 잘못이 아니야!"
"그럼 내일 2마르크 가져와. 방과 후에 시장 밑에서 기다릴 테니까. 말 다 했어. 돈 안 가져오면 어떻게 되는지 알게 될 거야!"
"그렇지만, 돈을 어디서 구하란 말이야? 맙소사, 난 가진 게 없는데……."
"너희 집에 돈은 충분히 있잖아. 그건 네가 알아서 할 문제고. 그럼 내일 방과 후에 봐. 다시 말하는데, 돈 안 가져오면……." 그는 내 눈을 섬뜩하게 쏘아보고는, 다시 한번 침을 뱉고는 그림자처럼 사라졌다.
* * * * *
나는 위로 올라갈 수 없었다. 내 인생은 망가졌다. 도망쳐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거나, 물에 빠져 죽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건 뚜렷한 계획 같은 게 아니었다. 나는 어둠 속에서 집 계단 맨 아래 칸에 앉아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불행에 몸을 맡겼다. 리나가 땔감을 가지러 바구니를 들고 내려왔을 때, 울고 있던 나를 발견한 것은 바로 거기였다.
나는 리나에게 위층에 아무 말도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는 위로 올라갔다. 유리문 옆 옷걸이에는 아버지의 모자와 어머니의 양산이 걸려 있었다. 이 모든 물건에서 고향의 향기와 다정함이 밀려들어 왔다. 나는 탕자가 고향 집의 풍경과 냄새를 마주했을 때처럼 절박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그것들을 맞이했다. 하지만 이제 그 모든 것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었다. 그곳은 빛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세계였고, 나는 죄책감에 깊이 빠져 낯선 파도 속으로, 모험과 죄악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으며, 적에게 위협받고 위험과 공포, 수치심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자와 양산, 정겨운 옛 사암 바닥, 복도 찬장 위의 커다란 그림, 그리고 안쪽 거실에서 들려오는 누나의 목소리까지, 그 모든 것이 예전보다 더 사랑스럽고 부드럽고 귀하게 느껴졌지만, 더 이상 위로나 안전한 안식처가 아니라 온통 비난처럼 느껴졌다. 이 모든 것은 이제 내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 평온함과 고요함을 함께 나눌 수 없었다. 내 발에는 매트로도 털어낼 수 없는 오물이 묻어 있었고, 고향 세계는 알지 못하는 그림자를 나는 짊어지고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비밀과 두려움을 안고 살아왔던가. 하지만 그것들은 오늘 이 공간으로 내가 가져온 것들에 비하면 그저 장난에 불과했다. 운명이 내 뒤를 쫓아왔고, 어머니조차 나를 지켜줄 수 없으며 결코 알게 해서는 안 될 손길이 나를 향해 뻗어 있었다. 내가 저지른 죄가 도둑질이든 거짓말이든(하느님과 영혼을 걸고 맹세했던 그 거짓 맹세는 어쩔 것인가?)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내 죄는 이것저것이 아니었다. 내 죄는 악마에게 손을 내주었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나는 왜 그를 따라갔던가? 왜 아버지보다 더 잘 프란츠 크로머의 말에 복종했던가? 왜 그 도둑질 이야기를 지어냈던가? 왜 범죄를 영웅담인 양 자랑했던가? 이제 악마가 내 손을 잡고 있었고, 적이 내 뒤를 쫓고 있었다.
잠시 동안 나는 내일에 대한 두려움보다 내 길이 이제 끝없이 내리막으로, 어둠 속으로 이어지리라는 끔찍한 확신을 느꼈다. 내 잘못이 더 큰 잘못들을 낳으리라는 것, 형제들 앞에 나타난 내 모습과 부모님께 드린 인사와 입맞춤조차 거짓이라는 것,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 숨겨야만 하는 운명과 비밀을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의 모자를 바라보자 순간적으로 신뢰와 희망이 내 마음속에서 번뜩였다. 아버지께 모든 것을 말씀드리고, 아버지의 심판과 벌을 달게 받은 뒤 나를 도와줄 조력자이자 구원자로 만들 작정이었다. 그것은 내가 예전에도 자주 겪었던 것과 같은 속죄의 시간이 될 터였다. 맵고 쓴 시련의 시간, 그리고 눈물 어린 간절한 용서 구하기.
얼마나 달콤하게 들리는 생각인가! 얼마나 아름다운 유혹인가! 하지만 그건 이뤄질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내가 그렇게 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 나에게는 나 혼자서 오롯이 감당해야 할 비밀과 빚이 생겼음을 깨달았다. 어쩌면 나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순간부터 영원히 악의 무리에 속하게 되어, 악한 자들과 비밀을 공유하고, 그들에게 의존하며 복종하고, 결국 그들과 같은 부류가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어른인 척, 영웅인 척했지만, 이제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내가 들어갔을 때 아버지가 젖은 신발을 지적하신 것은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 덕분에 아버지는 더 심각한 일은 눈치채지 못하셨고, 나는 아버지의 꾸중을 들으며 속으로 그 비난을 나의 진짜 잘못과 연관 지었다. 그 순간 내 안에서 기묘하고 새로운 감정이 솟구쳤다. 악의적이고 날카롭고 갈고리 같은 감정, 바로 아버지를 나보다 아래로 보는 우월감이었다! 나는 잠시 동안 아버지의 무지함을 비웃었고, 젖은 신발에 대한 꾸중이 사소하게만 느껴졌다. '아버지가 알기라도 한다면!' 나는 생각했다. 그러고는 마치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심문을 받고 있지만 사실은 살인죄를 고백해야 하는 범죄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흉측하고 불쾌한 감정이었지만 강렬했고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 생각은 그 어떤 것보다 더 단단히 나를 내 비밀과 죄악에 묶어놓았다. 어쩌면 크로머는 벌써 경찰서에 가서 나를 고발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는데, 사람들은 이곳에서 나를 그저 어린애로만 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이 모든 사건 중에서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고 오래 남는 부분이다. 그것은 아버지의 신성함에 난 첫 번째 균열이었으며, 내 어린 시절의 삶이 지탱하던 기둥에 가해진 첫 번째 칼질이었다. 모든 인간은 자기 자신이 되기 전에 그 기둥들을 파괴해야만 한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이런 경험들이 모여 우리 운명의 내밀하고 본질적인 궤적을 이룬다. 그런 상처와 균열은 겉으로는 아물고 잊히지만, 마음속 가장 비밀스러운 방에서는 여전히 살아 숨 쉬며 피를 흘리고 있다.
나는 그 새로운 감정에 즉시 두려움을 느꼈다. 아버지께 당장 달려가 발이라도 입 맞추며 용서를 빌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본질적인 잘못을 용서받을 수는 없는 법이고, 아이는 현자 못지않게 그 사실을 깊이 느끼고 잘 알고 있다.
나는 내 문제를 깊이 생각하고 내일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지만, 그러지 못했다. 나는 저녁 내내 달라진 거실의 공기에 익숙해지느라 정신이 없었다. 벽시계와 탁자, 성경과 거울, 책꽂이와 벽에 걸린 그림들이 마치 나에게 작별을 고하는 듯했다. 나는 내 세계, 내 좋고 행복했던 삶이 과거가 되어 나에게서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얼어붙는 심정으로 지켜봐야 했고, 내가 어둠 속 낯선 곳에 뿌리를 내리고 옭아매어져 있음을 느껴야 했다. 처음으로 죽음을 맛보았는데, 죽음은 쓰디쓰다. 그것은 탄생이자, 끔찍한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침대에 누웠을 때 나는 안도했다. 그 직전 마지막 연옥 같은 저녁 예배가 있었고, 우리가 가장 좋아하던 찬송가를 불렀다. 아, 나는 따라 부를 수 없었고, 모든 음률이 나에게는 쓸개와 독이었다. 아버지가 축도를 하실 때도 나는 기도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우리 모두와 함께하시기를!"이라고 끝맺으셨을 때, 무언가에 이끌리듯 나는 그 무리에서 튕겨 나갔다. 하느님의 은총은 그들 모두와 함께였지만, 더 이상 나와는 함께가 아니었다. 나는 차갑고 깊은 피로감 속에서 물러나왔다.
침대에 누워 얼마간 시간이 지나 온기와 안락함이 다정하게 나를 감싸자, 내 마음은 다시 한번 불안 속을 헤매며 과거 주변을 걱정스럽게 맴돌았다. 어머니는 늘 그렇듯 내게 잘 자라고 말씀하셨고, 어머니의 발소리는 방 안에 아직 남아 있었으며 촛불의 잔영이 문틈으로 여전히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제, 지금 다시 돌아오실 거야. 엄마는 눈치채셨어. 내게 입 맞추고 다정하게 희망을 담아 물어보시겠지. 그러면 나는 울음을 터뜨릴 수 있고, 목에 걸린 돌덩이가 녹아내릴 거야. 나는 엄마를 껴안고 모든 것을 털어놓을 거야. 그러면 다 괜찮아질 거야, 구원을 받는 거야!' 문틈이 어두워진 뒤에도 나는 한동안 귀를 기울이며, 그렇게 되기를, 정말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 내 적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나는 그를 똑똑히 보았다. 그는 한쪽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고 입가는 거칠게 비웃고 있었다. 그를 바라보며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삼키고 있자 그는 점점 더 크고 흉측해졌으며, 사악한 눈은 악마처럼 번뜩였다. 잠들 때까지 그는 내 곁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하지만 정작 꿈에서는 그도, 오늘 일도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부모님, 누나들, 그리고 내가 함께 배를 타고 있는 꿈을 꾸었다. 휴일의 평화와 눈부신 햇살이 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한밤중에 잠에서 깼을 때 나는 아직 행복의 여운을 느끼고 있었고, 햇살 속에서 반짝이는 누나들의 흰 여름 옷을 눈앞에 선하게 떠올렸다. 그러나 이내 모든 낙원으로부터 지금의 현실로 추락했고, 다시 한번 사악한 눈을 가진 적과 마주해야 했다.
아침에 어머니가 서둘러 들어와 벌써 늦었다며 왜 아직 침대에 있느냐고 불렀을 때, 내 안색은 좋지 않았고 어머니가 어디 아프냐고 물었을 때 나는 구토를 했다.
그 덕분에 뭔가 하나는 건진 셈이었다. 나는 몸이 조금 아파 아침 내내 카모마일 차를 마시며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옆방에서 어머니가 정리하는 소리, 밖에서 리나가 정육점 주인을 맞는 소리를 듣는 것도 좋았다. 학교에 가지 않는 오전은 마법 같고 동화 같은 시간이었다. 그때 방 안으로 비쳐드는 햇살은 학교에서 녹색 커튼을 내려 가려야만 했던 그 햇살과는 다른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조차도 내 입맛에 맞지 않았고 무언가 어긋난 느낌이 들었다.
차라리 죽어버렸더라면! 하지만 나는 예전에도 그랬듯 그저 몸이 조금 안 좋을 뿐이었고, 그걸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학교는 가지 않아도 되었지만, 11시에 시장에서 나를 기다릴 크로머로부터는 전혀 도망칠 수 없었다. 이번만큼은 어머니의 다정함조차 위로가 되지 않았고, 오히려 거추장스럽고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나는 곧 다시 잠든 척하며 생각에 잠겼다. 아무 소용 없었다. 11시에는 시장에 나가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10시에 조용히 일어나 이제 몸이 다 나았다고 말씀드렸다. 이런 경우 늘 그렇듯 다시 침대로 들어가든가 아니면 오후에 학교에 가야 한다는 말씀이 돌아왔다. 나는 기꺼이 학교에 가겠다고 대답했다. 나름의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돈 없이는 크로머에게 갈 수 없었다. 내 소유였던 작은 저금통을 손에 넣어야만 했다. 그 안에 든 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 얼마간은 있었고, 뭐라도 있는 게 없는 것보다는 낫고 적어도 크로머를 달랠 수는 있으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양말을 신은 채 어머니의 방으로 살금살금 들어가 책상에서 저금통을 꺼낼 때, 내 기분은 무척 참담했다. 하지만 어제만큼은 아니었다. 심장이 두근거려 숨이 막힐 지경이었는데, 아래층 계단에서 저금통을 처음 확인했을 때 저금통이 잠겨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상황은 더 나빠졌다. 저금통을 부수는 건 아주 쉬웠다. 얇은 양철 창살만 찢어내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 찢어지는 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 비로소 그제야 나는 도둑질을 한 것이었다. 그전까지는 설탕 조각이나 과일을 조금 집어 먹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도둑질이었다. 내 돈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는 내가 또 한 걸음 더 크로머와 그의 세계에 가까워졌음을, 그렇게 조금씩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음을 느꼈고, 그에 반발하듯 오기를 부렸다. 악마가 나를 데려가든 말든,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돈을 세어 보았다. 저금통 안에서는 가득 찬 소리가 났는데, 손에 쥐어 보니 꼴랑 그게 다였다. 65페니히였다. 나는 아래층 복도에 저금통을 숨기고, 꽉 쥔 손에 돈을 숨긴 채 집 밖으로 나왔다. 이 대문을 나설 때의 나는 이전의 내가 아니었다. 위층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았지만, 나는 서둘러 멀어졌다.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나는 낯설게 변해버린 도시의 골목길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본 적 없는 구름 아래서, 나를 쳐다보는 집들과 나를 의심하는 사람들을 지나쳤다. 가다가 문득 예전에 한 학교 친구가 가축 시장에서 탈러 은화를 주웠던 기억이 났다. 하느님께서 기적을 베푸시어 나도 그런 돈을 줍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더 이상 기도할 자격이 없었다. 설령 주웠다 해도 이미 저금통은 예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었을 테지만.
프란츠 크로머는 멀리서 나를 보았지만, 아주 천천히 다가오며 나를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는 내 가까이에 오자 따라오라는 듯 명령조로 손짓을 하더니,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은 채 유유히 계속 걸어갔다. 스트로 가스를 따라 내려가 다리를 건너, 마지막 집들이 있는 곳의 새로 짓는 건물 앞에서 멈춰 섰다. 그곳에는 일하는 사람이 없었고, 벽은 문도 창문도 없이 헐벗은 채 서 있었다. 크로머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고, 나도 그를 따라 들어갔다. 그는 벽 뒤로 가서 나를 손짓해 부르더니 손을 내밀었다.
"가져왔어?" 그가 차갑게 물었다.
나는 주먹 쥔 손을 주머니에서 꺼내 그의 손바닥 위에 돈을 쏟아 놓았다. 마지막 5페니히 동전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벌써 다 세어 보았다.
"65페니히네." 그가 나를 보며 말했다.
"응." 나는 수줍게 대답했다. "내가 가진 전부야. 부족하다는 건 나도 잘 알아. 하지만 이게 전부인걸. 더 이상은 없어."
"너라면 더 똑똑할 줄 알았는데." 그가 거의 부드러운 핀잔을 주듯 꾸짖었다. "신사들 사이에는 질서가 있는 법이지. 나는 옳지 않은 걸 너한테서 뺏고 싶지 않아, 너도 알잖아. 네 니켈 동전 다시 가져가, 자! 다른 녀석은, 누군지 알지? 나랑 흥정하려고 하지 않아. 그 녀석은 제때 다 내."
"하지만 난 더 이상 가진 게 없어! 그게 내 저금통 전부였다고."
"그건 네 사정이고. 난 널 불행하게 만들 생각은 없어. 넌 아직 나한테 1마르크 35페니히를 빚지고 있어. 언제 줄 거지?"
"오, 당연히 줄 거야, 크로머!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곧 더 생길지도 몰라. 내일이나 모레쯤엔. 내가 아버지께 말씀드릴 수 없다는 거 알잖아."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난 너한테 해를 끼치려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사실 정오 전에도 돈을 다 받아낼 수 있었어. 난 가난하거든. 넌 좋은 옷을 입고 나보다 더 나은 점심을 먹잖아. 하지만 불평 안 할게. 내가 기꺼이 좀 기다려 주겠다는 거야. 모레 오후에 휘파람을 불 테니까, 그때 가져와서 해결해. 내 휘파람 소리 알지?"
그가 내 앞에서 휘파람을 불어 보였고, 나는 그 소리를 자주 들은 적이 있었다.
"응." 나는 "알아."라고 말했다.
그는 마치 내가 남남이라는 듯 가버렸다. 우리 사이엔 그저 거래가 있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 * * * *
지금도 문득 크로머의 휘파람 소리를 다시 듣게 된다면 나는 깜짝 놀랄 것 같다. 그때부터 나는 그 소리를 자주 들었고, 마치 언제나 그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그 휘파람 소리가 닿지 않는 곳, 하지 않는 놀이, 일, 생각은 없었다. 그 휘파람은 나를 복종하게 만들었고, 이제 나의 운명이 되어 있었다. 나는 내가 무척 아끼던 작은 꽃밭에서 부드럽고 다채로운 가을 오후를 보내곤 했는데, 그때마다 묘한 충동이 일어 예전 어린 시절의 놀이를 다시 하곤 했다. 말하자면 나는 나보다 더 어리고, 아직 선하고 자유로우며 순진하고 평온했던 시절의 소년 흉내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한가운데로, 언제나 예견되면서도 언제나 끔찍하게 거슬리고 놀라웠던 크로머의 휘파람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와 실을 끊어버리고 나의 상상을 산산조각 내곤 했다. 그러면 나는 가야만 했다. 나를 괴롭히는 그 애를 따라 험하고 지저분한 곳으로 가서, 변명을 늘어놓고 돈을 독촉받아야 했다. 이 모든 일은 아마 몇 주 동안 지속되었겠지만, 나에게는 몇 년, 아니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리나가 부엌 탁자 위에 장바구니를 두고 갔을 때 슬쩍 훔친 5페니히나 10페니히 동전조차 좀처럼 손에 넣지 못했다. 그때마다 나는 크로머에게 꾸중을 듣고 경멸을 뒤집어썼다. 그를 속이고 그의 정당한 권리를 가로채려던 녀석도, 그를 도둑질하고 그를 불행하게 만든 녀석도 바로 나였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곤경이 가슴을 짓누른 적도, 이렇게까지 큰 절망과 예속감을 느낀 적도 드물었다.
나는 저금통을 놀이용 마커로 채워 제자리에 두었고, 아무도 그것에 대해 묻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일조차 언제든 나에게 화근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크로머의 거친 휘파람 소리보다도, 때때로 어머니가 조용히 다가오실 때 나는 더 두려움을 느꼈다. 혹시 저금통에 대해 물으러 오시는 건 아닐까?
돈 없이 악마 같은 그 녀석 앞에 나타난 적이 많아지자, 그는 다른 방식으로 나를 괴롭히고 부려 먹기 시작했다. 나는 그를 위해 일을 해야 했다. 그가 아버지 심부름을 해야 할 때면 내가 대신 그 일을 처리해야 했다. 아니면 그는 나에게 한쪽 다리로 10분 동안 뛰어다니거나, 지나가는 사람의 옷에 종이 쪽지를 붙이는 것 같은 곤란한 과제를 시키기도 했다. 나는 밤마다 꿈속에서 이 괴롭힘을 계속 겪으며 악몽의 식은땀을 흘리곤 했다.
한동안 나는 앓아누웠다. 자주 구토를 했고 가벼운 오한을 느꼈지만, 밤이 되면 식은땀을 흘리며 열에 시달렸다. 어머니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하고 나에게 지극한 관심을 보여주셨는데, 나는 그 관심에 믿음으로 보답할 수 없었기에 오히려 괴로웠다.
어느 날 저녁, 이미 잠자리에 들어 있을 때 어머니께서 초콜릿 한 조각을 가져오셨다. 예전에 착한 일을 했을 때 잠들기 전 위안 삼아 얻어먹곤 했던 그 초콜릿이었다. 어머니는 그 자리에 서서 초콜릿 조각을 내게 내미셨다. 나는 가슴이 너무 아파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어디가 아프냐고 물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나는 그저 "안 돼요! 안 돼요!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요."라고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초콜릿을 침대 옆 탁자에 놓고 나가셨다. 다음 날 어머니께서 그 일에 대해 물으려 하셨을 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 한번은 어머니가 의사를 데려오셨는데, 의사는 나를 진찰하고는 아침마다 냉수 마찰을 하라고 처방했다.
당시 나의 상태는 일종의 광기였다. 우리 집의 질서 정연한 평화 속에서 나는 유령처럼 겁에 질려 괴로워하며 살았고, 다른 사람들의 삶에 끼어들지도 못했으며, 한 시간이라도 나 자신을 잊는 일은 거의 없었다. 자주 짜증 섞인 태도로 나를 다그치는 아버지에게 나는 입을 닫고 차갑게 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