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가 있으신 것 같아 걱정입니다." 나는 마침내 아주 답답하고 건조하며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리석고 무의미한 그 말들은 마치 싸구려 신문 소설을 읽는 것처럼 기계적으로 내 입술을 맴돌았다.
"자네 말이 아주 정확해." 피스토리우스가 나직하게 말했다. "자네 말이 맞아." 그가 잠시 멈췄다. 그러고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사람이 타인에 대해 옳다고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말이지."
'아니, 아니야.' 내 안에서 비명이 들렸다. '내가 틀렸어!'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내 그 짧은 말 한마디로 그의 본질적인 약점, 그의 고통과 상처를 찌르고 말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는 그가 자기 자신조차 의심할 수밖에 없는 그 지점을 건드린 것이었다. 그의 이상은 '구식'이었고, 그는 과거를 향해 탐색하는 자였으며, 낭만주의자였다. 문득 나는 뼛속 깊이 깨달았다. 피스토리우스가 내게 보여주고 주었던 바로 그것을, 그는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줄 수 없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는 나를 인도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 즉 인도자인 그조차도 넘어서고 떠나야만 할 길로 이끌었던 것이다.
그런 말이 어떻게 튀어나오는지 신만이 아시겠지! 나는 악의를 품고 말한 게 아니었고, 이런 파국이 닥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그 말을 내뱉는 순간까지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그저 약간 재치 있고 약간은 심술궂은 충동에 몸을 맡겼을 뿐인데, 그것이 운명이 되어버렸다. 나는 작은 경솔한 무례를 범했을 뿐이었지만, 그에게는 그것이 심판이 되고 말았다.
아, 그때 얼마나 간절히 바랐던가. 그가 화를 내주기를, 자신을 변호하며 내게 소리라도 질러주기를! 그는 그러지 않았고, 그 모든 감정을 나는 내 안에서 스스로 겪어야 했다. 그가 웃을 수 있었다면 아마 웃었을 것이다. 그러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나는 내가 그를 얼마나 깊이 상처 입혔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피스토리우스는 제자인 나의 건방지고 배은망덕한 일격을 그렇게 소리 없이 받아들였다. 침묵하며 내 말이 옳다고 인정하고, 내 말을 운명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그는 나를 나 자신조차 혐오하게 만들었고, 나의 경솔함을 천 배는 더 크게 부풀려 놓았다. 내가 그를 쳤을 때 나는 강하고 저항할 힘이 있는 상대를 치는 줄 알았지만, 사실 나는 조용히 인내하는 사람, 아무런 무기도 없이 침묵 속에 굴복하는 약자를 친 것이었다.
우리는 오랫동안 사그라드는 불꽃 앞에 누워 있었다. 불꽃 속에서 타오르는 형상 하나하나, 구부러지는 재 덩어리 하나하나가 내게 행복하고 아름답고 풍요로웠던 시간들을 기억하게 했고, 피스토리우스에 대한 나의 채무는 갈수록 커져만 갔다. 마침내 나는 견딜 수 없게 되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의 집 문 앞에, 어두운 계단에, 그리고 집 밖까지 오랫동안 서서 그가 혹시 따라 나오지 않을까 기다렸다. 그러고는 발길을 돌려 도심과 교외, 공원과 숲을 지나 밤이 될 때까지 몇 시간이고 계속 걸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내 이마에 새겨진 카인의 표식을 느꼈다.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던 건 한참 뒤의 일이었다. 내 생각은 하나같이 나 자신을 비난하고 피스토리우스를 변호하려 했지만, 결말은 늘 정반대였다. 나는 수천 번이라도 내 경솔한 말을 후회하고 취소할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 말은 진실이었다. 이제야 비로소 나는 피스토리우스를 이해하고 그의 꿈 전체를 내 앞에서 그려볼 수 있었다. 그의 꿈은 사제가 되어 새로운 종교를 선포하고, 고양과 사랑과 숭배의 새로운 형식을 제시하며, 새로운 상징을 세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힘도, 그의 소명도 아니었다. 그는 과거의 것에 지나치게 따뜻하게 머물렀고, 옛것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며, 이집트와 인도, 미트라와 아브락사스에 대해 너무나 많이 알고 있었다. 그의 사랑은 이미 지구가 보아온 형상들에 묶여 있었지만, 그는 내심 알고 있었을 것이다. 새로운 것은 새롭고 달라야 하며, 수집품이나 도서관에서 길어 올릴 것이 아니라 신선한 토양에서 솟아나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의 소명은 어쩌면 그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이 스스로를 찾아가도록 돕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에게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새로운 신들을 안겨주는 것은 그의 소명이 아니었다.
바로 그 순간, 날카로운 불길처럼 깨달음이 내 안을 태웠다. 모든 사람에게는 '소명'이 있지만, 스스로 선택하고 규정하며 마음대로 관리할 수 있는 소명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새로운 신을 갈구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었고, 세상에 무언가를 베풀려 하는 것 또한 완전히 잘못된 일이었다! 깨어 있는 인간에게는 단 하나의 의무, 즉 자기 자신을 찾고 내면을 확고히 하며, 그 길이 어디로 향하든 상관없이 스스로의 길을 더듬어 나아가는 의무밖에는 없었다. 그 깨달음은 나를 깊이 흔들어 놓았고, 그것이 바로 이번 경험이 내게 남긴 결실이었다. 나는 종종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며, 시인이나 예언자, 혹은 화가 같은 어떤 역할이 내게 주어진 것은 아닐까 상상하곤 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나는 시를 쓰거나, 설교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도 그런 목적을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그 모든 것은 그저 부차적인 결과일 뿐이었다. 모든 인간의 진정한 소명은 오직 단 하나,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는 것뿐이다. 그가 시인으로 남든, 광인으로 남든, 예언자로 남든, 혹은 범죄자로 남든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고, 결국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의 과제는 남의 것이 아닌 자신의 운명을 찾아내어, 그 운명을 내면에서 온전하고 흔들림 없이 살아내는 것이었다. 그 외의 모든 것은 불완전한 것이며, 도피하려는 시도였고, 대중의 이상으로 회피하는 것이었으며, 자신의 내면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타협이었다. 두렵고도 성스러운 새로운 형상이 내 앞에 떠올랐다. 수백 번 예감했고 어쩌면 이미 자주 입 밖으로 내뱉었을지도 모를 그 모습이, 이제야 비로소 온전히 체감되었다. 나는 자연이 던진 하나의 피조물, 미지의 세계를 향해 던져진 존재였고, 그것이 새로운 미래로 향할지 허무로 향할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근원적인 심연에서 비롯된 그 던져짐을 끝까지 완수하고, 내 안의 의지를 느껴 그것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 오직 그것만이 나의 소명이었다. 오직 그것만이!
나는 이미 적지 않은 고독을 맛보았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보다 더 깊은 고독이 존재하며, 그로부터 결코 도망칠 수 없음을 예감했다.
나는 피스토리우스를 달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우리는 친구로 남았지만, 우리 사이의 관계는 변해 있었다. 단 한 번 우리는 그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사실 그것도 그가 혼자 말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가 말했다.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사제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있네. 우리가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새로운 종교의 사제가 되고 싶었지. 하지만 나는 결코 그럴 수 없을 걸세. 스스로 인정하기까진 한참이 걸렸지만,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 나는 그저 다른 방식의 사제직을 수행할 걸세. 아마 오르간 연주를 통해서일 수도 있고, 다른 방법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항상 내가 아름답고 성스럽다고 느끼는 무언가에 둘러싸여 있어야 하네. 오르간 음악, 신비, 상징, 신화 같은 것들이 필요하고, 그것들을 포기하고 싶지 않지. 그게 나의 약점이라네. 왜냐하면 가끔은, 싱클레어, 때때로 내가 그런 소망을 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것이 사치이자 약점이라는 것을 나 자신도 알고 있기 때문이지. 운명에 아무런 요구 없이 그저 순순히 몸을 맡기는 편이 더 위대하고 옳은 길일 거야.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어. 유일하게 내가 할 수 없는 일이지. 어쩌면 자네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건 아주 어려운 일이야. 세상에서 유일하게 정말로 어려운 일이지, 얘야. 나는 종종 꿈을 꾸곤 하지만, 감히 실천할 수는 없네. 그 앞에서는 몸서리가 쳐져. 그렇게 완전히 벌거벗은 채 홀로 설 수는 없는 노릇이야. 나 역시 따스함과 먹이가 필요하고, 가끔은 동류의 존재들이 곁에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 하는 가련하고 나약한 인간일 뿐이니까. 오직 자신의 운명만을 바라는 자는 더 이상 동류를 찾을 수 없고, 완전히 홀로 서서 차가운 우주만을 마주하게 될 걸세. 자네도 알겠지만, 그것은 겟세마네 동산에 있던 예수의 모습이지. 기꺼이 십자가에 못 박히길 자처한 순교자들이 있었지만, 그들조차 영웅은 아니었고 해방된 자들도 아니었어. 그들 역시 자신들에게 익숙하고 그리운 무언가를 원했고, 본보기와 이상을 가지고 있었지. 오직 운명만을 원하는 자에게는 본보기도 이상도 없네. 사랑스러운 것도, 위로가 되는 것도 없지! 사실은 그 길을 가야만 하는 것인데 말이야. 나와 자네 같은 사람들은 꽤 고독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서로가 있고, 평범하지 않게 살아가고 반항하며 남다른 것을 원한다는 은밀한 자부심이라도 있네. 하지만 그 길을 끝까지 가려면 그런 것조차 버려야 해. 혁명가도, 본보기도, 순교자도 되려 해서는 안 되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야……."
아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꿈꿀 수는 있었고, 미리 느껴볼 수도 있었으며, 예감할 수도 있었다. 아주 고요한 시간을 마주할 때면 나는 그 느낌을 몇 번인가 경험했다. 그때마다 나는 내 내면을 들여다보며 내 운명의 형상이 가진 멍한 눈을 마주했다. 그 눈은 지혜로 가득할 수도, 광기로 가득할 수도, 사랑을 내뿜을 수도, 혹은 깊은 악의를 담을 수도 있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 무엇도 선택해서는 안 되었고, 그 무엇도 원해서는 안 되었다. 오직 '자기 자신'만을, 오직 자신의 운명만을 원해야 했다. 피스토리우스는 그 길의 한 구간을 인도자로서 내게 봉사해주었다.
그 시절 나는 눈먼 사람처럼 방황했고, 내 안에서는 폭풍이 몰아쳤으며, 발걸음 하나하나가 위험이었다. 나는 그저 지금까지 걸어온 모든 길이 흘러 들어가 가라앉고 있는 끝없는 어둠만을 보았다. 그리고 내 내면에는 데미안을 닮은 인도자의 형상이 보였고, 그 눈동자에는 내 운명이 서려 있었다.
나는 종이에 이렇게 적었다. "인도자가 나를 떠났습니다. 나는 완전히 어둠 속에 서 있습니다. 혼자서는 한 걸음도 내디딜 수 없습니다. 도와주세요!"
이것을 데미안에게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보내려고 할 때마다 바보 같고 의미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그 작은 기도를 외웠고, 마음속으로 자주 되뇌었다. 그것은 매 순간 나와 함께했다. 나는 기도가 무엇인지 비로소 어렴풋이 깨닫기 시작했다.
* * * * *
학교생활이 끝났다. 아버지가 계획하신 대로 나는 방학 여행을 떠나야 했고, 그 후에는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었다. 어느 학부에 갈지는 정하지 못했다. 철학 한 학기를 듣는 것이 허락되었지만, 다른 어떤 학문이라도 상관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