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 부인 댁? 그래, 가야겠어."
'가는 데 15분, 오는 데 15분.그는 이미 오고 있을 거야, 곧 도착하겠지.'그녀는 시계를 꺼내 보았다.'하지만 어떻게 날 이런 상태로 두고 가버릴 수가 있지?나와 화해하지도 않고 어떻게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그녀는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보았다.시간상으로는 이미 돌아왔어야 했다.하지만 계산이 틀렸을지도 몰라. 그녀는 다시 그가 언제 떠났는지 떠올리며 시간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자신의 시계를 확인하려고 큰 시계 쪽으로 다가가는데, 누군가 마차를 타고 도착했다.창밖을 내다본 그녀는 그의 마차를 보았다.하지만 계단으로 올라오는 사람은 없었고 아래층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심부름꾼이 마차를 타고 돌아온 것이었다.그녀는 그를 만나러 내려갔다.
"백작님을 만나지 못했습니다.니제고로드 방향으로 떠나셨습니다."
"뭐라고? 뭐라고?" 그녀는 자신에게 쪽지를 돌려주는 불그레하고 쾌활한 미하일라에게 물었다.
'아, 그가 쪽지를 받지 못했구나.' 그녀는 떠올렸다.
"이 쪽지를 가지고 브론스카야 백작 부인이 계신 시골로 가세요.어딘지 알죠? 당장 가서 답장을 받아오세요." 그녀가 심부름꾼에게 말했다.
'그럼 나는, 나는 어떻게 하지?' 그녀는 생각했다.'그래, 돌리한테 가자. 정말이야, 안 그러면 난 미쳐버릴 거야.그래, 전보를 칠 수도 있겠지.'그녀는 전보를 작성했다.
'할 이야기가 있어요, 지금 당장 와주세요.'
전보를 보낸 뒤 그녀는 옷을 입으러 갔다.이미 옷을 다 입고 모자까지 쓴 그녀는 다시 살이 찌고 차분해진 안누슈카의 눈을 바라보았다.그 작고 선한 회색 눈에는 명백한 연민이 서려 있었다.
"안누슈카, 얘야, 나보고 어떡하라는 거니?" 안나는 흐느껴 울며 맥없이 의자에 주저앉았다.
"안나 아르카디예브나, 뭘 그렇게까지 걱정하세요! 다 있는 일인걸요. 다녀오시면 마음이 좀 풀릴 거예요." 하녀가 말했다.
"그래, 가야겠어." 안나는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며 말했다."만약 내가 없는 사이에 전보가 오면 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네로 보내줘…… 아니야, 내가 직접 돌아올게."
'그래, 생각할 것 없어. 뭐든 해야 해. 떠나야 해. 무엇보다 이 집에서 나가야 해.' 그녀는 심장에서 들려오는 무시무시한 고동 소리에 공포를 느끼며 서둘러 밖으로 나가 마차에 올라탔다.
"어디로 갈까요?" 마차 앞좌석에 앉기 전에 표트르가 물었다.
"즈나멘카의 오블론스키가로 가 줘."
XXVIII
날씨는 맑았다.아침 내내 가늘고 잦은 비가 내렸으나 방금 전 개었다.철제 지붕, 보도 블록, 포장도로의 둥근 돌, 마차의 바퀴와 가죽, 구리와 양철로 된 부품들이 오월의 햇살 아래 모두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오후 세 시였고 거리는 가장 활기찬 시간이었다.
회색 말들이 빠르게 달리는 안락한 마차 구석에 앉아, 끊임없이 들려오는 바퀴 소리와 맑은 공기 속에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접하며 지난 며칠간의 일을 곱씹어 보니, 안나는 자신의 처지가 집에서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보였다.이제 죽음에 대한 생각도 더 이상 그렇게 두렵거나 선명하게 다가오지 않았고, 죽음 자체가 필연적인 것으로 느껴지지도 않았다.그녀는 자신이 그토록 비굴하게 굴었던 것을 자책했다.'내가 그에게 용서를 빌다니.그에게 굴복했어.내 잘못을 인정했지.왜 그랬을까?그가 없으면 못 산다는 건가?'그가 없이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그녀는 간판들을 읽기 시작했다.'사무실과 창고.치과의사.그래, 돌리에게 다 말해야지.그 애는 브론스키를 좋아하지 않아.창피하고 괴롭겠지만, 다 말할 거야.그 애는 날 사랑하니까, 그 애의 조언을 따르겠어.그에게 굴복하지 않겠어. 그가 나를 길들이게 두지 않을 거야.필리포프, 칼라치 빵.페테르부르크로 반죽을 가져간다지.모스크바 물은 정말 좋아.그리고 미티시치 우물물과 블린도.'그러고는 아주 먼 옛날, 열일곱 살 때 숙모와 함께 트로이체에 갔던 일을 떠올렸다.'그땐 말 타고 갔었지.손이 빨갛던 그 애가 정말 나였을까?그땐 그렇게 아름답고 아득해 보였던 것들이 지금은 얼마나 하찮아졌는지, 그리고 그때 있었던 일들은 이제 영영 돌이킬 수 없게 되었지.내가 이런 비굴한 처지까지 전락할 줄 그때 과연 믿었을까?내 쪽지를 받으면 그 사람은 얼마나 오만하게 기뻐할까!하지만 보여주겠어…….페인트 냄새 고약해.왜들 그렇게 칠하고 짓는 거지?유행과 의상.' 그녀는 그렇게 읽었다.한 남자가 그녀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안누슈카의 남편이었다.'우리의 기생충들.' 브론스키가 그렇게 말했던 것이 기억났다.'우리? 왜 우리지?과거를 뿌리째 뽑아버릴 수 없다는 게 끔찍해.뽑을 수는 없어도 기억은 감출 수 있겠지.그래, 감춰버리겠어.'그 순간 그녀는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와의 과거, 그리고 그를 기억에서 어떻게 지워버렸는지를 떠올렸다.'돌리는 내가 두 번째 남편마저 떠난다고 생각하겠지. 그래서 내가 분명 잘못했다고 여길 거야.내가 옳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아나!난 그럴 수 없어!' 그녀가 혼잣말을 했고,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두 젊은 여자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웃고 있었을지 생각하기 시작했다.'사랑 이야기일까?사랑이 얼마나 유쾌하지도 않고 비천한 건지 저들은 모르겠지…….길거리와 아이들.말 타기 놀이를 하며 달려가는 사내아이 세 명.세료자!난 모든 걸 잃고 다시는 아이를 찾지 못할 거야.그래, 그 사람이 돌아오지 않으면 모든 걸 잃게 돼.어쩌면 기차를 놓쳐서 벌써 돌아왔을지도 몰라.또 굴욕을 자처하는구나!' 그녀는 스스로에게 말했다.'아니, 돌리에게 가서 솔직하게 말하는 거야. 나 불행해요. 물론 그럴 만한 이유가 있고 내 잘못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난 불행하니 제발 도와줘요, 라고.저 말들과 저 마차, 이 마차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이 얼마나 역겨운지 모르겠어. 모든 게 그 사람 건데, 이젠 다시는 볼 수 없겠지.'
돌리에게 할 모든 말을 떠올리며 일부러 제 마음을 휘저어놓던 안나는 계단을 올랐다.
"누구 계세요?" 그녀가 현관에서 물었다.
"카테리나 알렉산드로브나 레비나 부인이 계십니다." 하인이 대답했다.
'키티! 브론스키가 사랑했던 바로 그 키티로군. 그가 사랑으로 추억하던 바로 그 사람이야. 그는 그녀와 결혼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어. 반면에 나에 대해서는 증오심으로 떠올리며 나와 맺어진 걸 후회하고 있지.'
안나가 도착했을 때 자매는 수유 문제로 상의 중이었다. 돌리만이 홀로 나와 손님을 맞이했는데, 지금 이 순간 안나는 그들의 대화를 방해하는 존재가 되었다.
"아직 안 갔어? 직접 찾아가려던 참이었는데. 오늘 스티바에게서 편지를 받았어." 그녀가 말했다.
"우리도 전보를 받았어." 안나가 키티를 보려고 주위를 둘러보며 대답했다.
"스티바는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가 정확히 뭘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답을 듣기 전에는 떠나지 않겠다고 하더군."
"난 누가 있는 줄 알았어. 편지 좀 볼 수 있을까?"
"응, 키티 말이야." 돌리가 당황하며 대답했다. "아이 방에 남아 있어. 몸이 아주 안 좋았거든."
"들었어. 편지 좀 볼 수 있을까?"
"금방 가져올게. 하지만 그 사람이 거절하는 건 아니야. 오히려 스티바는 희망을 품고 있어." 돌리가 문 앞에서 멈춰 서며 말했다.
"난 희망도 없고, 원하지도 않아." 안나가 말했다.
'뭐지, 키티는 나를 만나는 게 수치스럽다고 생각하나? 혼자 남겨진 안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그게 맞을지도 몰라. 하지만 비록 그게 사실이라 해도, 브론스키를 사랑했던 저 여자가 나에게 그런 태도를 보일 순 없어. 내 처지에서는 어떤 정숙한 여자도 나를 받아들여 줄 수 없다는 걸 나도 알아. 그 첫 순간부터 내가 모든 걸 바쳐 그 사람에게 헌신했다는 걸 알고 있다고! 그런데 이게 대가인가! 오, 그 사람을 얼마나 증오하는지! 난 왜 여기로 왔을까? 더 괴롭고 더 힘들기만 하군.' 옆방에서 자매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돌리에게 무슨 말을 하지? 내가 불행하다고 말하며 키티를 위로하고, 그 애의 동정을 받아야 하나? 아니, 돌리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할 거야. 이제 저 여자에게 할 말도 없어. 그저 키티를 만나서 내가 얼마나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을 경멸하는지, 이제 내게는 그 모든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을 뿐이야.'
돌리가 편지를 들고 들어왔다. 안나는 편지를 읽고 말없이 돌려주었다.
"난 다 알고 있었어." 그녀가 말했다. "이제 전혀 관심 없는 일이야."
"왜 그렇지? 난 반대로 희망이 있다고 보는데." 돌리가 궁금한 듯 안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는 안나가 이토록 기이하고 날카로운 상태인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언제 떠나?" 그녀가 물었다.
안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앞을 응시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왜 키티는 나를 피하는 거지?" 그녀가 문을 바라보며 얼굴을 붉힌 채 말했다.
"아, 무슨 소리!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데 잘 안 돼서 내가 조언을 좀 해줬거든…… 아주 고마워하더라."돌리가 거짓말을 잘하지 못해 어색하게 덧붙였다. "곧 올 거야.""어, 저기 오네."
안나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키티는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으나 돌리가 설득했다.마음을 다잡은 키티가 밖으로 나가 얼굴을 붉히며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요." 키티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키티는 이 나쁜 여자에 대한 적개심과 너그럽게 대하려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며 당황했으나, 안나의 아름답고 매력적인 얼굴을 보자마자 모든 적개심이 눈 녹듯 사라졌다.
"절 만나고 싶지 않았어도 놀랍지 않았을 거예요.어떤 일이든 이제 익숙하거든요.아프셨나요? 변하셨군요." 안나가 말했다.
키티는 안나가 자신을 적대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키티는 이런 적대감을 이전에는 자신이 안나에게 보호받는 처지였으나 이제는 안나가 키티 앞에서 느끼는 난처한 상황 때문이라 해석했고, 그녀가 안쓰러워졌다.
그들은 병과 아이, 스티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지만, 안나는 그 무엇에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인사하러 잠깐 들렀어." 안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언제 떠나시나요?"
하지만 안나는 대답도 없이 다시 키티를 바라보았다.
"그래요, 당신을 봐서 정말 반가워요." 안나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여기저기서, 심지어 당신 남편분께도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그분이 나를 찾아왔었는데 정말 괜찮은 사람이더군요." 안나가 뻔히 나쁜 의도를 드러내며 덧붙였다. "그분은 어디 있나요?"
"시골에 내려갔어요." 키티가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