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막
재판
[시종이 등장한다.]
시종:
재판관들이 내게 이보게, 법정으로 가서 자리를 마련해 두게. 하고 말했다. 그래서 지금 나는 법정을 정돈하러 가는 길이다. [그는 걸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여기 법정이 있군, 들어가야겠다. [그는 들어가서 쓸고 자리를 제자리에 놓는다.] 됐다! 법정을 정돈하고 자리도 다 마련했으니, 이제 재판관들에게 가서 알려야겠다. [그는 걸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그런데 저길 봐! 저 악랄한 놈, 왕의 매부가 오고 있군. 눈에 띄지 않게 슬쩍 피해야겠다. [그는 한쪽으로 비켜 선다. 산스타나카가 화려한 옷을 입고 등장한다.]
산스타나카:
물 흐르고 소리 내며 찰랑이는 곳에서 목욕했지. 정원과 공원, 숲속에서 엉덩이를 붙였네, 천사의 우아함을 지닌 아름다운 여인들과, 여자들과, 소녀들과 함께.
내 머리칼은 때로는 단단히 묶기도 하고, 이마 위로 자물쇠처럼 혹은 곱슬머리로 늘어뜨리기도 하지. 때로는 헝클어지기도, 때로는 자유롭게 늘어지기도 해. 또 어떨 때는 폼파두르 스타일로 올리기도 하지. 나는 경이로운 존재, 참으로 놀라운 것이지. 게다가 내 누이의 남편이 바로 왕이시니.
산스타나카: 게다가 연꽃 뿌리 마디에 기어 들어갔다가 나갈 구멍을 찾는 벌레처럼 커다란 구멍을 하나 찾아냈지. 자, 이 악한 짓을 누구에게 뒤집어씌울까? [그는 무언가를 떠올린다.] 아, 그래! 기억났어. 가난뱅이 차루다타에게 이 악한 짓을 뒤집어씌우려 했지. 게다가 그는 가난하잖아. 사람들은 그에 대한 말이라면 뭐든 믿을 거야. 좋아! 법정으로 가서 차루다타가 바산타세나를 목 졸라 죽였다고 고소해야겠다. 자, 이제 법정으로 가는 길이다. [그는 걸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여기 법정이 있군. 들어가야지. [그는 들어가 주위를 둘러본다.] 어라, 여기 자리가 다 마련되어 있네. 재판관들을 기다리는 동안, 풀밭에 잠깐 앉아 있어야겠다. [그는 자리에 앉는다.]
시종: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며 앞을 살핀다.] 재판관들이 오시는군. 가서 뵈어야겠다. [그는 재판관들에게 다가간다.]
[재판관이 길드 장관, 서기, 그리고 다른 이들과 함께 등장한다.]
재판관: 길드 장관, 그리고 서기!
길드 장관과 서기: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재판관: 재판이란 타인에게 너무도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타인의 속마음을 읽어야 하는 우리 재판관들의 임무는 매우 어렵기만 하구나.
사람들은 종종 아무도 보지 못한 일이나 법의 영역을 벗어난 문제를 입에 올리곤 하지. 감정이 앞서다 보니 저마다 거짓말로 자신의 죄를 재판관의 눈으로부터 숨기려 들고, 양쪽 모두 제 주장을 부풀리다가 결국에는 왕까지 얽히게 만들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잘못된 비난은 얻기 쉽지만, 진실한 재판관은 칭송을 거의 받지 못하거나 아예 받지 못하는 법이라네.
또한 이르기를,
사람들은 종종 아무도 보지 못한 죄를 지적하고, 분노하여 인내심 있는 법을 조롱하기도 하지. 법정에서조차 올바른 이들조차 거짓말로 자신의 죄를 재판관의 눈으로부터 숨기려 들고, 실제 그 일을 저지른 자들은 원고나 피고와 함께 죄를 지은 채로 사라져 버리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잘못된 비난은 얻기 쉽지만, 진실한 재판관은 칭송을 거의 받지 못하거나 아예 받지 못하는 법이라네.
재판관은 모름지기 이래야 하느니,
학식이 깊고 교묘한 사기의 경로를 꿰뚫어 보며, 달변이고 노여움에 휘둘리지 않아야지. 친구든 적이든 친족이든 공평하게 대하고, 사건을 다 알기 전까진 판단을 유보해야 해. 탐욕에 물들지 않고 덕망이 올바르며, 약자는 보호하고 악인은 벌해야 하며, 진실에 문을 열어두되 마음은 타인의 이익에 두면서도 왕의 노여움을 살 만한 일은 피해야 하느니라.
길드 장관과 서기: 사람들이 재판관님의 덕에 결함이 있다고 말합니까? 만약 그렇다면, 그들은 달빛 속에서 어둠을 찾는 격이겠지요.
재판관: 시종, 나를 법정으로 안내하게.
시종: 따라오십시오, 나리. [그들은 걷는다.] 여기가 법정입니다. 재판관님들, 어서 드시지요. [모두 입장한다.]
재판관: 시종, 밖에 나가서 누가 소송을 제기하려는지 알아보게.
시종: 알겠습니다, 나리. [그는 나간다.] 재판관님들께서 혹시 사건을 제기할 분이 있는지 묻고 계십니다.
산스타나카: [기뻐하며] 재판관들이 있군. [그는 으스대며 걷는다.] 내가 소송을 제기하겠다. 나는 귀족이자 사나이, 바수데바이며, 왕의 매부, 곧 왕의 매부라고!
시종: [당황하며] 맙소사! 왕의 매부가 제일 먼저 소송을 하겠다고 나섰군.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즉시 재판관님들께 알리겠습니다. [그는 재판관들에게 다가간다.] 재판관님들, 왕의 매부께서 소송을 제기하러 법정에 오셨습니다.
재판관: 뭐라고? 왕의 매부가 제일 먼저 소송을 하겠다고? 해 뜰 녘의 일식처럼, 이것은 거물 하나가 몰락할 징조로구나. 시종, 오늘 법정은 무척 바쁠 것 같으니 밖에 나가서 오늘은 돌아가시오. 귀하의 소송은 처리할 수 없소.라고 전하게.
시종: 알겠습니다, 나리. [그는 나가서 산스타나카에게 다가간다.] 나리, 재판관들께서 오늘은 돌아가라고 하십니다. 귀하의 소송은 처리할 수 없답니다.
산스타나카: [화가 나서] 이런 젠장! 왜 내 소송은 심리하지 않는 거지? 만약 처리하지 않는다면 내 매형인 팔라카 왕에게 이를 테다. 내 누이와 어머니에게도 말해서, 이 재판관을 쫓아내고 다른 재판관을 앉히고 말겠어. [그는 떠나려 한다.]
시종: 아, 나리! 왕의 매부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즉시 재판관님들께 알리겠습니다. [그는 재판관에게 돌아간다.] 왕의 매부께서 화가 나셔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는 산스타나카의 말을 되풀이한다.]
재판관: 이 바보는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겠구나. 시종, 그에게 이리로 와서 소송을 진행하라고 전하게.
시종: [산스타나카에게 다가가며] 나리, 재판관들께서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십니다. 귀하의 소송을 심리할 것이니 들어가십시오, 나리.
산스타나카: 처음엔 처리 안 한다더니, 이제는 처리하겠다 이거군. 재판관들이 겁먹었어. 내가 뭐라고 하든 다 믿게 만들 테다. 좋아! 들어가 주지. [그는 입장하여 재판관들에게 다가간다.] 나는 아주 잘 지내고 있으니 고맙군. 그대들이 잘 지내는지 아닌지는――다 나한테 달렸어.
재판관: [혼잣말로] 허허! 아주 교양 있는 원고를 모시게 되었군. [소리 내어] 앉으시지요.
산스타나카: 좋아! 이 바닥은 내 거나 다름없어. 내가 앉고 싶은 곳에 앉겠다. [길드 장관에게] 여기 앉아야지. [시종에게] 내가 여기 앉으면 왜 안 되나? [그는 재판관의 머리에 손을 얹는다.] 여기에 앉겠다. [그는 바닥에 앉는다.]
재판관: 소송을 제기하시려는 겁니까?
산스타나카: 물론이지.
재판관: 그럼 사건을 진술해 보시오.
산스타나카: 속삭여 말해주지. 나는 술잔만큼이나 영광스러운 사람의 위대한 가문에서 태어났다네.
내 아버지의 아버지는 왕의 매부이고, 왕은 우리 아버지의 사위이지. 나는 왕의 매부이고, 내 누이의 남편이 곧 왕이라네.
재판관: 그건 우리도 다 아는 사실이오.
왜 그 고귀한 혈통을 자랑하는가? 인품이야말로 사람을 가치 있게 만드는 법, 하지만 비옥한 땅에도 가시덤불과 잡초는 무성하게 자라나는 법이라네.
사건을 진술하시오.
산스타나카: 그렇게 하지. 하지만 내가 죄를 지었더라도 그자가 나를 어쩌진 못할 거야. 내 누이의 남편이 나를 좋아해서, 내가 놀고 관리할 수 있도록 가장 좋은 정원인 옛 푸슈파카란다 정원을 내게 주었거든. 그래서 나는 매일 그곳에 가서 정원을 살피지. 말리고, 청소하고, 꽃을 피우고, 가지를 다듬고 말이야. 그런데 운명의 장난인지 나는 거기서 쓰러진 여인의 시신을 보았어. 아니, 차라리 못 봤다고 해야겠군.
재판관: 그 불행한 여인이 누구였는지 아시오?
산스타나카: 이보시오, 재판관들! 내가 모를 리가 있겠소? 그런 여인이라니! 도시의 진주 같은 분이지! 금 장신구로 백 개나 치장한 여인이었어! 누군지 모를 못난 녀석이 텅 빈 옛 푸슈파카란다 정원으로 그녀를 꾀어낸 다음, 하찮은 이유로―그 돈 때문에!―바산타세나를 목 졸라 죽였다고. 하지만 나는 안 했어―― [그는 말을 멈추고 손으로 입을 막는다.]
재판관: 도시 경비대가 이토록 부주의하다니! 길드 장관과 서기, 사건의 첫 번째 항목으로 나는 안 했다는 말을 기록하시오.
서기: 네, 나리. [그는 기록한다.] 나리, 적었습니다.
산스타나카: [혼잣말로] 맙소사! 쌀우유 떡을 급하게 먹다가 체한 사람 꼴이 나고 말았군. 좋아, 이렇게 빠져나가야지. [소리 내어] 이봐, 재판관들! 내가 한 말은 난 본 적이 없다는 뜻이었어. 뭘 그렇게 야단법석이야? [그는 발로 기록된 글자를 지워 버린다.]
재판관: 여인이 목 졸려 죽었다는 것과 돈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는 건 어떻게 아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