힉든 부인은 그 단호한 얼굴을 굳히며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그곳 이야기를 하는 걸 싫어하시는군요."
"이야기하는 걸 싫어하냐고요?" 노부인이 대답했다. "차라리 날 죽이세요, 거기로 끌고 갈 바엔! 이 귀여운 아이를 짐마차 말발굽 아래나 짐 실은 수레 밑에 던져 버리세요, 거기로 보낼 바엔! 우리가 다 죽어가는 걸 발견하면, 누워 있는 우리 모두에게 불을 질러서 집과 함께 잿더미가 되게 할지언정, 우리 시체 하나라도 거기로 옮기진 마세요!"
그토록 오랜 세월 힘겹게 일하고 고달프게 살아온 이 외로운 노인에게서 나오는 놀라운 기백이라니, 귀족 나리들과 신사 양반들, 그리고 존경하는 위원회 여러분! 우리가 거창한 연설에서 부르는 이것의 이름이 무엇인가? 영국의 독립심? 아니면 뒤틀린 무언가인가? 그것, 혹은 그 비슷한 것이 위선의 소리인가?
"신문에서 안 읽는 줄 아세요." 부인이 아이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하느님, 저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굽어살피소서! 그런 지경에 이른 지친 사람들이 일부러 지쳐 떨어져 나가게 하려고 이리저리 내몰리는 걸 본 적 없겠어요? 자꾸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는 걸 보지 못한 줄 아세요? 잠자리 하나, 의사 한 번, 약 한 방울, 빵 한 조각을 얼마나 아까워하고, 아까워하고, 또 아까워하는지 말이에요! 그런 꼴을 당하며 마음이 곪아 터져서 다 포기해 버리고,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가 결국 도움을 받지 못해 죽어 나가는 걸 제가 모를 줄 아세요? 그래서 저는 남들만큼이나 죽음을 맞이할 수 있길 바랄 뿐이고, 그런 치욕 없이 죽을 겁니다."
귀족 나리들과 신사 양반들, 그리고 존경하는 위원회 여러분, 그 어떤 입법 지혜를 짜내더라도 이런 고집불통 사람들의 논리를 바로잡는 것은 정녕 불가능한 것인가?
"조니, 예쁜 내 새끼." 늙은 베티가 아이를 쓰다듬으며, 말을 건네기보다 슬퍼하며 말을 이었다. "네 늙은 할미 베티는 칠십보다는 팔십에 더 가깝단다. 난 평생 구걸 한 번 안 했고 구빈원 돈은 단 한 푼도 받은 적 없지. 돈이 있을 땐 낼 세금 다 내며 살았고, 일할 수 있을 땐 일하고, 굶어야 할 땐 굶었단다. 네 할미가 마지막 순간에 침대에서 일어나 도망쳐서 구석진 곳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 있을 만큼의 힘이라도 남아 있길 기도해 주렴. 우리를 쫓아다니고, 내몰고, 괴롭히고, 지치게 하고, 멸시하고 욕보이는, 우리가 읽어 아는 그 잔인한 놈들의 손아귀에 들어가느니 차라리 말이다."
귀족 나리들과 신사 양반들, 그리고 존경하는 위원회 여러분, 가난한 이들 중 가장 선량한 이들의 마음을 이 지경으로 몰고 간 것은 눈부신 성공이군요! 감히 제안하건대, 혹시 틈날 때 한 번쯤 생각해 볼 가치는 없을까요?
베티 힉든 부인이 이 화제를 마무리하며 단호한 얼굴에서 공포와 혐오감을 걷어내는 모습은 그녀가 그 말을 얼마나 진지하게 했는지를 보여 주었다.
"그럼 그 아이가 부인 밑에서 일하나요?" 비서가 슬로피 군, 아니 슬로피 씨에 관한 이야기로 조심스럽게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
"네." 베티가 좋은 기분으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도 잘하고 말고요."
"여기서 사나요?"
"어디보다 여기서 더 많이 살지요. 처음엔 그저 바보 같은 아이라고만 여겨져서 아이 돌보기 학원에 들어왔답니다. 교회에서 우연히 그 아이를 보고 뭐라도 가르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관리인 블로그 씨에게 부탁해 아이 돌보기 학생으로 들였거든요. 그땐 몸도 약하고 구루병을 앓던 가여운 애였으니까요."
"그 아이의 본명으로 부르나요?"
"글쎄요, 엄밀히 말하면 본명 같은 건 없답니다. 그저 아주 질척거리고 지저분한(Sloppy) 밤에 발견되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만 들었지요."
"상냥한 친구 같군요."
"아이고, 나리. 그 녀석은 몸 전체가 상냥함 그 자체라니까요." 베티가 대답했다. "그 키를 쭉 훑어보시면 녀석이 얼마나 상냥한지 알 수 있으실 거예요."
슬로피의 체격은 어설펐다. 세로로는 너무 길고, 가로로는 지나치게 좁았으며, 각진 부위는 너무나 날카로웠다. 그는 단추를 무모할 정도로 훤히 드러내고 다니는, 비틀거리며 걷는 인간 중 하나였다. 그가 달고 있는 모든 단추는 초자연적일 정도로 사람들의 눈을 찌르듯 튀어나와 있었다. 슬로피에게는 무릎, 팔꿈치, 손목, 발목이라는 상당한 자산이 있었지만,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줄 몰라 늘 엉뚱한 곳에 투자하는 바람에 곤란한 처지에 빠지곤 했다. 슬로피는 인생이라는 대열의 서투른 분대에서 일등 병사였지만, 그래도 군기를 지키려는 희미한 생각은 품고 있었다.
"자 이제," 보핀 부인이 말했다. "조니에 대해 이야기하죠."
조니가 턱을 웅크리고 입술을 삐죽 내민 채 베티의 무릎에 기대어 앉아, 파란 눈으로 방문객들을 빤히 쳐다보며 보조개진 팔로 눈을 가리고 있자, 늙은 베티는 아이의 통통하고 생기 있는 손 하나를 자신의 쭈글쭈글한 오른손으로 잡고는 왼손에 대고 부드럽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네, 마님. 조니에 대해서요."
"이 아이를 제게 맡겨 주신다면," 보핀 부인이 신뢰를 자아내는 얼굴로 말했다. "최고의 가정과 최고의 보살핌, 최고의 교육, 최고의 친구를 아이에게 주겠어요. 하느님께 맹세코 제가 아이에게 참되고 좋은 어머니가 될게요!"
"감사합니다, 마님. 아이가 알아들을 나이였다면 아이도 감사했을 겁니다." 베티는 여전히 자신의 손 위로 아이의 작은 손을 가볍게 토닥였다. "제게 남은 삶이 아주 조금밖에 없지 않고 앞으로 살날이 창창하다 해도, 저는 아이의 앞길을 막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아이에게 매달리는 것을 나쁘게 보지 말아 주세요. 이 아이는 제게 남은 마지막 살아있는 존재니까요."
"나쁘게 보다니요, 세상에. 그럴 리가 있겠어요? 이렇게 아이를 아끼셔서 여기까지 데려와 주셨는데!"
"저는," 베티가 여전히 거칠고 굳은 손으로 가볍게 토닥이며 말했다. "제 무릎 위에서 수많은 아이를 보냈답니다. 이 아이만 남고 다 떠났지요! 이렇게 이기적으로 보여서 부끄럽지만, 정말 그런 뜻은 아니에요. 아이의 앞날을 열어 주는 일이 될 테고, 제가 죽고 나면 아이는 신사가 될 거예요. 저, 저, 왜 이러는지 모르겠네요. 안 그러려고 애쓰고 있는데. 신경 쓰지 마세요!" 토닥이던 손길이 멈추고, 단호하던 입매가 무너져 내렸으며, 훌륭하고 강인했던 노인의 얼굴은 나약함과 눈물로 일그러졌다.
이제 방문객들의 안도감이 커질 즈음, 감수성이 풍부한 슬로피는 후원자가 이런 처지에 놓인 것을 보자마자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입을 크게 벌린 채 목청껏 울부짖기 시작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이 놀라운 비명에 토들스와 포들스는 즉각 겁을 집어먹고 놀랍게도 울음을 터뜨렸고, 그러자 조니마저 몸을 뒤로 젖히며 엉뚱한 신발을 신고 보핀 부인을 향해 발길질을 하며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상황의 희극적인 면이 그 비극성을 단번에 몰아냈다. 베티 힉든 부인은 순식간에 제정신을 차리고 능숙하게 모두를 진정시켰는데, 그 속도가 어찌나 빨랐던지 슬로피는 긴 비명을 지르다 멈추고는 다급히 망글(빨래 짜는 기계)로 달려가, 멈추라는 제지를 받을 때까지 몇 번이나 회개의 손잡이를 돌려야 했다.
"자, 자, 자!" 보핀 부인이 스스로를 세상에서 가장 매정한 여자라고 생각하며 달랬다. "아무 일도 없어요. 아무도 겁먹을 필요 없답니다. 우리 모두 편안하게 있지요, 안 그래요, 힉든 부인?"
"그럼요, 그러고말고요." 베티가 대답했다.
"그리고 정말 급할 건 없어요, 알죠?" 보핀 부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천천히 생각할 시간을 가지세요, 착한 분!"
"이제 저를 걱정하지 마세요, 마님." 베티가 말했다. "어제 충분히 생각했답니다. 방금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두 번 다시 그러지 않을 거예요."
"그럼, 조니가 생각할 시간을 더 갖도록 해요." 보핀 부인이 대답했다. "이 귀여운 아이가 적응할 시간도 주고요. 그리고 당신이 좋게 생각한다면 아이를 더 익숙하게 해 줄 수 있겠지요? 안 그래요?"
베티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어머나." 보핀 부인이 환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외쳤다. "우린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고 싶지, 우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혹시 괜찮다면, 아이가 어떻게 적응해 가는지, 그리고 전반적으로 어떻게 되어가는지 저에게 알려 줄 수 있을까요?"
"슬로피를 보낼게요." 힉든 부인이 말했다.
"그리고 저와 함께 온 이 신사분이 수고비를 줄 거예요." 보핀 부인이 말했다. "그리고 슬로피 씨, 우리 집에 올 때마다 고기와 맥주, 채소, 푸딩으로 든든하게 저녁을 먹지 않고 그냥 돌아가는 일은 없도록 하세요."
이 말에 상황은 더욱 밝아졌다. 감수성이 예민한 슬로피가 처음에는 눈을 크게 뜨고 실실 웃더니 이내 박장대소했고, 토들스와 포들스가 뒤따라 웃었으며, 조니까지 합세해 판을 키웠기 때문이다. 조니를 덮치는 극적인 놀이를 재개하기에 좋은 상황이라고 판단한 T와 P는 다시 손을 맞잡고 해적 원정을 떠났다. 힉든 부인의 의자 뒤쪽 굴뚝 구석에서 양측이 용맹하게 싸움을 벌인 끝에, 그 무시무시한 해적들은 다시 손을 잡고 산골짜기의 마른 개울을 건너 자신들의 의자로 돌아갔다.
"무엇을 도와주면 좋을지 말해 줘야 해요, 베티, 내 친구." 보핀 부인이 은밀하게 말했다. "오늘이 아니면 다음번에라도요."
"마음만은 감사해요, 마님. 하지만 전 제 자신을 위해 바라는 건 없어요. 전 일할 수 있고, 건강하거든요. 마음만 먹으면 20마일도 걸을 수 있어요." 노인 베티는 자부심을 느끼며 밝은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그래요, 하지만 당신에게 있으면 좋을 작은 편의들도 있잖아요." 보핀 부인이 대답했다. "세상에, 저라고 당신보다 귀하게 태어난 건 아니에요."
"제 생각엔," 베티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부인께선 귀부인으로 태어나셨고, 아주 진정한 분이세요. 그렇지 않다면 귀부인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부인, 전 부인께 어떤 것도 받을 수 없어요. 전 평생 누구에게도 무엇을 받은 적이 없거든요. 감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전 스스로 벌어서 얻는 것이 더 좋답니다."
"그래요, 그래요!" 보핀 부인이 대답했다. "제가 그저 사소한 것들을 말씀드린 거였어요. 아니었으면 실례를 무릅쓰진 않았을 텐데요."
베티는 그 섬세한 대답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방문객의 손을 입술에 갖다 댔다. 방문객을 마주 보고 서서 자신의 생각을 더 설명하는 그녀의 모습은 놀랍도록 곧았고,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자립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제가 말한 그 운명을 아이가 맞이하게 될까 봐 항상 두려워하면서도, 만약 아이를 곁에 둘 수만 있었다면, 설령 부인이라 해도 아이를 떠나보내지 않았을 겁니다. 저는 아이를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너무나 사랑하니까요! 저는 이미 오래전에 죽어 사라진 남편을 이 아이에게서 보고, 이미 죽어 사라진 제 아이들을 이 아이에게서 봅니다. 이 아이에게서 제 젊고 희망찼던 날들을 봅니다. 그 사랑을 돈과 바꾸고 부인의 밝고 다정한 얼굴을 쳐다볼 수는 없어요. 이건 그냥 드리는 선물입니다. 전 아무것도 부족한 게 없어요. 기력이 다했을 때, 그저 빠르고 조용히 죽을 수만 있다면 전 아주 만족할 거예요. 저는 제 죽은 가족들과 제가 말한 그 치욕 사이를 지켜 왔고, 그 치욕이 그들 누구에게도 닥치지 않도록 막아 왔습니다." 그녀는 가슴 위에 손을 얹으며 말을 이었다. "제 옷에 꿰매 둔 돈이면 제가 묻힐 정도는 됩니다. 그저 그 돈이 올바르게 쓰이도록 살펴주세요. 그래서 제가 마지막까지 그 잔인함과 치욕으로부터 자유롭게 눈감을 수 있게 해주신다면, 부인께서는 제게 작은 일 이상의, 이 현세에서 제 마음이 바라는 모든 것을 해주시는 셈이 될 겁니다."
베티 힉든 부인의 방문객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강인했던 노인의 얼굴은 더 이상 나약함으로 무너지지 않았다. 경향 각지의 고관대작 여러분, 그 얼굴은 정말로 우리 자신의 얼굴만큼이나 평온했고, 거의 그만큼이나 위엄이 있었다.
이제 조니를 꾀어 보핀 부인의 무릎 위에 잠시 앉혀야 했다. 두 꼬마 '마인더'가 차례로 그 자리에 올라갔다가 아무 탈 없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나서야 경쟁심이 자극받은 조니는, 간신히 베티 힉든 부인의 치맛자락을 놓을 마음이 들었다. 보핀 부인의 품에 안겨서도 조니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그 치맛자락을 향한 강한 갈망을 드러냈는데, 전자로는 매우 우울한 표정을, 후자로는 뻗은 팔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보핀 씨의 집에 숨겨진 장난감들의 놀라운 세계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은 이 세속적인 고아를 어느 정도 달래 주었다. 조니는 주먹을 입에 문 채 부인을 찌푸린 눈으로 쳐다보았고, 나중에는 과자 가게로 달려가는 마법 같은 능력을 지닌 화려하게 꾸며진 바퀴 달린 말 이야기가 나오자 낄낄거리기까지 했다. 이 소리를 마인더들이 따라 하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기쁨에 찬 삼중창으로 번져 모두를 만족하게 했다.
그리하여 면담은 아주 성공적이었고, 보핀 부인도 기뻐했으며 모두가 만족했다. 특히 세 마그파이 여관까지 방문객들을 가장 좋은 길로 안내하겠다고 나선 슬로피도 그러했는데, 슬로피는 망치 머리를 한 그 젊은이로부터 심한 경멸을 사고 있었다.
이 일을 이렇게 시작해 두고, 비서는 보핀 부인을 보핀의 보워까지 데려다준 뒤 저녁까지 새집에서 일거리를 찾아보았다. 저녁이 되었을 때 그가 들판을 가로질러 숙소로 가는 길을 택한 것이, 벨라 윌퍼 양을 그 들판에서 만나려는 의도였는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녀가 그 시간에 정기적으로 그곳을 산책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했다.
게다가 그녀가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 또한 확실했다.
더 이상 상복을 입지 않은 벨라 양은 자신이 가진 옷 중 가장 예쁜 색깔의 옷을 차려입고 있었다. 그녀가 옷만큼이나 예뻤고, 그녀와 그 색깔들이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녀는 걸으면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로크스미스 씨가 다가오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그가 오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으리라는 것은 당연히 추측할 수 있었다.
그가 그녀 앞에 멈춰 서자 벨라 양은 책에서 눈을 떼며 말했다. "어? 오! 당신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