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중, 아니 아마 세상에서 가장 얼굴이 빨개진 것 같았다. 하지만 페고티는 웃음보가 터질 때마다 잠시 동안 다시 앞치마로 얼굴을 가렸고, 그런 일이 두세 번 반복된 뒤에야 식사를 계속했다.
나는 어머니가 페고티와 눈을 맞출 때는 미소 지었지만, 점차 진지하고 사색적인 표정이 되는 것을 알아챘다. 어머니가 변했다는 건 처음 볼 때부터 느꼈다. 얼굴은 여전히 예뻤지만 수심이 가득하고 너무 연약해 보였으며, 손은 너무나 가늘고 하얘서 거의 투명하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내가 말하려는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태도가 불안하고 허둥지둥하는 모습으로 변한 것이었다. 마침내 어머니는 손을 뻗어 나이 든 하녀의 손 위에 다정하게 올려놓으며 말했다.
"페고티, 얘야, 너 결혼 안 할 거지?"
"저를 말씀이세요, 마님?" 페고티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세상에, 아뇨!"
"당분간은?" 어머니가 다정하게 물었다.
"절대 안 해요!" 페고티가 외쳤다.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나를 떠나지 마, 페고티. 내 곁에 있어 줘. 어쩌면 오래 남지 않았을지도 몰라. 네가 없으면 난 어떻게 하니!"
"제가 마님을 떠나다니요, 마님!" 페고티가 외쳤다. "세상 그 무엇을 준다 해도 그럴 리 없어요. 도대체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왜 하시는 거예요?" 예전부터 페고티는 가끔 어머니를 아이 대하듯 말하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고맙다는 말 외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페고티는 평소의 자기 방식대로 계속 말을 쏟아냈다.
"제가 마님을 떠난다고요? 말도 안 돼요. 제가 마님 곁을 떠난다고요? 어디 한번 두고 보자고요! 아니, 아니, 아니에요." 페고티가 고개를 저으며 팔짱을 끼고 말했다. "그럴 일은 없어요, 우리 도련님. 물론 제가 떠나면 속으로 쾌재를 부를 고약한 인간들이 있긴 하겠지만, 절대 그렇게 되게 두진 않을 거예요. 오히려 약이나 올릴 작정이죠. 저는 마님 곁에서 심술궂고 까다로운 늙은이가 될 때까지 머물 거예요. 그러다가 귀도 잘 안 들리고, 다리도 절고, 눈도 침침해지고, 이가 없어서 말도 어눌해져서 누구를 나무라는 것조차 아무 쓸모가 없어지면, 그때는 제 데이비드에게 가서 저를 받아 달라고 할 거예요."
"그럼요, 페고티." 내가 말했다. "언제든 오면 정말 기쁠 거예요. 여왕님처럼 극진히 모실게요."
"착하기도 하지!" 페고티가 외쳤다. "그럴 줄 알았어!" 그러고는 내 환대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미리 입을 맞춰 주었다. 그 뒤 페고티는 다시 앞치마로 머리를 가리고 바키스 씨 생각에 또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아기를 작은 요람에서 꺼내 안아 주었다. 뒤이어 저녁 식탁을 치웠고, 잠시 후 다른 모자를 쓰고 반짇고리와 줄자, 작은 밀랍 초를 들고 나타났는데,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우리는 난로가에 둘러앉아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그들에게 크리클 씨가 얼마나 엄격한 교장 선생님인지 이야기했고, 그들은 나를 매우 가엾게 여겼다. 나는 스티어포스가 얼마나 멋진 친구이자 든든한 후원자인지 말했고, 페고티는 그를 볼 수만 있다면 20마일이라도 걸어가겠다고 했다. 아기가 깨어 있을 때는 품에 안고 사랑스럽게 돌보았다. 아기가 다시 잠들자 나는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예전 습관대로 어머니 곁으로 바짝 다가가 앉아 어머니의 허리를 감싸 안고 어머니의 어깨에 나의 붉은 볼을 기댔다. 그리고 어머니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내 위로 흘러내리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예전에 천사의 날개 같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났다. 나는 정말 행복했다.
난로 불을 바라보며 새빨간 숯덩이 속에 비치는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니, 내가 집을 떠난 적이 없었던 것만 같았다. 머드스톤 씨와 그 여동생도 그저 불꽃 속의 환영일 뿐이며 불이 꺼지면 사라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세상 모든 것 중에 어머니와 페고티, 그리고 나 자신 외에는 그 무엇도 실재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
페고티는 앞이 보이는 동안 내내 양말을 꿰맸다. 그러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양말을 장갑처럼 왼손에 끼고 오른손에는 바늘을 든 채, 불길이 치솟을 때마다 한 땀씩 뜰 준비를 하고 앉아 있었다. 페고티가 늘 꿰매던 그 양말들이 대체 누구의 것이었는지, 또 꿰맬 필요가 있는 양말들이 어디서 그렇게 끊임없이 솟아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페고티는 항상 그런 종류의 바느질만 하고 있었고, 다른 바느질을 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문득 궁금해지네." 예고도 없이 엉뚱한 주제에 골몰하곤 했던 페고티가 말했다. "데이비드의 고모할머니는 어떻게 되셨을까?" "어머, 페고티!" 몽상에서 깨어난 어머니가 말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는 거야!"
"그래도 정말 궁금해서요, 마님." 페고티가 말했다.
"도대체 왜 그런 사람 생각을 하는 거니?" 어머니가 물었다. "세상에 생각할 사람이 그렇게 없니?"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페고티가 말했다. "제가 멍청해서 그런지 몰라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제 마음대로 어쩔 수가 없네요. 생각들은 자기들 마음대로 왔다가 가고, 또 나타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니까요. 그분이 어떻게 되셨을까 참 궁금해요."
"너 정말 웃긴다, 페고티!" 어머니가 대답했다. "그러다 그 사람이 또 찾아오길 바라는 줄 알겠어."
"말도 마세요!" 페고티가 외쳤다.
"그럼 그런 거북한 이야기는 그만하자. 착하지." 어머니가 말했다. "벳시 고모는 분명 바닷가 오두막에 틀어박혀서 그대로 지내고 계실 거야. 어쨌든 우리를 다시 귀찮게 할 일은 없을 테니."
"그렇겠죠!" 페고티가 골똘히 생각하며 말했다. "네, 그럴 리는 없겠네요. ……그런데 만약 그분이 돌아가시면 데이비드에게 뭘 좀 남겨 주실까요?"
"세상에, 페고티도." 어머니가 대꾸했다. "넌 어쩜 그렇게 말이 안 되는 소리만 하니! 그 불쌍한 아이가 태어난 것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셨다는 걸 알면서."
"이제는 그 아이를 용서해 줄 마음이 생기지 않았을까요?" 페고티가 운을 띄웠다.
"왜 이제 와서 용서할 마음이 생기겠니?" 어머니가 꽤 날카롭게 말했다.
"그 아이에게 동생이 생겼잖아요." 페고티가 말했다.
어머니는 즉시 울음을 터뜨리며, 페고티가 어떻게 그런 말을 감히 할 수 있는지 의아해했다.
"요람에 누운 이 불쌍하고 순진한 아기가 너나 다른 누구에게 무슨 해를 끼쳤다고 그래, 질투심 많은 사람 같으니!" 어머니가 말했다. "차라리 마부 바키스 씨랑 결혼이나 해 버리지 그래. 왜 안 하니?"
"제가 그러면 머드스톤 양이 좋아하겠네요." 페고티가 말했다.
"페고티, 넌 성질이 정말 고약하구나!" 어머니가 대꾸했다. "넌 머드스톤 양을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질투하는 것 같아. 혹시 네가 직접 열쇠를 가지고 물건을 내주고 싶은 거니? 그런다 해도 놀랍지 않을 거야. 그분이 오직 친절과 선의로 그러시는 걸 알면서! 너도 알잖아, 페고티. 아주 잘 알면서 말이야."
페고티는 '선의는 무슨 얼어 죽을!'이라는 식의 말을 중얼거렸고, 선의라는 것이 너무 과하게 넘쳐난다는 투로 덧붙였다.
"무슨 뜻인지 알아, 넌 정말 심술쟁이야." 어머니가 말했다. "페고티, 네 마음을 아주 잘 이해해. 너도 알잖아. 그런데 왜 얼굴이 불처럼 빨개지지 않는 건지 모르겠네. 하지만 일단 하나씩 이야기하자. 지금 중요한 건 머드스톤 양이야, 페고티. 이 주제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마. 그분이 나보고 너무 생각이 없고 또…… 어…… 어…… 하다고 하시는 말씀을 귀가 닳도록 들었잖아."
"예쁘다거나요." 페고티가 짐작했다.
"그래." 어머니가 웃음을 섞어 대꾸했다. "그분이 바보처럼 그런 말씀을 하신다면, 그게 내 탓이라도 된단 말이니?"
"누가 탓한다고 했나요." 페고티가 말했다.
"그럼, 당연히 그래야지!" 어머니가 대답했다. "그분은 내가 감당하기 힘들고 나 자신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는 일들에서 나를 번거롭지 않게 해 주려고 노력한다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어. 그분은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돌아다니시잖아. 온갖 궂은일을 다 하고, 석탄 창고나 식료품 저장실처럼 유쾌하지 않은 곳들을 뒤지고 다니시는데, 그런 노력에 헌신이 담겨 있지 않다고 말하려는 거니?"
"저는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에요." 페고티가 말했다.
"아니, 넌 그런 뜻이야, 페고티." 어머니가 대꾸했다. "넌 일 외에는 항상 남을 탓하기만 하잖아. 늘 은근히 비꼬기나 하고. 그런 걸 즐기지. 그리고 네가 머드스톤 씨의 선의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저는 한 번도 그분들에 대해 이야기한 적 없어요." 페고티가 말했다.
"아니, 페고티." 어머니가 대꾸했다. "하지만 넌 은근히 비꼬았어. 방금 내가 말했잖아. 그게 네 제일 나쁜 점이야. 넌 항상 은근히 비꼬지. 난 그때 네 말을 다 알아들었다고 했고, 보다시피 난 다 알고 있어. 네가 머드스톤 씨의 선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대수롭지 않은 척할 때면(페고티, 네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난 알아), 너도 나만큼이나 그분이 얼마나 좋은 분인지, 그분의 모든 행동이 어떻게 그 선의에서 비롯되는지 확신하고 있을 거야. 만약 그분이 어떤 사람에게 다소 엄격하게 대하시는 것처럼 보인다면 말이야, 페고티, 있잖아, 그리고 데이비드도 잘 알겠지만 여기서 하는 말이 누구를 지칭하는 건 아냐, 그건 오직 그게 그 사람에게 이롭다는 걸 확신하시기 때문이야. 그분은 당연히 나 때문에 그 사람을 사랑하시고, 오로지 그 사람의 유익을 위해 행동하시는 거야. 그분은 나보다 상황을 더 잘 판단하실 수 있어. 난 내가 나약하고 가볍고 철없는 계집애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그분은 확고하고 엄숙하고 진지한 분이라는 걸 아니까. 그리고 그분은," 어머니는 다정한 성품에서 비롯된 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나를 위해 정말 애를 쓰셔. 난 그분께 정말 감사해야 하고, 심지어 내 생각마저도 그분께 순종해야 해. 만약 그러지 못할 때면, 페고티, 난 스스로를 걱정하고 자책하면서 내 마음조차 의심하게 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페고티는 양말 끝에 턱을 괴고 조용히 난로 불을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자, 페고티." 어머니가 말투를 바꾸며 말했다. "우리 서로 다투지 말자. 난 그걸 견딜 수가 없어. 내가 세상에서 진정한 친구가 있다면 그건 너라는 걸 잘 알아. 내가 너를 우스꽝스러운 사람이라거나 성가신 존재라거나 그런 식으로 부를 때도, 페고티, 그건 네가 내 진정한 친구라는 뜻일 뿐이야. 코퍼필드 씨가 처음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 날 밤, 네가 대문까지 마중 나와 주었던 그때부터 줄곧 그래 왔어."
페고티는 지체 없이 반응하며 나를 아주 꽉 껴안아 주어 우정의 조약을 다시 다졌다. 당시에는 나도 이 대화의 본질을 어렴풋이 느꼈던 것 같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 선한 사람은 단지 어머니가 스스로 늘어놓은 그 약간의 모순된 요약으로나마 위안을 얻길 바라는 마음에 대화를 시작했고 동참해 주었다는 확신이 든다. 그 의도는 효과가 있었다. 남은 저녁 시간 동안 어머니는 한결 편안해 보였고, 페고티도 어머니를 덜 살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차를 다 마시고 재를 치우고 촛불 심지를 자른 뒤, 나는 옛 추억을 떠올리며 페고티에게 ≪악어 책≫을 한 챕터 읽어 주었다. 그녀가 주머니에서 그 책을 꺼냈는데, 그때까지 줄곧 거기 넣어 두었던 건지는 모르겠다. 그 후 우리는 세일럼 하우스에 대해 이야기했고, 이야기는 자연스레 내 주된 관심사인 스티어포스에게로 돌아갔다. 우리는 정말 행복했다. 내 인생의 한 권을 영원히 닫아버릴 운명이었던 그날 저녁은, 그 시절의 마지막 추억으로 내 기억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열 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마차 바퀴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모두 일어섰다. 어머니는 시간이 너무 늦었고 머드스톤 씨 남매는 어린아이가 일찍 자는 것을 좋아하니 내가 먼저 자러 가는 게 좋겠다고 서둘러 말했다. 나는 어머니에게 입을 맞추고 그들이 들어오기 전에 촛불을 들고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 내가 갇혀 지냈던 침실로 올라가면서 어린 마음에 생각하기를, 그들이 집 안으로 가져온 차가운 바람 한 줄기가 예전의 익숙한 기분을 깃털처럼 날려 버리는 것 같았다.
나는 아침 식사를 하러 내려가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 잊을 수 없는 사건을 저지른 날 이후로 머드스톤 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기에, 나는 중간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방으로 살금살금 돌아오기를 두세 번 반복한 끝에 내려가 응접실에 들어섰다.
그는 벽난로 앞에 등을 돌리고 서 있었고, 머드스톤 양은 차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가 내가 들어오는 것을 빤히 쳐다보았지만, 아는 체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잠시 당황했다가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제가 한 일에 대해 깊이 뉘우치고 있으니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뉘우치고 있다니 다행이구나, 데이비드." 그가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