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때문이라니! 자네 때문이 아니야!" 페고티 씨가 말했다. "조금도 그렇게 믿지 말게."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거미지 부인이 울먹였다. "제 분수를 알아요. 저는 외롭고 처량한 사람이라서 모든 일이 되는 게 하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과 어긋나기만 한다는 걸요. 네, 정말 그래요. 저는 남들보다 더 크게 느끼고 그걸 더 많이 드러내거든요. 그게 제 불행이죠."
나는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며, 그 불행이 비단 거미지 부인뿐 아니라 그 가족의 다른 몇몇 구성원에게도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페고티 씨는 그런 대꾸는 하지 않았고, 그저 거미지 부인에게 기운을 차리라는 말로 대답할 뿐이었다.
"전 제가 바라는 모습이 아니에요." 거미지 부인이 말했다. "전혀 그렇지 못하죠. 제 자신을 잘 알아요. 제 고통들이 저를 비뚤어지게 만들었어요. 전 고통을 느끼고, 그 고통 때문에 비뚤어지는 거예요. 느끼고 싶지 않지만 그렇게 되네요. 무뎌졌으면 좋겠지만 그러지도 못하고요. 제가 집안 분위기를 불편하게 만들어요. 그게 이상한 일도 아니죠. 오늘 하루 종일 당신 여동생도 그렇고, 데이비드 도련님도 불편하게 했으니까요."
그 말에 나는 갑자기 마음이 짠해져서, 엄청난 심적 고통을 느끼며 "아니에요, 그러지 않으셨어요, 거미지 부인!" 하고 소리쳤다.
"제가 그런 짓을 하는 건 도저히 옳지 않아요." 거미지 부인이 말했다. "올바른 보답도 아니고요. 차라리 방에 들어가 죽는 게 낫겠어요. 저는 외롭고 처량한 사람인데, 여기서 이렇게 사람들을 비뚤어지게 하지 않는 편이 훨씬 낫죠. 만약 무슨 일이든 저와 어긋나야 하고 저 스스로도 비뚤어질 수밖에 없다면, 제 고향 마을에서나 그러게 해주세요. 대니얼, 저 방에 들어가서 죽어서 짐이 되지 않는 게 낫겠어요!"
거미지 부인은 이 말을 남기고 물러나 잠자리에 들었다. 그녀가 떠나자 페고티 씨는 깊은 동정심 외에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우리를 둘러보며 여전히 생생한 동정의 표정이 깃든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속삭였다.
"죽은 영감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군!"
나는 거미지 부인이 도대체 누구를 생각하며 마음을 쓰고 있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잠자리에 들 때 페고티가 고인이 된 거미지 씨를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오빠인 페고티 씨는 그런 상황이면 늘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였고, 그럴 때마다 감동하는 모습이었다. 그날 밤 페고티 씨가 해먹에 올라가 한참 지난 뒤, 나는 그가 햄에게 '불쌍한 것! 죽은 영감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군!'이라고 말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 그 후 우리가 머무는 동안 거미지 부인이 비슷한 방식으로 울음을 터뜨릴 때마다(그런 일이 몇 번 있었다), 그는 언제나 똑같은 말로 그 상황을 변호했고, 늘 가장 다정한 동정심을 내비쳤다.
그렇게 2주가 흘러갔다. 조수 간만의 차로 페고티 씨의 출입 시간이 바뀌고 햄의 일정도 바뀌는 것 말고는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햄은 일이 없을 때 가끔 우리와 함께 걸으며 배와 선박들을 구경시켜 주었고, 한두 번은 우리를 배에 태워 노를 저어주기도 했다. 왜 어떤 사소한 기억들이 다른 기억들보다 특정 장소와 더 깊이 연관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대개 어린 시절의 추억과 관련해 그런 경험을 하는 것 같다. 야머스라는 이름을 듣거나 읽을 때면 언제나 해변에서 보낸 어느 일요일 아침이 떠오른다. 교회 종소리가 울리고, 작은 에밀리가 내 어깨에 기대어 있고, 햄은 물가에 나른하게 돌을 던지고, 먼바다에서 짙은 안개를 뚫고 비친 햇살이 배들을 그들 자신의 그림자처럼 보여주던 그 아침 말이다.
드디어 집으로 돌아갈 날이 되었다. 나는 페고티 씨와 거미지 부인과의 이별은 참아냈지만, 작은 에밀리를 떠나보내는 마음의 고통은 뼈를 깎는 듯했다. 우리는 팔짱을 끼고 짐꾼이 묵는 주막으로 향했고, 나는 가는 길에 그녀에게 편지를 쓰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나중에 그 약속을 지켰는데, 글자 크기를 보통 하숙집을 내놓는다는 광고문보다 훨씬 크게 적어 보냈다.) 우리는 헤어질 때 몹시 괴로워했다. 내 인생에서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은 허전함을 느낀 적이 있다면, 바로 그날이 그랬다.
돌이켜보니, 나는 머무는 내내 다시 집에 감사할 줄 모르고 집 생각은 거의 하지 않고 지냈다. 하지만 집을 향해 발걸음을 돌리자마자, 비난 어린 어린 양심이 곧바로 그곳을 가리키는 것만 같았다. 의기소침해질수록 더욱더 그곳이 나의 안식처이며, 어머니가 나의 위로자이자 친구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가 길을 따라갈수록 이런 감정은 더욱 커졌다. 집에 가까워질수록 지나치는 풍경들이 점점 익숙해졌고, 나는 어서 도착해서 어머니의 품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에 한껏 들떴다. 하지만 페고티는 그런 내 흥분을 함께 나누기는커녕 (매우 다정하게나마) 자제시키려 했고, 당황스럽고 심란한 표정이었다.
그럼에도 짐꾼의 말이 내키자 블런더스톤 루커리는 어김없이 나타났고, 우리는 그곳에 도착했다. 비를 머금은 우중충한 하늘 아래 차가운 잿빛 오후였던 그때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문이 열렸고, 나는 기분 좋은 설렘으로 울다가 웃다가 하며 어머니를 찾았다. 하지만 어머니가 아닌 낯선 하녀가 서 있었다.
나는 풀 죽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페고티! 아직 집에 안 오셨어?"
"그럼, 그럼, 데이비드 도련님." 페고티가 말했다. "오셨단다. 잠시만 기다려 보렴, 데이비드 도련님. 내가…… 내가 무슨 말을 좀 해줄게."
흥분한 상태인 데다 마차에서 내리는 것도 서투른 페고티는 몸을 엉뚱한 모양으로 휘청거렸지만, 나는 정신이 아득하고 낯선 기분이라 그 말조차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마차에서 내려 내 손을 잡더니, 의아해하는 나를 부엌으로 데리고 들어가 문을 닫았다.
나는 겁에 질려 말했다. "페고티! 무슨 일이에요?"
그녀는 쾌활한 척하며 대답했다. "아무 일도 아니란다, 착한 데이비드 도련님!"
"분명 무슨 일이 있어요. 엄마는 어디 계세요?"
"엄마가 어디 계시냐고요, 데이비드 도련님?" 페고티가 되물었다.
"네. 왜 엄마는 대문까지 나오지 않으시는 거죠? 우린 왜 여기 들어온 거고요? 아, 페고티!"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세상에, 가여운 우리 도련님!" 페고티가 나를 붙잡으며 외쳤다. "왜 그러니? 말해보렴, 얘야!"
"설마 돌아가신 건 아니죠! 아, 엄마가 돌아가신 게 아니죠, 페고티?"
페고티는 놀라운 목청으로 아니라고 외치더니, 자리에 주저앉아 헉헉대며 나 때문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나는 그 놀라움을 달래주려고, 혹은 제대로 된 방향으로 놀라게 해주려고 그녀를 꼭 껴안아 주었다. 그러고는 그녀 앞에 서서 불안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있잖니, 얘야, 진작 말해줬어야 했는데." 페고티가 말했다. "기회가 없었단다. 어쩌면 내가 기회를 만들었어야 했겠지만, 마음을 도저히……" 페고티만의 고유한 단어 선택으로 '정확히(exactly)'를 항상 '아작틀리(azackly)'라고 표현했다. "마음을 다잡기가 힘들었구나."
"계속하세요, 페고티." 나는 아까보다 더 겁에 질린 채 말했다.
"데이비드 도련님." 페고티가 떨리는 손으로 보닛 끈을 풀며 숨 가쁘게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니? 너에게 아빠가 생겼단다!"
나는 몸을 떨며 창백해졌다. 교회의 묘지와 죽은 자의 부활과 관련된 무언가가, 그게 무엇인지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몰라도, 불길한 바람처럼 나를 덮치는 것 같았다.
"새로운 사람이다." 페고티가 말했다.
"새로운 사람이라고요?" 나는 되물었다.
페고티는 아주 딱딱한 것을 삼키는 것처럼 헉하고 숨을 들이켜더니, 손을 내밀며 말했다.
"가서 뵙도록 해라."
"난 그 사람 보기 싫어요."
"그리고 네 엄마도 계신단다." 페고티가 말했다.
나는 물러서는 것을 멈추고 그녀와 함께 곧장 안방으로 향했다. 그녀는 나를 거기에 두고 나갔다. 난로 한쪽에는 어머니가, 다른 쪽에는 머드스톤 씨가 앉아 있었다. 어머니는 하시던 일을 떨어뜨리더니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내 생각에는 겁을 먹은 듯 보였다.
"자, 클라라 여보." 머드스톤 씨가 말했다. "기억하시오! 스스로를 통제하시오, 언제나 자신을 통제하는 거요! 데이비드, 잘 지냈니?"
나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잠시 주저하다가 나는 어머니에게 다가가 입을 맞췄다. 어머니도 내게 입을 맞추고는 내 어깨를 부드럽게 다독이더니 다시 앉아 일을 시작했다. 나는 어머니를 볼 수도, 그를 볼 수도 없었다. 그가 우리 둘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창가로 돌아서서 추위 속에 고개를 떨군 관목들을 내다보았다.
살며시 빠져나올 기회가 생기자마자 나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내가 쓰던 소중한 침실은 바뀌어 있었고, 나는 훨씬 먼 곳에서 자야만 했다. 나는 모든 것이 너무나 낯설게 느껴져 예전 그대로인 것을 찾아보려고 아래층을 서성이다가 마당으로 나갔다. 곧바로 마당에서 뒷걸음질 쳐 돌아올 수밖에 없었는데, 비어 있어야 할 개집에 그와 닮은 검은 털에 굵은 목소리를 가진 커다란 개가 들어차 있었기 때문이다. 그놈은 나를 보자마자 화를 내며 달려들려고 튀어 나왔다.